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 책은 크게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1995년부터 2013년까지 저자가 하버마스와 나눈 공식 인터뷰 6편, 두 번째는 2000년대에 하버마스와 개인적 만남을 갖고 이야기를 나눈 탐방기 4편, 세 번째는 하버마스의 한국 방문 때 모든 일정을 함께하며 느낀 체험기와 하버마스가 귀국한 뒤 보낸 인상기이다. 그 외에 부록에는 일본에 대한 하버마스의 간략한 인상기, 존 롤스와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 주는 중국 베이징 베이하이(北海) 대화, 하버마스 한국 방문 메시지를 둘러싼 어느 독일 신문의 논평과 반론이 실려 있다.
하버마스를 인터뷰하다
저자가 하버마스와 나눈 6편의 인터뷰가 실려 있으며, 각각의 인터뷰는 인터뷰가 성사된 계기, 인터뷰 전문, 인터뷰 에피소드의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995년 인터뷰는 1996년 4월 예정된 하버마스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조선일보사의 신년 기획 인터뷰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동양을 어떻게 볼 것인가, 생태계 문제와 비판 이론, 페미니즘에 대한 시각, 문화 변동과 정치, 사회운동의 방향, 서구 자본주의의 미래, 탈현대 논쟁의 뒷이야기 같은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기차 시간에 늦을까 봐 백발이 성성한 하버마스와 저자가 허겁지겁 뛰어간 에피소드도 실려 있다.
1996년 인터뷰는 하버마스의 한국 방문 일정이 모두 끝난 뒤 출국 직전 프레스센터에서 이뤄진 합동 기자회견을 실었다. 민족주의가 안은 위험, 마르크스주의와 오늘의 서구 상황, 한국의 종교문화와 근대화, 비판 이론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의미, 남북 관계와 언론 개혁의 방향 등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합동 기자회견이 성사되기까지 과정과 기자회견 모습 등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1999년 인터뷰는 세기말과 새 천년을 잇는 의미심장한 시기에 이루어졌는데, 한국에 대한 하버마스의 특별한 애정과 관심이 없었다면 성사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분단과 통일, 민주화, 여성, 사회운동, 유교, 불교, 인권 등 한국과 관련된 여러 문제와 가능성에 대해 하버마스가 분명한 견해를 피력했다. 아울러 세계화에 따른 불평등과 제3의 길 등에 관해 진보적 지식인으로서 느끼는 고뇌와 성찰, 21세기 문화 다원 시대를 보는 입장을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푸코, 롤스, 테일러, 로티 등 석학들과의 관계도 흥미롭다.
2006년 인터뷰는 두 가지 내용으로 나뉜다. 첫 번째 인터뷰는 동아일보사의 의뢰를 받아 미리 서면으로 질문한 것으로 미국의 패권 정치와 소통 정의의 조건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두 번째 인터뷰는 당시 종교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하버마스와 나눈 대화로, 기축 문명의 관점에서 유교와 불교를 이야기한 것이다. 이 인터뷰 내용은 2019년에 출간한 하버마스의 책 《또 하나의 철학사》의 본격적인 출발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6편의 인터뷰 가운데 한국에 대한 하버마스의 관심과 기대가 가장 풍부한 내용과 분량으로 표현된 것은 2013년 인터뷰다. 1996년 서울대학교 공개강연, 민족통일과 국민주권을 출발점으로 삼아 한반도와 독일의 분단경험을 비교하고 통일에 접근하는 방법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했다. 그는 특히 동아시아 가운데 한국의 성취와 잠재력에 주목했다.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한국이 거둔 경제발전, 민주화, 특히 시민사회의 역동성을 적극 평가하는 입장에서 동아시아의 미래를 여는 힘은 한국의 시민사회에서 나온다는 관점을 피력했다. 이런 관점에서 20세기의 낡은 국가주의 정치를 떠나 21세기의 새로운 정치를 여는 선도국의 역할을 한국에 주문했다. 또한 “자유의 영혼에 생기를 넣어 그 에토스로 시민 의식을 풍요롭게 발전시키는” 공론장의 임무를 강조했다.
하버마스를 탐방하다
하버마스와의 공식 인터뷰와 별개로, 그와 나눈 사적 대화와 그 속에 담긴 사회 상황, 이론 등을 소개하고 있다. 탐방기를 통해 하버마스의 이론과 사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08~2009년 탐방기에서는 하버마스의 두 번째 방문 계획 및 이 계획이 무산된 과정과 비판 이론의 과제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012년 탐방기는 두 가지 내용으로 나뉜다. 첫 번째 탐방기에는 소년기 하버마스의 나치 체제 경험과 왜곡된 과거 청산 시비, 선천적인 언어장애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으며, 두 번째 탐방기에는 급진화된 학생운동과 마찰을 빚고 프랑크푸르트대학교를 떠나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2018년 탐방기에서는 하버마스의 소통 이론과 유교의 중용철학적 소통 윤리 사이의 관계를 짚고 90세를 맞는 하버마스의 여러 활동과 주변의 여러 행사 준비 상황을 다루고 있다.
하버마스가 한국을 보고 느끼다
하버마스는 1996년 67세의 나이에 4월 27일부터 5월 12일까지 한국에 머물면서 많은 일들을 했다. 7개의 다른 주제로 강의했을 뿐 아니라 포항제철, 해인사, 광주 망월동 묘지 등을 방문했고, 서울과 대구, 광주에서 수많은 지식인과 대화를 나눴다. 저자는 하버마스의 한국 방문을 타진하고 추진한 실무 책임자로서, 김포공항에 하버마스 부부를 마중 나가는 것으로 방문 일정을 시작해 출국하기까지 내내 곁에서 동행했다. 바쁜 일정을 함께하면서 저자가 하버마스에게서 느낀 학자로서의 모습 외에 인간 하버마스의 모습을 소개했다. 그리고 하버마스가 귀국한 뒤 저자에게 보낸 편지글을 통해 한국에 대한 솔직한 감회를 읽을 수 있다.
부록
‘하버마스의 일본 인상기’에서는 하버마스가 처음 일본을 방문한 뒤 느낀 일본에 대한 감회를 담고 있고, ‘하버마스의 중국 베이징 베이하이 대화’에서는 중국에 대한 하버마스의 감회와 더불어 존 롤스와의 논쟁에 대해 자세히 싣고 있다.
‘하버마스 한국 방문 메시지를 둘러싼 어느 독일 신문의 논평과 반론’은 하버마스가 1996년 8월 28일 독일의 어느 유력 신문에 독자편지의 형식으로 기고한 <서울에 넘치는 자유주의 기풍>의 뒷면을 간략히 해부한 것이다. 하버마스의 한국에 대한 인상은 이 기고문 제목에 잘 드러나 있다. 그러나 8월 21일 해당 신문사 도쿄 특파원이 당시 연세대 학생시위를 일본 적군파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마치 하버마스가 이를 은밀히 부추긴 것처럼 기고했기에 이에 얽힌 왜곡을 밝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작가 소개
한상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미국 서던일리노이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자 (재)중민재단 이사장으로 1980년대 민주화 이행기에 중민 이론을 주창했다. 하버마스의 소통 이론과 유교의 공론장 개념의 친화성에 주목해 비판 이론을 재구성하고 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원장,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 《중민 이론의 탐색》, 《한국 사회와 관료적 권위주의》, 《한국, 제3의 길을 찾아서》, 《386세대, 그 빛과 그늘》, 《탈바꿈》 등과 함께 《Habermas and the Korean Debate》, 《Divided Nations and Transitional Justice》, 《Beyond Risk Society》, 《Asian Tradition and Cosmopolitan Politics》, 《Confucianism and Reflexive Modernity》 등의 영문 저서가 있다.
목 차
머리말: 위르겐 하버마스, 그는 누구인가
<하버마스를 인터뷰하다>
1995년 한국 첫 방문을 앞두고
인터뷰: 동아시아를 어떻게 볼 것인가 | 생태계 문제와 비판 이론 | 페미니즘에 대한 시각 | 문화 변동과 정치 | 사회운동의 방향 | 현대 복합사회와 지속적인 민주화 요구 | 서구 자본주의의 미래 | 언술 정치와 대화의 제도화 | 이론적 논쟁들을 이끈 동기 | 탈현대 논쟁의 뒷이야기 | 한국 방문을 앞두고
에피소드: 백발이 성성한 하버마스와 플랫폼까지 달리다
1996년 출국 합동 기자회견
인터뷰: 한국 방문을 마무리하며 | 민족주의를 어떻게 볼 것인가 | 마르크스주의와 오늘의 서구 상황 | 정보화사회와 지식인의 역할 | 한국의 종교 문화와 근대화 | 비판 이론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의미 | 신보수주의와 한국 정치 | 공론장이 활성화되기 위한 조건 | 남북 관계와 언론 개혁의 방향
에피소드: 하버마스 열풍, 연일 쏟아진 언론 기사들
1999년 새로운 세기의 시작
인터뷰: 사회적 불평등과 시민적 연대 | 지구적 통치에 대한 분석 | ‘공세적’ 제3의 길 | 오직 민주주의 틀 안에서 | 유교와 페미니즘 | 한반도 통일 문제 | 문명 간 의사소통의 필요성 | 미셸 푸코와의 만남
에피소드: 인터뷰 부담 없이 즐긴 한나절 티타임
2006년 미국의 패권 정치와 소통 정의의 조건
인터뷰: ‘진보’의 의미 | 사회 갈등과 소통 정의 | 미국의 바람직한 역할 | 합리주의와 인본주의에 대한 첨단 기술의 도전
에피소드: 소통 문제와 종교 논쟁 사이에서
2006년 기축 문명의 관점에서 본 유교와 불교
인터뷰: 불교에 대한 철학적 관심 | 21세기 종교의 역할 | 문화 간 대화의 여정 | 인권에 대한 공동체적 통찰 | 유교, 불교를 포함한 기축 문명의 발전 | 의사소통 행위 이론 | 기술 혁신 시대, 합리성과 인간성은 발전했는가 | 생활세계의 식민화
에피소드: 난해한 인터뷰 내용이 방대한 책의 출발점으로
2013년 동아시아의 미래, 한국이 연다
인터뷰: 동양 문화와 보편적 가치 | 17년 전 서울, 그리고 서울대학교 통일 강연 | 한반도와 독일의 차이 | 독일통일의 역설 | 변화하는 한반도의 상황 | 통일의 규범적 토대는 시민의 집합적 자유의지 | 위험에 빠진 동아시아와 한국의 역할 | 공론장과 정당의 문제 | 미디어의 역할
에피소드: 더 이상 인터뷰는 없다!
<하버마스를 탐방하다>
2008~2009년 두 번째 방문이 무산된 뒤, 비판 이론의 과제
탐방기: 두 팔을 벌려 필자 부부를 환영하다 | 여러 번의 초청 논의와 2007년 동아시아 방문 계획 | 동아시아 비판 이론의 현실 | 하버마스 비판 이론의 규범적 지향 | 독일 비판 이론의 방향
에피소드: 하버마스와 격의 없는 사이가 되어
2012년 소년 하버마스의 나치 경험과 과거 청산 시비
탐방기: 문제적 현실에서 하버마스 이론의 의미 | 선천적인 언어장애 | 소년 하버마스의 나치 체제 경험 | 왜곡된 과거 청산 시비 | 하버마스의 반론
에피소드: 하버마스의 진심이 담긴 특별한 부탁
2012년 급진화된 학생운동을 비판하고 대학 강단을 떠나다
탐방기: 16년 전 한국 방문을 추억하다 | 비판 이론, 독일 학생운동에 영향을 주다 | 학생운동과의 충돌 | 프랑크푸르트대학교를 떠나다 | 독일통일 방식의 규범적 결함 | EU의 위기와 해결책
에피소드: 주류를 비판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지식인의 책무에 공감하며
2018년 90세를 맞는 하버마스의 학문 활동
탐방기: 하버마스의 소통 이론과 유교의 중용철학적 소통 윤리 | 하버마스의 저술 《또 하나의 철학사》 | 철학과 종교, 그리고 도덕적 보편주의 | 동아시아 시각과 하버마스 이론의 발전적 모색
에피소드: 마지막 만남! 다시 건강하게 만날 수 있기를…
<하버마스가 한국을 보고 느끼다>
한국 방문 뒷이야기 | 놀라고 정색하고 감동하고
체험기1: 하버마스가 한국의 초청을 받아들이다 | 서울대학교 서남조직위원회 구성 | 하버마스를 두 차례 방문하다 | ‘국민주권’이냐 ‘인민주권’이냐 | 하버마스 이론 워크숍 준비 과정
체험기2: 하버마스, 드디어 한국에 발을 딛다 | 서울을 걸으며 인간 하버마스를 읽다 | 창덕궁 대화 | 강행을 앞둔 휴식 | 서울대학교 공개 강연: 한국에 맞는 통일 여정을 주문하다 | 서울대학교 컬로퀴엄: 열띤 질의응답이 오가다 | 한국사회학회 심포지엄: 하버마스가 크게 화를 내다 | 한국철학회 강연: 학문적 깊이와 독창성을 내보이다
체험기3: 하버마스와 여행을 떠나다 | 해인사 종림 스님과의 대화 | 계명대학교 강의: 18세기 칸트를 오늘로 불러오다 | 지리산을 넘어 남원으로 | 광주 망월동 묘지를 참배하다 | 전남대학교 강의: 광주를 느끼고 이야기하다
체험기4: 서울로 돌아오다: 목요일 오후의 만남 | 워크숍: 하버마스 이론을 향한 열린 대화 | 출국 합동 기자회견 | 철학문화연구소 학술 모임: 하버마스의 새로운 사상을 보다 | 출국 전 마지막 만찬
하버마스가 보낸 편지 | 이국(異國)에 대한 안목을 열다
인상기: 한국 방문을 도와준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맺음말: 동아시아 시각을 여는 불씨가 되기를
부록
윤리적 보편주의 결핍이 아쉽다: 하버마스의 일본 인상기
나는 왜 롤스와 다른가: 하버마스의 중국 베이징 베이하이 대화
서울에 넘치는 자유주의 기풍: 하버마스 한국 방문 메시지를 둘러싼 어느 독일 신문의 논평과 반론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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