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추천의 글]
우리나라에는 대통령의 통치권력에 맞먹는 또 하나의 권력이 존재합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틀어쥔 제왕적 검찰입니다. 이런 검찰의 뿌리는 일제 강점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제는 식민지 통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검사에게 수사권과 기소권,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집중시켰고 이 제도가 광복 이후 1954년 형사소송법에 그대로 계수(繼受)되었습니다. 이후 검찰은 군사독재 권력에 협력하며 힘을 키워왔고 민주화가 진전되기 시작한 90년대부터는 합법적으로 다른 권력을 압도하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검찰의 수사·기소 사정권에 들어온 대상은 사람이든 조직이든 생명과 자유, 명예와 지위를 잃고 사라졌습니다. 힘과 함께 특권도 커졌습니다. 법무부 외청에 불과한 조직에 장관급 1명과 50명의 차관급 자리가 보장되었습니다. 누구든 표적 수사하여 법정에 세울 수 있었지만 부패한 검사들 스스로는 누구로부터도 수사·기소를 당하지 않는 치외법권을 누렸습니다. 검찰청법은 검사에게 ‘공익의 대변자’라는 영광스러운 위상을 부여하였지만, 실상 검찰은 권력에 봉사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며 조직의 특권을 지키기 위해 권한을 남용해 왔습니다.
당연하게도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 시민들이 지목한 개혁대상 1호는 검찰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에 실패했습니다. 정부·여당이 머뭇거리는 사이에 윤석열 검찰은 적폐대상에서 적폐청산의 주역으로 거듭났고 검찰개혁의 동력은 반감되었습니다. 동물국회라는 비아냥을 들은 국회 패스트트랙 사태를 겪으며 미니 공수처 설립과 수사권조정이라는 부분적 개혁을 성취해 냈지만 검찰의 권한은 거의 건드리지 못했습니다. 검찰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에 대한 수사와 기소권을 그대로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검찰의 영향력은 그대로입니다. 20대 대통령을 뽑는 현재의 대선국면에서도 승패를 좌우할 열쇠를 사실상 검찰 수사가 쥐고 있는 상황이 이를 말해줍니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개혁 실패의 후과는 혹독합니다. 이제는 검찰 스스로 권력을 창출해 내어 나라를 직접 경영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윤석열로 상징되는 검사정치의 등장입니다. 임명직 검찰총장직을 던져 버리고 나라를 직접 통치하겠다고 나선 윤석열과 그를 추종하는 검찰 패밀리는 검사들의 자신감과 망상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책에서 검찰의 문제점, 검찰개혁의 어려움, 검찰개혁 실패의 원인, 검찰개혁의 요체와 지향점 등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평가서라고 할까요. 많은 기자들이 검사들과의 유착으로 기레기라는 비아냥을 듣는 와중에 정치검사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서슴지 않고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기자를 보는 것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쁨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는 개혁이란 한쪽 팔을 기둥에 묶고 싸우는 것처럼 힘든 일이고, 개혁은 혁명과 달리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고 여러 번의 시도와 실패가 쌓여 작은 개혁들로 조금씩 나아질 뿐이지만, 그럼에도 개혁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 후손에게 좀 더 나은 사회를 물려줘야 한다는 역사적 의무감과 사명감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기성세대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무겁고 엄숙한 말입니다. 또한 형사법 학자로서 20년 넘게 검찰 문제를 연구하고 검찰개혁에 동참해온 제 마음의 각오를 새로 다지게 해준 말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는 것과 검찰의 기소권을 통제하기 위한 대배심제도를 도입하는 데 있다고 말합니다. 전자는 수사와 기소권을 분리하자는 것이고 후자는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막기 위해 주권자인 국민의 직접통제권을 도입하자는 주장입니다. 검찰개혁의 완성점을 정확하게 지적한 주장입니다.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는 권력의 분립을 통한 견제와 균형입니다. 또한 주권자인 국민에 의한 권력통제입니다. 저자도 검찰개혁의 2.0은 민주주의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직 문재인 정부는 6개월의 시한이 남아 있고 21대 국회는 임기의 반도 돌지 못했습니다. 개혁의 시간과 기회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저자의 바람대로 검찰개혁이 완성되어 검찰공화국이 해체되고 우리 사회가 선진사회로 한 걸음 더 도약하기를 소망하고 기대합니다.
서보학 경희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작가 소개
〈한겨레〉 경제에디터. 인권연대 운영위원.
1995년 한겨레신문사에 들어와 경제부, 사회부, 문화부 기자로 일했다.
언론이 세상을 좋게 만들기는 어렵지만 망치기는 쉽다는 사실을 날마다 절감한다.
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려 노력한다
목 차
추천의 글
머리말
들어가는 글
I 윤석열과 정치검찰
윤석열의 정의와 공정은 사기다
개와 늑대와 검찰의 시간
윤석열의 내로남불 vs 조국의 내로남불
#그런데 윤석열 장모와 부인은?
의사와 검사들의 노블레스 계급투쟁
검찰개혁이 최전선이 된 이유
두 드라마 이야기
사자와 하이에나와 검찰의 시간
누가 사법부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나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만 적용되는 아름다운 원칙
검찰개혁 실패는 예정돼 있었다
II 언론과 지식인
‘반진영논리’주의자들의 진영논리
탈진실시대의 ‘1위’들
어떤 진보의 착각
리버럴이 아니라 무능이다
브라만의 무기로 전락한 ‘공정성’
언론 불신의 뿌리를 찾아서
언론의 인격살인, 검찰의 사법살인
주류의 자격을 묻는다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표현의 자유’?
민주당의 세 번째 실패와 진보의 재구성
나오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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