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표창원 추천!
“아동학대, n번방 사건, 묻지마 범죄, 신경학적 질환의 급증까지
이 시대의 다양한 이상징후를 이토록 집요하게 파고든 책은 없었다.”
“이번 세기,
우리는 모두 과잉주체들이다.”
언제 어디서 멈춰야 할지를 망각하는 새로운 시대증상
‘과잉’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영화감독 김곡이 인문철학서 『과잉존재』를 출간했다. 「고갈」, 「자본당 선언」, 「방독피」 등의 영화에서 독특한 시선으로 사회문제를 다루며 유수의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는 김곡 감독은 영화 작업 외에도 다양한 매체에 시사 칼럼을 쓰며 사회적 이슈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전작 『관종의 시대』에서 지나치게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회현상인 ‘관종문화’에 주목해 한국사회를 분석했다면 이번 책 『과잉존재』에서는 인터넷 강국인 한국에서 왜 유독 소통장애와 ‘이상범죄’, 신경학적 질환이 유행하는지를 파헤친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멜라니 클라인, 도널드 위니캇, 오토 컨버그 등 세기의 정신분석학자들의 이론뿐만 아니라 이수정, 표창원, 故고선영, 박순진 등 범죄학 및 범죄심리학 분야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꼼꼼하게 살폈다. 저자에 따르면 묻지마 범죄, 아동학대의 급증도 과잉 현상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또한 저자는 전공인 철학을 이 책의 주요 전개 방식으로 삼고 마르크스, 베블런, 사르트르 등의 유명한 논증들을 인용해 ‘한국사회의 나르시시즘, 개인 및 사회에서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의 이유’를 밝힌다. 특히 어머니와 아동의 관계에 주목했던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멜라니 클라인의 대상 이론은 이 책의 뼈대를 이루는 주요 근거다.
“오늘날 ADHD, 우울증, 일중독 같은 상이한 증상들이 동시에 대중화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아무리 달라 보여도 그들 모두는 하나의 동근원적 질환, 즉 감각 및 행동의 경계가 와해되는 데서 오는 ‘과잉조절장애’다. 그 본질은 자아와 타자 사이에 확연한 경계선을 긋지 못하는 결단력의 부재에 있다.”
과잉은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니다
그것은 경계를 잃고 비대해진 자아의 종말이다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과잉주체_우리는 왜 과잉하는가>에서는 과잉의 개념을 정리한다. 조울증, ADHD, 공황장애 등의 신경학적 질환 및 아동학대, 묻지마 범죄 등 현대판 이상범죄의 급증에 과잉(자아)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힌다. 과잉존재는 어떻게 탄생하며 그 가운데 사회와 자본, 기술 발전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 장에서 살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체제 내에서 과잉이 노동자와 주권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함께 짚고 넘어간다.
2장 에서는 아동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 빈번히 나타나는 ADHD가 단순히 신경학적 질환이 아닌 사회학적 질환일 수 있음을 밝힌다. 옷을 입기도 전에 미리 신발을 신으려는 ADHD 증상은 낮과 밤의 경계가 허물어진 24시간 사회에서 비교적 쉽게 발견되는 ‘시간의 흐름을 잃은 상태’와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에 받을 ‘좋아요’를 위해 셀카를 찍고, 퇴근하는 순간 출근한다는 농담은 시간 감각이 해체된 상황에서만 가능한 행위이자 농담이다. 저자는 시간 감각이 해체된 상황에서 발생하는 이 시대의 대표적 현상 ‘순삭문화’를 통해 한국사회를 분석한다.
3장 <공황장애의 무게_과잉자아의 또 다른 신체 반응>에서는 기술이 발전하며 대지를 넘어 진공(하늘, 바다 그리고 무한히 뻗어가는 하이퍼링크)을 정복한 인류가 봉착한 문제를 다룬다. 무한하게 빈 공간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질서와 경계를 철폐해 기준을 상실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자에 따르면, 감각의 상실, 몸이 공중에 붕 뜨는 무중력감, 호흡곤란 증세 등의 공황장애 증상은 오늘날 개인의 존재가 언제든 사라질지 모른다는 사회적 현상과도 맞물려 있다. “클릭 한 번으로 친구 하나 삭제해도 티도 안 나는 SNS, 팔꿈치 한 방으로 경쟁자 하나 제거해도 티도 안 나는 무한경쟁 체제, 그만큼 개인 자신도 언제든지 지워질 수 있는 존재가 된 사회는 끓는점을 지나 존재 휘발의 단계로 접어든 과잉체계들이다.”(56-57쪽) 언제든 삭제되고 붕 떠 휘발될 수 있다는 공포는 지난 세기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공황장애 역시 이번 세기에 와서야 급증했다. 이 시대의 무수한 하이퍼링크(접속)와 경쟁은 존재 휘발 공포의 원인인가, 결과인가.
4장 은 SNS가 개인과 사회를 어떻게 양극화시켜 결국 망가뜨리는지 분석한다. 자아를 쪼개고 분열해 SNS에서만큼은 전지전능한 자아로 군림하는 것은 ‘과잉자아’의 표본이다. “우리는 SNS에 먹은 음식, 입은 옷, 구매한 물건, 만난 사람, 가본 장소, 읽은 책 등을 매일 포스팅하지만, 이는 ‘진짜 나’를 한정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더 많은 ‘좋아요’를 받기 위해서다.”(68쪽) 무한정 뻗어가는 하이퍼링크는 나를 남들에게 연결할수록 진짜 나로부터는 차단한다. 겉으로는 얼마든지 들떠 오르지만, 속으로는 공허해지는 현상이 남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수시로 ‘좋아요’가 달렸는지 댓글이 달렸는지 확인하는 것은 결국 “부풀려진 자존감”과 “정신적 초조함”이 대조되는 징후다. “들뜨고 부풀려진 전능한 자아 뒤에는 반드시 웅크리고 텅 빈 자아가 있다.”(74쪽) 이 악순환 속에서 우리는 진짜 나와 가짜 나의 분별을 흐린다. 그렇게 진짜 세계를 잃어간다.
5장 <연쇄살인과 묻지마 범죄_어떤 범죄도 저지를 수 있다는 ‘전능함’>은 저자가 유독 많은 시간을 할애해 쓴 장이다. 아동학대와 아동유기, 보복성 범죄가 급증하는 데 분노하고 안타까운 것은 비단 저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저자는 이 장에서 이들 충동범죄와 과잉과의 관계를 분석한다. 지나가는 ‘아무나’를 범죄 대상으로 삼고, 잔인하게 아동을 학대하고 결국 이들이 마치 원래 없었던 존재인 것처럼 ‘삭제’시켜버리는 행위, 마치 SNS에서 친구 하나 삭제하듯 일어나는 이 행동은 무엇을 의미할까? 저자는 지난 세기의 연쇄살인과 오늘날의 범죄를 비교하며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과잉주체가 벌이는 충동범죄와 소거(삭제)충동 그리고 지독한 나르시시즘과의 연관성을 이 장에서 알 수 있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연쇄살인범은 범죄 후 의도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시그니처를 남겼고 범죄의 기준이 있었다. “가장 정신병적이라고 할 만한 정남규도 침입하다 남자가 있으면 도망쳤고, 정두영은 4차 범행에서 아기는 살려주었다.”(98쪽) 그러나 초자아가 자아를 먹어버린 과잉주체, 묻지마 범죄자에겐 범죄의 기준도 경계도 없다. 우리가 두려운 건 바로 이것이다. 경계와 기준의 조절감을 잃어가는 세계에서 우리는 무엇을 경계(보호)로 삼고 살아가야 하는가.
6장 <폭식증 자본주의_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돈의 힘>과 7장 <경계선 주권장애_‘과잉주체’들이 모여 만든 민주주의>에서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체제 내에서 벌어지는 ‘과잉의 폐해’를 분석한다. 소비하는 것이 아닌 과소비를 하도록 만들고 2+1 혹은 포인트 적립 형식으로 과잉공급되는 시장에서 과잉 외엔 선택의 기준이 없다. 자본은 먹는 자와 먹히는 자의 경계를 철폐해 자기 자신을 1인 기업, 1인 브랜드로 규정하게 만들고 자기 자신을 상품으로 끊임없이 과잉개발하게 만든다. 자기 흡수를 통해 나의 미래를 저당 잡히고 결국 모든 잘못을 내 잘못으로 돌리는 자기 죄책감이 커지는 것도 바로 이 시대의 과잉 증상과 관련이 깊다.
민주주의는 어떤가. “오늘날 더 많은 자유와 평등이 주어질수록 민주주의는 견해의 다양성은커녕 절대선 대 절대악의 대결과 과분극화되어 가고 있다.”(140쪽) 저자는 이런 현상을 통해 국가가 국민을 억압하는 대신 국민과 비국민으로 분극화해 이들을 관리하는 방식을 이야기한다. 국민과 비국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규정되는, 즉 주권 자체의 양극화는 어떤 현상을 일으킬까? 더 평등한 자와 덜 평등한 자를 가르고 사회 전체의 비대칭이 아닌 부자와 나의 비대칭만 문제 삼는 ‘선택적 평등주의’ 앞에서 그저 ‘나’를 더 평등하게 해줄 전능한 메시아를 찾아 극우단체로, 종교단체로 향하는 허울뿐인 한국의 민주주의. 그 현상을 이 장에서 살핀다. “토크빌은 민주주의의 근간에 과흥분과 조절장애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확고한 신분적 경계에 의해 하인이 주인과의 안정된 ‘동일시’를 유지하는 귀족정과 달리, 민주정의 평등주의에서 그런 경계가 철폐되어 개인이 하인과 주인을 ‘오락가락’하는 진동상태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 주권자는 권한과 의무, 자유와 평등의 경계를 잃고 오락가락하다가, 경계선을 대신 그어줄 전능한 ‘같은 주인에게 의존하려는 충동’만을 키운다.”(137쪽)
“우리는 자주 고통이 생산적일 수 있다는 것을 잊는다.
저항하는 자만이 타인과 세계 속으로 나아간다”
_멜라니 클라인
8장 <과잉에 저항하기_타인과의 훈련>에서는 과잉의 기원을 살피고 ‘과잉주체’가 아닌 ‘주체’로 살아갈 방법을 알아본다. 저자에 따르면, 경계를 철폐하고 기준을 잃게 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언제 어디서 멈춰야 할지를 망각한다. 사회로부터 강요된 감정의 차원이 있다는 것은 모른 채 자기 스스로 자책을 하고 혹은 욕심이 많아졌다거나 인내심이 부족해진 것으로 착각한 채 더, 더, 더 과잉한다. “모터가 달린 듯” 일을 하고(일중독), 매분 매초 단위로 시간을 쪼개 자기계발을 하고, SNS에 어울리는 셀카 수백 장을 찍으며 망가져가는지 모른다. 그렇게 진짜 문제(뭐든 할 수 있다는 과잉가능성 자체)는 잊어간다.
멜라니 클라인을 비롯해 철학자 사르트르, 피아제의 주장에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자기 조절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타인과 나, 세계의 거리를 조절할 줄 알고 결국 ‘나’라는 주체의 기준을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멜라니 클라인의 말처럼 “우리는 자주 고통은 생산적일 수 있다”는 것을 잊는다. 매 순간 하이퍼링크되어 친구를 늘리지만, 진짜 친구는 없고 매 순간 일하지만 내가 왜 일하는지 모른 채 살 것인가, 아니면 과잉에 밀당하고 버티고 저항해 전능성의 환상을 깨뜨릴 것인가. 이 장에서는 과잉에 배신하는 가장 큰 방법이자 고통을 이야기한다. 정신분석학의 대가 멜라니 클라인은 말한다. “저항하는 자만이 타인과 세계 속으로 나아간다.”(184쪽)
작가 소개
영화감독. 공동작업자 김선 감독과 함께 ‘곡사’라는 팀으로 활동한다. 시라큐스영화제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고갈」뿐만 아니라, 「자본당 선언」, 「방독피」 같은 실험적이고 비판적인 독립영화로 베니스영화제, 베를린영화제, 모스크바영화제, 로테르담영화제, 부산영화제 등에 초청되었다. 상업영화로는 「화이트」, 「앰뷸런스」, 「보이스」 같은 장르영화들을 주로 연출했다.
본업은 영화지만 전공은 철학이다. 영화철학서 『투명기계』와 『영화란 무엇인가에 관한 15가지 질문』을 집필했으며, 이후 사회현상에 눈을 돌려 『관종의 시대』를 출간했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한국사회에서 왜 유독 소통장애와 신경학적 질환이 유행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집필 중이며, 『과잉존재』는 그 한 걸음이다.
목 차
서문
1 과잉주체
: 우리는 왜 과잉하는가
2 ADHD의 시간
: 집단 ‘주의력결핍장애’에 걸린 한국사회
3 공황장애의 무게
: 과잉자아의 또 다른 신체반응
4 SNS 조울증
: ‘좋아요’ 이면의 우울함
5 연쇄살인과 묻지마 범죄
: 어떤 범죄도 저지를 수 있다는 ‘전능함’
6 폭식증 자본주의
: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돈의 힘
7 경계선 주권장애
: ‘과잉주체’들이 모여 만든 민주주의
8 과잉에 저항하기
: 타인을 만나는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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