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최근 한국을 뒤흔든 해운참사로는, 대부분 어린 학생들인 304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며 온 국민을 깊은 슬픔에 빠지게 한 세월호 참사(2014년 4월 16일)가 있다. 또한 우리나라 수출입의 대동맥 역할을 해온 세계 7위 원양컨테이너선사가 창립 40년 만에 파산한 한진해운 사태(2017년 2월 17일)를 꼽을 수 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2015년 1월 1일~2016년 9월 30일),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선체위, 2017년 7월 7일~2018년 8월 6일)가 활동했다. 그리고 이어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2018년 3월부터 1년간, 1년 연장 가능)가 조사 활동 중이다. 필자 또한 특조위 전문위원과 선체위 집필위원으로 대통령과 국회에 제출한 세월호 참사 공식 보고서(제도 개선)를 작성하고, 사참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세월호 참사 재발방지 제도 개선에 힘을 보태왔다. 그리고 해양수산부 TF 위원과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되어 이 책의 출판을 결심하게 되었다.
많은 시간과 사회적 비용을 들이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진실을 밝히고 제2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아직 피지도 못한 채 떠나간 꽃다운 아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약속이기도 하다. 그런데 제2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겠다는 어른들의 약속은 지켜졌을까? 그렇지 않다고 판단된다.
한진해운 사태에 대해서는 국민 대다수가 잘 모른다. 한진해운 사태에 대해 관심을 가진 분들이나 실무에서 지침을 찾는 분들에게조차 참고가될 만한 자료나 책자가 매우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인의 입장에서 한진해운 사태를 이해하기 위한 자료를 구하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다. 문제는 한진해운 사태가 단순히 하나의 기업이 파산한 과거의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파장은 일반 국민 개개인에게 수년 내 물가 폭등의 고통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한국의 미래 국가경쟁력을 상실케 하는 굉장히 심각한 사태이다.
부존자원 없는 무역국인 한국은 전체 물동량(물자가 이동하는 양) 중 99.7%를 해상으로 수출입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무역 유통 생필품의 물가는 한진해운이 대동맥 역할을 해왔던 해운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진해운 파산은 한국의 대동맥이 잘려나간 것과 같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 한국에서는 수조 원의 혈세를 들여 해운재건을 도모하고 있는데, 그 계획은 잘 진행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판단된다.
온 국민을 눈물과 탄식에 빠지게 한 세월호 참사의 재발방지 대책이나 수년 내 온 국민을 물가 폭등의 고통에 빠지게 할 수 있는 한진해운 사태 대책(해운재건 계획)은 도대체 왜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일까? 제도적 관점에서 볼 때, 표면적 원인만 개선될 뿐, 근본적 원인은 손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을 뒤흔든 해운참사임에도 불구하고, 근본적 원인에 손대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진짜 근본적 원인에는 소위 힘 있는 자들(의사결정권자들)의 이해가 얽히기 때문이다. 표면적 원인은 힘 있는 자들의 지시나 정책을 거스르기 어렵지만, 한편으로는 비난 가능성이 있는 자들이 제공한다. 해운참사 이후 노출된 표면적 원인에는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온통 집중된다. 그러나 근본적 원인은 상대적으로 노출이 되지 않아 국민이 잘 알지 못한다. 그 때문에 표면적 원인과 관련된 법 개정에는 손을 많이 대는 반면, 근본적 원인은 개선되지 않아 동일한 유형의 참사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세월호 참사의 예를 들어보자.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는 원래 선장이 불법 개조된 세월호의 위험성을 선박소유자에게 여러 차례 보고했지만 선박소유자는 이윤을 위해 보고를 묵살하고 해고 위협을 하며 선장·선원들에게 세월호를 계속 운항할 것을 지시한 것이다. 이렇게 약 1년간 139회에 걸쳐 운항하며 선박소유자는 29억 6,000만 원의 초과 이윤을 남겼다. 국민과 언론의 관심은 선장·선원들에게 집중되었고 그들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은 크게 상향(최대 무기징역)되었다. 반면, 선박소유자가 선박 안전 시정조치의 필요성을 알면서 묵살한 근본적 원인에 대해서는, 사실상 1천만 원 이하의 벌금만 적용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었을 뿐이다.
한진해운 사태의 예를 들어보자. 대기업 오너들의 상속세, 증여세 회피 수단으로 활용하고 경영권 승계 자금 통로 역할을 하기 위해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은 일감 몰아주기로 15년 동안 72배 급성장했다. 일감 몰아주기와 덤핑으로 전체 컨테이너 수출 물동량의 83%를 확보(2015년 기준)하여 시장지배적 지위를 점하게 되면서,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은 고질적인 관행으로 갑질(불공정행위)을 해왔다. 이것이 한진해운 사태의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 해운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그리고 대기업 오너들의 사적 이윤 확보 과정에서 몰락한 해운의 재건을 위해, 수조 원의 국민 혈세로 그 뒷감당을 하는 형국이다. 더욱이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이 확보한 절대적 수치의 물량 중 대부분을 외국선사에게 몰아주고 있는상황이기 때문에, 수조 원의 공적자금이 들어가는 해운재건 정책은 공전을 거듭 중이며 이로 인해 국민 혈세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낭비될 우려마저 있다. 그러나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에 대해서는 수년째 지적되고 있을 뿐 마땅한 정책적 대안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해운재건 정책이 포기되거나 제대로 실현되지 못한다면 수년 내 물가가 폭등할 우려가 매우 큰데, 해운재건을 위해 근본적 원인을 의미있게 개선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근본적 원인은 대기업 오너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물린 분야이기 때문에, 국민적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개선되기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그러나 수년만 앞을 내다보면, 무역국인 한국 해운업과 대기업은 함께 공멸하거나 상생할 수밖에 없는 관계에 있다. 지금과 같이 대기업이 단기적 이익만을 추구하다가 해운업의 불씨가 사그라질 경우 대기업도 경쟁력 상실로 결국에는 공멸할 뿐 아니라, 가장 큰 고통은 한국 국민의 몫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이로 인한 가장 큰 이익은 지금도 한국 해운업 고사 전략(출혈 경쟁)을 쓰고 있는 주변 경쟁 해운국(유럽, 일본, 중국)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 책을 쓴 주된 목적은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세월호 아이들과의 약속을 이행하고 싶어서다. 또한 한국이 미래 국가경쟁력을 지키며 다가오는 물가 폭등의 위험을 잘 극복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본적 원인이 잘 규명되어야 하고, 근본적 원인에 손을 대는 정책적 대안이 따라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 원인은 힘 있는 자들의 이해가 얽혀 있기 때문에 국민적 이해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손대기가 그만큼 어려운 분야이다.
이 책에서 해운참사의 표면적 원인을 넘어 근본적 원인을 규명하고, 근본적 원인을 개선하는 입법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국민이 알아야 근본적 원인이 극복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본문은 내가 직접 집필한 선체위 공식 세월호 보고서 중 일부(제도 개선편)를 수록했다. 대통령과 국회에 제출된 보고서 원문 그대로 수록한 것이다. 다만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내용이 와 닿을 수 있도록 핵심요약 편을 첨부했다.
한진해운 사태 본문은, 논란이 되거나 민감한 내용이 많기 때문에 한 문장 한 문장 인터넷 뉴스기사(2018년 12월 말까지)로 근거를 뒷받침하여 객관성을 담보하려고 노력했다. 마찬가지로, 독자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핵심요약 편을 첨부했다. 특히 일반인이 어렵게 느낄 수 있는 해운업(컨테이너선)의 배경지식과 관련하여, 주변에서 자주 접하는 노선버스의 비유 등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자 했다.
국민의 삶과 한국의 미래가 걸려 있는 해운재건을 위해 한진해운 사태의 근본원인을 개선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기에 해상전문 변호사로 실무에 종사하면서 수많은 밤을 지새워 이 책을 감히 집필하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엮어보니 여러모로 부족하여 두려운 마음이 앞서고 출판이 망설여졌다. 그러나 이대로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잃어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이 엄습하여 미흡하게나마 용기를 내어 출판을 결심했다.
이 결심은 결국 사랑하는 가족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필자의 가족,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가족들이 보다 안전하고, 공정한 사회를 마주하길 바라는 마음이 이 책을 쓰도록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늘 옆에서 훌륭하게 내조해준 아내 예랑은 필자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다. 바쁘답시고 아빠 노릇을 제대로 못했음에도 항상 이해해주고 격려를 보내주는 사랑하는 아내와 딸에게 이 기회를 빌려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2019년 1월 김용준
작가 소개
김용준
변호사(해상전문)/ 법학박사
고려대학교 법학과 학사, 석사, 박사 졸업
영국 University of Southampton 해상법 석사 졸업
제39기 사법연수원 수료
전)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전문위원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집필위원
현) 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
3관 혁신T/F 해운. 해사. 항만분과위원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자문위원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목 차
추천사 |김인현 교수_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책을 펴내면서 | 김용준
Part 01. 한진해운 사태
알기 쉬운 핵심요약 | 한진해운 사태 16
해운업(한진해운 사태)의 배경지식 17
해운업(원양컨테이너선사)이 왜 필요한가: 물가 폭등 방어 20
한진해운 사태의 파장과 후유증 23
한진해운 파산 사태의 근본적 원인 26
해운재건의 관건인 국적선 적취율과 골든타임 33
해운재건을 어렵게 하는 2자물류 자회사 35
기존 해운재건 정책 37
제도 개선 방안 41
한진해운 사태 보고서(국적선 적취율 제고 방안) 46
Ⅰ. 서설 48
Ⅱ. 한진해운 사태를 이해하기 위한 배경지식 54
Ⅲ. 우리나라에 국적 원양컨테이너선사가 꼭 필요한가? 64
Ⅳ. 한진해운 파산 사태 72
Ⅴ. 한진해운 파산 사태의 원인 88
Ⅵ. 해운재건의 기존 주요정책 및 평가(문제점) 108
Ⅶ. 해운재건을 위한 입법정책적 대안 131
Ⅷ. 해운재건을 위한 기타 입법적 제언 163
Ⅸ. 맺음말 172
Part 02. 세월호 참사
알기 쉬운 핵심요약 | 세월호 참사 178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 원인 179
근본적 원인들에 대한 법제도 개선 184
선박안전에 관한 기타 법제도 개선 187
제도 개선 방안 191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제도 개선 보고서 193
Ⅰ. 서론 195
Ⅱ. 우리나라 해상사고의 취약 요인 198
Ⅲ. 세월호 침몰의 원인 210
Ⅳ. 정부의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법령 개정 사항 218
Ⅴ. 정부의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법령 개정 사항의 문제점
및 입법적 제언 224
Ⅵ. 선박안전관리비용에 대한 준공영제 지원 확대 273
Ⅶ. 맺음말 및 향후 과제 276
주석 | 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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