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혁명은 발전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반드시 희생을 동반한다
지금까지 인류는 크고 작은 혁명을 겪었다.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듯, 혁명은 더 풍요롭고 발전적인 삶을 가져오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가 행복한 혁명은 없다. 항상 혁명의 수혜자와 피해자가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을 운운하는 소리가 오래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누군가는 이미 혁명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역사를 돌아봤을 때, 이번 혁명에도 당연히 빛과 어둠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혁명의 중심에서 천상의 삶을 살게 될 테지만 누군가는 혁명의 소외층이 되어 깊은 나락으로 빠질 것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수혜자가 누구고 피해자는 누구이며 그 혁명을 위해 숙청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혁명의 수혜자가 아주 소수일 것임은 잘 알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는 어렵지만, 사전적 의미로는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이라고 한다.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우리 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삶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미 인간은 기계의 발달로 변화된 삶을 살고 있다. 살기에 ‘편리’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곧 우리에게 유토피아를 안겨줄 것이라며 밝은 미래를 꿈꾸고 있다. TV 속 광고도 마찬가지다. 물건을 팔기 위한 목적이니 당연하겠지만,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적극 활용해 사는 모습은 완벽해 보이기까지 한다.
첨단기술의 발전이 꼭 좋기만 할까? 인간의 일을 기계가 대신하는 일이 늘면서 우리 삶은 한결 편해졌다. 하지만 반대로 ‘노동’에 인간이 필요치 않은 시대가 왔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앞으로 노동은 똑똑하고 섬세한 기계들이 담당할 것이므로 생산성이 없는 인간은 자원만 축내는 ‘잉여’일 뿐이다.
유한한 지구자원, 자원만 축내는 잉여인간
‘타노스’처럼 할 수 없는 기득권층의 선택은?
‘마블’의 최강 빌런 ‘타노스’는 우주 생명체의 절반을 없애 우주의 균형을 맞추고자 하니 자신은 구원자라고 한다. 그야말로 악 중의 악이지만, 타노스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자기합리화를 펼치기 시작한 것은 자신이 살던 행성의 인구 증가와 자원 고갈의 문제에서 출발했다. 타노스를 두고 영국의 학자 맬서스와 비교하는데, 맬서스는 줄여야 할 대상을 저소득층으로 콕 찍어 타깃으로 삼았다는 것이 차이이다. 맬서스의 이론은 많은 자본가와 기득권층에게 환영을 받았다고 한다. 식량난의 걱정 속에서 입을 덜고 내 배를 채우기에 딱 좋은 논리였던 것이다.
맬서스가 주장했던 것처럼 이 세계가 극단적인 파멸로 치닫지는 않았지만, 지구의 자원이 유한한 것은 사실이다. 스티븐 호킹의 말처럼 다른 우주 정착지를 찾지 않는 한 인류는 멸망할 수밖에 없다. ‘다함께’ 잘 살 수는 없는 것이다.
현대의 기득권층도 아마 내심 맬서스의 이론에 호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앞서 말한 것처럼 생산성 없고 자원만 축내는 ‘잉여인간’들을 어디엔가 고립시켜야 자신의 평화로운 지구 생활이 영위될 것이기 때문이다. 돌아다니는 인구가 20억 명만 줄어도 지구는 그 활력을 회복하고 더 오래 종말론적 근심 없이 인류는 유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옛날처럼 역병이나 기근, 전쟁, 더 심하면 인종말살정책 혹은 타노스처럼 손가락을 튕기는 것으로 무자비하게 생명을 없앨 수 없다. 그래서 지구의 환경을 쾌적하게 바꾸기 위해, 귀중한 자원을 낭비 안하고, 자연 훼손 안 하고, 공해를 발생시키지 않으며, 이동 및 통제에 협조적인 존재가 되어주고, 일절 정치와 정책에 관여 안 하는 조건으로 세금도 면제해주고 생활비를 지원하는 등의 혜택을 줄 수 있다. 여기에 즐겁고 완벽한 가상의 유토피아를 제공해 준다면, 거절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들을 위한 교육은 이미 오래전부터 착착 진행 중이다. 예전에는 ‘얼리어답터’라는 참 좋은 이름으로 요즘에는 ‘설득기술’이라는 그럴 듯한 명칭으로…. 결코 협박도 강요도 아니다. 자기들 스스로 그 길을 가게 만드는 것이다. 강제로 노예를 만드는 것보다, 자발적으로 노예가 되도록 하는 것이 티끌 같은 양심의 가책을 더는 방법일 것이다.
자발적 선택으로 이렇게 살아가겠다는 인간들이 많아진다면, 그들은 현대의 과학시대에 있어서는, 그 어떤 시대의 그 어떤 노예보다 또 농노계층보다도 더욱 소중한 존재가 될 것이다.
자각하라
우리는 자유인인가, 새로운 노예인가?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나는 어딘가에 예속되어 있지도 않고 억압을 당하고 있지도 않은데 그냥 자유인이 아닌가?
노예로 만들어짐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이 혁명으로 생겨날 새로운 노예들은 오히려 주인보다 더 상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엘리트 계층은 뼈 빠지게 일하는데 노예들은 일도 안 하고 놀고먹으며 즐겁게 살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허점은 여기에 있다. 고통을 피하고 유희를 얻는 대신 주인에게 영혼을 뿌리째 내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생각해 볼 것은, 혁명을 통해 농노가 노동자로 변했을 뿐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며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은 노동자들에게도 무노동의 자유를 주겠다는 멋진 캐치프레이즈를 달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어떤 복선이 깔려 있는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일 안 해도 먹여 살려 줄게.”라는 약속처럼 달콤한 말이 또 어디에 있을까? 속내는 단체로 잉여가 되어달라는 부탁일 것인데.
혁명이 품은 양날의 검은, 그리 길지 않은 인터넷의 역사 속에서 이미 드러났고 계속 드러나고 있다. 인공지능이나 가상현실 혹은 유전자공학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편리와 생활의 개선, 그리고 효율화, 간소화 및 능률화를 위해 등장한 혁명적, 진보적 도구가 예상과는 달리 불러올 수 있는 부작용들을 한두 사람이라도 비판적인 시각에서 검토해보았으면 한다.
책을 읽고 다소 비약이 아니냐고, 닥치지도 않은 일을 뭘 그리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느냐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점점 가속도가 붙는 변화와 발전 그리고 그로 인한 계층 간 독점과 소외라는 사회역학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보려는 시도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VR체험, 가상세계에 심취하고 스마트폰 액정에 코를 박은 채 무언가에 홀린 듯 새로운 ‘앱’ 또는 ‘어플’을 다운로드 받는 우리가 바로 그들이 원하는 모습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모두가 한 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우리가 정말 ‘자유인’이 맞는지.
작가 소개
저 : 최성환
1964년생 서울 출생
서울 대성고등학교 졸업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네이버 지식인, 하이닥(Hidoc) 상담의
칼럼니스트
사이코드라마 감독
경희대학교 의과대학교 외래교수
2017, 2018년 Marquis Who’s Who 세계인물사전 등재
저서 『지도자의 자격』
목 차
여는 말
1장 노예제도의 발생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잉여경제와 노예제도
2장 노예제도의 발전
자유냐, 죽음이냐, 노예들의 반란
노예제도의 변화
3장 혁명의 발생
개혁과 혁명 그리고 진화
우리가 거쳐 온 혁명
남보다 앞서가는 것이 혁명이다
앞선 자와 뒤선 자
혁명의 허상
4장 아날로그와 디지털
알아야 할 단어가 점점 더 많아지는 세상
아날로그와 디지털
5장 노예 만들기
노예제도의 필요성
무관심한 관심
설득의 기술
6장 알골리즘과 빅데이터
크라우드 소싱
숫자와 알골리즘
악수하는 기계
닫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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