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우리를 속일지라도-영국 베이비부머 세대 노동 계급의 사랑과 긍지-(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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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브래디 미카코
출판사항사계절, 발행일:2022/06/17
형태사항p.295 A5판:21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60949391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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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노동 계급의 영웅은 쓰러지지 않아”

영국 베이비부머 세대 노동 계급의 사랑과 긍지


브래디 미카코는 출세작인 『아이들의 계급투쟁』을 비롯해 보수당 정부의 긴축 정책으로 영국의 밑바닥 사회, 노동 계급의 삶이 무너져 내린 모습을 핍진하게 묘사한 여러 권의 책을 썼다. 그 자신이 일본의 빈곤 가정 출신으로 고교 시절 교복을 입은 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담임교사에게 “요즘 일본에 그런 가난한 가정이 있을 리 없다. 노는 데 쓸 돈이 필요한 거겠지”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가난한 사람은 일본에 있지 말아야 한다. 가난한 노동자임을 당당하게 노래하는 펑크록의 나라 영국으로 가자’라고 마음먹고 1996년 영국에 정착했다. 영국에서도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뼛속까지 노동자의 정체성으로 살아온 그는 “브래디 씨, 아저씨들 이야기를 써주세요”라는 편집자의 제안에 자신의 남편을 비롯한 베이비부머 세대 노동 계급 남성들의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브래디 미카코는 폴 윌리스의 『해머타운의 녀석들』(원제는 Learning to Labour: How Working Class Kids Get Working Class Jobs로 한국에는 『학교와 계급 재생산』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을 언급하며 책의 문을 연다. 1977년에 출간된 이 책은 산업도시 해머타운의 10대 소년들을 참여관찰 방식으로 조사하여 ‘노동 계급의 아이들은 반항적이며 권위에 저항하는데 왜 스스로 육체노동을 선택하여 전형적인 노동 계급의 일원이 되고 마는가’를 밝힌 작업이었다. 40여 년이 흐르는 동안, 그 소년들은 어떤 어른이 되어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마침 남편과 그 친구들이 ‘해머타운의 녀석들’과 또래인지라, 브래디 미카코는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직업과 생활환경, 인생의 경로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서술하며 영국 노동 계급의 어제와 오늘을 되짚는다.

리바이스 청바지에 닥터 마틴 부츠를 신고 양껏 맥주를 마시다 젊은 동양 미인과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 변두리 아저씨들의 에피소드로도 읽히는 이 책은 실은 영국 노동 계급의 삶을 지탱하는 긍지와 자부심, 어떤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내는 강인한 생명력에 관한 이야기이다. “뭐, 그래도 죽지는 않겠지. 우리 대처 시대에도 살아남았잖아”(287쪽)라는 저자 남편의 말처럼, 이들은 영국이 전후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사회를 지나 각자도생의 긴축 시대로 접어들고, 글로벌 자본주의의 격랑 속에서 브렉시트를 감행하기까지 택시를 몰고 자동차를 수리하고 도장 일을 하며 생활 세계를 지켰다. 젊은 세대의 앞길을 가로막는다는 비난 속에서도 끝끝내 노동조합의 힘을 믿고, 복지국가 시절의 마지막 유산인 NHS(국가보건서비스)를 아끼며, 노숙자나 이민자 등 곤경에 처한 이웃을 보호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영국 사회에 면면히 이어지는 ‘계급의식’의 구체적 얼굴을 엿볼 수 있다. 계급이라는 주제를 잘 꺼내지 않는 한국 사회에 록과 술, 중장년의 서글픔을 더해 부담스럽지 않게 계급 이야기를 건네는 책이다.


세대론과 계급론 사이로 미끄러지는

밑바닥 사회의 생활과 노동, 강인함과 취약함에 관한 이야기


브래디 미카코는 “아저씨들이라고 해서 다 결이 같은 한 덩어리는 아니다. 노동 계급 아저씨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어서 대충 하나로 묶을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안다”(7쪽)라면서 자신이 오래 만나고 겪은 노동 계급 ‘아저씨들(그리고 아줌마들)’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60대의 자동차 파견 수리공 출신 레이는 30대의 수완 좋은 사업가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레이철과 파트너가 되어 전업주부로 살다가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를 계기로 사이가 틀어진다. 이민자들이 몰려오고 국경과 주권이 흐릿해지는 게 싫었던 레이가 찬성표를 던지자, 이민자들을 고객으로 상대하며 사업 확장의 야망을 불태우던 레이철은 불같이 화를 낸다. 복지국가의 청년이었던 레이와 신자유주의의 적자 레이철은 생활과 노동에 대해 완전히 다른 가치관을 드러내는데, 이는 현재 영국 사회가 겪고 있는 세대 갈등의 일면이기도 하다. 결국 레이철은 떠나고 레이는 잠시 흔들리지만 “절망 같은 낭만적인 것은 위쪽 계급 놈들이나 하는 거야”(132쪽)라며 마음을 잡고 일자리를 구한다. 브래디 미카코는 이를 ‘노동 계급의 합리성’에서 나온 체념이라고 표현한다.

마트에서 일하는 스티브는 이민자의 증가를 우려하며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이미 영국에 들어와 사는 이민자들은 존중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동네의 10대들이 중국인들을 괴롭히자 야간 순찰대를 조직해 그들을 보호한다. 정부가 빈민가를 방치한다면 우리 스스로 우리를 돌보겠다며 상호 부조의 정신을 실천한다. 스티브는 또한 일하지 않는 시간에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것이 인생의 낙인 사람인데, 긴축 재정의 여파로 도서관이 폐쇄되고 어린이 놀이방 한구석에 책 상자만 남게 되자 그곳을 지키고 앉아 꿋꿋하게 시의 도서 배송 서비스를 이용한다. 빡빡머리에 매서운 눈빛을 한 아저씨가 스키니 진을 입고 닥터 마틴 부츠를 신은 채 어린이 놀이방 한구석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에 저자는 ‘과연 이것이야말로 긴축 재정에 항거하는 민중의 모습이로군’(72쪽) 하며 감탄한다. 항거하는 와중에 놀이방을 방문한 아이들과 엄마들을 살뜰히 챙기는 스티브는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꼴통 보수 아저씨’라는 말로 단정 지을 수 없는 한 사람의 복잡하고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EU 이민자의 유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강경한 브렉시트파이지만 생애 첫 노동 쟁의에 나서는 조카와 프랑스인 이민자인 그 연인을 위해 플래카드 만드는 법과 노동조합의 힘을 알려주는 사이먼, 싱글 맘으로 온갖 육체노동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다가 공영 주택지에서 죽을 수는 없다며 혼자 힘으로 집 전체를 뜯어 고쳐 내놓은 60대 여성 재키, 술고래에 축구광에 화려한 여성 편력을 자랑하다 말년에는 베트남 여성을 영국에 불러들여 임종까지 지키게 한 ‘전형적인’ 아저씨이지만 다운증후군 조카를 끔찍이 아끼던 대니 등 이 책의 등장인물은 누구 하나 단순하지 않다.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배외주의자, 연금을 받으며 유유자적하게 사는 퇴직자, 토할 때까지 맥주를 마시다 폭력을 휘두르는 백인 남성 노동자 같은 한 가지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 사람도 없다. 브래디 미카코는 이 미워할 수 없는 인물들의 희로애락을 통해 세대나 계급을 규정하는 이론들이 다 담지 못하는 밑바닥 사회의 강인함과 취약함을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전작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에서 상세히 고찰한 ‘엠퍼시empathy’를 그 스스로 유감없이 발휘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긴축 재정이란 놈은 죄가 많다”

밑바닥에서 바라본 영국 사회의 어제와 오늘


영국 사회에 세대 갈등, 노동 계급에 대한 혐오, 브렉시트 찬반을 둘러싼 대립이 극심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특정 그룹을 비난하는 것은 사회 전체에 여유가 없기 때문이며, 이는 대처 정부 이래로 보수당 정권이 강화해온 긴축 재정의 결과라고 말한다. 이 책의 1부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이 안정적인 궤도를 이탈하여 동요하고 하강하는 데는 어김없이 긴축 재정의 여파가 자리하고 있다.

견디기 힘든 두통이 수개월간 지속되는데도 절대로 민간 의료 시설에는 갈 수 없다며 끝끝내 NHS 진료를 기다리는 저자 남편의 에피소드는 영국 노동 계급의 NHS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애정을 보여준다. 재정이 고갈되어 온갖 방법으로 환자를 밀어내는 NHS는 국가 의료제도로서 기능하지 못하게 된 지 오래다. 그러나 NHS에 대한 영국 서민들의 뜨거운 마음만큼은 계속되어 브렉시트 찬반 투표에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EU에서 탈퇴하면 EU로 나가는 분담금을 NHS로 돌릴 수 있다는 탈퇴파의 대대적인 선전에 찬성표를 던지고 만, 우파도 좌파도 아닌 사람들이 많았다. 세간의 인식처럼 배외주의자에 극우 애국주의자라서가 아니라, ‘NHS가 개선된다’라고만 하면 무조건 믿고 싶을 만큼 비참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탈퇴를 택한 것이다. 런던의 명물 블랙캡과 새롭게 등장한 배차 서비스 우버의 대립을 통해서도 인종과 계급, 글로벌리즘과 배외주의가 복잡하게 뒤엉킨 영국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다. 백인 영국인이 주로 운전하는 블랙캡과 운전기사의 다수가 이민자인 우버의 대립에 인종차별적 발언과 영국 국기가 등장하고, 블랙캡 운전기사 대부분이 EU 탈퇴를 지지하면서 블랙캡은 배외주의의 온상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진보를 자처하는 노동당은 국내 노동자의 처우가 악화된다며 우버에 반대한다. 오른쪽과 왼쪽의 구별이 간단치 않게 된 시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브래디 미카코는 책의 2부에서 이러한 현실을 설명하는 데 동원되는 영국의 세대론과 계급론을 두루 소개한다. 이 책의 주인공들이 속한 베이비부머 세대를 비롯해 X세대, Z세대 등 그 앞뒤에 놓인 여러 세대의 특징을 개괄하면서 이들이 갈등을 빚는 지점과 그것을 부추긴 사회경제적 배경을 지적한다. 아울러 여전히 계급의식이 굳건한 영국 사회에서 계급이 어떻게 세분화하고 있는지 소개하며, 현재 영국에서 가장 문제시되고 있는 백인 노동 계급의 교육 및 문화적 상황을 상세히 다룬다. 지적인 ‘워킹 클래스 히어로’가 대중문화를 이끌어가던 시대는 저물고 이제 백인 노동 계급은 성적이 가장 낮고 향상심도 없는,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이 되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논의가 거듭될수록 백인이 아닌 노동자의 처지는 잊히거나 무시된다는 사실 또한 함께 언급한다. ‘노동 계급’이라는 말에 습관적으로 ‘백인’이 붙게 되면 “노동 계급은 문신을 잔뜩 새긴 인종차별주의자”와 같은 부정적 편견이 강화될 뿐만 아니라, 반대로 노동 계급 안에서 이민자의 존재를 배제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노동 계급에 ‘백인’을 붙이고 그들의 부정적 면모를 강조해 악마화하는 것, 그럼으로써 이민자들이 스스로를 노동 계급이 아니라고 여기게 하는 것은 “가난한 계급의 분열을 조장해 서로 싸움을 붙여두면, 정권과 정치인들 쪽으로 분노를 돌리지 않으리라 생각한 위정자들의 지혜”(271쪽)라고 일갈한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노동 계급은 그 내부의 다양성, 즉 인종, 종교, 문화, 젠더 등이 각기 다른 사람들이 노동자로서 한 공통의 경험에 기초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정자들이 ‘DIVIDE & RULE(분할과 통치)’이라면 노동 계급은 ‘UNITE & FIGHT(연대와 투쟁)’라는 멋진 라임을 선보이며.


존 레넌, 매드니스, 루 리드, 더 후, 밥 말리……

록과 팝의 명곡들로 엮은 노동 계급의 투지와 기백


이 책의 밑바닥에는 시종일관 음악과 술이 흐른다. 브래디 미카코는 영국 음악이 좋아 이민을 결심한 사람답게 각각의 에피소드에 영미권의 록과 팝, 일본의 대중가요를 긴밀하게 엮어 글을 썼다. 영국의 록 음악이 노동 계급의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배경 음악과 글이 어우러져 일관된 정서를 만든다. 소개된 곡을 듣고 가사도 함께 살펴본다면,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인생 앞에서 보였던 투지와 기백을 한층 선명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국 문화를 이야기할 때 ‘퍼브pub’가 빠질 수 없듯이 이 책의 거의 모든 에피소드에는 맥주가 등장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영국의 술 이야기가 대미를 장식한다. 저자는 음주 문화의 변화를 통해서도 영국 사회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의 주인공들인 베이비부머 세대는 이제 60~70대에 접어들어 맥주 대신 그린 스무디를 마시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들보다 젊은 세대는 애초에 술을 적게 마시고, 맥주보다는 스파클링 와인을 선호한다. 저자는 어쩌면 술을 마시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술을 선호하는지가 세대론, 계급론보다 저변 사회의 변화를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지도 모르겠다며 한 세대와 시대의 황혼을 애잔하게 그리고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브래디 미카코 

1965년 일본 후쿠오카현 출생. 빈곤 가정 출신으로 펑크 음악에 빠져 존 라이든(펑크록 밴드 섹스 피스톨스의 보컬)에게 큰 감화를 받았다. 1996년 영국으로 건너가 정착했다. 런던의 일본계 기업에서 일하다 프리랜서로 전향해 번역과 저술 활동을 해왔다. 보육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탁아소와 어린이집에서 일하며 ‘반反긴축’의 입장에 서게 되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계급투쟁』을 써서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아이들의 계급투쟁』으로 2017년 제16회 신초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고, 2018년 오야 소이치 기념 일본 논픽션 대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로 2019년 제73회 마이니치출판문화상 특별상, 제2회 서점 대상 논픽션 부문 대상, 제7회 북로그 대상(에세이·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그 밖에 지은 책으로 『여자들의 테러』,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 『꽃의 생명은 No Future』, 『아나키즘 인 더 UK - 무너진 영국과 펑크 보육사 분투기』 등이 있다. 


옮긴이 : 노수경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여자들의 테러』, 『아이들의 계급투쟁』, 『책의 길을 잇다』, 『한반도와 일본의 미래』,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만년의 집』, 『위험하지 않은 몰락』,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등이 있다.

목 차

들어가며 – 아저씨들 아직 안 죽었거든?

주요 등장인물


1부 디스 이즈 잉글랜드 2018~2019

1. 문신과 평화

2. 초겨울 찬 바람을 맞으며

3. 브라이턴의 동화

4. 2018년의 워킹 클래스 히어로

5. 원 스텝 비욘드

6. 리얼리티 바이츠

7. 노 서렌더

8. 노 맨, 노 크라이

9. 우버와 블랙캡, 그리고 블레어의 망령

10. 언제나 인생의 밝은 면을 보기를

11. 노를 저어라

12. 타올라라, 사이먼

13. 데어 제너레이션, 베이비

14. 킬링 미 소프틀리 – 우리의 NHS

15. 너는 나를 알아

16. 두근두근 투나잇

17. 나의 포효를 들으라

18. 슬퍼서 견딜 수가 없어

19. 베이비 메이비

20. 〈그랜 토리노〉를 들으며

21. 프레이즈 유 – 길고 긴 길을 함께


2부 [해설] 현대 영국의 세대, 계급, 술에 관하여

1. 영국의 세대 구분

2. 현재 영국의 계급 구분

3. 마지막은 중요한 술에 관하여


나오며 – 눈보라 속의 UK를 살아가는 일

옮긴이의 말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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