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지난해 코로나19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일어났을 때 약국 위치를 온라인 지도 위에 표시하고 약국별로 마스크가 몇 개 남았는지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이 널리 사용되었다. 올해는 같은 식으로 ‘노쇼 백신’ 정보를 제공하는 앱들이 나와 있다. 지리 정보 시스템을 많은 사람이 잘 활용할 수 있게 했던 ‘매핑’, 즉 지도 그리기의 예시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커뮤니티매핑’은 공동체 내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이러한 지도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가는 일을 말한다.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사람과 함께 다양한 주제로 공동체 지도를 만들어온 임완수 커뮤니티매핑센터장은 커뮤니티매핑이 우리가 몰랐던 사실을 일깨워주고(awakening), 서로 소통하게 하면서 간과했던 주변 문제를 다시 보게 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우리 지역과 사회 전체를 바꾸고, 인류의 역사를 갱생하고 보완하는 기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한다. 집단지성으로 이루어지는 이 시민과학에 대해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이 인터뷰 형식을 빌려 소개한다.
커뮤니티매핑, 희망의 지도 그리기
기술은 어떻게 ‘사람 중심의 경제’에 기여하는가
허리케인이 몰아쳐 전기와 수도 설비가 피해를 입은 미국의 한 도시. 도로마저 유실되고 쓰러진 나무와 뒤엉킨 전깃줄에 막혀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말 그대로 ‘설상가상’으로 폭설까지 내려 사람들이 난방과 발전을 위해 기름을 파는 주유소를 찾아 나서야 했다. 지난해의 마스크 품귀 현상을 떠올리면 비슷할까. 이때 한 사람이 지역 고등학생들과 함께 기름을 구할 수 있는 주유소들의 위치와 필요한 정보들을 온라인 지도 위에 표시(매핑)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집단지성으로 재난상황을 극복하려는 이 움직임에 주목해 유용성을 인정하고 적극 지원하는 한편, 재난을 이길 수 있게 해준 데 대한 감사를 표한다.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바로 이 책의 지은이인 임완수 커뮤니티매핑센터장이다.
안전과 아름다움을 지도로 그려내다
이 책에는 여러 커뮤니티매핑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직접 만든 미세먼지 측정기를 들고 지하철 2호선을 따라 돌면서 각 역의 미세먼지 상태를 측정하기도 하고, 내 주변 어디에 심장자동충격기가 있는지 확인해 지도로 갈무리하고, 동네의 횡단보도와 음향신호기가 시각장애인이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노약자와 어려움 없이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피고, 주변 시장과 공장에서 나는 냄새를 측정해 지도 위에 표시한다. 터줏대감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함께 마을을 돌면서 오래되고 사소해 보였던 곳, 지금은 사라진 장소에 얽힌 이야기를 나누며 공동체 지도를 새로 그리기도 한다.
마스크 지도나 주유소 지도, 공공화장실 지도 같은 건 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을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지만 미세먼지나 냄새 지도를 만드는 일 같은 게 당장 눈앞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아니지 않느냐는 의심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임완수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여러 사람의 힘을 빌려 모은 자료가 앞으로 문제를 개선할 때 필요한 기초 자료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이 함께 모여 어떤 주제에 대해 직접 체험을 하고 생각을 나누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커뮤니티매핑 과정에 지역 주민이 참여함으로 그 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의 폭이 넓어질 수 있고, 이것이 이해자들 간의 충돌을 줄이고 문제를 보완하고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임 교수와 함께 이런저런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여러 사람의 진심 어린 후기가 이 말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행정 부문과 교육 분야에서 커뮤니티매핑을 활용할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많다는 이야기다.
더 나은 세상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지름길
누군가 “참여와 소통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고 지역사회와 지역사회가 이어지고, 서로 협력해 선(善)을 이루는 더 나은 사회가 조금씩 이루어진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대개의 사람들은 그를 몽상가라고 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인 임완수 커뮤니티매핑센터장은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주제로 공동체 지도를 만들며 이 말이 사실임을 입증해왔다. 커뮤니티매핑 과정을 통해 우리는 이전에 미처 눈여겨보지 못했던 주변의 것들을 새삼스럽게 돌아볼 수 있고, 거기서 생겨나는 관심과 애착이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바꾸는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창궐한 탓에 우리 모두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을 자신도 모르게 경계하며 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세상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할 테다. 그리고 이 책에 실린 여러 에피소드는 그러한 온기에 바탕을 두고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작은 도전들에 관한 기록이다.
작가 소개
임완수
미국 메해리 의대 부교수 및 커뮤니티매핑인스티튜트 소장, 한국 커뮤니티매핑센터 대표이다.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 거주하고 있으며, 커뮤니티매핑센터 운영을 위해 4~6주에 한 번씩 한국을 방문한다.
한양대 도시공학과 학사과정을 마치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도시 및 지역계획학으로 석사학위, 뉴저지 주립 럿거스 대학에서 도시계획 및 공공정책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위치 기반의 빅데이터와 집단지성, 그리고 시민과학과 시민 참여를 이용한 환경보건평등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2005년에 집단지성을 이용한 뉴욕 화장실 온라인 지도를 처음 만들어 화제가 됐다. 이 활동은 커뮤니티매핑의 선구적 모형으로 꼽힌다. 2012년 미국 동북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 때 고등학생들과 함께 만든 주유소 지도는 미국연방재난관리국, 구글, 뉴욕시, 백악관에서 사용했을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2016년에는 ‘장벽 없는 세상 지도 만들기’ 프로젝트로 구글임팩트챌린지에서 우승했다.
저자가 한국의 커뮤니티매핑센터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로는 GKL 독립운동 순례길 커뮤니티매핑, 마곡 냄새 지도 매핑, 동작구 커뮤니티매핑을 통한 안전 지도 만들기, 광화문 집회 편의시설 지도, 코로나 마스크 지도, 폭설 및 지진 지도 등이 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출판평론가. 격주간 출판전문지 <기획회의>를 1999년 2월에 창간해 지금까지 발간해오고 있다. 2010년 한국 최초의 민간 도서관 잡지인 월간 <학교도서관저널>을 창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책 읽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은 책으로 『출판 마케팅 입문』, 『베스트셀러 30년』, 『새로운 책의 시대』, 『한기호의 다독다독』,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마흔 이후, 인생길』, 『나는 어머니와 산다』, 『우리는 모두 저자가 되어야 한다』, 『하이콘텍스트 시대의 책과 인간』, 『책으로 만나는 21세기』 등과 다수의 공저가 있다.
목 차
머리말: 한기호
1장 기술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커뮤니티 매핑
1) 알고 보면 이미 널리 이용되는 ‘커뮤니티 매핑’
- 커뮤니티 매핑이란 무엇인가
- 커뮤니티 매핑의 기술적 기반은 무엇인가
2) 소외된 존재에 대한 관심이 커뮤니티 매핑이 되다
- 커뮤니티 매핑은 사회 운동인가
- 불공정한 사회적 경제와 커뮤니티 매핑
3) 미국 정보와 구글이 주목한 커뮤니티 매핑 프로젝트
- 미국과 한국 정부 그리고 구글이 주목하다
- 안전과 아름다움을 지도화하다
2장 위험을 매핑하다
1) 지구 도처에 숨 쉬는 위험들
- 커맵에 불을 지핀 소중한 인연들
- 대형 자연재해 속에서 빛을 발한 커맵 프로젝트
- 지구 환경을 위한 커맵 프로젝트
- 함께하는 시민지도 코로나 마스크 커뮤니티 매핑
- 교육 분야에 힘을 기울이는 커맵
-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업, 커맵
- 시민의 의료권에 기여하는 커맵
- 모든 시민의 건강권에 기여하는 커맵
- 미세먼지를 매핑하다
- 냄새를 매핑하다
3장 아름다움을 매핑하다
1) 시민의 편의를 도모하고 민주주의 발전에 동참하다
- 내가 사는 지역의 가치에 눈뜨다
- 상가의 수익을 제고하고 소비자의 편의를 매핑하다
- 도시를 재생하다
- 시민의 편의를 도모해 민주주의 발전에 동참하다
- 커뮤니티 매핑도 영리 사업이 될 수 있다
2) 평등에 한 걸음 더 다다가는 지름길, 커뮤니티 매핑
- 지속 가능한 매핑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시민의 참여
- 커뮤니티 매핑은 사회 모든 곳에 필요한 프로젝트
맺음말: 임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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