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90년생이 왔다
86세대 이후, 지금 이곳의 사회비평과 함께
‘오세훈’은 싫지만, ‘박영선’도 별로인 젊은 세대 앞에 도착한
새로운 감수성의 사회비평
“어둠의 공론장에 샛별처럼 등장한 젊은 지식인.
그의 단아하고 뜨거운 글에서 다시 희망을 읽는다.”
-김누리 중앙대학교 교수, 작가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이남자’(20대 남성)와 더불어 자주 호명되는 집단이 있다. 오세훈과 박영선을 모두 거부하고 15.1%가 소수정당‧무소속을 찍은 ‘이여자’(20대 여성)다. 이 숫자는 다른 연령·성별에서 소수정당‧무소속 후보에 투표한 비율(0.4~5.7%)에 비하면 단연 높은 수치로, 거대 여야 밖에서 대안을 찾는 젊은 세대의 존재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젊은 세대의 목소리는 스스로 발화되지 못한 채 윗세대에 의해 ‘인용’되고 ‘해석’되기 일쑤다.
1990년생인 강남규 작가가 쓴 이 책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새로운 대안을 찾으려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다. 저자는 국민의힘을 “불평등한 현실의 역사적 가해자”, 더불어민주당을 ‘대의나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조직 보위만을 위해 정치를 하는 집단’으로 규정하고, 이런 거대 양당의 ‘원만한 합의’ 속에서 나머지 정치집단과 시민의 이익이 ‘양보’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민인 우리의 책임과 역할을 역설한다. 저자는 ‘정치는 시민의 몫이고, 시민은 교체되지 않는다’라며 “선출된 정치인들과 녹봉 받는 관료들, 그리고 그들이 구축해야 할 시스템”에 모든 것을 위탁하는 대신 우리 모두가 ‘시민의 자리’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할 때 한국 사회가 조금 더 좋아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나중에’와 ‘내로남불’을 반복하는 ‘벼랑 끝 정치’…
진짜 정당은 어디에 있는가
이 책은 밀레니얼 세대에 속하는 1990년생인 저자가 문재인 정부 임기의 한복판인 2019년 말부터 2021년 초까지 〈경향신문〉, 〈미디어스〉, 월간지 〈일터〉에 쓴 글을 수정‧보완한 책으로, 젊은 세대가 바라본 문재인 정부의 기록이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학과 강의보다는 대학언론 활동과 사회운동에서 정치를 더 많이 배웠다”는 저자는 문화사회연구소, 이내창기념사업회에서 활동하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의 역할과 책임을 끊임없이 고민했고, 그 고민을 이 책에서 글로 풀어냈다.
1장 <진짜 정당은 어디에 있는가>는 시민을 향하지 않는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비판이다. 이 책은 정치적 책임성을 찾기 힘든 데다 ‘사이비 종교’스러운 허경영의 국가혁명배당금당이 21대 총선 당시 장년 노동자로 구성된 예비후보 1000여 명을 낸 사실을 되짚는다. 그러면서 “이 ‘사이비 정당’이 요양보호사, 미화원, 백화점 아르바이트, 페인트공들과 만나길 주저하지 않는 동안 ‘진짜 정당’들은 어디서 누구와 만나고 있었던가” “왜 ‘진짜 정당’이 있어야 할 곳에 ‘사이비 정당’만이 있었는가”라는 뼈아픈 질문을 던진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벼랑 끝 정치’에도 날 선 비판을 늘어놓는다. 저자는 더불어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는 트라우마 때문에 “벼랑 끝에 내몰려 한 걸음만 물러나면 떨어진다고 믿는 위기의식”으로 정치에 임하고 있고, 조직 보위만을 위해 ‘나중에’와 ‘내로남불’을 외치면서 사회적 약자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런 행태에 대해 “여성가족부 장관으로부터 “성인지 학습기회” 운운하는 말을 들어야 하는 미투 고발자들, 차별에 시달리는 사회적 약자들, 지금도 산업재해로 죽어가는 노동자들이야말로 높고 가파른 절벽 끝에 매달린 존재들이지 않은가”라고 반문한다.
2장 <정치와 선거는 같은 말이 아니다>는 비판에 초점을 맞춘 1장과 달리 정당과 정치인, 그리고 시민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강력한 의석 할당제 실시로 세계 1위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을 자랑하는 르완다의 사례를 제시하며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정치의 상을 바꾸자고 제안한다. 진보정치에 대해서는 선거제도 개혁에만 몰두하는 대신 국민감정, 현실적 불가능성과 같은 금기에 도전함으로써 ‘선을 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또한 “시민이 무력할 때 정치는 방만해지곤 한다”면서 정치를 옳은 방향으로 견인하는 시민의 역할을 강조한다. 구체적으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발의를 앞두고 정의당에 항의가 빗발칠 때 장혜영 의원이 했던 “잘하고 있다고, 같이 돌파하자고, 그런 말들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시민들 스스로 정치인의 앞이나 뒤가 아니라 옆자리에 ‘같이 돌파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3장 <‘해장국 언론’을 넘어서>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주체지만 오늘날 흔히 ‘기레기’로 경멸받는 언론을 다룬다. 저자는 인서울 명문대생들만의 목소리를 청년의 목소리로 과잉 대표하면서 고졸/지방대생들의 목소리를 배제하는 보도 행태를 짚으며 ‘다른 청년들의 목소리를 찾아 듣고자 하는 기자들이 많지 않다’라고 꼬집는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명된 이모 씨가 진범이 아닐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정작 용의자 실명을 노출한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윤리와 책임감을 내던진 보도”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저 ‘기레기’를 욕하고, 비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좋은 독자 없이 좋은 언론은 존재하기 어렵다”는 당연하지만 잊기 쉬운 진실을 상기시키며 “가짜뉴스를 바로잡고 ‘팔리는 기사’들을 거부하는 동시에, 좋은 기사를 열심히 읽고, 공유하고, 후원함으로써 언론사를 자극하고 독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냉소하지 않는 사람들은 성취를 이룬다”
함께 바꾸자고 조심스럽게 권유하는 이야기
4장 <꽃조차 놓이지 않은 죽음>에는 노동자, 특히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글들이 실려 있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사람이 재택근무와 화상회의가 일상화된 ‘뉴노멀’을 이야기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노동자가 떨어져 죽고, 끼어 죽고, 가스에 중독돼 죽어 매년 2000여 명이 퇴근하지 못하는 것이 한국 사회의 ‘노멀’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죽음의 숫자가 너무 많으니까 죽음은 무의미한 통계숫자처럼 일상화되어서 아무런 충격이나 반성의 자료가 되지 못하고”(김훈 작가) 수많은 노동자가 무관심 속에서 죽어간다. 저자는 “날이 지나도 꽃만 놓여 있다면 애도는 이제 그저 꽃일 뿐이다”(김시종 시인)는 말을 빌려 ‘꽃조차 놓이지 않은 노동자들의 죽음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5장 <‘시대의 기후’를 만드는 사람들>은 시민을 향하지 않는 정당과 정치인, ‘기레기’라는 경멸을 받는 언론, 매년 2000여 명이 죽는 노동 현실 등 앞서 다룬 문제들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문제, 바로 시민인 우리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이야기다.
책은 “우리 탓이 맞아. 우리가 만든 세상이야”라는 드라마 〈이어즈 앤 이어즈(Years and Years)〉의 대사를 인용하며 “지속 불가능한 체제가 이어지는 것을 막지 않은/못한 ‘사회구조의 동참자’”로서 우리의 책임을 묻는다. 지난해 잇따른 과로사로 논란이 됐던 택배기사의 열악한 노동환경 뒤에 낮은 택배비로 이득을 본 ‘현명한 소비자’가 있었듯 한국 사회의 수많은 문제에는 시민들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시민들이 자기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질책하는 대신 시민인 우리가 타자에 대한 연민과 연대의식을 가질 때 비로소 세상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격려하고, 함께 이 구조에서 벗어나자고 조심스럽게 권유한다. 그리곤 “변화를 만들 사람들은 바로 당신들”이라고 힘주어 희망을 말한다.
“살고 싶은 세상이 있고 그것을 스스로 만들 수 있다고 믿으니 이들은 지치지 않는다. 그렇다. 냉정한 분석과 강렬한 소망이 있는 곳에 냉소는 싹틀 틈이 없다. 그리고 냉소하지 않는 사람들은 성취를 이룬다.”_ 240쪽
“나는 더 적극적으로 나이브하겠다”
자기 자리에서 분투하는 동료 시민이 믿음의 근거
저자가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현실은 어둡지만, 그는 세상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는 한국 사회를 비판하고 고발하고 저격하지만, 결코 한탄하고 냉소하고 절망하는 법이 없다.”(김누리 중앙대학교 교수)
저자가 끝내 간직하는 희망의 근거는 저마다의 자리에서 분투하는 동료 시민들의 선한 의지다. ‘나이브하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시민이 타자에 대한 연민과 연대의식을 발휘할 수 있고, 그런 시민들의 선한 행동이 모일 때에야 비로소 세상이 지금보다 좋아질 수 있다고 저자는 목소리를 높인다. 그래서 이 책은 “끝내 냉소하지 않고, 마침내 변화를 만들 사람들”, 즉 우리 자신과 우리의 동료 시민들에게 보내는 헌사다.
“시민의 선한 의지 없이 우리 사회가 지속될 수는 없다고 믿기에, 사회의 지속을 바라는 입장에서는 시민이 선한 의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심할 수 없었다. 그러므로 ‘나이브하다’는 비판에 이렇게 답할 수밖엔 없다. 나는 앞으로 더욱더 적극적으로 나이브할 것이라고.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분투하고 있는 동료 시민들의 존재가, 내 믿음의 강력한 근거다.”_12~13쪽
작가 소개
시민의 책임과 역할을 고민하는 평범한 시민. 지금은 비영리재단에서 일하며 문화사회연구소, 이내창기념사업회에 참여하고 있다. 1990년생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도 고양시에서 자랐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지만, 학과 강의보다는 대학언론 활동과 사회운동에서 정치를 더 많이 배웠다. <미디어스>와 <경향신문>에 정치와 사회에 대한 칼럼을 연재했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 나서야 시민으로서 우리의 책임과 윤리를 이해하게 되었다. ‘구조가 바뀌어야 개인이 바뀐다’는 명제와 ‘개인이 바뀌어야 구조가 바뀐다’는 명제 사이에서 망설이다가 ‘구조가 바뀌지 않아도 바뀔 수 있는 개인들이 바뀌어야 구조가 바뀐다’고 복잡하게 대답하는 글을 주로 쓴다.
목 차
서문 - 시스템주의자와 의인 사이, 시민의 자리・5
1장 진짜 정당은 어디에 있는가
허경영과 1000명의 출마자가 던지는 질문・19
공정하게 불평등한 나라・23
‘사회적 합의’와 ‘나중에’・28
‘1호 공약’에 없는 것・32
금태섭 낙마와 비례대표・36
코로나가 무너뜨린 민주주의의 원칙・41
위성정당이 잡아먹은 것들・45
가짜뉴스의 진짜 원인・50
‘위로부터의 민주주의 실험’이라는 형용모순・55
진짜 벼랑 끝으로 내몰린 사람들・58
2장 정치와 선거는 같은 말이 아니다
15년 만의 진일보, 그 뒤의 아쉬움・65
모든 투표는 계산된다・69
21대 총선의 세 가지 착시・73
20대 국회의 마지막 기회・79
같이 돌파하는 정치・84
선을 넘는 진보정치・88
남성의 얼굴을 한 정치를 뒤집다・92
‘일하는 국회’라는 도그마・96
‘양당의 원만한 합의’・102
3장 ‘해장국 언론’을 넘어서
‘기레기’를 만드는 사람들・109
화성연쇄살인사건과 오래된 질문・114
‘오보 권하는 사회’를 넘어서려면・119
‘다른’ 청년은 어디에나 있다・124
“진짜 미투를 지키겠다”는 말이 지지받지 못하는 이유・130
위선에 대한 분노가 향할 곳・135
4장 꽃조차 놓이지 않은 죽음
‘이야기’가 되지 못한 죽음들・141
그도 하청노동자였다・146
다시, 뻔한 말을 외치는 이유・151
겨울은 반드시 봄을 데리고 온다・155
‘산재공화국’ 노동자를 위한 뉴노멀・161
경찰이 줄어든 도시에서 생긴 일・165
‘미국 공장’ 노동자들은 어쩌다 ‘교체’됐을까・171
항암 투병하며 기어이 싸우는 이유・178
‘노동존중사회’를 말하려면・185
5장‘시대의 기후’를 만드는 사람들
“우리 탓이야, 우리가 만든 세상이야”・193
〈미안해요, 리키〉에서 찾은 너무나 낯선 존엄성・198
왜 저들은 〈기생충〉을 두려워하지 않나・203
재난이 ‘천국의 문’이 되는 순간・209
정의연 사태, 그리고 남은 질문들・213
스승을 잃어가는 시대・218
긴즈버그와 ‘시대의 기후’・221
2016년 ‘촛불혁명’과 칠레 제헌 국민투표・226
버니 샌더스와 만국 공통의 언어・231
냉소하지 않는 사람들은 성취를 이룬다・237
outro - 다른 곳을 바라보는 동료 시민들에게・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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