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우리는 과연 마녀 프레임을 벗어났는가?
오늘날에도 계속되는 ‘마녀-만들기’
마녀는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마녀사냥은 과거 유럽이라는 특수한 지역에서 발생한 비극적 사건으로 생각하며 지금 우리와 거리가 먼 일처럼 여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마녀’의 모습은 다양한 형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기에 마녀사냥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의식은 오늘날까지도 주요한 논점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마녀’를 만드는 마녀 프레임에 관해 숙고할 필요를 주장한다.
마녀는 예나 지금이나 자본과 민족, 국가라는 하나의 원형을 유지하기 위한 예외 상태의 희생양이다. 과거에는 종교의 절대성을 증명하고 설명되지 않는 과학을 이름 짓기 위한 존재였다면 오늘날에는 인터넷, SNS라는 공간에서 집단의 윤리성을 증명하는 매개로 변모되었다. 지금의 우리는 언제든 마녀 혹은 마녀 심판자가 될 수 있다. 온라인 공간 속에서 재현되는 ‘마녀-만들기’는 중세의 마녀사냥과 유사한 현상처럼 보인다. 그래서 마녀 프레임을 알아가는 일은 시대적 마녀 탄생 원리를 넘어서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는 사회적 문제에 관해 생각해보도록 하는 일이다. 이러한 사유를 통해 우리는 사회 속 만연하게 침투해있던 ‘마녀 프레임’을 해체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마녀는 어떻게 사냥의 대상이 되었는가
마녀는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논리적으로 발명된다. 마녀가 처음부터 사냥의 대상이었던 것은 아니다. 인간의 한계를 넘은 능력을 가진 신비로운 존재였던 마녀는 어느 순간 악마와 놀아나며 초자연적인 힘으로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존재가 되었다. 이 책은 마녀를 새로이 규정한 개념과 도덕적 프레임이 작용하면서 벌어진 사건을 다룬다.
고대 신화 혹은 종교에서 등장하던 마녀가 어느 순간 척결의 대상으로 바뀐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오늘날 우리는 14세기에서 17세기에 걸쳐 근대 유럽을 휩쓸었던 마녀사냥을 ‘광기’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이 책은 문명이 발달하던 시대의 이면에 드리운 야만적인 사건의 시작을 밝히기 위해 ‘마녀’라는 존재가 언제부터 전승되었는지, 성서에 등장한 마녀의 의미는 어떠했는지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중세와 근대에 이르러 마녀사냥이 급속하게 확산하기까지의 원인과 과정을 사회 구조적으로 분석했다.
현대에 마녀사냥의 근원을 짚는 일의 의미는 무엇일까. ‘마녀’와 ‘마녀사냥’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과거와 비교해 구조와 모양만 변했을 뿐 계속 유지되어 재탄생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호모 사케르’ 현상을 비롯하여 마녀와 같은 예외적 존재를 비가시화된 지점에 두려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마녀 프레임이라는 시각으로 들여다본다.
작가 소개
이택광
문화비평가,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영미문화전공 교수.
영국 워릭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셰필드대학교 대학원 영문학과에서 문화비평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술, 영화, 대중문화에 대해 글을 쓰며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철학자의 아틀리에』 『버지니아 울프 북클럽』 『무례한 복음』 『인문좌파를 위한 이론 가이드』 『인상파, 파리를 그리다』 『이것이 문화비평이다』 『99% 정치』 『한국 문화의 음란한 판타지』 등이 있다.
목 차
개정판 서문 05
Prologue 08
마녀사냥과 인쇄술 19
마녀와 마법
마법이라는 불가사의한 테크놀로지
마녀의 탄생
마녀사냥과 인쇄술
중세적 질서에 찾아온 종언
마녀사냥이라는 시대적 공모
근대 과학과 마녀 79
임상 의학의 탄생
중세 의학의 종언과 과학의 출현
마녀의 질병
합리성의 이데올로기
마녀 프레임의 유령 115
마녀사냥에 대한 금지
근대 국가와 마녀사냥
마녀, 날것의 생명
사법 체계와 마녀사냥
마녀사냥의 현재성
마녀의 귀환
Epilogue 161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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