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시대의 용접공 홍영표,
대한민국의 분열과 균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다
4선 국회의원이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영표 의원, 그가 출간한 <담대한 진보>는 흔히 볼 수 있는 정치인들의 자서전과는 다른 형태를 가진 책이다. 개인사 혹은 자전적인 이야기도 일부 포함되어 있으나 이 책의 초점은 저자 본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철저하게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에 맞추어져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저자는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더 과감한 개혁이 필요한 과제들을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이뤄내겠다”며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는 본인의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어떤 사회든 개혁이 필요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 수 있으냐 마느냐 하는 것이 그 사회의 존립을 결정한다. 그렇기에 ‘개혁’이나 ‘지속가능한 미래’와 같은 말들은 미래 비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된지 오래되었고 그만큼 자주 사용되었으며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개혁’이나 ‘지속가능한 미래’만큼 공허한 말이 또 어디 있을까. 이것은 흡사 알맹이 없는 구호와 같아서 누구의 마음도 얻을 수 없는 김빠진 말이 된지 오래 되었다. 알맹이가 없는 구호는 빛이 바래 있지만 그 알맹이가 채워지는 순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홍영표의 말이 그렇다. 이 책에는 사회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빛나는 아이디어들이 그득하다. 그의 말이 단지 구호에 그치지 않고 살아 숨 쉬는 이유다.
‘개혁’과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빛나는 아이디어들
총 2부와 부록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1부 담대한 진보>로 우리 사회에 대한 진단과 그에 관한 해결책이 제시된다. 저자는 좀처럼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 한반도 외교 생태, 불평등과 양극화, 노동시장의 단절, 지속 가능하지 않은 연금 체계, 화석연료와 원전에 치우친 에너지 체계, 저출산과 고령화, 지방의 소멸 등 지난 70여 년간 차곡차곡 쌓여왔지만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지 못했던 난제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우리 앞에 놓인 이 수없이 많은 문제들은 갈등이 극심해 해결하기 어려워 방치되었거나 합의를 보기 어려워 다음 세대로 미뤄지기만 했던 문제들이다. 과감한 개혁, 적극적인 해법으로 문제를 풀고 지나왔어야 했지만 정치적 이해득실에 밀려 서랍 속에 넣어 두기만 했던 이 문제들을 해결할 적기가 바로 지금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포스트 코로나19 이후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이때가 위기이자 기회이며 이런 대전환의 시기야말로 답보 상태에 빠진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최적기라는 것이다.
“지난 2020년은 누가 방역전쟁에서 승리하느냐의 경쟁이었다면, 2021년 이후는 누가 더 빨리 일상으로 되돌아가느냐의 속도전이다. 또한, 누가 경제·사회 등 국가 전반의 시스템을 먼저 정비하고, 디지털과 기후변화 등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느냐의 경쟁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 질서 재편이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될 것이다.” _본문 7p
코로나19는 많은 것들을 바꿔놓았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는 기원전과 기원후, 산업혁명 이전과 이후처럼 먼 훗날 세계사의 대변혁 중 하나로 기억될 수도 있다. 이러한 큰 분기점을 거치고 나면 사회는 더 이상 예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과거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으로 새로운 세상을 살아나갈 수도 없다. 구시대의 과제들은 빨리 해결하고 새로운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저자의 지적은 타당하고 또 시의적절하다. 현재의 대응이 앞으로의 100년, 1000년을 결정지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부 더 담대한 진보>에서는 진영 논리에 빠진 우리 정치를 상생과 통합의 정치로 이끌고자 하는 저자의 담론이 제시된다. 정치가 사회의 걸림돌로 여겨지지 않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100년을 이끌 수 있는 정치로 탈바꿈 할 수 있는 단초들을 조목조목 제시한다.
정치는 제조업도 아니며 서비스업도 아니다. 정치가 없어진다고 해서 실물 경제에 어떤 타격이 있을 리도 없다. 한 마디로 말해서 사회의 ‘필요악’을 넘어 ‘불필요악’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는 것이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하지만 정치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다. <1부 담대한 진보>에서 저자가 풀어놓은 과제들 역시 정치를 통해서 해결될 수 있고 우리 사회의 룰을 정하는 것도 정치의 몫이다. 정치의 존재감은 정치인들 스스로가 풀어야 할 문제이지만, 그 정치인들을 선출하는 유권자들에게도 큰 숙제로 남는다.
“정치는 ‘각자도생’의 반대말이다. 국민 개개인이 혼자서는 어쩌지 못하는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것이 정치의 존재 이유다. 민주주의의 실력이 여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이 어쩌지 못하는 문제, 공동체 차원의 관여가 없다면 각자도생과 그 결과로써 야기될 아비규환(요즘 말로 ‘헬’)을 막는 것이 국회의 일이다. ‘일하지 않는 국회’라는 국민의 고정관념은 국회가 중요한 문제에서 답을 제때 내지 못하거나, 아예 외면함으로써 오는 답답함과 실망감이 누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_본문 226p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 검경 수사권 조정 타결의 주역
<부록 1 패스트트랙 보고서>에서는 국회선진화법에 있는 패스트트랙 절차를 활용해 지지부진한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 그리고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키는 긴박했던 과정을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2018년 12월 6일,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일부 야당 대표들의 농성으로 촉발되어 급물살을 타게 된 일련의 상황들은 2020년 1월 13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마침표를 찍게 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로, 정개특위 위원장으로 이 과정을 진두지휘한 저자의 고민과 갈등, 그에 따른 뒷이야기들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은 문재인 정권의 정치 분야 최대의 성과라 할 수 있는 것으로 이를 밀고나가 타결에 이르게 한 저자의 뚝심이 돋보인다.
<부록 2 시대의 용접공>에 이르러서야 저자는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다니던 대학을 중퇴하고 대우자동차에 취업한 저자는 자동차의 소재와 소재를 이어붙이는 용접공으로 일한다. 이곳에서 사용하던 용접 방식은 백비드 용접으로 이 백비드 용접이란 단어는 그의 생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로 부를 수 있을 만큼 절묘하게 그의 인생역정과 맞아떨어진다.
“서로 다른 재료의 금속을 녹여서 접합하는 게 용접이다. 백비드 용접은 두 개의 철판을 열과 압력을 가해 이어 붙이는 작업이다. 생김새와 기능이 다른 철판을 붙이면 새로운 물체가 탄생한다. 내가 용접으로 만든 것은 자동차였다. 세상의 모든 일은 백비드 용접과 비슷하다. 용접은 노동운동가로서, 협상가로서 평생을 살아온 나에게는 매우 상징적이다.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를 연결해 하나로 만드는 일. 용접공이 된다는 것. 그것은 매우 힘든 일이지만 시대적 사명이다.”_본문 336p
노동자이자 용접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저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과정을 거쳐 국회의원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지를, 간략하지만 진심이 담긴 이 글을 통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시대의 용접공으로 대한민국의 분열과 균열, 갈등과 상처를 봉합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결국 그가 평생을 걸쳐 실현하려고 했던 진보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또한 ‘사람 사는 세상’과 ‘나라다운 나라’를 꿈꾸는 고민을 국민 모두와 함께 나누고자 하는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
작가 소개
1957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고창중, 이리고,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유신반대 운동을 시작으로 1982년 대우자동차 직업훈련소 판금·용접과에 위장취업해 들어가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1985년 대우자동차 노조 대의원으로 파업투쟁을 주도하여 구속되는 등 세 번에 걸쳐 옥고를 치렀고, 민주노총준비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1994년 노사 간에 합의로 10년 만에 복직되어, 6년간 대우자동차 영국 판매법인의 주재원으로 세계화의 현장에서 경험을 쌓았다.
2002년 대선 경선과정에서 노무현 후보를 돕다가 유시민 등과 개혁당을 만들면서 정치를 시작했다. 2004년 이해찬 국무총리 시절 시민사회 비서관으로 세종시 건설, 175개 공공기관 이전, 경주 방폐장, 용산미군기지 이전 등 당시의 사회적 갈등 과제를 담당하고, 저출산·고령화 대책 연석회의 부단장으로 사회협약을 만드는 산파 역할도 했다. 2006년에는 대통령 직속 한미 FTA 체결 지원단장을, 2007년에는 재정경제부 자유무역 국내 대책 본부장을 역임했다. 2009년 재선거로 인천 부평에서 당선되어 5년간 환경노동위에서 간사, 환노위 위원장으로 노동문제 전문가로 활동했으며, 2014~2016년에는 산업통상위에서 천문학적 혈세를 탕진한 해외자원개발의 실상과 문제점을 파헤치기도 했다.
2012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선대본 상황실장을 했고, 2017년에는 문재인 선대본에서 일자리 본부장으로 일자리정책을 수립하는 중심 역할을 했다. 2018년 원내대표에 선출된 후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사법개혁과 정치개혁을 패스트트랙으로 통과시킴으로써 치밀한 전략과 성공적 협상력을 보여주었다.
목 차
여는 글
추천사
Chapter 1 담대한 진보
-진보의, 진보에 의한, 진보를 위한 진보
01 대전환의 시대
21세기 패권전쟁 / 외교 전략 새판 짜기 / 리셋 ! 한미동맹 / 전쟁의 공포, 평화의 봄 / 코로나19 이후
02 불편한 진실
‘질 나쁜 성장’의 종언 / 계급이 된 일자리 / 불평등의 세습과 “공정하다는 착각” / 인구의 역습 / 기술진보와 일자리 / 지방의 소멸
03 다시 쓰는 미래
일자리를 위한 노동 대개혁 / 적극적 복지가 답이다 / 제조 르네상스와 혁신성장 / ‘한국형 청년보장’으로 청년실업 해결해야 / 그린 뉴딜과 에너지 대전환 / 지방의 부활, 활력 있는 방방곡곡
chapter 2 더 담대한 진보
-협의와 합의를 위한 우리의 발걸음
민주주의의 위기 / 정치의 실패 / 협치 그리고 개헌 / 더 담대한 진보
부록 1 패스트트랙 보고서
-정치적 상상력에서 시작된 새로운 민주주의
패스트트랙과 그 의미 / 정치·사법개혁 열차는 떠나네 / 촛불의 시대정신, 그리고 대표성과 비례성 / 노무현의 선물, 국회전자입법발의 시스템 / 협상의 전략 / 어쩔 수 없는 선택, 연합정당
부록 2 시대의 용접공
-내가 쓰는 자서전: 홍영표 스토리
파업의 새벽 / 젊은 날의 초상 / 협상의 중심에 서다 / 아련한 유년의 삽화 / 행복한 동행 / 미래를 향한 담대한 진보
맺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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