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기록되지 않은
역사의 행간을 읽다
E. H.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한 바 있다. 또한 데이비드 로웬덜은 《과거는 낯선 나라다》에서 ‘과거는 항상 현재에 의해 재해석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과거의 역사란 기록물 그 자체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현재의 우리가 기록된 역사와 기록되지 않은 행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팩션’의 대가 이수광의 이번 저작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탁월한 식견으로 역사의 행간을 해석해낸다.
예를 들어 이방원과 정도전의 일화를 보자. 정도전이 표전문 사건과 요동 정벌론으로 명나라와 대립각을 세우던 때의 일이다. 명나라의 황제는 정도전을 소환함과 아울러 조선의 왕자 역시 명나라로 입조하라는 요구를 해왔다. 이때 나선 것이 이방원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이방원이 명 황제를 만나고 온 후, 명나라에서는 더 이상 정도전 건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실록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이방원이) 명나라에 이르러 황제에게 아뢴 것이 황제의 뜻에 맞았으므로, 황제가 예로 우대하여 돌려보내 주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저자는 둘 사이에서 ‘정도전 제거’에 대한 묵계가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이방원이 돌아온 후, 왕자의 난이 일어났고 정도전은 제거됐다. 하지만 저자는 정도전과 이방원의 관계를 대립의 측면으로만 해석하지는 않는다. 정도전이 형식상으로는 고종 때에 이르러 신원되었지만, 그가 제안한 《조선경국전》과 행정체제를 그대로 따르고, 숭유억불 정책을 실시한 내막으로 볼 때 사실상 태종 이방원 시대에 이미 신원되었다는 것이다.
5천 년 역사의
숨겨진 미스터리
이 책은 고조선시대 백수광부의 이야기부터 구한말 고종 때에 이르기까지 5천 년에 이르는 역사 속의 대표적인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는 고려시대의 무신정변과 조선시대의 양녕대군 폐위와 같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고구려가 대륙을 버리고 평양으로 천도한 진짜 이유’와 같은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도 있으며, 함경도 종성에 살았던 야생 인간 이야기와 같은 민중사도 있다. 또한 우리 역사에서 잘 등장하지 않는 여성의 이야기도 다룬다. 5천 년이라는 시간을 관통하고, 지배층부터 서민층까지 계층을 망라하며 역사 속 미스터리를 파헤친 것이다.
역사 기록을 문자 그대로 읽지 않고 ‘해석’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과거에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좀 더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과거의 역사를 오늘에 비춰 미래에 대비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하지만 너무 무거워지지는 마라. 이 책에 담긴 37가지 이야기는 저자 특유의 명쾌하고 속도감 있는 필체로 무척 흥미롭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마치 TV 역사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노련한 진행자 같은 솜씨로, 다른 한편으로는 머리맡에서 옛 이야기를 들려주던 할머니의 구수한 입담 같은 느낌으로 독자들을 이끌 것이다. 독자들이 해야 할 일은 그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뿐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5천 년 역사의 긴 흐름 속에서 저자와 함께 탄식하고 반성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작가 소개
대한민국 팩션의 대가 이수광은 1954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났다.
이수광은 오랫동안 방대한 자료를 섭렵하고 수많은 인터뷰를 진행하여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역사의 지혜를 책으로 보여주는 저술가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팩션형 역 사서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특히 추리소설과 역사서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글쓰기와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대중 역사서를 창조해왔다.
1983년 <중앙일보>에 단편 <바람이여 넋이여>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으며, 《저 문 밖에 어둠이》로 제14회 삼성 미술문화재단 도의문화저작상(소설 부문), 《우국의 눈》으로 제2회 미스터리클럽 독자상, 《사자의 얼굴》로 제10회 한국추리문학 대상을 수상했다.
지금까지 단편 <바람이여 넋이여>, <어떤 얼굴>, <그 밤은 길었다>, <버섯구름>, 장편 《유유한 푸른 하늘아》, 《초원의 제국》, 《소설 미아리》, 《떠돌이 살인마 해리》, 《천년의 향기》, 《신의 이제마》, 《고려무인시대》, 《춘추전국시대》, 《신의 편작》, 《왕의 여자 개시》, 《조선을 뒤흔든 16 가지 연애사건》,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나는 조선의 의사다》, 《공부에 미친 16인의 조선 선비들》, 《조선 명탐정 정약용》, 《조선을 뒤흔든 21가지 재판사건》, 《인수대비》, 《조선 여형사 봉생》, 《조선국왕 이방원》 등 다수의 저작을 발표했다. 최근작으로는 《우리도 몰랐던 한국사 비밀 32가지》(1, 2권), 《다시 쓰는 나는 조선의 국모다》(전 5권), 《징비록》, 《전 세계 세기의 연쇄 살인마들》, 《조선시대 민중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조선을 발칵 뒤집은 엽기 살인사건》 등이 있다.
목 차
머리말
1장 길은 달라도 민중을 사랑하는 마음은 통한다
1. “ 임금이 하는 일은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은 무슨 까닭이냐” - 한글 창
제의 비밀
2. “읽은 것이 아니라 외웠습니다.” - 정약용의 비밀
3. “두 사람의 마음속 일은 두 사람만이 알리라.”- 조선 풍속화의 비밀
4. “백성들이 머지않아 줄지어서 죽어갈 것입니다.”- 대동법의 비밀
5. “백성들로 하여금 천수를 다하도록 하라.”- 문무대왕의 비밀
2장 권력은 피를 부른다
6. “ 그대가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이니 내 무슨 할 말이 있겠소” - 조선 창업
의 비밀
7. “ 정도전이란 자는 왕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가” - 정도전 암살의 비밀
8. “ 노비해방은 호족의 세력을 꺾는 일이다.”
- 고려 광종의 왕권 강화의 비밀
9. “바닷물에 씻어도 한이 남으리.” - 폭군 연산의 비밀
10. “무서워서 화가 되서 그러하오이다.” - 사도세자 죽음의 비밀
11. “ 서생과는 같이 일을 꾀할 수 없다 하더니 과연 그렇도다.” - 계유정난의
비밀
12. “ 그들을 숙청해야 비로소 왕도정치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 기묘사화
의 비밀
13. “글자 획수대로 도륙을 당하리라.” - 무신정변의 비밀
14. “ 대륙에 풍운이 몰아치는데 어찌 책만 읽고 있겠습니까” - 최영 장군의
비밀
15. “전쟁은 틀림없이 일어날 것입니다.” - 백제 멸망의 비밀
16. “ 어리의 일은 반드시 네가 아뢰었을 것이다.”
- 세종 왕위 책봉의 비밀
17. “ 어찌 왜적을 공격하라는 명을 따르지 않는가”
- 이순신과 원균의 비밀
18.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성계의 비밀
19. “신이 우리를 도왔다.”- 여몽연합군의 일본 정벌 실패의 비밀
3장 전란의 위기 민중의 삶은 고달팠다
20. “ 왕은 때때로 외국인의 손을 잡고 불쌍하게 울었다.” - 을미사변의
비밀
21. “임금에게 올릴 커피차 관에 넣었습니다.”- 고종 승하의 비밀
22. “어찌 이런 자들과 큰일을 도모하랴” - 병인양요의 비밀
23. “ 살아서 돌아가시려면 이놈의 말을 들어야 합니다.”
- 병자호란의 비밀
24. “고구려 왕족을 모조리 사로잡으라.” - 고구려 평양 천도의 비밀
25. “임금이시여. 우리를 버리지 마십시오.” - 삼전도 굴욕의 비밀
26. “서희가 얻은 땅을 어찌 거란에 돌려주겠는가” - 서희의 비밀
4장 여성들은 힘이 세다
27. “저들 모두가 자웅이고 너와 나도 자웅이다.”- 화랑의 비밀
28. “지금까지 숨기고 있던 재주를 보이려 하니…….”- 검녀의 비밀
29. “왕국을 만들어드리겠다고 합니다.” - 소서노의 비밀
5장 궁중의 사생활, 재발견
30. “아버님, 우리 저 아이를 데려가요.”- 인현왕후의 비밀
31. “비가 누구와 관계하였더냐” - 공민왕의 비밀
32. “내가 마땅히 너를 왕후로 삼겠다.”- 왕실 근친혼의 비밀
33. “사랑하는 임이여, 잡은 손을 놓을 수가 없네.-” 취수제도의 비밀
34. “공주님, 저희들이 왕을 죽이겠습니다.” - 충혜왕의 비밀
6장 우리 역사에 등장하는 기인들
35. “광산의 일편운을 그대에게 남겨놓고 가네.”- 우주인의 비밀 354
36. “ 나는 보지 못했지만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니랍니다.” - 늑대소녀의
비밀 361
37. “임이시여, 나에게 어찌하란 말이오” - 공무도하가의 비밀 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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