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 시대의 종말 - 자유민주주의라는 꿈은 어떻게 악몽이 되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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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이반 크라스테프 외
출판사항책과함께, 발행일:2020/07/23
형태사항p.339 국판:23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88990788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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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자유민주주의 위기의 원인에 대한 새로운 통찰
1989년, 미국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냉전은 사실상 끝났다며 “서방 자유민주주의는 인류의 이데올로기적 진화의 종점”이라고 선언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원리는 완벽하고 더 개선할 여지가 없”으며, 유일한 과제는 “그 원리를 공간적으로 확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30여 년이 지난 지금, 애석하게도 세계 정세는 그렇지 못하다. 2008년 금융위기, 시리아가 인도주의적으로 끔찍한 상태로 추락하는 상황에서 드러난 서방의 무기력, 유럽의 2015년 이민 위기, 브렉시트 국민투표,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사태에서 드러난 서방 위기관리 시스템의 취약성. 무엇이 문제일까? 오바마가 백악관을 떠나는 날, 걱정스럽게 그가 했다는 말이 어쩌면 중요한 힌트가 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틀렸다면 어쩌지?”
이는 자유주의자들이 냉전 이후 시기의 본질을 잘못 이해했다면 어쩌느냐는 것이었다. 《모방 시대의 종말》은 바로 그에 대답하려는 책이다. 냉전의 종말이 곧 자유민주주의 시대의 시작이라는 환상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리고 비자유주의적이고 반민주적인 혼란의 거센 파도가 불길하게 밀어닥치고 있는 세계에 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두 석학의 통찰이 담겨 있다. 이에 세계 유수의 언론에서 호평받으며 《이코노미스트》, 《파이낸셜 타임스》, 《이브닝 스탠더드》 등에서 2019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2020년에는 제30회 라이어널 겔버상을 수상했다.


베를린 장벽 붕괴 후 30년,
유일한 모범 이데올로기 같았던 자유주의가 위기를 맞은 것은
 그 강요된 모방에 내재한 모순과 그에 대한 반동 때문이다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는 모방이 인간의 조건 가운데 가장 중요한 본성이라고 보았다. 그는 분노와 갈등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이 욕망의 모방이며, 남의 목표를 모방하는 것은 경쟁심과 분노, 정체성에 대한 위협과 연관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모방의 속성과 그 반작용이 지난 30년간 자유주의 체제에서 발현되었다는 것이 두 저자의 핵심 주장이다. 한 마디로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선포된 ‘긴요한 모방(imitation imperative)’의 인식에 대한 반동에서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냉전 기간 동안 세계는 동방의 전체주의 국가와 서방의 자유세계로 나뉘었고, 중심 갈등의 주변부에 있는 나라들은 진영을 선택할 권리와 힘을 가지고 있었다(또는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장벽이 무너진 뒤 상황은 변했다. 모방자와 모방 대상으로, 민주주의를 이룩한 나라들과 민주주의로 이행하려 애쓰는 나라들로 나뉜 것이다.
1989년 이후 과거 공산주의 국가였던 나라들이 서방을 모방하려는 노력은 각종 이름 잔치로 나타났다. 미국화, 유럽화, 민주화, 자유화, 확장, 통합, 화합, 세계화 등등. 일괄적인 서방 모방은 과거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었던 나라들에서 민주화로 가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널리 받아들여졌다. 공산주의 붕괴 이후 자유민주주의는 새롭고도 피할 수 없는 정통이 되었다.
하지만 도덕적 이상의 모방은 기술 차용과 달리 존경하는 상대를 닮게 하지만, 동시에 인정받기 위해 분투하는 한가운데서 스스로를 자신답지 못하게 만든다. 독창적이면서 복사본이 되어야 한다는 이 자기모순적인 요구는 심리적 스트레스를 부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이처럼 단극의 ‘모방 시대’가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왔으며 우리가 알게 된 1989년 이후의 ‘긴요한 모방’이 자유주의에 대한 희망이 악몽으로 변한 주요 이유라고 설명하면서 주요한 세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논지를 전개한다.


세 가지 모방 사례: 중·동유럽, 푸틴, 트럼프
 오늘날의 세계적인 반자유주의적 저항의 원천은 1989년 이후 서방 정치 모델의 표준적 지위라고 생각되는 것에 대한 세 가지 반응들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이 세 반응은 유사하고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분노로 인해 촉발된 것들이다.


1. 중·동유럽의 대중주의자(Populist)들
 이들이 정치적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국민의 마음속에 있는 불만과 불안을 잘 이용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 소멸 이후 중·동유럽에는 서방 체제로의 편입이 당연한 진로로 제시되었다. 패배한 이데올로기를 버리고 승자의 체제로 개종하라는 것이었다. 유럽연합 가입을 위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하면 곧 잘사는 서방처럼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희망에 들떴던 순간이 지나자 바로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서방은 현지의 역사와 전통을 무시하고 자기네 체제를 일방적으로 심으려 했다. 식민지 시대에 종주국이 식민지를 대하던 태도였고, 2차 세계대전 후 소련이 들어와 공산주의를 강요하던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거기에 이민 위기가 기름을 부었다. 안 그래도 청년층이 대거 서방으로 빠져나가 고민인데 서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사람들이 들어와 빈자리를 채운다면 민족 정체성이 소멸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중·동유럽을 엄습했다.
이 지역의 대중주의자들은 바로 이 부분을 파고들었다. 이민을 막지 않으면 곧 그들 이민자 중심의 세상이 된다며 이방인 혐오를 부추겼다. 국경 장벽을 세우는 것은 그 상징적인 표현이었다. 이런 정서는 서유럽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이를 노린 대중주의 정당이 온 유럽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세력을 얻기 시작했고, 헝가리 등 일부 국가에서는 정권까지 잡았다.


2. 러시아와 푸틴
 러시아에게 연방 붕괴는 초강대국 지위를 상실했다는 신호였으며, 따라서 맞수 미국과의 세력 균형을 상실했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러시아는 하룻밤 사이에 막강한 힘을 지닌 대등한 경쟁자에서, 지원을 구걸하고 미국의 자문단이 내민 충고에 고마워하는 체해야 하는 무기력한 존재로 변해버렸다. 그들에게는 이 상처받은 자존심을 어떻게 회복할지가 중요했다.
소련 붕괴 직후 러시아의 정치 지도자 대부분은 민주주의를 가장(假裝)하는 것이 완벽하게 자연스럽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1991년 이전 적어도 20년 이상 공산주의를 가장해왔기 때문이다. 1990년대 러시아의 ‘모방 민주주의’ 건설은 어려운 과도기 동안 정치개혁에 매진하라는 서방의 압력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었다.
2010년대 들어서면서 이 같은 민주주의 위장은 그 유용성을 다했다. 그러자 러시아의 지도자들은 분노를 동력으로 삼은 패러디 정책으로 전환했다. 러시아 당국자들은 서방의 이상화된 모습을 모방해야 한다는 고압적이고 무익한 요구로 보이는 것에 시달려, 그들이 가장 끔찍한 패권국 미국의 행동 패턴이라고 인식한 것을 모방하기로 결정했다(mirroring). 서방을 그대로 보여주어 그 자화자찬적인 가면을 벗겨내기 위해서다. 미러링은 모방자가 모델이라는 자에게 복수를 하는 방법이다.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개입은 비웃음을 살 정도로 역설적인 ‘미러링’ 작업의 가장 두드러진 사례다.
다시 말해 러시아 당국자들은 1990년대에 정치가들의 시민에 대한 책임성을 모의실험한 결과 이제는 민주주의적 위장에 모든 흥미를 잃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미국의 정치 시스템을 모방하는 체하는 대신에, 미국이 다른 나라의 국내 정치에 불법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모방하기를 선호한다. 보다 일반적으로, 러시아는 미국이 국제 규정을 존중하는 체하면서 그것을 어기는 성향이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리고 이 일을 점잖게 하면서 미국에 굴욕을 안기고 자신의 분수를 깨닫게 해준다는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


3. 미국의 트럼프
 트럼프는 미국이 세계의 미국화로 가장 큰 손실을 본 나라라고 선언함으로써 대중과 경제계 모두의 지지를 얻었다. 왜 많은 미국인은, 자유주의적 세계 질서에 대한 미국의 헌신이 오히려 가장 큰 취약성이라고 외치는 대통령을 지지할까? 미국이 자기네를 흠모하고 모방한 사람들에게 이용당한 피해자라는 허접한 이야기를 1980년대에 트럼프가 처음 그의 전용 주장으로 내세웠을 때는 경제계나 대중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 2010년대에는 왜 그들에게 크게 들리기 시작했을까?
답은 미국의 백인 중산층과 노동계급이 어려움에 빠지고, 중국이 과거 독일이나 일본보다 더 위험한 미국의 경제적 경쟁자로 떠오른 데 있다. 백인 유권자들은 중국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훔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경제계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기술을 훔쳐간다고 생각하게 되자, 미국이 희생되고 있다는 트럼프의 이상한 메시지는 이전에 생각지도 못했던 엉성한 신뢰성을 얻었다.
이 사례는 모방자뿐만이 아니라 모델 역시 모방의 정치학으로 인해 분노를 품게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경우에는 자유주의적 세계 질서를 건설한 나라의 지도자가 이를 허물기 위해 자기 권한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음도 보여준다.


모방 시대의 종말, 그 이후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저자들은 결론에서 ‘모방 시대’의 종말과 더불어 새로운 시대가 열리리라는 전망을 보여주는 사례로 중국을 든다. 중국은 서방을 통째로 모방하거나 모방하는 시늉을 한 것이 아니라 일부만 모방했다. 19세기에 한·중·일 3국에서 각기 동도서기(東道西器), 중체서용(中體西用), 화혼양재(和魂洋才)라 불리던 것을 실천해,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서양의 기술을 도입하되 공산주의 체제는 유지한 것이다. 나아가, 다른 나라들을 설득하거나 강요해 ‘아시아적 가치관’을 받아들이도록 하거나 그들의 정치적·경제적 시스템에 ‘중국적 특징’을 색칠하도록 부추기는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데올로기나 도덕적 당위를 내세우지 않고 세력과 실리를 우선시한다. 따라서 현재의 G2 체제는 이전의 냉전 시대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저자들은 내다본다. 또한 이런 새로운 정세 속에서 자유주의 역시 지난 30년간 씌워졌던 절대자로서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회복으로 가는 길을 찾으리라는 희망 어린 전망을 내놓는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그런 의식과 의지가 있는 지도자가 나타나고 시민의 힘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반 크라스테프
정치학자. 불가리아 소피아의 자유주의전략연구소장이며, 오스트리아 빈의 인문과학연구소(IWM) 종신 펠로(fellow)다. 저서로 《변화하는 집착(Shifting Obsessions)》(2004), 《불신을 믿는다(In Mistrust We Trust)》(2013), 《무너진 민주주의(Democracy Disrupted)》(2014), 《유럽 이후(After Europe)》(2017) 등이 있다.

 

지은이 : 스티븐 홈스
1976년 예일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그해 존 애디슨 포터상을 받았다. 시카고대학, 프린스턴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 뉴욕대학 교수로 있다. 저서로 《뱅자맹 콩스탕과 근대 자유주의의 형성(Benjamin Constant and the Making of Modern Liberalism)》(1984), 《반자유주의 해부(The Anatomy of Antiliberalism)》(1993), 《열정과 통제(Passions and Constraint: On the Theory of Liberal Democracy)》(1995), 《투우사의 망토(The Matador’s Cape: America’s Reckless Response to Terror)》(2007) 등이 있다.


옮긴이 : 이재황
서울대 동양사학과에서 공부하고, 한국방송(KBS), 내외경제(현 헤럴드경제), 중앙일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역사와 언어, 문자 등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를 연재하고 《한자의 재발견》, 《처음 읽는 한문》(전2권), 《기발한 한자사전》, 《가장 빨리 외워지는 한자책》 등을 썼다. 또 조선왕조실록을 재편집하고 우리말로 옮겨 《태조·정종본기》, 《태종본기》(전3권)를 펴냈다.
《실크로드 세계사》로 제58회 한국출판문화상(번역 부문)을 수상했으며, 그 밖에 옮긴 책으로 《실크로드》, 《푸드 오디세이》, 《왜 나쁜 역사는 반복되는가》, 《개인은 역사를 바꿀 수 있는가》, 《1945 중국, 미국의 치명적 선택》, 《비잔티움 제국 최후의 날》, 《초목전쟁》 등의 영어 책과 동양 고전 《맹자》, 《순자》 등이 있다. 신채호, 박은식, 최남선 등 근대 인물의 한문 투 저술들을 현대어로 풀어내기도 했다.

 

목 차

서론: 모방과 불만
 종말에 대한 의식 | 명명과 필요성 | 모방의 압박 | 분노의 폭발

 제1장 모방 심리
 빛의 소멸 | 정상성의 부담감 | 삶은 다른 어딘가에 있다 | 틈입자 | 굴복으로서의 이민 | 참을 수 없는 정상성의 모순 | 새로운 독일 이데올로기 | 자유주의자 출신의 비자유주의 | 합창

 제2장 복수로서의 모방
 러시아 수정주의의 기원 | 서방의 화법 뒤집기 | 권력 강화를 위한 민주주의 흉내 내기 | 부정선거의 기제 | 모방의 함정 | 성난 목발잡이 | 폭로로서의 모방 | 파괴적 모방의 막다른 골목

 제3장 탈취로서의 모방
 분노의 축 | 우리는 우리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 ‘환상적인 민주 국가’ | 미국의 온실 | 경쟁자가 된 모방자들 | 이민을 통한 정체성 도둑질 | 침투로서의 모방 | 거짓말이 메시지다 | 가면 벗기 | 마무리

 결론: 한 시대의 마감
 베이징의 1989년 | 이데올로기 위의 당 | 도용으로서의 모방 | 전향 없이 이룬 강국 | 차이나타운이냐, 용광로냐 | 모방의 비애 | 위선 없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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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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