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새로 쓴 인간불평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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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이선경
출판사항프리스마, 발행일:2018/07/27
형태사항p.695 국판:23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86053096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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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2017년에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의 데이터를 인용한 옥스팜(Oxfam)의 발표에 따르면, 오늘날 불평등 문제는 더욱 악화되어 상위 1%가 차지한 부는 이미 전 세계 부의 50%를 넘어섰다. 즉, 상위1%가 전 세계의 나머지 인구 99%가 가진 것만큼의 부를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한마디로 전 세계에 사상 유례가 없는 불평등이 실현된 것이다.

전 세계의 절반인 약 37억 명의 부를 합쳐 놓은 것과 맞먹는 부를 소유한 부자 수는 2000년에 388명이었다가 2013년에는 85명, 2015년에는 62명으로, 그리고 2017년에는 다시 42명으로 줄어들어 부의 집중도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7년도에 대한 옥스팜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에서 새로이 창출된 부의 82%가 상위 1%의 부자에게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최근 전 세계인은 1%를 위해 경제를 창조해온 셈이다.

“모든 역사는 하나의 긴 아귀다툼(struggle) 이야기이다. 남들을 짓밟고 올라가 삶의 무거운 짐을 그들의 어깨 위에 지우고, 그들의 희생을 대가로 세상의 즐거움을 누리려는 사람들의 기나긴 아귀다툼 이야기 말이다”라고 말한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윌리엄 그레이엄 섬너(William Graham Sumner)의 말이 과장된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인류 역사는 “과연 정의가 존재하는가”라고 물을 정도로 알고 보면 처참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수의 부 창출을 위한 생산 도구로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한 채 무거운 삶의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을 해야 하고, 그 소수는 그들의 희생을 대가로 치열한 경쟁자들과의 토너먼트에서 싸워 승리하려 한다.

또한 2017년 옥스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고 부자 8명의 재산이 지구상의 인구 절반의 재산을 합친 것과 맞먹는다. 2017년《포브스》지의 세계 최고 부자 리스트에는 이들의 재산이 대략 500억 달러(대략 56조 원)부터 800억 달러(대략 90조 원)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2018년 7월 21일 현재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 내역을 다시 보니 세계 최고 부자 순위 1, 2위를 차지한 제프 베조스(Jeff Bezos)와 빌 게이츠(Bill Gates)의 재산은 각각 1,490억 달러(대략 169조 원 와 938억 달러(대략 106조 원)로 더 뛰어올랐다. 부질없는 가정이겠지만 이자가 한 푼도 안 붙는다고 쳐도 본인들이 그 돈을 다 쓰려면 매일같이 1억 원씩 물 쓰듯 써도 대략 2900~4600년이 걸린다. 한마디로 자기 밑으로 몇 십 세대가 될지 모를 후손들까지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재산을 확보해놓은 꼴이다. 그러니 물론 행복을 결정하는 요소가 돈만은 아니겠으나 적어도 경제적 측면에서만큼은 유토피아를 실현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날이 갈수록 부의 불평등 문제는 우리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더욱더 극심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불평등 문제에 있어서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1997년 IMF 위기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영세 자영업자로 내몰려 온 가족이 잠자는 시간만 빼고 매달려도 집세, 자녀들 교육비, 의료비 걱정을 해야 하고, 젊은이들은 좁은 취업의 문을 뚫기가 어려워 연애,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하고 생활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은 세상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를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했다. 사회 전반적으로 부의 불평등이 극심하게 악화되고, 그러한 사실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데이터를 통해 직접 확인하고,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조차 “월가를 점령하라”와 같은 운동이 벌어지고, 버니 샌더스와 같은 정치인이 미국 대선에 등장해 현실 인식을 확대 재생산해주고, 『88만원 세대』와 같은 책들이 우리 주변에 회자되고서야 우리가 속한 숲 전체의 불평등 문제를 어렴풋이나마 바라보고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상위 1%가 전 세계 부의 50% 이상을 소유한 지금, 대학교수도 불평등 문제 전문가도 아닌 어느 평범한 시민이 장장 6년간 불평등 문제에 매달려 불평등의 기원, 불평등의 역사, 불평등의 이유, 불평등 문제 해소 방안 등을 연구하고 그것을 696쪽에 달하는 책으로 펴냈다. 그것이 바로 이 책 『21세기에 새로 쓴 인간불평등사』이다.

지식이라는 것은 대학교수나 전문가들의 전유물일 수 없다. 이 책의 저자는 평범한 시민이지만 그의 글은 대학교수나 학자, 전문가의 글을 뺨칠 정도로 범상치 않다. 이 책은 생물학, 역사, 철학, 사회학, 경제학, 과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의 폭력적 본성과 탐욕에 대한 고찰부터 시작해 불평등 피라미드를 강화하려는 자와 허물려는 자의 신·선악 이데올로기·생산 도구 쟁탈전의 역사, 폭주하는 자본주의가 낳은 불평등 메가 피라미드에 감춰진 비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불평등 문제 전망, 그리고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까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불평등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총망라하고 있는 대작이다.

불평등 문제를 흥미진진하고 설득력 있게 풀어나가는 저자의 필력은 단순히 스토리텔링 능력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라 불평등 기원과 불평등 역사, 불평등 문제의 현주소에 대한 6년에 걸친 저자의 끈질긴 연구와 그것을 통해 얻은 놀라운 통찰력에서 비롯된 것이며, 날로 심화되는 불평등 문제에 대한 ‘사이다’와 같은 신랄한 비판과 설득력 있는 예시 및 분석 역시 거의 300개에 달하는 국내외 참고문헌 목록이 말해주듯이 불평등 주제에 대한 저자의 집요함과 왜 우리가 불평등한지 알려는 저자의 절박한 문제인식, 그리고 섭렵한 지식에 대한 논리적이고도 예리한 자기소화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인류 문명이 전개되는 동안 이토록 끈질기게 불평등이 유지되거나 더 증폭된 이유는 도대체 뭘까?’, ‘심지어 오늘날에는 세계사적으로 정치적 자유와 평등이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인간은 평등하다고 믿으며 민주주의 제도 하에서 1인 1표의 투표권을 행사하며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불평등의 정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다가올 미래에도 불평등 문제에 관해서만큼은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이유는 뭘까?’, ‘결국 지금까지는 물론 앞으로도 불평등은 그냥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평등한 사회란 불가능한 꿈에 불과할까?’ 아울러 이 책은 이러한 의문들과 맞물려 있는 ‘인간은 도대체 어떤 존재이고, 사회는 어떤 원리에 의해 작동하는가?’, 과연 이러한 불평등한 세상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정의는 실제로 가능할까’, ‘정의란 정말로 근거가 있는 실체일까’, ‘인간의 폭력적 본성과 탐욕, 단 한 번도 평등했던 적이 없는 인류 역사, 이전까지 생산 도구이자 소비 도구였던 중하위층이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산 도구에서조차 배제되고 소비 도구라는 위치마저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우리가 미약하나마 희망을 놓지 않는 이유는 뭘까?’라는 근원적인 물음들을 하나하나 푸는 데 꼭 필요한 여정을 담고 있다.

불평등 문제는 99%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머지 1%까지 포함한
인간 모두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공존의 문제이다

인간은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와 같다. 따로따로 떼어놓고 생존을 논할 수 없다는 말이다. 전 세계 부의 50% 이상을 소유한 상위 1% 역시 생산 도구이자 소비 도구인 99%가 제 역할을 하면서 희생을 해줘야만 엄청난 부를 창출하고 그것을 독점할 수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암적 돌연변이인 거품경제와 금융화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불평등 문제가 극심해진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까지 눈앞에 다가와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그동안 생산 도구로서 역할을 해온 99% 인간을 대체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인간은 생산 도구에서 밀려나 소득이 감소하여 더 이상 소비 도구로서의 역할마저도 수행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를 수도 있다. 99%의 희생으로 엄청난 부를 독점하는 상위 1%의 존재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평등한 세상을 꿈꾼다고 말하면, 존 레넌(John Lennon)의 노래 [이매진(Imagine)]의 가사처럼 “당신은 내가 몽상가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 혼자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닐 거다.(“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평등한 세상은 과연 유토피아에 지나지 않을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유토피아는 인간의 가슴이 상영하는 꿈이다. 매일 밤 눈꺼풀 너머의 스크린에 어른거리는 또 다른 현실이다. 물론 그것은 그저 인간의 소망, 바람, 희망 따위가 만들어낸 환영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간에게 소망, 바람, 희망만큼 소중한 진실이 있을까? 사실 그것들은 우리가 지금 어디에 와 있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려주는 나침반 같은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 중에 그런 꿈을 헛되다고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이가 있을까?”라고.

불평등 문제는 좀 더 깊이 생각하면 99%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머지 1%까지 포함한 인간 모두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공존의 문제이다.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불평등의 기원, 불평등의 역사, 불평등의 이유, 불평등 문제 해소 방안에 대한 근원적 이해와 통찰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책의 개요
인간은 폭력성과 탐욕으로 들끓는 존재.
인간 역사는 불평등 문제와 불평등 피라미드 유지·강화하려는 자와 허물려는 자의 투쟁으로 점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으로 인간은 호혜적으로 협력할 줄 알고
집단지성을 발휘할 줄 아는 존재.
자연 속 유기체적 집단이 좋은 성공 모델.
불평등 문제에 대한 관심과 자각, 제대로 된 이해, 해결책 모색하려는 집단지성,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도구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가
불평등 문제 해결의 핵심 열쇠

제1부는 사회에 끈질기게 존재하는 피라미드 형태의 구조적 불평등과 정의에 관한 본질적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늘날 인류는 사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미 상식이 되다시피 한 답을 작성해놓았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나온 세계인권선언문의 내용으로, 현재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가 헌법과 법률에 반영하여 정의의 보편적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그 기준대로라면 그 이전은 물론 아직까지도 현실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부의 불평등은 극심해지고 있고, 곳곳에서 크고 작은 테러와 전쟁이나 그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 정의라는 개념이 존재한다고 해서 그것이 실제로 실현되고 있는 것은 아닌 셈이다.

그렇다면 정의와 관련해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정의란 무엇인가’보다 오히려 이런 것이어야 할 것이다. 즉, 그토록 참혹한 세계적 전쟁을 통해 뼈저린 교훈을 얻고도 세상이 아직도 충분히 정의로워지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혹시 지금 이대로가 자연의 순리이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므로 세계인권선언 내용은 처음부터 실천이 불가능한 목표였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가 인간 사회를 비롯한 세상의 모든 자연스러운 현상들을 부자연스럽게 정의라는 임의의 잣대에 따라 선과 악, 정의와 불의로 잘못 나누어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현실 속에서 정의가 그토록 실현되기 어렵고 힘든 이유는 아닐까? 그렇다면 정의는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이상향일까? 정의는 가능한가? 제1부에서는 이러한 질문들을 살펴본다. 불평등 문제는 결국의 정의의 문제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제2부에서는 1부에서 제기한 의문들을 풀기 위해서 인간은 어떤 존재이고 사회란 어떤 원리에 따라 작동하는지를 검토한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생물의 고유한 특성인 ‘안락범위’와 ‘생물학적 기대’를 타고난 존재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동물의 사회가 안고 있는 공통적 난제와 질서를 공유한다는 내용을 다룬다. 그렇다면 다른 사회적 동물들과 달리 초거대 규모의 인간 사회를 가능하게 한 질서는 무엇일까? 이 질문과 관련하여 2부에서는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고유한 능력을 통해 다른 동물 사회가 갖지 못한 ‘3인칭 처벌’이라는 방법을 발전시켰으며, 그 방법이 어떤 식으로 동물의 서열 질서의 확대 버전인 피라미드식 불평등 질서를 구축하는 데 기여했고, 그것이 왜 원시적인 형태의 ‘정의’라는 개념의 발단이 되었는지도 서술하고 있다.

제3부의 목적은 인류 문명사 내내 유지되어온 다양한 불평등 피라미드의 실체가 무엇이고, 그것을 지탱하는 원리는 무엇이며, 과연 언제까지 지속 가능한지를 밝히는 것이다. 최근 자본주의에 위기가 닥치고 있다는 경고들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져나오고 있는 시점에 ‘우리의 내일은 안전할까’를 진단하는 최고의 방법은 과거라는 데이터를 한층 더 깊이 통찰하는 데 있을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제3부에서는 불평등 피라미드를 구축하고 유지하려는 ‘피라미드’ 세력과, 그 굴레로부터 벗어난 세상에서 살기 위해 피라미드를 허물고 대안적 질서를 세우려는 ‘반(反)피라미드’ 세력 간의 대결 양상이라는 관점에서 과거의 주요 역사적 사건들을 재조명한다. 그 과정에 양 세력이 어떤 종류의 유·무형 도구들을 사용했는지, 그리고 때에 따라 어떤 식으로 상대편의 도구를 빼앗아 교묘하게 변형 또는 변질시켜 다시 상대편에게 휘둘렀는지를 살펴본다. 여기서 도구란 무기 같은 물리적인 형태뿐 아니라 온갖 경제·사회적 법, 제도, 종교, 이데올로기, 이론, 개념과 같은 추상적 형태의 도구를 포괄한 개념이다. 추상적 도구에 해당하는 사례로 함무라비 법전, 기독교적 신, 선악 개념, 봉건제, 평등사상,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마르크스주의, 신자유주의 등을 다루게 될 것이다. 아울러, 각 지배 계층이 물리적이거나 추상적인 도구들을 활용할 때마다 예외 없이 ‘선악’과 ‘정의’라는 개념을 명분으로 내세웠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다룬 내용은 대략 이렇다. 인간 종에게만 거의 유일한 3인칭 처벌 기제가 투영된 함무라비 법전은 어떤 점에서 피라미드 질서의 서막을 알리는가? 그 다음으로, 피라미드 최하위층의 소망을 상징했던 기독교적 신은 왜 로마의 황제에 의해 탈취되어 어떻게 로마 제국이라는 피라미드의 지배 도구로 쓰였는가? 프랑스 혁명과 관련해서는, 계몽주의에 심취했던 로베스피에르는 어떻게 다수 대중의 지지를 획득하여 일시적으로나마 불평등 피라미드를 허무는 데 성공하고 그 자리에 보다 수평적인 대안적 질서를 세우려는 실험을 시도할 수 있었는가? 로베스피에르가 기존의 도덕 이데올로기를 전복시킨 행위, 즉 특권적 소수 지배층에게 복종하는 것이 선이라는 기존의 가치관에 반기를 들면서 그러한 복종은 악일 뿐, 나머지 98%의 다수의 뜻에 따르는 것이 오히려 진정한 선이라는 주장을 펼친 행위는 어떤 역사적 의미를 갖는가? 마르크스주의의 취지는 무엇이고, 그것은 왜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을까? 사회적 생산 도구의 사유화라는 자본주의 제도에 반대하는 대신 그 대안으로 공산주의 비전을 제시한 마르크스주의는 어찌하여 스탈린과 같은 지도자에 의해 또 다른 피라미드식 공산주의 체제 구축을 위한 이데올로기 도구로 변질되고 말았을까?

이어 자본주의가 어떤 배경 속에서 출현하여 어떻게 전개되어왔는지도 짚어볼 것이다. 인류 문명이 전개되는 동안 끈질기게 유지되어온 피라미드 구조는 자본주의 시대에 와서도 여전히 존재했을 뿐 아니라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낳은 주범이 되었다. 종전 이후 민주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점차 확산되어 정치적 자유와 평등이 확대되고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믿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 경제·사회적 불평등은 사라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더 심화되어 있는 실정인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검토한다. 그 과정에서 한때 피지배층의 소망이자 핵심 도구였던 자유민주주의가 어떻게 자본주의 강국에 의해서 전 세계적 메가 피라미드의 지배 도구로 변모했는지를 논할 것이다. 아울러, 공산주의 체제의 붕괴 후 신자유주의 시대를 맞이하며 어떤 식으로 자본주의에 암적인 변이가 발생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각종 물리적·추상적 도구 쟁탈전이 고대의 법전, 중세의 기독교, 근대 프랑스 혁명, 이후 자본주의와 마르크스주의, 공산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어떻게 두 가지 거시적인 역사 흐름을 만들어냈는지를 분석한다. 한 가지 흐름은, 공동체 내에 피라미드 질서를 구축하고 집단적 협력의 산물을 전유·착취함으로써 초월적인 자유와 권력을 누린 소수 지배자들의 야망과 패권을 위한 영역싸움의 역사이다. 또 다른 흐름은, 불평등과 차별, 피착취의 굴레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피라미드 질서를 허물고 좀 더 수평적인 대안적 협력 질서를 찾고자 애쓴 피지배층의 열망과 투쟁의 역사이다.

제4부에서는 ‘불평등 피라미드를 허물고 보다 수평적인 대안적 사회 질서를 추구’하는 문제가 ‘정의’의 문제와 맞물려 있는 만큼 제1부에서 제기한 ‘정의는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할 것이다. 그에 앞서 도덕성과 정의의 뿌리가 사회·생물학적인 바탕에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그런 전제 하에 도덕성과 정의는 모든 동물 사회에 기본적으로 공통된 문제일 수 있음에도 실제로는 오직 인간 사회에서만 그 가치가 집단적으로 요구되고 또 일정 정도 실행된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그 과정에 정의라는 개념이 탄생하는 데 필요한 네 가지 조건도 짚어보고, 이어 민주주의가 왜 이보다 더 나은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는지를 분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정의가 여전히 하나의 공존원리로서 자연선택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와 그러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열쇠로서 불평등 문제에 대한 대중의 자각과 인식, 그리고 정보의 공유의 중요성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집단지성의 힘에 대한 견해도 밝히고 있다. 아울러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이 피라미드 대 반(反)피라미드라는 두 갈래의 역사 흐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하게 될지도 덧붙였다.


“평범한 시민인 나는 왜 6년간이나 불평등 문제에 매달려 이 책을 집필했나?”
나는 불평등 문제를 온몸으로 겪으며 통과하고 있는 평범한 시민,
불평등 문제는 나 같은 평범한 시민들에게는 더 절박한 문제.
그러기에 인간 역사에서 왜 불평등이 계속되는지, 심지어 왜 더 심화되고 있는지 알아야만 했다.
그래서 6년간 연구에 매달렸고 써내려갔다.
그리고 그것의 결과물로서 이 책을 펴냈다.

나는 늘 내 주변 사람들이 조연으로 등장하는 ‘내 마음속’ 무대에 주로 관심을 쏟던 사람이었다. IMF 위기 때 학업을 중도에서 포기하고 미국에서 돌아온 지 한참 후까지도 그랬다. 되돌아보면 정의의 문제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끊임없이 내 마음속 무대에 파문을 일으키곤 했던 주제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와 주변 사람들 개개인의 인격이나 성격상의 갈등 문제라고만 여겼었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불평등과 정의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13년 전후였다. 당시 우리나라에 몰아친 정치·사회적 격변과 아울러 결정적으로 이 책의 모티브가 된 주제를 탐구하게 한 티핑포인트는, 10~15년 전보다 더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열악해져만 가던 나의 직장의 노동 조건이었다. 그것은 소위 조물주보다 더 위에 있다고 하는 건물주가 건너건너 나에게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였다. 결국 나는 당시의 직장을 그만두고 재택 번역 일을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이 책의 집필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그 때부터 허용된 물리적 시간이었겠지만, 나를 그런 시간으로 몰아넣은 것은 더 거대한 신자유주의 물결이 우리나라에 가져온 경제 구조적 변화임에 틀림없다.
독자들은 이 책의 저자인 내가 교수나 학자도 아닌 평범한 시민이라는 사실에 의아해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오늘날 지식은 학자나 교수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 내의 부의 양극화나 피라미드식 불평등 구조, 정의와 불의, 생존과 삶의 질의 문제 등에 대한 관심과 고민은 더더욱 그들만의 전유물일 리 없다. 실은 그들보다 나와 같은 평범한 시민에게 더욱 절박하고 시급한 문제이다.

실제로 이 책은 평범한 한 시민이자 아무런 전문적 지식이 없던 나와 같은 사람이 답답하다 못해 스스로, 왜 이렇게 세상이 불평등한지, 원래 이런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인지, 정의란 실재하는 것인지, 혹은 가능하기는 한 것인지 등에 관한 의문을 풀기 위해 떠난 탐구 여행의 이정표들을 담고 있다.
나에게 이 책의 내용은 뜻밖에 발견한 목적지와 같다. 이런 결과물은 이 여행을 출발할 당시에만 해도 상상조차 하지 못한 미지의 미래에 속한 사건이었다. 언제 어디에서 종착지를 만날지 전혀 알지 못한 채 단지 강렬한 영감과 몇 가지 실마리만 믿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을 따라오다 보니 여기에까지 이른 것이다.
사실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모든 생물이 다 하는 짓이다. 나 역시 생물의 일종으로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문제를 안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그 본질을 이해라도 해보기 위해 내 방식대로 꿈틀댔을 뿐이다.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말이다. 장담컨대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 역시도 지금 이 순간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안고 있는 삶의 문제를 풀거나 이해해보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씨름을 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이 책이 인간과 사회의 또 다른 측면의 진실을 이해하는 데 의미 있는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듣게 된다면 보람 있고 기쁘겠다. 그리하여 이 책이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더 나은 미래로 안내하는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작가 소개

저 : 이선경

한양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주 SCAD(Savannah College of Art and Design) 석사 과정을 중퇴했다.
현재 원스탑잉글리쉬(www.onestopeng.com) 대표이며, 유튜브 채널 〈알아둘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Stuff Worth Knowing)〉운영자이다. 저서로는 『면접관의 의도를 파악하는 인터뷰 영어』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물건 버리기 연습』, 『사장은 왜 밤에 잠 못 드는가』가 있다.  

 

목 차

서문
이 책의 개요

PART 1 정의는 가능한가

Chapter 1 유엔 세계인권선언의 역설

Chapter 2 자연과 부자연
생태계와 약육강식이라는 자연현상 | 식인은? | 그렇다면 간접적 식인은? 혹은 살인을 통한 이익 추구는? | 인간 집단 간의 전쟁과 사자 무리 간의 영역싸움 | 본질적 의문 - 자연과 부자연, 정의와 불의, 선과 악

Chapter 3 인류의 영역싸움의 역사
5300여 년 전 인류의 영역싸움의 증거 | 침팬지의 영역싸움과의 유사성

Chapter 4 인간의 폭력적 본능 논란
침팬지는 어느 정도나 폭력적일까 | 인간은 어느 정도나 폭력적일까 | 인간의 폭력적 본성 논란

PART 2 인간은 어떤 존재이고 사회란 어떤 곳인가

Chapter 5 생물

Chapter 6 안락범위 - 박테리아와 인간의 공통 원리

Chapter 7 생물학적 지식과 기대

Chapter 8 정의의 궁극적 근거

Chapter 9 사회의 기원 - 경쟁과 협력의 탄생
단세포 생물 간의 협력 | 협력의 장점

Chapter 10 세 가지 유형의 생존 전략
각자도생형 동물의 전략 | 진사회성 동물의 전략 | 사회적 동물의 전략

Chapter 11 사회적 동물이 떠안은 난제

Chapter 12 사회적 동물의 질서
사회적 본능·감정 | 힘의 원리

Chapter 13 서열 질서의 한계와 문제점 - 불평등과 부정행위
첫째, 불평등 | 둘째, 부정행위

Chapter 14 인간 사회의 고유한 특성과 사회적 문제 해결책
2인칭 처벌 | 3인칭 처벌 | 1인칭 처벌

Chapter 15 인간은 누구인가에 대한 대답

Chapter 16 인간의 폭력적 본성에 대한 대답

PART 3 피라미드와 반(反)피라미드의 역사

Chapter 17 불평등 피라미드 사회의 출현
무리 | 부족 | 족장사회 | 국가 | 더 큰 피라미드가 이기는 게임의 시작

Chapter 18 함무라비 법전 - 견고한 피라미드 사회의 서막
함무라비 법전은 누구에게 이로운가?

Chapter 19 신이라는 도구 쟁탈전 - 기독교
피지배층의 꿈 - 기독교 | 기독교가 피지배층에게 어필한 이유 - 피지배층의 마음속 정의 | 기독교 - 지배층에게 빼앗긴 도구 | 기독교의 돌연변이

Chapter 20 선악 이데올로기 도구 쟁탈전 - 프랑스 혁명
프랑스 혁명의 이상 - 불평등 피라미드 구조를 허물고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사회 건설하기 | 폭동이 혁명으로 발전하기 위한 조건 | 카오스의 역설적 법칙과 르네상스 | 부르주아와 계몽주의의 출현 | 혁명, 왜 프랑스였을까? | 프랑스 혁명의 등장인물들 간의 역학관계 | 프랑스 혁명의 종말 - 공포정치는 왜 실패로 끝났을까 | 로베르피에르와 폭력의 선악 문제

Chapter 21 생산 도구의 쟁탈전 -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자본주의란 | 자본주의의 본질적 요소와 자본주의 형성 과정 | 공산주의 실험 | 마르크스주의란 | 마르크스주의는 왜 인기를 끌었을까? | 마르크스주의는 왜 비판받았을까? | 피라미드 지배 도구로 변질된 마르크스주의 | 소련 공산주의 체제, 왜 실패했나?

Chapter 22 자본주의의 암적 돌연변이
자본주의의 현주소 - 또 다른 피라미드 시스템 | 자본주의, 어떤 시스템이길래? | 유사인간의 탄생 - 주식회사와 법인 | 자본주의 시스템의 모순 | 고전적 돌파구 - 전쟁

Chapter 23 전 세계의 우두머리가 된 미국 - 메가 피라미드의 탄생
지리적 행운아 | 미국의 추상적 지배 도구 - 민주주의와 선악 이데올로기(냉전 기간) | 신종 돌파구 - 거품경제

PART 4 보다 정의로운 수평적 대안 질서를 위하여

Chapter 24 불평등 문제는 정의의 문제이다
개요 | 정의라는 개념이 탄생하기 위한 네 가지 조건

Chapter 25 불평등 피라미드 - 소수를 위한 유토피아

Chapter 26 두 가지 거시적 흐름의 역사

Chapter 27 피라미드 상위층의 지배 도구
생산 도구의 독점 | 지식(과학기술 포함), 이데올로기의 독점

Chapter 28 불평등 피라미드 없는 세상 - 다수가 꿈꾸는 또 하나의 유토피아

Chapter 29 불평등 피라미드 구축 원리인 자본주의와 평등을 전제로 하는 민주주의의 기묘한 병존

Chapter 30 자본주의의 모순과 반사회적 돌파구

Chapter 31 왜 민주주의는 이보다 더 나은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할까
민주주의와 정의의 원칙을 우회하는 속임수는 대중의 무지에 의존하여 작동한다 | 인류의 정보와 지식이 담긴 ‘외장하드’에 대한 접근성에 격차가 존재한다 | 어떤 이유로든 민주적 시민보다는 노동자·소비자 역할에 더 충실했다

Chapter 32 4차 산업혁명 시대 - 자본주의 시스템 내에서 비약적으로 진화해가는 더 엄청난 도구들
4차 산업혁명 기술이라는 도구의 ‘유용한’ 측면 | 4차 산업혁명 기술이라는 도구의 ‘위험한’ 측면 | 4차 산업혁영의 문제는 여전히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

Chapter 33 보다 높은 수준의 정의는 가능한가? - 가능하다!
보다 높은 수준의 정의 - 언젠가 자연선택될 만한 공존원리라고 보는 이유 | 블록체인 기술 - 주목할 만한 반피라미드적 도구의 출현 | 자본주의 문제에 대한 현실적 개선책 | 인간이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한 가지 교훈 - 유기체적 집단의 성공 비결 | 인류의 오래된 이상향(이상적인 가정의 확대 버전)을 넘어 집단지성으로 | 무엇을 할 것인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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