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모든 순간이 자유로운 놀이가 될 때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 된다!
매 순간 놀이하듯 창조적으로 살아가는 법에 관하여
“가슴은 머리가 알지 못하는 것을 안다.” 17세기 프랑스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파스칼(Blaise Pascal)의 말이다. 이 말속에는 많은 사람이 삶과 예술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창조성에 관한 진리가 담겨 있다. 창조성은 이성적 사고나 수학적 계산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내면 깊은 곳에서 비롯되는 ‘무언가’라는 사실이다. 이 책의 저자, 즉흥 바이올린 연주자인 스티븐 나흐마노비치는 이 ‘무언가’에 접근하고 그 힘을 일상으로 끌어내는 방식으로서 ‘놀이’를 강조한다. 아무런 이유나 목적 없이 순수하게 놀이에 몰입하고 놀이와 하나가 되는 아이들처럼, 자신의 삶과 일에 온전히 빠져들 때 평범한 삶에 창조적 숨결을 불어 넣을 수 있다고 말한다. 마음껏 뛰어놀아라. 거침없이 내딛는 발걸음을 따라 우리 내면에 깃든 창조의 영감이 샘솟게 하라. 이 책은 노는 법을 잊은 어른들을 동심의 세계로 인도하는 나침반과 같다. 우리를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게 가로막는 장벽이 무엇인지 탐구함으로써 순수한 놀이로 되돌아가는 법을 알려 준다. 그 순간이 찾아오면 마침내 창조의 신비가 베일을 벗을 것이다.
일상이 자유로운 놀이가 될 때
내가 하는 모든 일은 예술이 된다
‘놀이가 창조의 원천이다.’ 창조의 내적 원천을 탐구하는 이 책의 핵심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어째서 그럴까? 놀이에 푹 빠진 어린아이를 떠올려 보면 쉽게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아이들은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가지고 논다. 아이들의 놀이에는 목적이 없고, 주체와 대상이 따로 없으며, 어떠한 제약도 없다. 순수한 마음으로 지금 하는 놀이에 몰입해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이러한 놀이는 미리 정해진 규칙이나 설명서를 따르는 대신 무의식, 내면의 고유함과 충만함을 원재료로 삼는다는 점에서 본능에 충실한 행위이다.
주변의 아이들을 살펴보라.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장난감을 쌓는 방식을 관찰해 보라. 놀랍지 않은가? 그들이 하거나 만든 것 중에는 똑같은 게 없다! 심지어 한 아이가 똑같은 재료로 만든 것일지라도 매번 결과물이 다르다. 이것이 바로 모든 예술가와 성인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는 것, 어른이 되면서 잃어 버린 창조성의 본질이다.
어쩌다 우리는 자연스러운 놀이, 창조성의 흐름을 잃어 버린 것일까? 가정, 학교, 직장 및 사회생활의 수많은 제약이 원인일 수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자신에게 있다.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강박, 통념에 따라 무언가를 하거나 하지 않으면 버림받으리란 걱정, 실패에 대한 두려움, 남들보다 빨라야 한다는 조급함, 모든 것을 통제해야 한다는 압박감 등이 우리를 놀이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창조적인 사람은 스스로를 구속하지 않는다. 어디서든 놀고 무엇으로든 놀 수 있는 아이들처럼 늘 자유롭다. 지금 이 순간 눈앞에 있는 것, 자신이 하는 일에 풍덩 뛰어들어 몰입한다. 이렇듯 일이 놀이가 되고 일과 내가 하나가 될 때, 일상은 매 순간 창조적 경험이 되고 내가 하는 모든 일은 예술이 된다.
내 안의 뮤즈를 깨우는 법,
나를 잊으면 우주와 하나가 된다
많은 사람이 영감(靈感)을 창조성의 제일 조건으로 꼽는다. 신의 계시와 같은 번뜩임이 찾아올 때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으며, 창조적인 사람은 이러한 영감을 받은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분명 영감은 창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며, 활력을 불어넣는 경험이자 일생의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계기이다. 하지만 영감이 그 자체로 특별한 것은 아니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영감의 순간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창조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영감의 순간을 얼마나 오래 지속하느냐에 달려 있다. 찰나의 불꽃을 매일의 일상으로 옮겨 올 때 비로소 우리는 삶에서 진정한 창조를 시작할 수 있다.
일상에 영감을 불어넣는 공식은 간단하다. 모든 기대와 선입견을 내려놓고 현재에 충실하면 된다. 그러면 매 순간을 전에 없던 새로운 순간들로 경험하게 된다. 존재의 본질은 변화이다. 세상 그 무엇도 항상 그대로인 것은 없다. 깨어 있는 태도로 바라보고 귀 기울이면 온 세상이 낯설게 다가온다. 일본의 선승 하쿠인 에카쿠는 ‘나를 잊으면 우주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나’라는 관념과 나를 둘러싼 집착을 벗어 던지고 맑고 투명한 상태가 되면 나와 세상, 나와 우주의 진리가 하나가 된다는 말이다. 선불교의 삼매(三昧) 수행은 이러한 내려놓음, 사라지기를 통해 나와 세상을 하나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나를 열면 뮤즈가 말은 건넨다. 내가 사라지면 그 자리에서 예술이 꽃핀다.
연습이라는 이름의 연금술
기술은 창조성을 구현하는 도구이다
음악, 운동, 글쓰기 등 한 분야에서 대가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의 공통점은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감이 재료라면 연습을 통해 숙달된 기술은 창조성을 실현하는 도구이자 그 자체로 창조적인 활동이다. 실제로 연습 과정에서,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실험 속에서 위대한 작품이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 대가들은 자주 ‘한 번만 더’에 매료된다. 연주자는 잠들기 전에 한 곡만 더 연주해 보려 하고, 운동선수는 한 바퀴만 더 달리고 싶어 하고, 도예가는 하나만 더 빚어 보려고 한다. 자기 일과 사랑에 빠진 그들에게 연습은 고된 노동이 아니라 스스로를 탐구하고 표현하는 일인 동시에 기쁨과 황홀경을 경험하는 시간이다.
때로는 숙달된 기술이 일종의 자기 검열 장치가 되어 창조성을 제한하는 독이 되기도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법 역시 연습에 달려 있다. 기술이 무의식화될 때까지 연습하면 어느 순간 기술은 자취를 감춘다. 그러면 훌륭한 연주자들이 시시콜콜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베토벤의 명곡을 연주하거나, 아이들이 딴짓을 하면서 요리조리 자전거를 몰아가듯이 모든 일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이것이 연습이 만들어 내는 연금술이다. 13세기 일본의 선승 도겐은 “불도(佛道)를 공부함은 자기를 잊는 것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깨달음에 대한 생각조차 사라지고 그저 행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몸과 마음을 잊고, 내가 누구이며 왜 이러고 있는지마저 잊은 채 행할 수 있을 때, 영감은 상상을 넘어 현실이 된다.
내면의 목소리에 몸을 맡길 것
삶이 있는 한 창조는 계속된다
훌륭한 연주자는 장비를 탓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모든 창조 활동에 고스란히 적용된다. 이탈리아 현악기 장인인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는 베네치아 부두에서 노로 사용하다 버려진 나무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이올린을 만들었다. 베토벤은 청력을 잃고 절망에 찬 상황 속에서 최고의 교향곡을 작곡했으며, 올리비에 메시앙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포로수용소에서 20세기 음악의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로 손꼽히는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를 작곡했다. 실수, 실패, 한계, 제약 등 인생의 모든 어려움은 한편으로 최고의 창조성을 발휘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가 그것을 피해야 할 장애물로 여기지 않는다면 말이다. 창조성의 원천은 인간 내면에 흐르는 무한한 에너지이다. 이것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없다. 삶이 기쁨으로 가득하다면 그 기쁨이 창조의 원동력이 된다. 삶이 슬픔으로 가득하다면 그 슬픔이 창조의 원동력이 된다. 창조성을 발휘하고 예술적 영감을 실현하는 방법은 성공이나 실패, 한계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내면의 목소리에 따라 제 갈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다. “지극한 도(道)란 어렵지 않으니 단지 분별하는 마음만 버리면 된다”라는 8세기 중국의 선승 승찬대사의 말처럼, 우리가 구름처럼 자유롭고 여유롭다면 우리 안에 있는 창조성이 자연스럽게, 유유히 흘러나올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스티븐 나흐마노비치
공연예술, 멀티미디어, 생태학, 철학의 교차점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가르치며 국제적인 활동을 이어 가고 있는 즉흥 바이올린 연주자다. 1971년 하버드대학교에서 심리학 학사 학위를 받았고, 1975년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윌리엄 블레이크에 대한 연구로 인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0년대에 바이올린・비올라・전자 바이올린 등 현악기 즉흥 연주의 선구자로 활약했으며, 여러 음악원과 대학에서 전문가 클래스와 워크숍을 진행했다. 라디오, 텔레비전, 음악 및 연극 페스티벌에도 다수 출연했다. 현재 음악, 무용, 연극, 영화 등 미디어 분야에서 다른 예술가들과 협업하고 있으며 미술, 음악, 문학, 컴퓨터 기술을 융합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멀티미디어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창조성과 예술의 정신적 토대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옮긴이 : 권혜림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번역을 공부하고,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문학, 인문, 사회 등 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사유하고 번역한다. 우리말로 옮긴 책으로는 《독일 병사와 함께한 여름》 《심리학을 말하다 4:섹스》 《내면 치유》 《붓다가 된 어느 흑인 사형수》가 있다.
목 차
머리말_ 새 피리를 연주하는 법
창조성이라는 수수께끼
1부 영감은 어디에서 오는가
모든 순간이 자유로운 놀이가 될 때
나를 잊으면 우주가 된다
내면에 흐르는 초월적 에너지
뮤즈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놀이에는 이유가 없다
삼매, 사라지기의 기술
2부 창조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법
영감이 찰나의 불꽃이 되지 않으려면
한계가 없다면 예술도 없다
실수의 힘
다차원적 세계로의 초대, 공동 작업
질서는 상상력의 날개다
3부 무엇이 우리를 성숙하게 하는가
피할 수 없는 어린 시절 끝
악순환의 실체는 두려움이다
판단의 유령
내려놓을수록 자유로워진다
기꺼이 기다릴 줄 아는 태도
누구에게나 깨달음은 찾아온다
4부 우리는 무엇을 만드는가
유혹하는 사랑의 에너지, 에로스
내적 공명으로서의 예술의 질
창조는 삶을 위한 예술이다
창조를 향한 끝없는 열정과 헌신
작가의 말
감사의 말
참고 도서
미주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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