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팩트 체크’를 통해 바라본 광주, 그날의 진실
5 ․ 18의 5가지 미스터리와 평화사상을 찾아서
2020년이면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는다. 올해 개헌 논의 과정에서 ‘5․18정신’을 ‘3․1정신’과 함께 헌법 전문에 넣는 문제가 제기되었고,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도 통과되어 시행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지만 한반도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변화의 중심에서 항구적인 평화와 통일시대를 바라보는 시점에, ‘5․18’은 국민화합과 통일시대 건설에 구심점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논란의 중심에 자리해 있다. 일부에서 제기한 ‘5․18 북한 배후설’, 그리고 아직도 풀리지 않은 몇 가지 미스터리에 대한 정확한 사실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역사학자 김형석은 이 책에서 ‘실증적 역사연구 방법론’에 의거하여 5․18에 관련된 미스터리들을 규명하고 그간 잊힌 인물들을 재조명함으로써, 국민화합에 기여할 수 있는 ‘5․18정신’을 다시금 찾고자 한다.
5 ․ 18의 5가지 미스터리, 그리고 북한군 개입설
5․18은 대한민국이 건국된 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미증유의 사건이다. 국군 공수부대가 민간인 시위대에게 밀려 외곽으로 쫓겨나고, 닷새간이나 광주시가 대한민국의 공권력으로부터 이탈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그 의혹이 정치적․이념적 논쟁과 맞물리면서 미스터리를 낳게 되었다. 그중 대표적인 5가지 미스터리는 ‘전남도청 지하실의 폭약은 누가 설치했는가?’, ‘광주교도소 공격은 사실인가, 조작인가?’, ‘20사단장 지휘차량은 어떻게 피탈되었나?’, ‘아시아자동차공장의 군용차량은 어떻게 피탈되었나?’, ‘전남도내 38개 무기고는 어떻게 피탈되었나?’ 하는 것이다.
이 5가지 의혹은 모두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기에, 일부 국민들 사이에 북한의 특수부대가 광주에 내려와서 저지른 사건이라는 ‘북한군 개입설’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다. 저자는 5․18 당시 군․경 보고서와 상황일지 원본, 군법회의 판결문 등의 1차 사료와 당시 참여자의 증언을 전두환, 지만원, 김대령 등이 제기한 대표적 의혹들과 하나하나 대조하였다. 그 결과 ‘북한군 개입설’의 증거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광주와 관련된 미스터리들은 대부분 항쟁 이후 군부 측에서 광주시민 강경진압을 정당화하고 자신들의 실수를 덮으려는 목적으로 행한 문서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것들임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그 구체적인 사례 중 하나로, 일부에서 ‘북한군 개입설’의 증거라고 주장하는 ‘광주교도소 습격사건’이 있다. 이는 1988년 국회 광주특위 청문회 당시 뜨거운 논란거리가 되었고, 1997년 대법원에서 전두환 일당의 내란사건을 처벌할 때도 “시민군의 교도소 습격을 저지하기 위해 발포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한 근거가 된 사건이다. 그러나 저자가 밝혀낸 바에 의하면, 검찰이 공소장에서 제시한 7차례의 습격사건 중에서 5차례를 대법원이 사실로 인정했는데, 이 공소장에서 인용한〈특전사 전투상보〉 자체가 조작된 것이었다. 따라서 조작 문건을 인용한 공소장에 기초하여 판단한 대법원의 최종판결 역시 잘못될 수밖에 없었다.
5 ․ 18 속에 담긴 평화사상 … 평화주의자 문용동 청년 재평가
5․18을 겉에서 바라보면 공수부대의 무자비한 폭력과 시민들의 처절한 저항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피와 쌀을 나누는 감동이 있고, 남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사랑이 있다. 이처럼 5․18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사건 표면에 드러난 ‘폭력행위’ 속에 감춰진 ‘사랑과 평화의 정신’에도 주목해야 한다.
그 첫 번째 요소로서 저자는 광주시민들의 자발적인 무기 반납에 주목한다. 5․18 당시 광주시민들이 계엄군의 무자비한 폭력에 맞서 자위 수단으로 무기를 탈취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후 자발적인 무기 회수 및 반납 과정은 광주를 폭력적으로만 바라보려는 시각, 그리고 무기 반납을 투항주의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는 사회 분위기에 감춰져 있었다. 실제로, 계엄군이 철수한 다음 날부터 곧장 시민들의 자발적인 무기 반납이 이루어져, 5월 25일까지 탈취된 전체 무기의 90%에 해당하는 4,500여 정이 회수되었다. 이것은 평화를 사랑하는 광주 시민공동체 정신의 증거라 할 수 있다.
또한 저자는 그간 오해되어 온 대표적 인물 문용동에 주목한다. 거리에서 구타당한 노인을 병원에 데려다 준 것을 계기로 22일 결성된 시민수습대책위원회에 참여한 청년 문용동은 도청 지하실에서 무기관리 임무를 맡았다. 당시 도청 지하실에는 시민군이 탈취해 온 다량의 폭약이 보관되어 있었는데, 이것이 폭발하면 광주 시가지가 반파될 것을 염려한 문용동은 군의 도움을 받아 폭약 뇌관을 제거하였다. 그 후 끝까지 무기고를 지키던 문용동은 27일 새벽 도청에 진입한 계엄군에 의해 피살당했다. 이러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문용동은 사후 계엄군 측에는 ‘돈으로 매수한 부화뇌동자’로, 광주시민 측에는 ‘계엄군와 내통하여 폭약 뇌관을 제거한 프락치’로 매도당하다가 최근에 들어서야 광주시민을 보호한 평화주의자로 재평가받을 수 있었다.
시민군 지도자이자〈임을 위한 행진곡〉을 헌정받은 투사 문용동이 5․18민주화운동의 가치 중 ‘자유와 평등’을 대표한다면, 광주시민 전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문용동은 ‘사랑과 평화’라는 가치를 대표한다. 진정한 5․18정신은 이 두 가지 가치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기에, 앞으로 이들의 구체적인 행적과 정신이 동등하게 조명되면서 5․18의 정신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작가 소개
저 : 김형석
건국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남강문화재단 연구원을 거쳐 총신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으며, 지금은 ‘통일과 역사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 『기적을 이루는 사람들』, 『한국교회여 다시 일어나라』, 『남강 이승훈과 민족운동』 등이 있다.
목 차
추천사: 광주의 진실에 한발 다가선 노작_한홍구 7
프롤로그: 왜곡된 역사의 진실을 찾아서 11
제1부 1980년 5월, 광주
1980년 5월 광주로 떠나는 시간여행 27
5?18을 이끈 청년 지도자들 99
제2부 5?18의 미스터리와 진실
도청 지하실의 폭약은 누가 설치했는가? 141
광주교도소 습격사건 177
세 차례 특공작전과 복면부대 217
5?18을 둘러싼 북한군 개입설 251
제3부 5?18에 감춰진 ‘사랑과 평화’
5?18의 평화사상과 대동세상 285
광주를 구한 ‘선한 사마리아인’ 문용동 317
에필로그: ‘광주의 5월’을 넘어 통일로, 세계로 351
주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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