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현대 주식시장의 핵심 메커니즘을 밝히다
독일 노동자를 위해 쉽게 쓴 증권·상품 거래소 입문서
2019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금리 동결,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주식이 가장 접근성이 높은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지며 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치솟고 있다. ‘개미’ 투자자가 늘어난 만큼 거액 투자자나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불신, 공매도에 대한 비난 등 주식에 대한 설왕설래가 늘어나는 한편, 여전히 주식을 일종의 도박으로 보고 죄악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풍경은 철강업과 금융업을 중심으로 산업이 대형화하기 시작한 1890년대 독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막스 베버는 1890년 독일 사회정책학회가 실시한 독일 농업노동자 실태 조사에 참여하면서 거래소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거래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그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다고 생각한 베버는 학자로서 책임감을 느끼며 독일 노동자들을 위해 논문 〈거래소의 목적과 외적 조직〉(1894)과 〈거래소 거래〉(1896)를 발표했다. 이 두 논문은 베버 사망 이후 아내 마리안네 베버가 1924년 발간한 《사회학과 사회정책 논문집》에 〈거래소〉라는 제목으로 1, 2부로 나뉘어 수록되었다.
■ 〈거래소의 목적과 외적 조직〉
제1부 〈거래소의 목적과 외적 조직〉은 거래소에 대한 기초 지식을 전한다. 베버에 따르면 “거래소는 근대의 대중 수요 물품의 시장”이다. 거래소에는 크게 곡물, 채소 등 생산물을 거래하는 상품거래소와 화폐나 유가증권을 거래하는 증권거래소가 있다. 여기서 베버는 주로 증권거래소를 다루며, 거래 대상이 증가하면서 효율적인 거래를 위해 중개인, 중매인, 시세표 등 거래소 제도가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자본이 없는 독일 노동자들은 “거짓말과 속임수를 써서 성실하게 일하는 국민을 희생시키는 일종의 공모자 클럽”이라고 거래소를 오해하는데, 베버는 단호하게 이러한 견해를 비판한다. 중개인들이 정보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일부 투기자는 순식간에 큰돈을 벌기도 해 도박적인 요소가 없진 않지만, “거래소에서 가격이 안정되게 올바른 방식으로 형성되고 결정”되는 것은 국민경제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라는 것이다. 게다가 각각의 거래가 “하나의 교환 공동체”로 연결되는 근대 자본주의사회에서, 거래소는 “없어서는 안 되는 제도”라고 베버는 주장한다.
■ 〈거래소 거래〉
2년 후에 발표한 제2부 〈거래소 거래〉에서는 국가의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 측면에서 거래소의 순기능을 역설하며, 선물거래를 특히 중요하게 다룬다. 선물거래란 상품의 미래 가치를 현시점에 거래하는 방식이다. 1890년대 독일에서는 선물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동시에 부정적인 여론도 거셌다. 현물이 없어도 거래할 수 있다는 선물거래의 특성상 불건전 주식이 거래되고 투기가 심화될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당시 독일 거래소 조사위원회와 토지 소유자, 농업노동자 대다수는 선물거래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막스 베버는 이러한 비판이 거래소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 혹은 몰이해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민족주의 관점에서 선물거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선물거래란 가지고 있는 자본이 아니라 수익 실현의 가능성을 보고 거래하는 방식이다. 선물거래를 통해, 보유 자본이 적은 일반 대중도 거래소 거래에 참여하게 되면서 거래소의 규모가 확대되고, 그로 인해 자국 거래소의 위상이 높아지면 자국의 재정권력과 정치권력이 함께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베버는 주장했다. 국민경제 측면에서의 장점을 생각하면 ‘투기 심리 조장’은 선물거래의 미미한 부작용일 뿐이다. 베버는 “강력한 거래소는 ‘윤리적인 문화’를 위한 클럽”일 수 없고, “경제 투쟁에서의 권력 수단”이 되는 것이 거래소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분명하게 말하며 논문을 끝맺는다.
금융 전문가이자 정치철학자로서
베버의 사상적 발전을 보여주는 주요 논문 2편
《카리스마적 지배》, 《직업으로서의 정치》, 《관료제》 등 막스 베버의 여러 저서를 번역해 그의 학문적 성과를 알리는 데 공헌해온 이상률 번역가는 〈옮긴이의 글〉에서 “《거래소》는 베버의 금융 전문가로서의 모습뿐만 아니라, 그의 정치사상의 발전 경로도 보여준다”며 이 책의 의의를 강조한다. 《거래소》에 실린 두 편의 논문은 1894년 프라이부르크대학교 경제학 교수 취임 전후 발표한 것으로, 두 편을 나란히 놓고 보면 1894년 〈거래소의 목적과 외적 조직〉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베버의 민족주의적 입장이 1896년 〈거래소 거래〉에서 뚜렷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베버는 1895년 취임사에서 국민국가란 신비하고 모호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세속적인 권력조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즉, “독일의 경제정책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과 그 담당자인 독일 국민국가의 경제적·정치적인 권력 이해에 따라 최종적이며 결정적인 판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생각이 1896년 〈거래소 거래〉 논문에서 두드러지며, 거래소 제도에 대해서도 국민국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 책은 1890년 금융 경제 발흥기의 거래소 거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로서 거래소의 중요성을 드러내며, 오늘날 주식시장의 핵심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거래소 거래가 없다면 국제적인 경제 권력 투쟁에 뛰어들 수 없으므로, 투기가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손실까지도 국가 간 전쟁 비용의 일부로 감수해야 한다는 베버의 주장에서, 그의 민족주의 정치사상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어 그 학술적인 의미가 크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막스 베버
독일 에르푸르트 출생. 19세기 말에서 20세기에 걸쳐 활동한 사회과학자로서 해박한 지식과 투철한 분석력으로 법학·정치학·경제학·사회학·종교학·역사학 등의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으며, 예리한 현실감각으로 당시 뒤처져 있던 독일 사회와 정치를 비판하고 근대화에 힘썼다. 그의 업적은 사회과학의 모든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특히 주목되는 것은 가치자유(몰가치성)의 정신과이념형 조작(操作)이 뒷받침된 사회과학 방법론의 확립, 종교적 이념과 에토스(사회적인 습관)의 역사 형성력에 입각한 유물사관 비판, 근대 서구세계를 일관해서 흐르는 합리화와 관료제적 지배의 현대적 의의의 지적 등이다. 베버의 학설은 사회과학에 광범한 영향을 끼쳤으며, 가치자유, 이념형적 파악, 이해적(理解的) 방법에 바탕을 둔 학문론은 독일역사학파뿐만 아니라 마르크스주의 비판의 근거가 되었다. 그러나 그의 행위론이나 관료제론, 종교사회학적 연구는 마르크스 이론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 의의를 잃지 않고 있다.
옮긴이 : 이상률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사회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니스대학교에서 수학했다. 현재는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주요 번역서로는 클로드 프레데릭 바스티아의 《국가는 거대한 허구다》, 가브리엘 타르드의 《모방의 법칙》, 《여론과 군중》, 표트르 크로포트킨의 《빵의 쟁취》, 막스 베버의 《관료제》, 《사회학의 기초개념》, 《직업으로서의 학문》, 《직업으로서의 정치》, 《유교와 도교》, 베르너 좀바르트의 《전쟁과 자본주의》,《사치와 자본주의》, 칼 뢰비트의 《베버와 마르크스》, 데이비드 리스먼의 《고독한 군중》, 세르주 모스코비치의 《군중의 시대》, 그랜트 매크래켄의 《문화와 소비》, 하비 콕스의 《세속도시》 등이 있다.
목 차
제1부 거래소의 목적과 외적 조직
제2부 거래소 거래
- 입문서
-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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