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전 세계를 뒤흔든 마블 유니버스!
히어로들의 세계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약 11년간 이어진 대장정의 1막을 내린 어벤져스 시리즈는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어벤져스의 슈퍼 히어로들은 전지전능한 신의 모습이 아닌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우리는 슈퍼 히어로들이 간단하게 적들을 물리칠 때보다 그들이 실수를 저지르고 그것을 후회하며 바로 잡으려 할 때, 강력한 존재로 인해 좌절감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를 위해 목숨을 걸 때 등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는 순간에 그들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이는 각종 신화 속 영웅 이야기를 감상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별한 능력을 지닌 영웅들, 그들이 타고난 결핍, 목표를 향한 고된 모험과 그들의 뛰어난 동료들, 너무나도 강력해 좌절감을 안겨주기도 하는 괴물들. 사실 현대 슈퍼 히어로가 가진 스토리와 그들의 능력을 조금만 관찰해도 우리가 익히 아는 영웅 이야기가 숨겨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히드라(하이드라)에 맞서 싸우는 캡틴 아메리카의 모습에서 우리는 방패를 들고 메두사를 무찌른 그리스 신화의 영웅 페르세우스를 떠올릴 수 있다. 또한 타노스를 상대로 비등한 전투를 벌인 캡틴 마블을 보며 제우스의 머리를 뚫고 태어난 전쟁과 지성의 여신 아테나를 떠올려볼 수 있다.
신화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염원을 담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마블 코믹스 유니버스 및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현대의 신화’로 정의하며, 이것을 하나의 학문으로 정립하고 연구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붙인 이름이 ‘마블로지(Marvelogy)’, 즉 ‘마블학’이다.
무엇이 영웅을 영웅답게 하는가?
정의는 어떻게 실행되어야 하는가?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개봉한 2016년, 전 세계의 마블 팬들은 ‘팀 캡틴 아메리카’와 ‘팀 아이언맨’으로 나뉘어 ‘슈퍼 히어로 등록제’에 대한 열띤 논쟁을 벌였다. 영화 역시 정의에 대한 견해 차이로 흔들리는 히어로들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전달했지만, 원작인 만화 《시빌 워》 시리즈의 내전은 더욱 복잡하고 참담하다. 우리는 히어로들의 입장과 의견을 지켜보며 스스로 이러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영웅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정의는 어떻게 실행되어야 하는가?’
이 시대에는 특히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캡틴 아메리카의 정의에 따르면 시민들이 도움을 원할 때 슈퍼 히어로들이 자발적으로 행동할 수 있어야 하고, 아이언맨의 정의에 따르면 슈퍼 히어로 역시 본질적으로 인간이기 때문에 그들이 실수로 시민들을 해치지 않도록 정부 통제하에 활동해야 하며, 타노스의 정의에 따르면 다수의 안위를 위해 전 우주 생명체의 절반이 목숨을 잃어도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과연 이들의 정의가 곧 완벽한 정의(Justice)의 정의(definition)라고 할 수 있는가? 만화 《시빌 워》 시리즈 또는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보고 논쟁에 뛰어들었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이 책의 논의에 빠져들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구성
〈Ⅰ. 만화계의 빅뱅과 마블의 탄생〉은 마블 코믹스 탄생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20세기에 들어서며 변화를 거듭한 만화의 형태와 그 이유,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 지금까지도 슈퍼 히어로를 대표하는 캐릭터들을 창조한 DC 코믹스의 발전으로 보는 만화 산업, 그래픽 노블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발생, 마블 코믹스의 초석을 확인할 수 있다.
〈Ⅱ. 마블학의 시작〉에서는 그래픽 노블이 발전하는 데 있어 크게 이바지한 세 작품을 분석하고, 슈퍼 히어로들의 원동력이 되는 정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또한 슈퍼 히어로의 조건에 대해 논의하며, 《왓치맨》과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즈》를 고찰해 이어질 ‘히어로 수정주의’에 대한 기반을 마련한다.
〈Ⅲ. 마블과 신화〉에서는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그들을 신화 속 영웅들과 비교 및 분석하여 히어로들의 기원을 살펴본다. 오랜 시간 전승되어온 영웅 이야기, 신화와 현대의 슈퍼 히어로물의 유사점을 살피다 보면 각 캐릭터의 숨겨진 설정과 의미 또한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마지막 장인 〈Ⅳ. 마블이 일군 철학적 생태계〉에서는 ‘정의란 무엇인가’ 고민하게 만드는 마블 코믹스의 《시빌 워》 시리즈를 분석한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역시 관객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던지며 전 세계를 토론의 장으로 이끌었지만, 만화 《시빌 워》 시리즈는 보다 복잡하고 복합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히어로들 간의 대립을 무게감 있게 다룬다. 이전 장들에서 쌓아온 논의를 Ⅳ장에 적용하며 비교적 최근 개봉작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엔드게임》까지 확장한다.
작가 소개
김세리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학과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프랑스 파리 1대학(팡테옹-소르본느) 조형예술 예술학부에서 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인하대학교에 출강하며 번역 및 집필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번역서로는 《빙하시대》, 《어느 박물관의 지하》, 《인생은, 오묘한 수학 방정식》, 저서로는 《알베르 카뮈의 미학》, 《시각과 이미지》 등이 있다.
목 차
서문 |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4
I. 만화계의 빅뱅과 마블의 탄생
1. 태초에 DC가 있었다──────────21
2. 마블의 탄생과 성장───────────32
II. 마블학의 시작
: 그래픽 노블의 부상과 슈퍼 히어로
1. 그래픽 노블의 부상과 마블학의 정립 가능성──────────────────────45
2. 슈퍼 히어로라는 존재와 그들의 임무───55
슈퍼 히어로의 정의관 혹은 귀게스의 반지 | 가면의 윤리란 존재하는가? | 히어로 가면의 원형으로서의 《쾌걸 조로》
3. 모든 것의 시작 《왓치맨》과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즈》────────────────72
《왓치맨》과 히어로 수정주의 |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즈》와 자경단의 윤리
III. 마블과 신화
1. 어벤져스의 신화적 기원─────────97
2. 어벤져스의 주요 구성원들과 신화적 기원───────────────────────102
캡틴 아메리카 | 아이언맨 | 스파이더맨 | 헐크 | 앤트맨과 와스프 | 토르 | 블랙 팬서 | 캡틴 마블 | 블랙 위도우 | 호크아이 | 스칼렛 위치와 퀵실버 | 닥터 스트레인지 | 비전 |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3. 또 다른 어벤져스───────────180
판타스틱 포 | 엑스맨과 울버린 | 데어데블 | 데드풀
Ⅳ. 마블이 일군 철학적 생태계
1. 만화 《시빌 워》의 쟁점들───────215
시빌 워의 전말 | 초인 등록법의 의미
2. 《시빌 워》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226
《시빌 워: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아이언맨》 | 《시빌 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 《시빌 워: 울버린》 | 《시빌 워: 프론트 라인》
3. 공리주의 대 원칙주의─────────239
4. ‘시빌 워’에서 ‘인피니티 워’로─────254
힘과 더 큰 힘 앞에서 | 공공의 적 타노스 | 인류의 정의를 위하여
5. 정의의 정의──────────────272
참고문헌────────────────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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