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돈이 필요 없는 나라에 없는 것들. 비단 돈뿐일까?
아니, 어쩌면 그것은 당신의 상상을 넘어설지 모른다.
이 책에는 오늘날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신념들, 심지어 우리의 본성이라고까지 믿게 된 많은 것들이 실은 이 ‘돈 시스템’과 큰 관련이 있다는, 인간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이 깔려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철학적 성찰이나 사회 비판적인 내용의 이론서는 아니다. 오히려 상상력 가득한 ‘돈 없는 나라’ 여행기라고나 할까?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실제 책 속 주인공은 어느 날 깨어보니 ‘돈이 없는 나라’에 와 있는 거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중년의 신사를 만나면서 완전히 새로운 경험들을 하게 된다.
다음은 그가 ‘돈 없는 나라’를 여행하면서 경험한 수많은 ‘없는 것’들의 일부이다.(없는 것들의 순서는 그의 여행 순서이기도 하다.)
1. 가격표가 없고. 계산대가 없다.(돈이 없으니까 당연한 것이다.)
2. 직업의 귀천이 없고, 영리 목적의 기업이 없다.(일을 하는 목적이 돈을 버는 게 아니므로.)
3. 저축이나 연금 같은 것이 없다.(나이 들어도 돈 걱정 없으니 얼마든지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
4. 도둑이 없다.(어디서나 구할 수 있으므로 굳이 훔칠 이유가 없다.)
5. 탈세나 빚으로 인한 자살, 기아, 빈곤도 없으며, 빈부의 차이도 없다.(‘돈 때문에’ 일어나는 세상의 모순이 일절 없다.)
6. 팔기 위해서 새로운 물건을 자꾸 만들어내지 않고, 따라서 소비자의 욕망을 부채질하지도 않는다.(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꼭 필요한 도움이 되는 것이 일을 하는 목적이 되므로 오히려 일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자원은 절약되고, 기술은 더 진보한다.)
7. 경쟁이 없다.(이곳은 더 이상 우리 같은 경쟁 사회가 아니다.)
인간은 필요에 의해 돈을 만들었지만, 언제부턴가 ‘돈 때문에 필요해진 일’도 많다. 그뿐이 아니다. 삶의 거의 모든 것들이 본말이 뒤집어져 있다. 우리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기보다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다음 말은 깊이 음미해 볼 만하다.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당신에게 정말 가치 있는 일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어요. 그것은 가령 당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서 돈이라는 것이 없어진다거나 그 일로 보수가 주어지지 않더라도 당신은 과연 그 일을 하고 싶으냐 아니냐 하는 것입니다.”(이 책, 37쪽)
그런데 돈이 없는 나라에 없는 것이 비단 ‘일’이나 ‘경제’와 관련한 것뿐일까? 아니다. 놀랍게도 그것은 우리의 상상을 훨씬 넘어선다.
8. 결혼 제도가 없다. 따라서 법적인 부부 관계도 없고, 가부장 중심의 가족 관계도 없다.(결혼이나 가족 관계에 소유나 독점, 의존의 관념이 없으며, 법이나 제도, 의무감보다는 당사자들의 자유롭고 주체적인 의사와 행동, 자발적인 책임감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된다.)
9.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분이 없다.(우리 사회에서 프로란 돈을 받고 전문적으로 일하는 걸 말하므로.)
10. 개인과 공공의 구분이 거의 없다.(네 것과 내 것이 따로 없으므로.)
11. 범죄도 없지만, 만약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한 사람이 있다면 감옥이 아니라 병원에 데려간다.(병원으로 가는 이유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경찰도 없고, 재판도 없고, 감옥도 없고, 심지어 법도 없다……!)
12. 개인 간에 폭력이 없고, 국가 간 전쟁이 없다.(서로 싸워야 할 이유가 없다. 물론 부자 나라, 가난한 나라도 없다.)
13. 정당도 없고, 선거도 없다. 당연히 정치가도 없다.(그러면 도대체 정치는 어떻게 하나? 결정할 필요가 있는 사안은 그 문제를 잘 아는 사람들, 흥미가 있는 사람들이 그때그때 모여서 결정한다.)
14. ‘주고(주었으니까) 받는다~’는 사고방식 자체가 없다.(그저 줄 뿐이다.)
15. 의무 교육이 없다.(배우고 싶지 않을 걸 억지로 배울 필요가 없다.)
16. 선생님이 따로 없다.(누구나 선생이고 학생이다.)
17. 시험이 없고, 정해진 커리큘럼도 없고, 순위도 없고, 학력도 필요 없다.
‘돈’이라는 우리의 집단적 믿음에 딴지를 걸어보고
거기에서 자유로워지는 상상을 해보자.
이 책은, 바로 그 상상의 씨앗이다.
“돈이 필요 없는 나라! 실현 불가능한, 꿈같은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꿈꾸지 않으면 지구의 미래는 없습니다. 물론 지금 바로 돈을 없애기는 어려울 테지요. 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돈의 본질을 깨닫고, 돈에 갇히지 않는 삶을 살아간다면 이 세상은 반드시 바뀌어갈 것입니다.” (이 책, 8쪽, 서문)
돈 없는 세상을 꿈꾸는 저자의 절실한 마음이 묻어난다. 저자는 광고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회사에서 견적서나 계산서 작성 같은 돈과 관련된 일을 할 때 아주 답답하고 싫었다고 한다. 그런데 회사에 들어간 지 10년쯤 되었을 때, 문득 돈이란 게 원래 자연계에는 없는 것이고 인간이 생각해 낸 도구에 지나지 않는데 이것이 사라지면 삶이, 사회가 얼마나 좋아질까, ‘돈 있는 지옥’이 ‘돈 없는 천국’으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들었다고 한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이다.
인간의 의식이 현재보다 더 높아지지 않는 한 돈이 없는 나라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지 않겠냐고 많은 사람들이 묻는데, 그때마다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돈이 필요 없는 나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전체의 의식이 높아질 필요가 있지요. 그러나 나는 그중 일부 사람들만 의식이 높아져도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20퍼센트의 사람들이 진심으로 돈이 없는 사회를 바란다면, 반대하는 사람이 20퍼센트가 있다고 해도 관계없지 않을까요? 남은 60퍼센트의 사람들은 어느 쪽으로도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이 책, 219쪽)
이 책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라면 “돈이 없는 사회를 바라는 20퍼센트”의 사람 중 한 명일 것이다. 저자는 책뿐 아니라 같은 내용으로 노래와 연극도 만들어서 직접 공연을 다니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돈이 필요 없는 세상’을 함께 꿈꾸자고 이야기한다. 지금은 ‘상상’에 불과한 일일지 모르지만, 그의 말대로 어느 지역에서든 20퍼센트의 사람들이 같은 상상을 한다면 그것이 현실이 된다는 믿음으로 말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상상을 위해 퍼져 나가는 민들레 홀씨라고 해야 할 것이다.
작가 소개
저 : 나가시마 류진
長島龍人
1958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무사시노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2003년, 돈이 필요 없는 나라お金のいらない?를 출판했으며, 그 뒤 같은 내용의 연극과 노래, 강연 등으로 돈이 필요 없는 이상 사회의 실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계속해 오고 있다.
역 : 최성현
20대 후반이라는 이른 나이에 달리는 기차에서 내린 뒤, 산골로 가서 지구에서 가장 온유한 방식으로 먹을 농사를 짓고, 그 안의 체험을 글로 쓰는 작가이자 번역가다. 강원도 출생으로, 동국대 대학원에서 노장철학을 전공하고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철학종교 연구실에서 근무하다 도시 생활을 접고 1988년 산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산에서 하루 가운데 반은 농사를 짓고, 남은 반은 공부를 하거나 글을 쓰고, 번역을 한다.
"내 영혼의 베이스캠프는 여전히 우리 마을, 그리고 땅을 갈지 않는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내 논밭"고 말하는 그는 강원도에서 땅을 갈지 않는 방식으로 논밭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바보이반의 산 이야기』, 『좁쌀 한 알』, 『산에서 살다』를 썼고 『짚 한 오라기의 혁명』, 『잡초의 전략』, 『여기에 사는 즐거움』, 『어제를 향해 걷다』, 『생명의 농업』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 차
제1장 돈이 필요 없는 나라의 사회
제2장 돈이 필요 없는 나라의 결혼과 가족
제3장 돈이 필요 없는 나라의 병원
제4장 돈이 필요 없는 나라의 학교와 교육
부록 1 (노래) 돈이 필요 없는 나라
부록 2 돈이 필요 없는 나라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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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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