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우리는 대서양을 보러 갔다”
케이프코드를 찾아가 그곳에서 만난 풍경과 바다,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를 기록한 여행기.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이야기한다!
“야생의 자연을 좋아했던 소로에게 케이프코드는
장거리 여행을 무릅쓰고 가야 할 장소였다.
그곳에는 생명 탄생의 근원이자 신화의 공간인
대서양이 있기 때문이다.”
『케이프코드』는 주로 내륙 지방의 숲이나 호수에 관한 책을 많이 남긴 소로가 바다에 대해 쓴 유일한 책이다. 소로는 케이프코드를 세 차례(1849년 가을, 1850년과 1855년 여름) 찾아가 그곳에서 만난 자연 풍경과 바다,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기록했다. 케이프코드는 잉글랜드의 청교도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북아메리카 대륙에 맨 처음 도착한 곳이다. 나중에 청교도들은 내륙 쪽으로 이동해 미국 북동부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에 정착하는데, 케이프코드는 작은 만(灣)을 사이에 두고 플리머스 건너편에 있다. 대학을 다닐 때 말고는 고향 콩코드를 거의 떠나지 않았고 말년에 자연사에 매료되어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기는 했지만, 캐나다 동부 토론토와 퀘벡을 방문한 것 말고는 콩코드 인근 지역을 벗어나지 않았던 소로가 케이프코드를 세 번이나 찾아간 것을 볼 때 그가 케이프코드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미국 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월든Walden』(1854)과 간디에게 영향을 준 『시민 불복종Civil Disobedience』(1849)의 저자로 유명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하고 집안이 대대로 연필 제조업을 하는 등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평생 부와 명예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저 자신이 사랑하는 자연을 탐구하면서, 그 탐구의 결과를 글로 쓰면서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과 교감하는 소박한 삶을 살다 갔다. 그러나 박물학과 자연사에 대한 그의 지식은 실로 방대해서,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동식물의 이름을 학명까지 함께 소개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는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시인 엘러리 채닝(Ellery Channing)과 함께, 때로는 홀로 케이프코드를 여행하면서 뛰어난 관찰력을 발휘해 그곳의 자연, 동물과 식물의 상태와 청교도들이 처음 이곳에 도착한 이후의 변천사를 『케이프코드』에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케이프코드는 ‘케이프(프랑스어의 카프cap, 곶)’와 ‘코드(대구codfish의 cod)’가 합쳐져 만들어진 지명이며, 본문에 실린 사진은 미국의 작가·일러스트레이터·사진가이자 이 책의 서문을 쓴 클리프턴 존슨(Clifton Johnson)이 찍은 것이다.
“소로에게 있어서 케이프코드는 곧 대서양이다.
소로는 바닷가 동식물이든 사람이든,
작은 조개껍데기나 모래에 파묻힌 옛날 동전 한 닢조차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1849년 가을 1차 방문 때의 여행 경로가 책의 주 내용을 이루며, 2차, 3차 여행 때의 내용이 중간중간에 삽입되어 있다. 총 3주에 걸친 그의 여행 경로는 다음과 같다. 보스턴에서 코하셋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아일랜드 선박의 난파 현장을 확인한 뒤 인근 브리지워터역에서 케이프코드로 들어가는 길목인 샌드위치까지 기차를 타고 간 다음, 다시 역마차를 타고 케이프코드만 쪽 해변길을 따라 올리언스까지 갔다가 케이프코드 동쪽 끄트머리 해변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해안선을 따라 걸었다. 이스텀의 동쪽 해안을 따라 이어진 너셋 평원을 가로지르며 광활한 대서양을 바라본 뒤 너셋 등대를 지나 웰플릿의 모래고원지대를 통과해 인적 없는 대피소까지 25킬로미터를 걷고, 다시 해안을 따라 13킬로미터를 더 걸어 웰플릿과 트루로의 분계 지점에 도착했다. 이튿날 다시 웰플릿 대서양 쪽 해변을 따라 하이랜드 등대에 도착해 반대편 케이프코드만 쪽으로 걸어갔다가 되돌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케이프코드의 끝자락 프로빈스타운에 도착한 뒤 기선을 타고 보스턴으로 귀환했다.
우리는 흔히 이 지역을 청교도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최초로 상륙한 곳으로 알고 있지만, 서구 역사에서 이곳을 처음 방문한 사람은 이들이 아니다. 일찍이 1004년에 그린란드의 붉은 에릭이 이곳을 다녀갔고, 1602년 영국의 항해가 바솔로뮤 고스널드가 탐사했으며, 1605년 프랑스의 탐험가 샹플랭이 와서 본 것을 지도로 남기고, 1614년 존 스미스 선장이 자신의 저서에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 끝에 마침내 1620년 청교도들이 이곳에 상륙한 것이다. 소로는 특히 이곳을 탐험하고 지도를 만든 샹플랭에 대해 상세히 언급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 우리는 자연을 사랑하는 철학자로서의 그의 면모 외에 개혁적이고 거침없는 사상을 가졌던 비주류 지식인으로서의 면모도 엿볼 수 있다. 위대한 미국의 아메리카 대륙 개척사를 강조하던 당시의 분위기에서 미국인 이전에 이미 프랑스인이 이곳을 탐험했다는 사실을 가감 없이 언급한 것은 그의 거침없는 면모의 발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소로는 인위적이지 않고 원초적인,
유행이나 오래된 관습의 영향을 끊어낼 줄 아는
담대한 이들을 사랑했다.”
소로는 비바람이 몰아치고 거대한 파도가 출렁이는 야생의 대서양을 바라보며 북아메리카 대륙 동쪽 끝자락의 자그마한 곶에 정착한 인간의 왜소함에 대해 말한다. 길을 걸으며 만난 모든 식생과 환경을 통해 바다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장과 언덕, 해풍, 군데군데 서 있는 등대들, 파도에 떠다니는 유목(流木)과 난파선 잔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불모지풀과 개풀, 베이베리 덤불과 참나무 관목, 미역취 같은 키 작은 해안가 초목, 커다란 대합과 거대한 켈프 해초, 파도치는 해변의 제비갈매기와 피리물떼새, 해안 절벽 위의 쏙독새, 쌍띠물떼새 같은 바닷새, 참거두고래와 대구도 빼놓을 수 없다.
또한 그는 이곳을 여행하면서 경험한 현지 주민들과의 만남도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파도 소리에 남아 있는, 지난날 너셋 평원에서 집회를 가졌던 광신도들의 설교와 기도 소리, 굴 양식장 노인이 이 바닷가에서 살아온 이야기,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닷길을 홀로 지키는 등대지기, 대구 덕장의 어부, 난파선 잔해와 유목을 찾아다니는 주민들, 숨가쁜 호흡을 몰아쉬며 참거두고래떼의 뒤를 쫓는 어부들의 흥분된 고함 소리…… 이렇듯 소로는 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좋아했다. 자연 속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무뚝뚝한 어부나 농부, 굴 양식업을 하는 노인 등 그가 만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도 책을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해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헨리 데이비드 소로
1817년 7월 12일 매사추세츠 주의 보스턴 근교 콩코드에서 태어났다. 1837년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에서 잠시 교편을 잡았으나 학생 처벌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못해 학교를 그만두고 형 존 소로우 주니어와 함께 진보적인 학교를 열어 성공을 거두었으나 형의 건강 악화로 오래 운영하지 못했다. 이후 일정한 직업 없이 부모의 가업 연필제조업을 돕거나 측량사, 목수, 가정교사 등으로 일하며 틈틈이 강연과 글쓰기를 이어나갔다. 당시는 미 건국 후 혼란기에 문화적 자산이 빈곤한 미국의 지식인들의 새로운 사조인 초월주의 태두 랠프 왈도 에머슨과 깊은 교류를 나누었고 노예제도와 멕시코 전쟁에 반대해 인두세 납부를 거부해 투옥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쓴 『시민불복종』은 훗날 간디, 마틴 루터 킹 등의 비폭력주의 운동에 큰 영향을 끼쳤다. 주요 초월주의자로는 랠프 월도 에머슨을 비롯하여 헨리 데이빗 소로우, 시인 윌리엄 엘러리 채닝, 월트 휘트먼 등이 손꼽힌다. 이는 소로우의 새로운 시각으로 자연의 가치를 인지하는 사상 체계의 기초가 되어 자연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는다. 소로우는 또한 ‘나는 자연인’이라고 외친 사람들의 원조 장-자크 루소의 “자연으로 돌아가자.”라는 제안을 몸소 실험하게 된다. 이는 하버드 동창이며 초월파 문우였던 찰스 스턴스 휠러가 1841-1842년 콩코드의 플린트 호수 오두막에서 몇 달의 고적한 명상 치유의 시간을 보냈는데, 휠러의 은둔처를 다녀온 다음 소로우는 새로운 체험을 자신도 실행하기로 결심했다.
소로우는 직접 오두막을 짓고 독립기념일에 입주했다. 그는 오두막에서 “한 주일에 하루는 일하고 엿새는 정신적인 삶에 정진하는 삶이 가능한지” 실험에 착수하여, 엿새 일하고 하루 쉬는 미국인들의 일상을 뒤집어 보려고 했다. 자연인의 삶을 궁금해하는 마을 사람들의 다양한 질문에 대답하는 형태로 소로우는 1846년부터 『월든 숲속의 생활』을 집필했으며, 그의 오두막은 자연을 관찰하는 집필실이 되었다. 초월주의자 소로우는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대학 시절부터 그를 괴롭혀온 폐결핵으로 1862년의 45살에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책은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며 삶의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옮긴이 : 김병순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분야의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텅 빈 지구》, 《불로소득 자본주의》, 《빈곤자본》, 《21세기 시민혁명》, 《귀환》, 《젓가락》, 《양심 경제》, 《커피, 만인을 위한 철학》, 《인재 쇼크》, 《세계문제와 자본주의 문화》, 《제자 간디, 스승으로 죽다》, 《과학자의 관찰 노트》, 《자본주의의 기원과 서양의 발흥》,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성장의 한계》, 《디데이》, 《달팽이 안단테》, 《월드체인징》(공역), 《산티아고, 거룩한 바보들의 길》, 《탐욕의 종말》, 《그라민은행 이야기》, 《생명은 끝이 없는 길을 간다》, 《사회·법 체계로 본 근대 과학사 강의》, 《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 경제, 공정 무역》, 《경제 인류학으로 본 세계 무역의 역사》, 《여우처럼 걸어라》, 《옥스퍼드 음식의 역사》 등 다수의 책을 번역했다.
목 차
옮긴이 서문
서문-클리프턴 존슨
1. 난파선
2. 역마차에서 본 케이프코드 풍경
3. 너셋 평원
4. 해변
5. 웰플릿의 굴 양식업자
6. 다시 해변으로
7. 곶을 가로지르며
8. 하이랜드 등대
9. 바다와 사막
10. 프로빈스타운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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