책 소개
민주는 경제의 적… ‘경제발전의 일반이론
책은 첫머리부터 “지금과 같은 식의 경제민주화는 동반성장의 적(敵)”임을 분명히 한다. 경제는 차별을 먹고사는 생물인바, 허울 좋은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사회주의경제가 몰락한 것뿐 아니라, 마르크스주의를 ‘커닝’한 사회민주주의경제 국가들이 하나같이 ‘저성장, 양극화’에 신음하는 현상은 지금의 세계경제 운용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증거라고 한다.
이 책의 가장 돋보이는 점은, 한국을 포함한 자본주의 경제의 난관이 자본주의 자체의 결함 때문이기는커녕 사회주의 이념에 의해 많든 적든 오염된 결과라는 주장이다. 경제발전을 이끌어갈 가장 바람직한 주체는 자본주의적 주식회사기업이며, 이뤄낸 성장의 성과가 낙수(落水)효과(trickle-down, 일명 적하滴下효과)로써 사회 각 부문을 적셔야 하는데, 비뚤어진 경제민주화는 성장의 주체인 기업을 억압하고 게으른 무임승차자를 양산함으로써 경제발전의 발목을 사로잡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 이론의 핵심인 ‘경제발전의 일반이론’은 정치체제의 민주(A)와 비민주(B), 경제체제의 차별화(X)와 평등(Y)을 조합한 ‘정치체제와 경제체제의 매트릭스’로써 이 점을 증명한다(74쪽). 민주정치와 경제차별화를 조합한 차별화민주주의(AX) 나라들과 개발독재(BX) 나라들은 흥하고, 권위주의적 사회주의(BY) 나라들은 물론 자본주의에 사회주의 요소를 가미한 사회민주주의(AY) 나라들은 저성장에 신음하고 있다. 경제 자체가 저성장인데 분배할 소득이 넉넉할 리가 없다. 이처럼 저성장과 양극화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경제평등주의(Y)의 요체를 저자는 ‘경제의 정치화’, 즉 정치가 경제에 간섭함으로써 생긴 폐해라 규정하면서, 경제차별화를 견지하는 ‘정치의 경제화’를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한다.
“진짜 동반성장, 박정희는 해냈다”
창발하는 기업, 자조(自助)하는 개인을 우대하라
착취론과 그 안티테제로서 동반성장은 좌파 정권의 전유물 아닌가? 저자의 입장은 확실히 ‘아니다’이다. 오히려, 한국은 물론 세계의 좌파 정권들이 구호로만 내걸 뿐 실현하지 못한 동반성장은 자유주의 시장경제에서만 가능하며, 세계 경제사(史)에서 ‘진짜 동반성장’의 유일한 실례로서 ‘박정희 산업혁명’에 다시 주목할 것을 촉구한다.
책이 되돌아보는 박정희 경제기적의 패러다임은 ‘신상필벌, 정치의 경제화, 실사구시’로 아주 단순하며, 새롭지도 않다(책 제5장). 이 단순하기 그지없는 패러다임으로 박정희는 수출 잘한 기업을 우대하고(수출진흥정책), 시장에서 검증받은 기업에만 중화학공업 진입을 허용하고(중화학공업화정책), 스스로 도와 성과를 낸 마을만 차등지원했다(새마을운동). 겨우 18년의 실험으로 5천 년 가난을 끝낸 ‘박정희 경제기적’의 비결을 온 세계가 주목하는데, 박정희 사후 한국에서만 유독 박정희 청산에 열을 올림으로써 스스로 성장의 동력을 꺼 버리고 저성장과 양극화의 악순환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은, 새삼스러운 것만큼이나 아프다. 박정희 시대의 대표적인 오해 가운데 하나인 ‘노동착취론’의 허구성을 공박하는 [박정희는 노동자를 착취했는가](류석춘 저)와 함께 읽으면 좋다.
진단이 명확하니 처방도 명쾌할 수밖에 ― 정치를 경제화하자, 인센티브와 수월성을 회복하자, 중산층을 복원하자, 등등. 공교롭게도 이것들은 정치도의 실종, 안전 실종, 청년일자리 실종이라는 2018년 벽두의 한국사회 병폐들과 기막힌 짝을 이룬다. 책을 구상할 때는 그렇지 않았을지 모르나, 1년 채 안 되는 기간의 변화가 그렇게 만들었다.
“북녘 땅에도 ‘대동강의 기적’을”
‘채찍과 당근’으로 북한에 정상국가를 회복하자
아쉽게도 이 책의 가장 파괴력 있는 논지 하나는 열 쪽도 안 되는 분량으로 책 속에 가만히 숨어 있다. 너무 당연해서 튀지 않으려던 것이, 역시 상황 때문에 그리 되었다. 실패한 공산주의 100년(박정희가 태어난 1917년은 러시아혁명의 해이기도 하다)의 마지막 미숙아인 북한 문제다.
저자도 지적하듯 북한은 지구상 거의 유일한 체제 미(未)전환국이며, “소수의 집권층을 제외한 모두가 가난한 평등사회, 즉 극단적인 1퍼센트 사회”(82쪽)이고, 이는 그릇된 평등주의 경제의 당연한 귀결이다. 자조하는 개인, 창발하는 기업을 우대하는 자유주의 시장경제 원리가 성장의 유일한 비결이라면, 그리고 민주는 경제성장을 먹고산다는 남한의 경험이 보편적 진리라면, ‘한강의 기적’이라는 우리의 경험을 그대로 북한에 이식하는 ‘대동강의 기적’을 꿈꿔 보면 어떨까? ‘대동강의 기적’을 북한 정권에 매력적인 ‘당근’으로 삼아, 대북 압박이라는 ‘채찍’과 함께 구사하는 것만이 저 비정상국가를 정상국가로 되돌리는 유일한 길임을 강조한다.
작가 소개
저 : 좌승희
주류경제학의 변화를 촉구해 온 한국의 대표 경제학자.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UCLA대학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1973년 한국은행 조사1부로 경제계에 첫발을 내딛은 그는 박사학위 취득 후 미국연방준비은행(미네아폴리스 소재) 경제연구관(economist)을 거쳐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하며 국제경제, 금융경제, 거시경제, 산업조직, 세계화 개혁 연구 및 한국경제 2020비전 연구총괄 등 한국경제 전반에 대한 폭넓은 연구를 수행하였다.
1997년부터 8년간 우리나라 최고의 민간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경제이론 정립과 정책개발에 주력하였으며, 원장을 사임한 후 그는 현재까지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학생들과 경제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경제론을 가르쳐 왔다. 2005년에는 터키 정부에 대한 경제자문단장을 맡아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전수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비교경제학회, 한국규제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도 한국제도ㆍ경제학회회장으로 왕성한 학회활동을 하고 있다. 2006년부터 경기개발연구원 원장을 맡아 수도권과 비수도권, 나아가 국가 및 지역 경제발전을 위한 정책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와 정부혁신위원회 위원, 국민경제자문위원회 위원 및 구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발한 대정부자문활동을 펼쳤다. 현재는 대통령자문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로서의 그의 활동은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 업무유공자표창」, 「제26회 매경 이코노미스트상」, 「제16회 정진기언론문화상」 및 「제50회 정보통신의 날 산업포장」 등의 수상으로 빛을 발했다. 지금까지 저술한 저서로는 『국제화시대의 한국경제운영』(1994), 『내생적 금융제도론』(1995), 『진화론적 재벌론』(1998), 『명령으로 안 되는 경제』(1999), 『기업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조명』(2002), 『신 국부론』(2006), 『한국 현대사 이해』(2007), 『새 헌법 연구』(편) (2007), A New Paradigm for Korea‘s Economic Development(2001, Palgrave), The Evolution of Large Corporations in Korea(2002, Edward Elgar) 등이 있고, 그 외 다수의 국·영문 논문과 공편저서들을 발표했다.
목 차
서론 경제평등을 추구한 사회, 저성장.양극화에 직면하다
제1장 저성장과 양극화의 원인 ?자본주의가 문제인가?
1. 저출산이 저성장의 원인? ?그 반대가 맞다
2. 기술혁신이 소득 양극화의 원인? ?동어반복 주장
3. 무제한 통화 양적 완화를 통한 마이너스 금리로 대처한다?
4. 재분배 강화로 자본주의를 개혁하자?
5. 한국의 저성장ㆍ양극화 원인: 경제평등주의의 함정
제2장 경제발전의 일반이론 ?자본주의 경제발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
1. 자본주의 복잡경제의 발전: 신상필벌의 공정한 경제적 차별의 산물
2. 경제발전의 원리: 시장ㆍ정부ㆍ기업의 삼위일체 경제발전론
시장의 경제적 차별화 기능 / 기업부국(企業富國) 패러다임: 현대적 기업은 자본주의 경제의 창조자 / 자본주의 경제에 내재한 실패가능성: 무임승차에 다른 발전의 동력 상실 / 정부는 경제적 차별화로 시장경쟁과 기업의 성장동기를 살려 내야 / 삼위일체 경제발전론의 주요 시사점
3. 주류 경제학과 마르크스와 ‘일반이론’의 경제세계관
4. 자본주의 경제발전을 위한 이념
상공농사(商工農士)의 실사구시적 이념 / 새로운 이념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
5. 경제발전의 열 가지 신화와 진실
제3장 정치경제체제 유형과 경제발전의 역사적 경험
1. 정치경제체제의 이론적 분류
2. 정치경제체제와 경제발전의 역사적 경험
차별화권위주의(BX) / 차별화(시장)민주주의(AX) / 평등민주주의(AY) / 평등권위주의(BY)
제4장 세계 경제문제의 원인과 동반성장 친화적 정치경제체제의 모색
1. 오늘날 세계 경제난국의 원인: 평등민주주의 정치경제체제
2. 정치체제의 개념 재정립해야
3. 동반성장을 위한 실체적 민주주의: 차별화민주주의
제5장 박정희 동반성장의 산업혁명 ?성과와 경험
1. 박정희 산업혁명
인류 역사상 최고의 동반성장 / 수출이 견인한 박정희 동반성장의 선순환 구조
2. 박정희 경제적 차별화 정책의 주요 사례
수출 우량기업을 더 우대한 수출진흥 정책 / 시장 검증을 받은 기업에만 진입을 허용한 중화학공업 육성 / 성과를 내는 자조하는 마을만 지원한 새마을운동
3. 박정희 정책 패러다임 요약: 신상필벌의 경제적 차별화와 정치의 경제화
신상필벌의 경제적 차별화 정책 / 정치의 경제화 / 박정희 산업혁명의 이념적 바탕: 실사구시
4. 박정희 산업혁명의 이단성에 대한 평가
제6장 한국경제 실패의 역사 ?박정희 청산과 저성장, 양극화
1. 경제의 정치화와 평등주의 정책 기조 고착
2. 경제 역동성 하락과 저성장 추세의 고착
3. 동반성장의 선순환 구조 실종과 각종 양극화의 심화
4. 한국경제 저성장 구조의 새로운 이해
5. 사농공상의 반(反) 실사구시 이념의 재림
제7장 동반성장 회복을 위한 국가개조의 길 ?박정희 동반성장의 교훈
1. 정치개혁: 정치의 경제화 시급하다
경제 사다리와 정치 사다리를 구별할 수 있어야 /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친구가 되기 어렵다 / 정치개혁의 요체: 신상필벌에 역행하는 경제법 제정 금지해야 / 3권으로부터 독립된 제4부 ‘경제번영부’ 신설을 제안한다
2. 공공정책 기능의 정상화: 경제발전 정책을 살려 내고 사회정책도 발전정책 기능을 강화해야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차별화와 경쟁 없이 창조경제 없다 / 기업정책 개혁 과제 / 노사관계의 새 패러다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 교육과 과학기술 정책은 수월성 추구가 생명 /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새 패러다임: 이웃 마을이 흥해야 우리 마을도 흥한다 / 사회정책의 발전정책으로의 구조조정 / 경제민주화의 미망에서 벗어나야
3. 통화정책의 새 패러다임: 중립적 통화정책과 차별적 통화정책
4. 통일학의 새 패러다임: 박정희 한강의 기적 노하우로 ‘대동강의 기적’을 실현하자
5. 중산층 복원이 동반성장 회복의 길
결어 위기의 한국경제, 박정희에게 길을 묻다
참고문헌
후기 70억 세계 인류, 박정희에게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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