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기본소득을 전면 비판하는 책
기본소득이 인기다. 인기를 넘어 자본주의 경제의 불안정성을 이겨낼 하나의 진보적인 대안으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기본소득론자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불안정해지는 현실에서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이 꼭 실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치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자본주의의 모순이 거의 해결될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본소득은 진정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을까? 경제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무기가 될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이 완수되는 미래에 인류를 위한 새로운 소득보장 정책이 될 수 있을까? 무엇보다 기본소득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정책일까?
《기본소득, 공상 혹은 환상》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기본소득론을 전면 비판하는 책이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저자 김공회는 기본소득의 역사와 자본주의 발달사를 함께 재점검하면서 기본소득이 무엇인지, 그동안 기본소득론자들은 무엇을 주장했고 그 모순은 무엇인지를 밝힌다. 그러면서 저자는 단호하게 결론 내린다. 기본소득은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기에는 구태의연하고 허술한 무기”라고. 즉 기본소득은 책의 제목에 나와 있는 것처럼 ‘공상 혹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기본소득론의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특히 자본주의 경제의 내적 메커니즘이 어떠하고 그것이 체계적으로 일으키는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자본주의 스스로 어떻게 변모하면서 자신이 일으킨 문제에 대한 그 나름의 해결책을 내놓는지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몰이해 위에서 제시되는 대안이 얼마나 효력을 가질까?”(9쪽) 그렇기 때문에 지나치게 단순하고 보수적인 기본소득론은 지난 역사에서 계속해서 실패했고, 또 앞으로도 실패할 가능성이 큰 정책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기본소득에 대한 찬반을 넘어 자본주의 경제의 흐름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기본소득 또는 기본소득과 유사한 여러 제안들의 역사를 살핀다. 18세기 후반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세 차례 산업혁명을 겪을 때마다 ‘기본을 보장하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등장했는데, 이때마다 ‘기본’론자들은 패배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처음에는 임노동 체제의 확립과 근로조건의 점진적 개선을 통해(1장), 그리고 두 번째엔 국가의 유례없이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2장), 세 번째는 소득세제를 통한 정밀한 소득보장제도를 통해(3장). 오늘날의 기본소득론은 임노동제나 복지국가, 그리고 소득세제의 의의를 애써 축소ㆍ부정해가면서 매우 편협한 방식으로 재구성된 것이라는 게 1부의 결론이다.
2부는 오늘 한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기본소득의 현주소’를 고찰한다. 복지국가에 대한 반발로서 성립된 기본소득의 개념을 재검토하고(4장), 기본소득과 함께 최근 ‘기본 시리즈’로 각광받는 기본자산의 의의를 살펴본 뒤(5장), 코로나19 국면에서 실행되어 기본소득론자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자아내기도 했던 긴급재난지원금 등의 성격을 밝힌다(6장). 기본소득론자들이 ‘기본소득의 마중물’로 환호했던 긴급재난지원금은 ‘보편적 급부’일 뿐이지 기본소득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점도 드러난다. 결국 저자는 기본소득의 현재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패배’에 가까울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3부는 기본소득이 현실에서 패배할 정책이라면, 과연 무엇으로 불안정한 삶과 위험에 대비할 것인지를 논한다. 삶의 안정성이 교란된 대중에게 보장해줘야 할 것은 소득이 아니라 경제적 안전이며(7장), 그 경제적 안전의 제공자로서 국가의 역할을 다시 조명한다(8장, 9장). 국가는 자본주의 경제를 구성하는 세 측면, 즉 생산·분배·소비에 모두 관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라는 점이 강조된다.
누가 안전을 보장할 것인가?: 국가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보기
기본소득이 대중의 삶의 안정성을 보장해줄 수 없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저자는 ‘국가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보자고 말한다. 자본주의 경제를 구성하는 세 측면은 생산·분배·소비이다. 누구든 일정한 자격으로 생산에 참여하면, 일정한 소득을 분배받고, 이러한 소득으로 각자 필요한 물품을 소비한다. 생산-분배-소비의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인간의 삶도, 그리고 경제 전체도 재생산된다. 하지만 마르크스가 지적했듯이 자본주의는 주기적으로 위기를 겪게 되어 있다. 이 세 측면이 늘 교란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삶의 안정성이 교란된 대중에게 무엇이 보장되어야 할까? 저자는 ‘소득’이 아니라 ‘경제적 안전’이라고 말한다. 생산·분배·소비 영역에서 골고루 경제적 안전이 보장되어야 대중은 불안을 느끼지 않고 경제도 안정적으로 굴러갈 수 있다. 그럼, 누가 경제적 안전을 보장해줄 수 있는가? 자본주의 경제에서 가족, 기업, 국가 등 다양한 안전 제공 주체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바로 국가의 역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국가는 자본주의 경제를 구성하는 세 측면, 즉 생산·분배·소비에 모두 관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이다. 반면 기본소득론자들이 말하는 기본소득은 ‘분배’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해결책이다. 이를테면 일자리 불안 문제를 기본소득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또 그게 제일 바람직한 해결책일까? 일자리 문제는 생산 영역의 문제이니 거기에서 다루는 게 맞을 것이다. ‘모든 개인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정액의 현금’을 지급한다고 해서 모든 영역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즉 자본주의 체제에서 보장되어야 할 것은 ‘경제적 안전’이지 소득이 아니다. 소득의 보장은 경제적 안전의 일부만을 구성할 뿐 대중에게 가해지는 불안정성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기본소득이 분배 측면에서만 기여하는 정책이라면, 국가는 생산·분배·소비의 모든 측면에서 관여하며 자본주의 경제의 모순을 해결하는 데 앞장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국가를 구성할 수 있는 민주주의가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경제에 ‘민주적 통제’라는 고삐를 씌우는 일일 것이다. 이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폐해가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에 집중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다면, 그것을 가속화하기 위해 공적 자원을 투입하는 것도 더 큰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본소득 같은 보편적 성격의 급부가 인민의 삶을 안정적이고 풍요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쓸 수 있을 것이나, 우리는 그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정책 수단들도 확보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240쪽)
기본소득의 역사: 세 번의 전투, 세 번의 패배
기본소득의 역사를 알아야 기본소득이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이 역사는 곧 ‘기본’이 ‘패배’한 역사이기도 하다. 18세기 후반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세 차례 산업혁명을 겪을 때마다 ‘기본을 보장하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영국에서 최초의 산업혁명이 진행되자 토머스 페인은 1797년 “21세에 도달한 모든 개인에게 15파운드의 현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했고(1세대), 20세기 초반 전기력에 의한 산업혁명이 일어나자 버트런드 러셀은 1917년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역설했으며(2세대), 1960년대 자동화혁명이 일어나자 로버트 시오볼드는 ‘보편적 급부제’를 밀턴 프리드먼은 ‘음의 소득세제’를 주장했다(3세대). 이렇듯 대중들의 삶의 안정성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기본’을 외치는 주장들이 등장했던 것이다. 그럼 결과는 어땠을까? 그 ‘기본’의 주장들은 모두 패배했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첫 번째 패배는 ‘임노동 체제’의 확립에 의해서였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수많은 대중의 삶이 파탄 난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1세대 ‘기본’ 주장자들은 자본주의의 모순과 대결하기보다는 자본주의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 즉 지나치게 단순하고, 보수적인 이들의 주장은 임노동 체제가 세계 각국에서 확립되어가자 더는 설 자리가 없어졌다. 즉 노동자에겐 ‘임금’이 ‘기본소득’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노동자들은 스스로 노동조합이나 정당 등을 결성해 자신들의 노동환경 개선과 임금 인상을 꾀했다. “임노동 체제 안에서 인민대중은 나름대로 안정적으로 소득을 확보할 수 있었고 노동자들은 스스로 조직해 자본가에 대항함으로써 자신들의 소득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해나갔다.”(38쪽)
두 번째 패배는 ‘국가의 역할’에 의해서였다. 1897년 공황을 겪으면서 자본주의는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20세기 초반 전기를 통한 산업혁명을 겪으며 자본주의는 조금씩 다극화되었는데, 영국이 여전히 선두에 있었지만 독일이나 프랑스, 미국 등이 빠르게 그 뒤를 쫓았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세계적 확장은 곧 제국주의의 형태로 진행되었고, 그 결과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또다시 대중의 삶이 위기에 처하자 러셀과 같은 ‘기본’론자들이 등장한 것이다. 이때는 이미 자본주의가 확립된 상태여서 1세대 주창자들처럼 자본주의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자본주의에 대항하자고 주장하지도 않았다. 다만 ‘기본의 보장’만을 외칠 뿐이었다. 하지만 위기는 ‘국가’에 의해 수습되었다. 국가의 조절 능력이 향상되면서 경제가 파국으로 치닫는 일도 줄어들었다. 그 결과는 복지국가의 발달이었다. “20세기 들어 발달한 복지국가는 무엇보다 민주주의와 인권의식 발전의 산물이지만, 동시에 그것은 자본의 이해관계에도 부합한다. 복지국가가 아니었다면 어떻게든 자본이 스스로 담당했어야 하는 전체 노동력의 관리라는 업무를 국가가 대행해주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므로 일시적으로 실업에 처한 노동자에게 금전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복지국가의 가장 기본이 되는 사무다.”(64~65쪽)
세 번째 패배는 소득세제를 통한 정밀한 소득보장제도에 의해서였다. 20세기 초부터 세계경제를 좌우하는 강대국으로 떠오른 미국은 1950년대 후반부터 자동화혁명을 겪었다. 이때 로버트 시오볼드는 자동화의 전진 덕택에 생산력이 비약적으로 발달했고, 그 결과 더 이상 우리는 힘들여 일할 필요가 없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생산물을 분배하는 기준도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모든 시민과 아동에게 보장소득을 지급하자고 주장했다. 오늘날의 기본소득론과 유사한 주장이다. 반면 신자유주의자 밀턴 프리드먼은 소득에 따라 차등적으로 일정액의 수당을 지급해 가장 소득이 낮은 사람도 적어도 얼마의 소득은 거둘 수 있게 하자고 주장했다. 즉 음의 소득세제다. 1960년대 미국에서 ‘기본’ 논의는 이렇게 ‘보편적 급부제’와 ‘음의 소득세제’로 양분되었다. 둘 다 복지국가를 반대한다는 전제 아래 주장된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심화ㆍ발전하면서 세밀한 소득세제가 자리를 잡았고, ‘기본’론자들의 주장은 사그라들었다. 소득세제가 위기에 처한 대중들에게 정밀한 소득보장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득세제가 자본주의의 심화·발전의 한 결실이라면, 대중의 삶의 안정성을 보장해주는 데 그것을 이용하지 않을 까닭은 없다. 특히 소득세제는 원칙적으로 국가가 국민 모두의 소득을 파악하고 있음을 전제하므로, 만약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소득을 거두는 개인이나 가구에 대해 모자라는 소득을 채워주는 것이 문제라면 소득세제를 활용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더없이 적절하다.”(87쪽)
기본소득의 현재: 과연 기본소득은 실현 가능할까?
기본소득론자들의 주장을 몇 가지 비판적으로 짚어보자.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청년수당, 아동수당, 농민기본소득 등은 한국의 기본소득론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기본소득 성격의 정책’일까? 답은 아니다. 이것들은 ‘보편적 급부’의 한 형태일 뿐이지, 여기에는 ‘원래 그들의 몫을 그들에게 되돌려준다’라는 기본소득의 이념을 조금도 담고 있지 않다. 즉 ‘모든 개인에게 정기적으로 정액의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이 기본소득의 정의인데, 기본소득은 이 정의대로 보편적 급부의 형식을 띠지만, 모든 보편적 급부가 기본소득은 아닌 것이다.
기본소득론은 나름의 역사적 검토를 통해 ‘기본’의 역사를 발굴해내고 이를 널리 알려왔다. 하지만 자신의 역사를 인식하는 방식이 매우 모순적이다. 무엇보다 그러한 역사적 과정의 산물인 보편적 임노동제, 복지국가, 소득세제를 활용한 정교한 소득보장제도 등의 의의를 인정하지 않고 이것들로부터 자신들을 차별화한다. 복지국가 형성이나 음의 소득세제 등에는 ‘기본’론자들의 기여도 있었으나, 오늘의 기본소득론자들은 복지국가도 음의 소득세제도 부정한다.
기본소득론자들의 국가에 대한 관점도 모순적이다. 기본소득론의 구조를 ‘징발’과 ‘지급’으로 나눈다고 하면, ‘징발’과 관련해서는 부자들에게서 많은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는 그야말로 철옹성 같은 국가를 상정한다. 하지만 ‘지급’과 관련해서는 무기력한 국가가 상정된다. 우리 이웃이 뻔히 굶어 죽고 있는데도, 세금 등으로 거둬들인 막대한 돈을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똑같이 나눠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든 개인에게 조건 없이 정액의 현금을 나눠주는 기본소득제가 과연 기존의 복지국가 제도들보다 우월할까? 없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주는 게 낫지 않을까? 왜 기본소득론자들은 복지국가를 부정하고 최소 국가를 지향할까? 복지국가가 사각지대, 낙인효과, 근로유인 저하 등의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복지국가를 반대하기보다는 복지국가를 더 강화하면서 해결해나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기본소득론의 재산관은 한마디로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로 요약할 수 있다. 전통적인 ‘기본’론은 토지에서 나오는 재원을 기본소득으로 사용하자고 주장했다. 오늘의 기본소득론자들은 플랫폼세뿐만 아니라 환경세 등도 재원으로 언급하고 있다. 여기에서 나오는 수익은 원래 ‘우리 모두’의 것이니 ‘모두에게 똑같이’ 분배하자는 논리다. 사실 기본소득론의 재산관은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너무도 부족하다. 기본소득론이 주장하는 대로 ‘카이사르의 것을 카이사르에게’ 돌려주더라도, 빈곤과 불평등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의 빈곤과 불평등은 무슨 근거로, 어떻게 해소하려는가? 현대적인 조세 및 재분배 제도가 훨씬 품이 넓지 않을까?
기본소득론자들은 일론 머스크 등 세계적인 부자들도 기본소득을 찬성한다고 선전한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기본소득이 자본가들에게 결코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임금 저하와 소득 양극화는 경제를 어렵게 만든다. 대중들이 소비할 여력이 없어지면 기업활동이 위축되고 체제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런 현실에서 기본소득의 시행은 필수적인 소비조차 하지 못하는 대중뿐 아니라 위기에 빠진 자본가와 기업들도 원하는 것일 수도 있다. 기본소득의 재원 중 하나로 거론되는 ‘환경세’도 짚고 넘어가자. 환경세란 반환경적으로 생산하는 기업, 그리고 그런 기업이 생산한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에 대한 징벌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이들로부터 걷은 환경세는 그들이 더럽힌 환경을 개선하고 기후변화의 추세를 반전시키는 데 쓰는 게 순리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런 돈을 불특정 다수에게 나눠준다면 어떨까? 그 돈의 일부는 위의 반환경적으로 생산된 상품들을 구매하는 데 쓰일 것이다. 말하자면, 환경세가 결과적으로 기존의 반환경적 자본주의 체제를 재생산하는 데 봉사하는 것이다.
기본소득론자들은 4차 산업혁명의 진전에 따라 일자리가 감소하고 노동 소멸 사회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기계화ㆍ자동화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는 오히려 늘어났다는 게 정설이다. 문제는 저임금·저질의 일자리가 급속도로 늘어났다는 데 있다. 기계화·자동화 진전과 더불어 세계화에 따른 자본 간 경쟁의 격화 및 노동조합의 약화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즉 적어도 지금까지는 기계화·자동화가 일자리를 줄였다는 증거는 뚜렷하지 않다. 그리고 일자리 문제는 분배 영역인 기본소득이 아니라 국가의 개입으로 생산 영역에서 다루는 게 옳을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공회
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서울대에서 경제학 학사·석사학위를 영국 런던대(SOAS)에서 ‘세계(시장)’의 경제학적 개념화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경제학)를 받았다. 유학에서 돌아온 뒤에는 국회에서 보좌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HERI)에서 연구위원 등으로 있으면서 현실 경제의 작동을 지켜보기도 했고, 홍대 앞 한 엘피(LP) 바에서 디제이로 일하면서 그 현실의 경제에 직접 뛰어들기도 했다. 대학에 자리를 잡은 뒤에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경상남도 도정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지내며 그간의 연구와 경험을 결합하고자 노력했다.
최근의 주요 논문으로는 〈긴급재난지원금은 기본소득의 마중물인가〉 〈소득주도성장론의 본질과 한계〉 〈‘촛불정국’의 사회경제적 차원〉 등이 있으며, 《기본소득 시대》 《왜 우리는 더 불평등해지는가》 《세계화와 자본축적 체제의 모순: 마르크스주의적 접근》 등을 함께 썼고, 《세금이란 무엇인가》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 차
머리말
기본소득론이 계속 실패하는 이유
1부. 기본소득의 과거: 세 번의 전투, 세 번의 패배
1장 첫 번째 전투: 자본주의 형성과 기본소득
자본주의 경제의 주기적 위기와 산업혁명들 | ‘기본’ 요구의 등장 | 첫 번째 전투: 자본주의의 성립과 ‘기본’ | ‘기본’ 주장의 즉자성, 그리고 보수성과 발본성 | 자본주의의 확립, 그리고 ‘기본’의 패배 | 맺음말: 지나치게 단순하고 보수적인
2장 두 번째 전투: 자본주의 변모와 기본소득
두 번째 산업혁명과 그 결과 | ‘기본’, 다시 등장하다 | 두 번째 전투: 자본주의 모순의 심화와 국가의 변모 | ‘기본’의 재산관: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 ‘기본’이 택한 길: 최소 국가를 향하여 | 맺음말: 현대 자본주의와 복지국가
3장 세 번째 전투: 자본주의 심화와 기본소득
자동화와 기본소득 | 음의 소득세제의 출현 | 복지국가에 대항하는 무기로 등장한 기본소득 | 조용한 내전: 보편적 급부제 vs 음의 소득세제 | 음의 소득세제: 보수의 정책? 자본주의 심화의 산물! | ‘패배’ 판정의 이유 | 음의 소득세제의 현실성 | 1부를 마무리하며: ‘기본’의 역사적 재구성
2부. 기본소득의 현재: ‘기본’의 부활
4장 기본소득, 몽상에서 현실로?
왜 지금 기본소득인가: 기본소득론이 그리는 세상 | ‘기본’의 역사 재고찰: 기본소득론이 말하는 역사 vs. 실제의 역사 | 기본소득 개념(정의) 재검토: 복지국가에 대한 반발로서 기본소득론 | 기본소득론 해부: ‘(선별적) 징발’과 ‘(보편적) 지급’ | 기본소득론과 소유권: 다시 기본소득론의 보수성에 대하여 | 기본소득론이 사회갈등을 다루는 방식 | 국가를 향한 기본소득론의 모순된 시선 | 맺음말: (복지)국가에 대한 불신의 기원
5장 기본자산의 이상한 부활
기본자산제의 유혹 | 근본적인 질문: 왜 ‘자산’인가? | 자산보다는 소득 | 자산 불평등은 어찌할 것인가? | 기본자산제가 내포하는 문제들 | 맺음말: ‘기본’이 되는 사회를 향하여
6장 우리는 ‘기본소득 사회’로 가고 있는가
한국에서 기본소득의 현실 | 코로나19 발 경제위기의 독특한 성격: ‘관리된 위기’ | 긴급재난지원금,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긴급 처방전 | 긴급재난지원금, 무엇의 마중물인가? | 맺음말: 기본소득의 ‘제자리’는?
3부. ‘기본’을 넘어서
7장 무엇을 보장할 것인가: 소득이 아니라 경제적 안전을
‘불평등’ 문제의식: 환원주의 | ‘불평등’ 문제의식: 의의와 한계 | 자본주의 경제의 얼개: ‘재생산’이라는 문제를 중심으로 | 불안정성: 자본주의 특유의 경제 문제 | 대응책: 경제적 안전의 추구 | 맺음말: 무엇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8장 현대 복지국가: 경제적 안전 보장의 사회화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사회보장 확대론 | 경제적 위험과 그 대응 | 한국의 사회보장: 해체와 재구성 | 한국의 사회보장: 확대의 필연성 | 사회보장 강화의 방법들: 분배와 소비를 중심으로 | 맺음말: 기본소득의 ‘제자리’
9장 결론: ‘기본’이 위태로워진 시대, 국가의 역할은?
기본소득과 사이비-기본소득: ‘보편적 수당’의 전망 | 기본소득이 촉발하는 독특한 순환 | 국가의 역할 재검토: 생산의 정치 복원을 위하여 | 맺음말: 결국 문제는 민주주의다
주
참고문헌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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