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소녀 이미지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소비되어 왔는가
이 책은 일본의 근대 국민국가 출범과 함께 탄생한 소녀 및 소녀 규범, 그리고 소녀가극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소녀는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개념이며, 소녀가극은 이 시기에 개념화된 ‘소녀’들을 배우로 훈련시켜 조직된 특수한 공연예술이기 때문이다. 근대 일본의 공교육 제도로부터 탄생한 ‘소녀’는 그러나 가부장제의 현모양처 규범에 얽매인 존재였다. 10대 초반의 소녀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다카라즈카 소녀가극 또한 이러한 소녀 규범과 무관하지 않다. 소녀배우의 신체는 제국주의 규범을 확산하기 위한 물적 토대로서 기능하게 되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소녀라는 일본 근대의 산물은 가정ㆍ학교ㆍ국가라는 3중의 제도적 규범에 묶인 존재로서 재규정되었다.
여기서 ‘소녀라는 문제적 장소’는 본격적인 논의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다. 일본의 근대가 발명해 낸 소녀 이미지는 그 시작부터 천황중심주의와 가부장제라는 틀 속에서 규정된 규범화되고 타자화된 것으로 전체주의적 이데올로기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에서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 나아가 오늘날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대중문화 전반에 널리 퍼져 있는 소녀 이미지의 기원이기도 하다. 이미지의 취약성은 다카라즈카 음악학교가 요구한 규범인 ‘맑게, 바르게, 아름답게’로부터 오늘날의 각종 소녀들을 수식하는 클리셰인 ‘귀엽고 순수한’에 이르기까지 시공을 초월해 적용 가능한 개념이다.
“맑게, 바르게, 아름답게”, 한 편의 광고 카피를 연상시키는 이 문구는 한 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다카라즈카 배우들의 산실이 되어 온 다카라즈카 음악학교의 교훈이다. 1913년 일본 최초로 소녀가극을 선보인 다카라즈카 소녀가극단(宝塚少女歌劇團)은 10대 초ㆍ중반 연령대의 소녀들을 선발하여 자체적으로 제도화한 음악학교에서 단원들을 양성했다. … 일본의 영토 확장 정책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1930년대 이후 다카라즈카 소녀가극단은 단순한 오락극이 아닌 제국주의 프로파간다의 기관으로 정체성의 일대 전환을 일으켰다. 동화와 신화의 세계를 재현하던 소녀배우들은 제국주의 정책의 정당성을 노래함으로써 또 다른 유토피아의 세계를 무대 위에 제시했다. (13-14쪽)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문제의식, 예컨대 소녀 이미지는 왜 취약한 것일 수밖에 없는가, 소녀는 왜 ‘문제적인 장소’일 수밖에 없는가에 관한 의문은 소녀 이미지와 정치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지점을 풀어 나가기 위한 단초이며 민족주의, 국가주의, 자본주의 등의 이즘(-ism)과 소녀의 이미지가 결합하는 사례들을 통시적ㆍ공시적으로 연구함으로써 그 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걸그룹의 기원, 다카라즈카 소녀가극단
오늘날 드라마, 영화, 대중음악 등 대중매체를 통해 쉽게 접하게 되는 소녀 캐릭터는 동시대의 보편적 아이콘이 된 지 이미 오래다. 한국 대중문화에서 ‘기호로 소비되는 소녀’는 일찍이 일본 대중문화를 통해 정형화된 이미지에 약간의 변형을 더해 들여온 것이지만, 귀여움과 발랄함, 그리고 그 배후에 있는 성적 코드라는 일반화된 공식은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대형 연예기획사의 주도로 기획된 수많은 소녀 그룹들은 엇비슷한 이미지들을 대량 생산함으로써 ‘소녀성’의 상품화 및 규격화를 불러일으켰다.
또 세계화와 한류의 바람을 타고 한국산 소녀 그룹의 해외 진출의 계기가 마련되면서 이러한 소녀의 이미지는 홍콩, 대만, 중국, 태국, 베트남,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지의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하여 아시아 전역에서 복제와 재생산이 이뤄졌으며, 이에 따라 소녀성의 취향과 코드를 공유하는 감각의 공동체가 소리 없이 구축되고 있는 것이 동아시아 대중문화의 현주소다. 이렇게 유형화된 소녀의 이미지는 동아시아와 타지역 간의 문화적인 경계를 구획하는 기준이 되어, 동아시아 지역 내에 일종의 무형적이고 가상적인 ‘감각의 지리(geography of senses)’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폭넓게 공유되는 ‘공통감각으로서의 소녀성’의 문제에 관해 논의할 필요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이 ‘소녀라는 문제적 장소’에 주목하는 이유는 제국주의에 의해 도구화된 이미지가 오늘날 또 다른 제국주의의 형식으로 되풀이되는 이러한 동시대적 문화 현상에 기인한다. 식민화ㆍ역사화된 소녀 신체의 일루전은 구조를 은폐하는 도구적 측면에서, 그리고 다양한 역사의 기억들을 기록하고 있는 텍스트 또는 아카이브의 측면에서 면밀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근대 이래로 ‘만들어진’ 동아시아 여성성으로서의 소녀성이며, 그러한 소녀성이 다양한 권력의 구조와 결합하는 문제에 있다. (364-365쪽)
소녀의 몸이 재현한 제국의 이데올로기
일본은 1931년 만주사변 이후 전시체제하에서 다카라즈카 소녀가극을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수행하는 문화적 장치로 상정했다. 여기서 프로파간다가 작동하는 원리를 규명하는 것은 다카라즈카 소녀가극과 제국주의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밝히는 작업인 동시에 프로파간다 연구의 지평을 확장하는 시도다. 이 책에서는 다카라즈카 소녀가극이 일본 제국주의 이데올로기와 관계를 맺는 정치적인 지점에 주목하고, 더 나아가 총동원체제하에서 소녀가극이 일본의 제국 확장 정책을 수행한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 검토한다. 다시 말해서 일본의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연극적으로 실천하는 다카라즈카 소녀가극을 제국 통합의 공간으로 상정하고, 소녀가극 양식 특유의 프로파간다 방식이 언어적 텍스트와 비언어적 텍스트의 상호작용을 통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고찰한다.
다카라즈카 소녀가극이 일본 대중들을 위한 ‘국민’의 연극에서 식민지와 제국의 영토 전체를 아우르는 ‘제국’의 연극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은 말 그대로 극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이로부터 제국주의가 종식된 지 반세기가 넘는 오늘날 우리는 아주 독특한 형식의 ‘정치의 가극화’, 혹은 ‘가극의 정치화’를 마주하게 된다. (360쪽)
작가 소개
배묘정은 한양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바그너의 쇼펜하우어 음악미학 수용에 관한 논문으로 음악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서울대학교 인문대학에서 근대 일본의 다카라즈카 소녀가극 연구로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지금까지 음악과 공연예술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 현상에 관해 다수의 논문을 발표해 왔으며, 포스트식민주의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미지의 취약성과 감각의 식민화 문제를 규명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심화시켜 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논문으로 <나는 가수다>의 문화산업적 측면에 관한 연구, 백남준의 위성 예술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서 음악의 사용 방식과 의미에 관한 연구, 전후 일본의 오페라 ≪유즈루≫(夕鶴) 연구―국가 정체성과 여성성의 관계를 중심으로 등이 있으며, 오페라 속의 미학 I(공저), 글로벌 시대의 동아시아 현대음악(공역)을 출간했다.
언어적 텍스트와 비언어적 텍스트의 상호작용을 통해 제국주의 이데올로기의 재현 방식을 분석한 박사학위논문으로 2018년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에서 우수학위논문상을 수상했다.
목 차
책을 펴내며
서론
1. 문제 제기 및 선행연구 검토/ 2. 연구의 내용 및 방법
제1부 논의의 전제: 소녀가극의 쟁점에 관한 검토
제1장 근대 국민국가와 소녀의 존재론
1. 소녀 개념의 정의 및 소녀 연구의 계보/ 2. 근대 국민국가와 소녀 규범
제2장 소녀가극의 양식화 및 대중화
1. 오락물로서의 상업적 음악극/ 2. 가부키의 극복과 신국민극 담론
제3장 소녀가극의 초국가적 확산의 토대
1. 소녀가극과 식민지 대중문화/ 2. 소녀라는 문제적 장소
제2부 제국 통합의 이념적 재현: 언어적 텍스트 층위의 분석
제4장 일·독·이 추축국 시리즈: 삼국동맹 강화의 서사
1. 《이탈리아의 미소イタリヤの微笑》: 제국 역사의 신화적 재구성/ 2. 《새로운 깃발新しき旗》: 호명된 국민들의 노래
제5장 대동아공영권 시리즈: 대동아 신질서 확립의 서사
1. 《몽골モンゴル》: 여행에 내재된 식민주의적 욕망/ 2. 《북경北京》: 동양의 구원자로서의 일본/ 3. 《동으로의 귀환東へ歸る》: 동양 기표의 이중성
제6장 오족협화와 왕도낙토의 서사
1. 《만주에서 북지로?州より北支へ》: 내지 연장과 민족 화합의 꿈/ 2. 《동아의 아이들東?の子供達》: 기억과 망각의 이중주
제3부 제국 통합의 감각적 재현: 비언어적 텍스트 층위의 분석
제7장 공통감각으로서의 동양
1. 동양에 관한 시선의 정치학/ 2. 배타적 대항 담론으로서의 동양/ 3. 동양적인 것의 발명 및 재현
제8장 규율화되는 신체와 정서
1. 근대 일본의 규율권력과 소녀가극/ 2. 춤추는 신체, 노래하는 신체, 행진하는 신체/ 3. ‘명랑한’ 제국 공동체
제9장 판타스마고리아 기법의 전유
1. 통합과 몰입의 기법으로서의 환영/ 2. 아도르노의 바그너 음악극 비판/ 3. 다카라즈카 소녀가극과 판타스마고리아
제4부 ‘국민’의 연극에서 ‘제국’의 연극으로
제10장 소녀 규범의 경계 확장: 만선순연과 《미와 힘美と力》의 경우
제11장 제의적 장소로서의 소녀가극
제12장 제국 통합의 연극적 계기: 가상의 제국과 감각적 동화
결론
참고문헌
- 단순 변심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7일 이내 신청
- 상품 불량/오배송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3개월 이내, 혹은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 30일 이내 반품 신청 가능
반품사유 | 반품 배송비 부담자 |
---|---|
단순변심 | 고객 부담이며, 최초 배송비를 포함해 왕복 배송비가 발생합니다. 또한, 도서/산간지역이거나 설치 상품을 반품하는 경우에는 배송비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
고객 부담이 아닙니다. |
진행 상태 | 결제완료 | 상품준비중 | 배송지시/배송중/배송완료 |
---|---|---|---|
어떤 상태 | 주문 내역 확인 전 | 상품 발송 준비 중 | 상품이 택배사로 이미 발송 됨 |
환불 | 즉시환불 | 구매취소 의사전달 → 발송중지 → 환불 | 반품회수 → 반품상품 확인 → 환불 |
- 결제완료 또는 배송상품은 1:1 문의에 취소신청해 주셔야 합니다.
- 특정 상품의 경우 취소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결제수단 | 환불시점 | 환불방법 |
---|---|---|
신용카드 | 취소완료 후, 3~5일 내 카드사 승인취소(영업일 기준) | 신용카드 승인취소 |
계좌이체 |
실시간 계좌이체 또는 무통장입금 취소완료 후, 입력하신 환불계좌로 1~2일 내 환불금액 입금(영업일 기준) |
계좌입금 |
휴대폰 결제 |
당일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6시간 이내 승인취소 전월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1~2일 내 환불계좌로 입금(영업일 기준) |
당일취소 : 휴대폰 결제 승인취소 익월취소 : 계좌입금 |
포인트 | 취소 완료 후, 당일 포인트 적립 | 환불 포인트 적립 |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
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상품의 시리얼 넘버 유출로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 | |
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