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정치외교학의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인 ‘국가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론적·경험적 시각에서 탐구
이 책은 정치외교학의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인 ‘국가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론적·경험적 시각에서 탐구한 연구서다. 1970-80년대 국가론 연구가 성황을 이루었던 것에 비해 2000년대 이후 국내 정치외교학계에서는 국가에 대한 학술적 관심이 줄어들었지만, 국가론은 아직도 중요한 연구 과제다. 과거의 국가는 어떠했으며, 역사와 사상의 텍스트 속에서 어떻게 인식되었는가? 오늘날 국가의 현실은 어떠하며, 비교정치론과 국제정치론의 시각에서는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가? 그리고 국가가 변화하는 미래의 지평은 어떠하며,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이 책이 던지는 질문들이다.
과거–현재–미래의 지평 속에서 ‘국가란 무엇인가’를 묻는 이 책의 의도는 회고적이라기보다는 미래지향적이다. 우리의 정치외교적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장악하는 ‘국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의 개념에만 주목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현실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과거의 경험지평뿐만 아니라 미래의 기대지평 위에서 국가론에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한 국가론 연구는 단순한 학술적 분석이라기보다는 좀 더 복합적인 구도에서 이해되는 언어적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구성과 내용
제1부는 역사・사상의 시각에서 국가론을 다룬 세 편의 논문을 담았다.
제1장 “조선 초기 국가지배체제의 특성과 수립과정: 토지사유제와 노비제를 중심으로”(안도경)는 조선 초기 국가지배체제의 특징과 그 성립 과정을 토지사유제와 노비제도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토지사유제와 노비제는 위화도회군(1388)에서 경국대전의 완성(1485)에 이르는 기간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의식적으로 선택되었다. 토지사유제와 노비제는 시장경제의 발전 수준이 낮은 조건에서 문민적 중앙집권을 가능하게 한 국가지배체제였다.
제2장 “국문학 논쟁을 통해서 본 조선 후기의 국가, 사회, 행위자”(김영민)는 조선 후기 문인 이언진의 평가를 둘러싸고 있었던 논쟁을 국가론의 관점에서 다루었다. 국문학계 해당 논쟁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조선 후기 국가와 사회, 그리고 그 안을 살아가는 행위자의 이해에 한 발자국 다가갔다. 조선이라는 국가는 개인이나 사회를 전면적으로 통제할 정도의 역량이 없었고, 사회 역시 국가에 도전할 만큼 강하지 않았다. 즉 조선시대는 ‘최소국가-최소사회’의 독특한 모습이었다.
제3장 “고대 아테네 민주주의에서 진실성 문제: 파르헤시아(진실발언)에 대한 플라톤의 철학적 검증을 중심으로”(박성우)는 최초로 민주주의를 창안한 고대 아테네 국가에서 민주주의와 진실성 문제를 어떻게 다루었는가를 살펴보았다. 특히 아테네 민주정이 정치과정에서 대중에 대한 엘리트의 기만을 방지하기 위해서 고안한 파르헤시아(진실발언)라는 제도를 중심으로 아테네 민주정에서 진실성과 정치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이에 대한 플라톤의 철학적 대응을 살펴본다.
제2부는 비교정치론의 시각에서 국가론을 다룬 두 편의 논문을 담았다.
제4장 “국가모델로서 연방과 연합: 미합중국과 유럽연합의 사례”(이옥연)는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통해서 국가모델을 탐구하였다. 분리를 통합의 상극으로 상정하는 세력과 분리와 통합을 연속선에 전제하려는 세력 간 팽팽한 대결이 반복되는 연방주의 관점을 적용해 국가모델로서 미합중국과 유럽연합 사례의 건립 과정과 헌정 구상을 비교하고 그 함의를 찾았다.
제5장 “세계화 시대 국가의 역할: 한국의 경험을 중심으로”(권형기)는 “세계화 시대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한국의 사례를 통해서 탐구하였다. 주요 기업들의 세계화에 대해 한국과 미국의 적응 과정을 대별시켜 비교함으로써 세계화가 반드시 국내생산의 공동화를 낳지는 않으며 또한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처럼 반드시 자동적인 산업 역량 강화를 낳지도 않음에 주목한다. 제5장은 심화하는 세계화 시대에 국내 산업의 공동화를 막고 산업공공재를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국가의 역할이 중요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제3부는 국제정치론의 시각에서 국가론을 다룬 세 편의 논문을 담았다.
제6장 “국가 주권과 상호의존성 사이에서”(조동준)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국경을 가로지르는 사회적 상호작용이 증가하면서, 영토적 배타성을 주장하는 주권 국가의 운영 원칙에서 발생하는 불협화음을 국제정치학의 시각에서 다루었다. 주권 국가가 초국경 쟁점에 대처하기 위하여 국가가 국제법을 만들거나 국제기구를 만들어 자국의 주권 일부를 양도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주권 국가가 가장 중요한 행위자이다. 비국가 행위자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증가하지만, 절대적 기준에서는 국가가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제7장 “주권과 보충성: 개념 검토를 통해 본 국제법 규범 이론의 필요성”(송지우)은 국제법상 보충성 원칙(principle of subsidiarity)을 규범적으로 검토하였다. 보충성 원칙은 최근 국가 주권 규범에 대한 구조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7장은 이러한 가능성을 점치는 이른바 보충성 긍정론자들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제8장 “국제정치이론에서 주체-구조 문제 논의의 재검토”(신욱희)는 국제정치학의 주요 논제 중의 하나인 주체-구조 문제를 다루었다. 주체-구조 문제에 대한 최근 연구의 검토를 통해서 상호구성의 구체적인 과정과 그것이 갖는 복잡성의 측면을 고찰하고, 상호구성이라는 단순한 주장이 가져오는 교착상태, 그리고 그에 대한 ‘so what?’ 비판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과 이 문제의 논의를 지역수준으로 좁히는 방식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제8장은 구체적인 이론적 주장을 제기한다기보다는 주체-구조 연구에 대한 검토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성찰이 국제정치의 이론과 실천에 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는 목적을 갖는다.
제4부는 미래국가론의 성찰이라는 시각을 제시한 세 편의 논문을 담았다.
제9장 “미국의 대외전략 변화와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운명”(전재성)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등장 이후 불거진 이른바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종언에 관한 논쟁과 미국 이후의 국제질서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았다.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미국의 국제정치이론가들이 기대하는바, 시장, 민주주의, 다자제도에 의한 평화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자유주의 자체에 내재하는 모순과 시대의 변화에 따른 도전을 온전히 소화해야만 지속가능한 질서를 불러올 수 있다.
제10장 “하버마스의 글로벌 거버넌스 이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김주형)는 우선 국제법과 국제정치, 세계시민주의 등의 문제에 대한 하버마스의 규범적 지향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추적하였다. 또한 하버마스가 자신이 일국 차원에서 입헌민주주의의 이념과 원리를 이론화하기 위해 발전시킨 개념과 문제의식을 글로벌 거버넌스의 문제로 확장하여 적용하는 이론적 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밝혔다. 지구화가 현대의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대응이 곧바로 민주주의의 지구화를 향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이론적, 실천적 전략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 제10장의 결론이다.
제11장 “네트워크 국가론: 미래 국가모델의 국제정치학적 탐구”(김상배)는 국제정치학의 시각에서 미래 국가모델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펼쳤다. 제11장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국가변환을 분석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 네트워크 이론의 시각을 새롭게 도입할 것을 제안하였는데, 이를 적용하여 미래 세계정치의 핵심을 이루는 세 가지 국제정치이론적 논제, 즉 국가와 권력 및 구조의 개념을 도출하였다. 네트워크 이론의 시각에서 보는 21세기 세계정치의 변환에 대한 논의는 새롭게 개념화된 국가 행위자, 그 국가 행위자가 추구하는 새로운 권력추구 전략, 그리고 이러한 국가들이 벌이는 게임의 결과로서 등장하는 권력구조 변동의 새로운 양상에 대한 탐구 등의 셋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이론적 논의를 바탕으로 제11장은 미래 국가모델을 담는 개념으로서 ‘네트워크 국가(network state)’를 제시하였다.
작가 소개
은용수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민병원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소병일 고려대학교 철학연구소 연구원
하홍규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
용채영 세인트앤드류스대학교 국제관계학과 박사과정
민 희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SSK 연구단 연구교수
이중구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선임연구원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이민정 서울대학교 외교학 석사
목 차
머리말
제1부 역사・사상의 시각
제1장 조선 초기 국가지배체제의 특성과 수립과정: 토지사유제와 노비제를 중심으로
I. 서론
II. 건국 초기 토지제도의 구상–사전혁파(私田革罷)와 과전제(科田制)
III. 과전제의 포기와 토지사유권의 제도화
IV. 조선 초기 노비제의 성격
V. 종부위량법(從父爲良法)의 폐기와 일천즉천(一賤則賤)의 제도화
VI. 결어
제2장 국문학 논쟁을 통해서 본 조선 후기의 국가, 사회, 행위자
I. 머리말
II. 국문학 논쟁의 구도
III. 국문학 논쟁 속의 국가론
IV. 경험 연구의 재검토
V. 국가론의 재검토
VI. 국가, 사회, 그리고 행위자
VII. 맺음말
제3장 고대 아테네 민주주의에서 진실성 문제: 파르헤시아(진실발언)에 대한 플라톤의 철학적 검증을 중심으로
I. 들어가며
II. 고대 아테네 민주주의에서 수사학과 파르헤시아
III. 플라톤의 <라케스>와 철학적 파르헤시아의 발견
IV. 플라톤의 <고르기아스>와 진정한 정치의 모색
V. 나가며
제2부 비교정치론의 시각
제4장 국가모델로서 연방과 연합: 미합중국과 유럽연합의 사례
I. 국가모델로서 연방주의 사례 비교
II. 비교 연방주의 이론: 분리와 통합의 역학
III. 미합중국의 건립 과정과 헌정 구상
IV. 유럽연합의 건립 과정과 헌정 구상
V. 국가모델로서 연합과 연방 간 비교
제5장 세계화 시대 국가의 역할: 한국의 경험을 중심으로
I. 기존 이론과 이론적 대안
II. 세계화의 결과: 한국과 미국 사례 비교
III. 전환의 정치
IV. 맺음말
제3부 국제정치론의 시각
제6장 국가 주권과 상호의존성 사이에서
I. 서론: 문제의 성격과 문제 해결장치의 부정합
II. 지구화의 충격과 인류의 대응방식
III. 지구화의 도전에 대한 세 가지 해결책
IV. 국제기구의 세 얼굴
V. 상호의존과 배타성의 조화?
제7장 주권과 보충성: 개념 검토를 통해 본 국제법 규범 이론의 필요성
I. “국가 주권 개념의 대안”
II. 주권의 제한: 보충성의 유연성
III. 규범 이론의 역할: 보충성의 양면성
IV. 규범 이론의 밑그림: 정당화 개인주의의 국제법적 발현
V. 맺음말
제8장 국제정치이론에서 주체-구조 문제 논의의 재검토
I. 서론
II. 과정
III. 복잡성
IV. 교착상태의 극복
V. 지역수준의 논의
VI. 결론
제4부 미래국가론의 성찰
제9장 미국의 대외전략 변화와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운명
I. 서론
II. 미국 주도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성격과 변화
III. 트럼프 정부와 미국 자유민주주의의 위기
IV. 트럼프 정부의 외교대전략
V. 결론
제10장 하버마스의 글로벌 거버넌스 이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
I. 머리말
II. ‘세계시민민주주의(cosmopolitan democracy)’
III. ‘세계정부 없는 글로벌 거버넌스’
IV. 글로벌 거버넌스와 민주주의
V. 국가, 민주주의, 지구화
VI. 맺음말
제11장 네트워크 국가론: 미래 국가모델의 국제정치학적 탐구
I. 머리말
II. 네트워크 이론으로 보는 국가변환
III. 네트워크 국가의 세계정치이론
IV. 사이버 공간의 미중경쟁 사례
V.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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