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코로나19로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면서 또 한번 ‘돌봄 공백’, ‘돌봄 위기’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우리 사회에서 돌봄이 위기가 아니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한다. 사회는 책임이 없다는 듯 여성에게, 가족에게 전적으로 내맡겨져 있었던 탓이다. 돌봄을 ‘비상 상황에서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노동’으로 부르고 돌봄 종사자의 노고에 감사하는 것만으로는 이 오래된 위기를 넘어설 수 없다. 비상 상황이든 아니든, 아프든 그렇지 않든, 장애가 있든 없든, 나이가 많든 적든, 우리 모두에게 돌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바야흐로 돌봄의 중요성이 말해지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돌봄은 ‘나 아닌 돌봄 노동자가 하는 일’로 여겨지곤 한다. 《우리는 모두 돌보는 사람입니다》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돌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돌봄을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저평가되어 충분히 조명받지 못해왔고, 그 결과 우리 사회에는 돌봄과 돌보는 삶에 대한 기초 지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지식의 빈자리는 가엾게 여기거나 천사라며 칭송하거나 사회복지 예산을 축내는 사람으로 취급하며 존재를 납작하게 만드는 말들이 채워왔다. 저자 페니 윈서는 돌봄을 점점 더 테두리 바깥으로 몰아내는 차별 너머 돌봄의 실재를 보여주기 위해 오랜 시간 입속에 감춰왔던 이야기를 꺼내 보이기로 했다.
우울증을 앓던 엄마를 잃었다
더 이상 엄마를 돌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13년 후, 나는 자폐인 아들과 비장애인 딸의 엄마가 되었다
어린 시절 우울증을 앓는 엄마를 돌봐야 했던 저자 페니 윈서는 스물두 살이 되던 해에 자살로 엄마를 잃었다. 물론 충격적이었고 비통했지만 마음속 한구석에서 내심 참아왔던 숨을 내쉬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13년 후, 큰아들 아서가 자폐 진단을 받았을 때, 엄마와 함께 관 속에 묻어두었던 복잡한 감정들이 한꺼번에 몰아닥쳤다. 사랑하는 사람을 돌보는 일을 그토록 힘들어한다는 사실에 수치심을 느꼈고 쉬어야 할 때마다 죄책감이 뒤따랐다. 그럼에도 엄마에게 많은 것을 배웠고 아서와 함께하는 삶 속에서 행복했다. 두 사람 모두 더없이 사랑했다. 그는 엄마와 아들을 돌보며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이해해보려는 깊은 호기심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돌봄의 다채로운 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다양한 위치와 상황에 있는 돌봄자들을 만났다. 누구나 누군가를 돌보지만 여전히 돌봄을 말하지 않는 사회에서 왜 우리가 돌봄을 말하기 어려워하는지, 우리 사회는 장애와 만성질환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돌보는 사람들이 겪는 깊은 좌절과 공포와 고통에 사회와 문화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 돌보는 사람이 소진되어 쓰러지기 전에 자신을 돌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이 책은 저자를 포함한 수많은 돌봄자들의 경험과 연구를 통해 돌봄 현장에 있는 이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돌봄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인간 삶이 다 그렇듯 돌보는 삶에도 그만큼의 시련과 기쁨이 있을 뿐이라는 담담한 진실을, 우리 사회에는 돌봄을 돌보아야 한다는 힘 있는 목소리를 전할 것이다.
누구나 삶의 어느 시점엔가 돌봄자가 된다
그럼에도 돌봄을 말하지 않는 사회에서
돌보고 돌봄 받을 우리 모두를 위하여!
“이 책은 ‘돌봄자’라는 단어가 나를 가리키는 말인지도 몰랐던 십 대 때의 나에게 누군가 쥐여줬어야 하는 책이다.” 서문에 등장하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누군가를 돌보는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돌보는 사람에게도 자기 돌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돕기 위해 쓰였다. 장애나 질병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으며, 아무리 인정하고 싶지 않더라도 삶에는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평균 수명이 늘어 늙고 아픈 채로 사는 기간도 길어진 현대에 우리 모두는 삶의 어느 시점엔가 돌보고 돌봄 받게 된다. 그 점에서 책의 제목 《우리는 모두 돌보는 사람입니다》는 사실 기술인 동시에 선언이다. 우리는 모두 돌보는 사람이었거나 돌보는 사람이거나 돌보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 사실을 인식할 때 책 속 돌봄자들의 이야기가 보다 가까이에서 들려오고 돌봄을 돌보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그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다.
첫 장은 돌보는 사람들이 돌봄 경험을 말하기 어려워하는 이유로 시작한다. 동정과 우상화의 이분법 속에서 돌봄자들은 차라리 입을 다물고 만다. 2장에서는 사랑하기에 완벽하게 해내고 싶지만 사람이기에 끝내 실패하고 마는 돌봄자들에게 완벽주의를 놓아버려도 괜찮다고 다정히 권한다. 3장에서는 완벽주의를 강요할 뿐 아니라 돌보는 사람과 돌봄 받는 사람을 더욱 고립시키는 장애차별주의를 고발하고, 4장에서는 이러한 사회에서도 여전히 비교에 저항하고 참조점을 조정하며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5장에서는 돌보던 이를 떠나 보냈거나 돌봄으로 인해 변해버린 관계를 그리워하는 돌봄자들이 느끼는 애도의 감정을 설명하고 6장에서는 돌봄 책임 속에서 자신을 돌보는 일의 필요성과 방법을 말한다. 7장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돌보는 사람의 고통을 없애줄 수 없을 때, 이토록 중요한 일이건만 충분히 잘해내고 있다고 느끼지 못할 때 자신을 책망하는 돌봄자들이 자신에게 조금만 더 친절을 베풀도록 안내한다. 8장에서는 그럼에도 인간은 혼자서는 해낼 수 없으므로 공동체를 꾸리고, 필요하다면 도움을 받을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짚는다. 9장에서는 돌보는 삶이 주는 목적의식을 강조함으로써 돌봄이 결코 일방적이지 않음을 보여주고 마지막으로 10장에서는 돌보는 삶이 얼마나 기쁠 수 있는지 저자 자신과 동료 돌봄자들의 삶으로 증명한다.
책 속에서 돌봄자들의 삶은 저자의 말처럼 “때론 놀랍고, 때론 끔찍하고, 대체로 아주 평범”하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독자들은 멜트다운을 겪는 자폐인 아들을 끌어안고 우는 엄마가 되었다가, 아기가 울고 있는데도 어머니를 돌보느라 들여다보지 못하는 엄마이자 딸이 되었다가, 하늘 높이 두 팔을 뻗어 모래를 흩뿌리고는 모래가 만든 풍경을 즐겁게 바라보는 자폐인의 시선을 슬쩍 빌려볼 수도 있을 것이다. 책장을 덮을 때면 충만한 삶이 대개 그러하듯, 돌봄자들의 삶도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고단할지언정 사랑과 시련이 함께하는 살아볼 만한 삶임을 알게 된다. 그럼으로써 돌봄을 돌보는 사회에 가닿아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된다. 저자 페니 윈서는 아직 ‘돌봄자’라는 단어가 우리를 가리키는 말인지 모르는 우리에게 자신이 간절히 필요로 했던 그 책을 기꺼이 쥐여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페니 윈서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서 자랐다. 멜버른대학교에서 영화와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영국 런던으로 와 15년간 인테리어 및 라이프스타일 사진작가로 활동했다. 자신의 돌봄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 《텔레그래프The Telegraph》와 《레드Red》를 비롯한 많은 잡지, 인기 블로그, 신문에 양육과 돌봄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글쓰기 코치이자 팟캐스트 진행자이자 작가이며, 두 아이와 한 고양이의 돌봄자로 런던 남부에 산다.
옮긴이 : 이현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영과를 졸업하고 금융 기관 등 다양한 기관과 프로젝트에서 번역가로 활동하다 오랜 세월 목표로 했던 출판번역가가 되었다. 현재 출판번역에이전시 글로하나에서 인문, 경제경영, 자기계발 분야를 중심으로 영미서의 번역과 리뷰에 매진하며 영어 전문 번역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목 차
들어가며
서문 돌봄자가 되다
1 시작 우리가 돌봄을 말하지 않는 이유
2 완벽주의 완벽한 엄마라는 불가능한 꿈
3 장애차별주의 장애를 비극으로 만드는 사회
4 기대 가진 적 없으나 잃어버린 아이
5 애도 우리가 작별을 고하는 방식들
6 자기 돌봄 돌보는 사람에게도 돌봄이 필요하다
7 자기 연민 고통의 순간에 나에게 친절할 것
8 공동체 함께일 때 번영하는 종
9 목적 매일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이유
10 기쁨 우리 눈에 담긴 세상
나오며
감사의 말
참고 문헌
미주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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