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감각과 사물은 사회적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반지하 집의 습한 벽지를 타고 배어 나오는 축축한 시멘트 냄새는 계급 불평등을 상징한다. 조지 오웰 역시 1937년에 발표한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서 하층계급에 대한 편견의 중심에 냄새가 있음을 암시했다. 계급 불평등에는 후각적 차원이 있는 것이다.
감각과 사물이 없는 우리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감각과 사물이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자명한 나머지 사람들은 감각과 사물에 대해 그다지 궁금해하지 않으며, 때로는 감각과 사물이 사회적인 것과 무관하다고 해석한다. 흔히 감각은 본능적인 것이고, 정신과 문화와는 별개라고 말한다. 감정과 감각을 구분하는 데도 사람들은 익숙한데, 감정은 정신의 영역에, 감각은 신체의 영역에 따로 가둔다. 이러한 통념 속에서 정신과 몸, 자연과 문화,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 간의 이분법은 매우 견고하다. 전통적인 사회과학도 이러한 통념을 토대로 발전해 왔다. 이 책 『감각과 사물』은 이 통념에 도전하면서 사회과학의 감각적, 물질적 전환을 요청한다.
책의 제목 『감각과 사물』은 미셸 푸코의 『말과 사물』을 오마주한 것이다. 학부에서 화학을 전공한 저자는 대학 시절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를 읽고 사회과학에 처음 관심을 두게 되었다고 한다. 푸코의 이론과 사상은 이 책의 여러 곳에서 참조된다. 이 책은 푸코의 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푸코는 『감시와 처벌: 감옥의 탄생』에서 파놉티콘 감옥에 대한 분석으로 시각 권력의 작동 방식을 드러냈으나, 감각의 변화에 따른 권력 방식의 차이에 주목하지는 않았다. 『감각과 사물』은 권력에 연루된 감각이 어떤 종류인가(즉 시각인가, 청각인가)에 따라 감각권력의 작동방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고찰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은성 Kim Eun-Sung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경상남도 거창 인근 농촌에서 태어나 여러 지역, 직업, 그리고 학문적 경계를 넘어 표류하는 삶을 살았다. 원래 화학을 전공했으며 한솔에서 연구원으로 주민등록 카드용 열전사 필름 소재를 처음으로 국산화했다. 그러나 인문 사회과학을 좋아해 과학기술학으로 진로를 변경했다. 2006년 미국 렌슬러 공대에서 과학기술학 박사학위를 이수하고 위스콘신 메디슨 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이후 한국행정연구원 등 국가정책연구기관에서 5여 년간 근무했다. 2017년 재직 대학에서 최우수 연구 교원에게 수여하는 경희 펠로우로 선정되었으며, 2019년 풀브라이트 중견연구자상을 수상한바 있다. 2022년 현재 학술지 『과학기술학연구』 편집장을 맡고 있다. 그의 연구는 과학기술, 보건, 환경, 에너지, 정치, 경제 등 여러 분야를 가로지르며, 실험적이며, 이론적으로도 다양하다. 얼마나 멀리, 얼마나 다르게 지적 근육을 움직일 수 있는지를 시험하고 있다. Social Science and Medicine, Social Studies of Science, Science, Technology, and Human Values, Energy Research and Social Science 등 해외 저널에 논문을 다수 출간했다. 다음 책으로 『정책과 사회』를 준비 중이다.
목 차
들어가며 5
1장 서론 : 사회과학의 감각적, 물질적 전환 12
1부 감각과 사물로 읽는 도덕과 시민권
2장 코로나19 감시와 도덕의 물질성 54
3장 아파트 층간소음 갈등과 소리 시민권 91
2부 감각과 사물로 읽는 에너지 전환
4장 풍수와 무속신앙 그리고 풍력발전 갈등 129
5장 장소 파괴의 기억, 감각, 그리고 풍력발전 갈등 169
3부 감각과 사물로 읽는 정치와 경제
6장 한국 사회운동의 물질문화 202
7장 집회 감시 채증 카메라와 소음 측정기의 감각 권력 241
8장 농산물 경매의 감각과 인공물 275
나가며 317
참고문헌 324
인명 찾아보기 343
용어 찾아보기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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