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시대의 지성인이 지녀야 할 것을 다시 배운다!
다른 시대를 산 천재의 글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그것이 참혹한 학살이 자행되는 암울한 시절이었다면 더욱! 그들의 글은 캄캄한 동굴 속의 미로와 같다. 겨우 동굴 벽에 의지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들에게 감각을 마비시키는 수많은 함정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의 의지를 상상해야 한다. 눈앞만을 볼 수 있는 우리의 눈으로는 그들의 시야를 읽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힘든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미로를 헤쳐 나가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형태만 달라졌을 뿐, 우리는 여전히 정의 없는 학살이 자행되는 암흑의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 어떤 어둠의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빛을 잃지 않는 그들의 자세를 배우고 실천해야 하니까.
어떤 것을 좋은 것으로 믿기에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필요한 것이 된다면 그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시몬 베유 『중력과 은총』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시몬 베유 Simone Weil 1909~1943
1909년 2월 3일 파리, 의사인 아버지 베르나르 베유(Berhard Weil)와 가칠리엔(현재의 폴란드의 한 지역) 출신의 어머니 살로메 라인헤르츠(Salomea Reinherz) 사이에서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노동운동가 시몬 베유가 태어났다.
1919년 리세(Lycée) 페넬롱에 입학, 1924년 리세 빅토르 뒤류에 전학하여 철학자 르네 르 센느 밑에서 공부한 후, 다음해 철학자 에밀 샤르티에(Emile Chartier)의 지도를 받으며 에콜 노르말의 입학을 위한 준비반에 들어간다. 1928년에 에콜 노르말 입학시험에 합격하여 샤르티에의 격려와 지도를 통해 데카르트, 플라톤, 칸트의 철학을 이해하는 데에 열중한다. 1930년 에콜 노르말을 졸업한 후, 다음해에 철학으로 아그레가씨옹을 땀으로써 리세의 선생 자격을 취득한다. 르 퓌(1931~1932), 오세르(1932~1933), 루안(1933~1934), 부르즈(1935~1936), 생 캉탱(1937~1938) 등 여러 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직장을 자주 바꾼 것은 시위를 하거나 가난한 사람들보다 더 많이 먹기를 거부하거나 좌익잡지에 글을 쓰는 등 학교 업무가 아닌 과외활동으로 교육위원회와 자주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시몬은 사회주의 및 노동운동에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여러 번에 걸쳐 농장에서 농부들 틈에 섞여 일을 하면서 노동의 뜻을 몸소 느끼고 배운다. 1933년에는 소련에서 추방된 트로츠키를 파리에 있는 그녀의 부모 집에 머물게 하였는데, 트로츠키와는 소련과 노동자계급을 주제로 열띤 논쟁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몬 베유는 힘겨운 공장 노동이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 위해 공장에서 일하면서 여성 노동자들과 함께 생활했다. 기계가 동료 노동자들을 정신적으로 황폐화시키는 것을 보고 사회혁명에 대한 모든 희망을 버렸고, 늑막염에 걸려 공장의 일자리도 포기해야 했다.
1936년에는 스페인의 사라고사 근처에서 스페인 내란에 참전하기 위해 훈련하고 있는 무정부주의자 부대에 가담했다. 그러나 평화주의를 지지하는 그녀는 무기를 들 수 없어 부대의 취사병이 되었는데, 끓는 기름에 심한 화상을 입고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포르투갈로 갔다.
1942년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지만, 프랑스 레지스탕스에 가담하기 위해 다시 영국으로 갔다. 그러나 프랑스 레지스탕스 지도자들은 낙하산을 타고 독일이 점령한 프랑스에 침투하고자 한 그녀의 소망을 저버렸다. 결국 시몬 베유는 후방에서 레지스탕스를 지원하며 집필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1943년 8월24일, 잉글랜드의 애슈퍼드에서 시몬 베유는 결핵과 영양실조로 짧은 생을 마감하였다.
시몬 베유는 유대인 태생이었지만, 역설로 가득 찬 그녀의 종교적 글들로 인하여 몇몇 비평가들은 그녀를 반(反)유대적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그녀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교육제도가 지닌 억압적 성격에도 반대했고, 쇠렌 키에르케고르가 제시한 실존주의적 그리스도교를 지향했다.
사실 시몬 베유를 철학가라든가 사상가, 노동운동가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어떤 의미에서 시몬 베유라는 이름은 신화의 너울을 쓰고 울려 퍼지고 있지만, 프랑스 철학사에서 그녀의 이름은 모호하고 흐릿하다. 모호하고 흐릿하다는 것은 그 이름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그 이름이 한 곳에 가둘 수 없을 만큼 넓고 유동적이라는 뜻이다. 시몬 베유는 그녀의 작품을 통해서 혁명에 대하여, 마르크시즘에 대하여, 집단적 환상에 대하여, 기계 시대에 대하여, 믿음 없는 교회와 교회 없는 믿음에 대하여 던져놓은 수많은 발언들은 하나의 이름으로 정의되기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불꽃에 달려들어 자신을 불태우는 나방 같은 삶을 살았다. 그녀의 불꽃은 공장과 전장이었지만, 그 싸움의 현장에서 그녀는 단지 노동운동가가 아니라 스스로 노동자였고, 단지 반파쇼 지식인이 아니라 스스로가 반파쇼 전사였다.
옮긴이 : 박진희
가톨릭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게이오대학교에서 일본어를, 동경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본문화를 공부하고 돌아와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죽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사이코패스, 정상의 가면을 쓴 사람들』 외 다수가 있다. 지은 책으로는 『나른한 오후의 마들렌』과 일본에서 출간한 『한류스타와 한국어』, 『홀로 떠나는 한국 여행과 회화』가 있다.
목 차
제1부 시몬 베유의 삶과 현실
Ⅰ. 왜 시몬 베유인가
-서문을 대신하여 -T.S. 엘리엇
-시몬 베유의 중요성 -체슬라브 밀로슈
Ⅱ. 시몬 베유의 편지들
-어느 여학생에게 보내는 편지
-보리스 수바르느에게 보내는 편지
-알베르틴느 테브논에게 보내는 편지
-모리스 쉬망에게 보내는 편지
-양친에게 에게 보내는 편지 1
-양친에게 에게 보내는 편지 2
제2부 시몬 베유의 이상과 작품
Ⅰ. 중력과 은총
-무언가를 바라지 않는 소망
-나我
-사라져 버리는 것
-필연과 복종
-환상
-우상숭배
-사랑
-악惡
-불행
-폭력
-모순
-필연과 선의 거리
-우연
-사랑해야 할 자는 부재
-지성과 은총
-우주의 의미
-중간적인 것
-아름다움
Ⅱ. 뿌리박기
-영혼이 요구하는 것
Ⅲ. 신을 기다리며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불행
-하나님의 묵시적인 사랑의 모든 형태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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