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처럼 과학기술학의 ‘제2의 물결’의 철학적 원칙은 인식론적 상대주의다. 초창기의 콜린스도 이러한 사회구성주의적 입장에 따른 상대주의적 원칙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1985년이 지나면서 콜린스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나타난다. 그는 당시 사회구성주의자들이 공유하고 있던 인식론적 상대주의를 버리고 방법론적 상대주의로 입장을 선회하게 된다.
이러한 입장은 인류학자들이 현장 연구를 하면서 현지인들에 대해서 아무런 편견 없이 접근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과학적 논쟁에 대해서는 방법론적으로 그 결과를 모르는 것처럼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또한 사회적인 것과 과학적인 것이 적어도 방법론적으로 분리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물론 실제 상황에서 관찰자의 배경 지식과 관찰 대상의 관계는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기에 따로 분리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하지만 콜린스는 방법론적으로 이 두 가지 요소를 분리하여 과학과 사회의 관계를 새롭게 고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적 가치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다!
‘제2의 물결’의 시기의 사회구성주의자들에 따르면 과학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는 서로 구분하기 매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가치중립성을 유지하려는 과학기술에도 민주주의라는 사회적 가치를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어왔다.
반면에 이 책에서 ‘제3의 물결’을 주장하는 콜린스와 에번스의 입장은 과학과 사회가 분리 가능한 영역이라는 것이며, 과학이 민주주의적 가치를 방어할 수 있는 기제로서 선한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콜린스가 보기에 ‘제2의 물결’은 과학의 권위를 무너뜨리기는 했지만 다시 짓지 않았던 점에서 ‘제3의 물결’로 보완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과학에서 어떻게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선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까? 콜린스의 해답은 간단하다. 과학이 민주주의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은 과학적 가치에 존재하고 있는 기대와 열망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과학에는 사회적 가치로 환원할 수 없는 과학적 가치 체계가 존재하고 있으며, 그 가치 체계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요소를 담고 있다는 것이 콜린스와 에번스의 핵심 주장이다. 이 책은 민주주의를 위한 과학적 가치는 과학자들이 갖고 있는 전문적 지식이 아니라, 과학자들이 갖고 있는 과학적 열망임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 소개
저 : 해리 콜린스
Harry Collins
카디프 대학교 사회학과 석좌 연구 교수이자 지식·전문성·과학 연구 센터 소장으로 있다. 바스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던 1980년대 초에 상대주의의 경험적 프로그램(Empirical Program of Relativism, EPOR)을 제창해 에딘버러 대학교의 배리 반스, 데이빗 블루어 등이 주도한 지식사회학의 강한 프로그램(Strong Program)과 함께 과학지식사회학의 이론적 조류를 이끌었으며, 1990년대 중반 이후의 이른바 '과학전쟁(Science Wars)'에서도 주요 논객으로 활동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전문성과 민주주의의 문제로 관심의 폭을 넓히고 있다. 저서로는 골렘 시리즈 외에 『변화하는 질서(Changing Order)』(1985년), 『인공 전문가 (Artificial Experts)』(1990년), 『중력의 그림자(Gravity's Shadow)』(2004년), 『전문성에 대한 재고(Rethinking Expertise)』(2007년, 로버트 에반스와 공저) 등이 있으며, 편집한 책으로 『하나의 문화?(The One Culture?)』(2001년, 제이 라빙거와 공편) 등이 있다.
저 : 로버트 에번스
Robert Evans
영국 카디프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과학기술학에서 공공 영역의 기술적 의사결정에 대해 연구했으며, 과학기술학의 제 3의 물결(Third Wave of Science Studies) 논의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했다. 전문성의 본질과 정책 결정에서의 전문적 지식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해리 콜린스와 함께 저술한 『전문성에 대한 재고』(Rethinking Expertise)가 있다.
감수 : 김기흥
포항공과대학교 인문사회학부 교수. 영국 에딘버러대학교에서 과학기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런던대학교와 임페리얼 컬리지에서 연구를 했다. 저서로 『광우병 논쟁』, 『질병의 사회적 구성』(Social Construction of Disease)이 있고, 공저로 『기억하는 인간, 호모 메모리스』, 『로보스케이프』가 있다.
감수 : 이충형
포항공과대학교 인문사회학부 교수.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프레즈노 캠퍼스 철학과 및 경희대학교 철학과에서 재직했다. 공저로 『예외: 경계와 일탈에 관한 아홉 개의 사유』, 『양자, 정보, 생명』 등이 있다.
역 : 고현석
연세대학교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신문 과학부, 경향신문 생활 과학부, 국제부, 사회부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과학기술처와 정보통신부를 출입하면서 과학 정책, IT 관련 기사를 전문적으로 다뤘으며, 국제 관련 외신 기사를 작성했다. 현재는 과학과 민주주의, 우주물리학, 생명과학, 문화와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기획하고 번역하고 있다. 그동안 번역한 책으로는 《인종주의에 물든 과학》, 《세상의 모든 과학》 등이 있다.
목 차
머리말
제1부 서론
제1장 도덕적 선택으로서의 과학
과학적 가치와 도덕
과학의 세 가지 물결
드러냄과 증명
이 책의 구성
제2부 선택적 모더니즘
제2장 과학을 선택하는 것
과학적 가치와 기술적인 측면
구분의 문제
과학의 형성적 열망
전통적인 과학철학에서 추출한 형성적 열망
머튼 과학사회학의 형성적 열망
그 밖의 형성적 열망
논리적 기계와 삶의 양식으로서의 과학
까다로운 문제: 과학이 효과가 없을 때 방어하기
중간 결론
제3장 선택적 모더니즘, 민주주의 그리고 과학?
선택적 모더니즘의 범위
선택적 모더니즘과 정치적 측면
과학에 대한 새로운 이해: 부엉이들
정책 조언을 위한 새로운 제도
여전히 답이 필요한 문제
결론
제3부 학술적 맥락
제4장 맥락으로 본 선택적 모더니즘?
선택적 모더니즘과 제2의 물결
선행 연구자들과 동시대인
제5장 제도적 혁신?
시민 패널, 배심원, 합의회의
구성적 기술영향평가
시민 과학
공적 토론과 자문
대중의 과학과 기술 참여
정책 조언자로서의 전문가
결론
제4부 선언문
제6장 선택적 모더니즘과 민주주의?
왜 순진성에 의존하는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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