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것은 정치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제목 이야기
‘정치’의 그리스어 어원인 Politika가 ‘도시들의 직무(affairs of the cities)’라는 뜻을 갖고 있듯이, 정치란 한 공동체 안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사안을 결정하는 과정, 또는 그 공동체 안에서 자원과 권력을 배분하는 실천적 행위이다. 겉보기에 정치와 상관이 없는 듯한 모든 사회·문화적 일이 실은 정치의 영역이다. 그러므로 이 책에 실린 모든 글도 정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당파성의 경향을 띤 이야기는 아니므로 역시 “이것은 정치 이야기가 아니다”.
다루어진 주제들
저자는 사르트르나 플로베르도 ‘잉여’였다고 말하며 젊은이 특유의 소외감은 현대 사회 고유의 현상도 아니고, 신자유주의 때문만도 아니라고 얘기한다. 그는 “모든 시대, 모든 사회의 청춘은 언제나 잉여였다. 아니 모든 인간은 언제나 잉여였다”라고 주장하며 오히려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과감히 나와 자연의 물성(物性)과 접촉하는 일이 더 건강한 힐링이라며 접속이 아니라 접촉을 제안한다.
한편 비상식적이고 그로테스크한 그림을 그리는 화가 프란시스 베이컨이 우파라는 것에 저자는 놀라움을 표한다. 좌파 사상을 가져야만 고상하고 지적으로 보이며, 특히 예술가는 당연히 좌파적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팽배한 지금 여기 한국 사회에서 베이컨의 철두철미한 예술가 정신과 인생의 통찰이 우리의 마음을 한없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해 준다고 말한다. 호통 치며 군림하는 좌파 이상주의에 대한 피로감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헬 조선’을 말하는 현상에 대해, ‘헬(hell)’이란 국가가 자기 국민을 먹여 살리지 못하고 보호하지 못할 때나 쓰는 말이지, 우리 젊은이들이 한국을 비하하며 ‘헬 조선’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는 것은 결국 바깥 세상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라고 개탄한다.
대한항공 조현아 사건을 통해 부자와 권력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정당한 폭력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천박한 노예근성이라고 질타하기도 한다. 가난한 사람이 법 앞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하듯이 부자도 똑같이 법 앞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 김영란법은 인간의 원초적 성질을 거스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연을 거스르면 활기가 없어지고, 활기가 사라지면 사회의 발전도 정체될 것이라 우려한다.
이외에도 청년 실업, 복면 시위, 지방대 시간 강사 문제, 금수저론, 편향적 역사 교육, 대통령 탄핵 등 2014~2017년 한국에서 일어났던 상황들을 저자는 인문학적인 시각에서 비판하고 그 오류를 경계하였다.
작가 소개
저 : 박정자
朴貞子
이화여고와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불문학 박사를 받았다. 학위논문 제목은 「비현실의 미학으로의 회귀 - 사르트르의 '집안의 백치'를 중심으로」이다. 푸코에 관심이 많아 『성의 역사』 제 1권 '앎에의 의지'를 『성은 억압되었는가?』라는 제목으로 번역했는데, 이는 1979년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푸코를 소개한 책이다. 그 후 푸코의 전기 『미셸 푸코』(디디에 에리봉), 『만화로 읽는 푸코』 등의 입문서와 『비정상인들』,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등의 푸코의 저서를 번역했다. 조선일보 기자, 상명대 불어교육과 교수, 사범대 학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상명대 명예교수이다.
앙리 르페브르의 『현대세계의 일상성』으로, 광고 등 대중문화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 대한 기호학적 해석을 제시했고, 베르나르-앙리 레비의 『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으로 현대 사회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참신한 시각을 소개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빈센트의 구두』,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 『시선은 권력이다』 등이 있다. 사르트르와 푸코에 관련된 자신의 글을 모은 홈페이지 (http://www.cjpark.pe.kr)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 중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와 『시선은 권력이다』는 문화관광체육부에서 교양추천 도서로 선정되었고, 『마이클 잭슨에서 데리다까지』는 우수 교양도서로 선정되었으며, 『마그리트와 시뮬라크르』, 『이것은 Apple이 아니다』는 우수 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
지난 5년간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조형예술 전공 학생들에게 플라톤의 현대성을 강의하면서 플라톤과 현대 예술과의 접목을 시도하였다. 강의 내용을 좀 더 많은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플라톤의 예술노트』와 『플라톤의 몸 이야기』를 편집 저술하였다.
목 차
1부 여전히 미학이다
사르트르도 플로베르도 잉여였다 -17
* 기표와 기의 -21
새삼 실존주의를 생각하다 -22
서양인들이 존경하는 일본 미학 -26
와비사비 -31
표절이예술이 되려면 -35
* 상호텍스트성 -38
이상(李箱)과 동숭동 -41
다산(茶山)과 히치콕 영화 -45
마들렌의 추억 -51
친부살해적 글쓰기 -54
너무 시적(詩的)인 사회 -58
작품에 대한 의미 부여를 경계한 프란시스 베이컨 -62
* 프란시스 베이컨, 그는 드물게도 우파 화가였다 -65
쿨한 네덜란드 국민 -68
「태평성시도」유감 -72
* 「태평성시도」 -76
* 계화 기법 -78
SF 영화와 숭고 미학 -79
* 숭고 미학 -82
칸트와 튤립 -86
에드워드 호퍼, 데이빗 호크니 그리고 이우환 -90
2부 나라 밖 이야기
프랑스 사회당의 친기업 정책 -99
* 마크롱 이야기 -102
유럽행 난민 -111
파리가 세계의 수도(首都)가 된 날 -115
파리 테러 사태가 보여준 선진국 언론의 모습 -119
중학교 동창 -123
3부 한국 2014~2017
유아적 사회 -129
「국제시장」 -132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136
1950년 6월 29일, 그리고 「인천 상륙 작전」 -143
김구와 이승만을 바라보는 시각의 비대칭성 -147
‘좋은 일자리’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불쾌감 -151
긍정의 힘 -154
가면의 미학과 정치학 -158
* 그레마스의 기호사각형 -161
지방시 김민섭의 건강한 탈주 -163
「역사 저널, 그날」 유감 -166
* 민족의 개념 -169
금수저의 정신분석 -173
크라잉넛에서 칸트까지 -177
한국 좌파 사유의 뿌리 없음 -181
가진 자에 대한 폭력은 정당한가? -184
이부진 효과 -188
선물의 사회학 -192
좌파 운동에 스며든 푸코의 사상 -196
4부 포스트모던의 시대
광화문 광장에 대한 보드리야르적 해석 -203
* 키치 -205
아카이브의 시대는 가고, 지금은 다이어그램의 시대다 -208
* 다이어그램 -210
시간표의 정치학 -213
* 등교 시간 -216
전염병은 언제나 권력 현상 -217
안젤리나 졸리 그리고 몸 이야기 -221
미모(美貌)에 대하여 -225
찢어진 청바지 -229
‘영토를 뒤덮은 지도(地圖)’의 우화 -233
* 가상현실 -235
가상현실의 승리 -238
얼굴성 -242
동성애 -246
우정인가, 동성애인가? -250
‘부르주아’, ‘시민’에 대하여 -254
5부 이것은 정치 이야기가 아니다
누가 누구를 비판하는가? -261
마리 앙투아네트 -265
* 광장의 추억 -269
생-쥐스트(Saint-Just) -271
이것은 정치 이야기가 아니다 -275
* 마네 패러디 -278
패션좌파 -282
일상성과 혁명 -287
역사적 기시감 -291
기자의 직업윤리 -295
텔렘 수도원 잔상 -299
반일 이데올로기의 퇴행성 -303
6부 필자의 사생활
책 이야기 -309
청담동 이야기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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