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끔찍한 닮은꼴이 여럿 출현했다”
오인된 정체성, 다중 위기, 구조적 실패, 소셜미디어의 부작용을 탐구
개인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을 빈틈없이 혼합해낸 역작
현대의 결정적인 이정표!
극우파 탐구에서 자폐스펙트럼까지
우리가 처한 현실을 완전히 재고하게 만드는 책
이 책의 저자 나오미 클라인은 진보 진영의 의제를 개발하고 이를 힘 있게 밀어붙이는 일관된 경력을 쌓아왔다. 가령 기후정의 조직인 더리프의 공동 설립자이며, 수년 전 버니 샌더스 미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도 활약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다가 사람들이 자신에 관해 험담하는 것을 들었다. ‘월가를 점거하라’ 시위가 정점에 달한 2011년 11월의 어느 날이었다. “너도 나오미 클라인이 말한 거 봤어?” “아니 글쎄, 오늘 행진이 어떻다나.” “누가 자기한테 물어봤대? 우리가 뭘 요구하는 건지도 잘 모르면서 참 나.” 이런 험담은 그날로 끝난 게 아니고 그 후 10여 년간 소셜미디어의 게시물을 도배했다. 사실 그들이 가리키는 인물은 나오미 클라인이 아니었다. 그들이 비판하려던 것은 또 다른 유명 인사 나오미 울프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나오미나 이 나오미나 똑같은 사람이라 여겼다. 이처럼 어느 날 갑자기 자신과 혼동되는 도플갱어가 출현하자 저자는 점점 더 피폐한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그로부터 10여 년 동안 겪은 일을 수많은 각도로 분석해 『도플갱어』를 썼다.
나오미 클라인은 세계적인 슈퍼 브랜드를 통해 자본주의 세계의 이면을 해부한 데뷔작 『노 로고』로 100만 부 넘는 판매를 기록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했고, 재난을 기회로 공공 영역을 민영화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경고장 『쇼크 독트린』을 펴내 세계적인 참여 지식인이 되었다. 그녀와 퍼스트 네임이 같은 나오미 울프 역시 『아름다움의 신화』를 써서 여성에게 부과된 가혹한 미의 기준을 폭로함으로써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울프는 미용 산업의 폐해를 들추며 섹스와 젊은 여성들의 쾌락에 대해 대담한 논의를 펼쳤고, 여성 리더십 연구 기관 설립에 관여하기도 했다.
두 사람 다 유대인인 데다 흔치 않은 ‘나오미’라는 이름을 가졌고 폭넓은 사회 활동을 했지만, 둘은 매우 달랐다. 클라인은 3세대 좌파에 속하는 인물인 반면, 울프는 자유주의자이자 엘리트 여성으로서 권력의 사다리를 오르려는 욕망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대중은 둘을 같은 사람으로 생각했고, AI의 자동완성 기능 역시 둘을 혼동했으며, SNS 팔로어들 역시 둘을 구분하지 못했다. 저자 클라인의 주변에는 늘 울프의 그림자가 어른거렸고, SNS에 들어가면 거울세계 맞은편에 늘 울프가 자리해 있었다. 문제는 팬데믹 전후로 울프가 정치적 입장을 바꿔 극우 진영에서 활발히 활동하기 시작했고, SNS를 하면서 난데없이 클라인을 태그했으며, 어느덧 온라인상에서 둘의 정체성은 더 단단히 결합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저자 나오미 클라인이 나오미 울프와 혼동되는 사적인 도플갱어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내용이 전개될수록 극우파 탐구, 팬데믹 기간의 백신 오보와 웰니스 산업과의 관련성, 자폐스펙트럼을 앓는 저자의 아들과 나치 시대 장애인 소거 전략을 연결하는 고찰, 같은 진영끼리 치고받는 좌파에 대한 반성, 취소문화로 인해 눈엣가시인 인물이 사라졌다고 기뻐하는 좌파의 한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에서 드러나는 유대인의 치명적인 문제점에 이르기까지 양극단에서 서로의 정체성을 놓고 대립하는 현대의 모든 사안을 아울러 광폭의 관점과 분석력을 보여준다.
이 책은 저자의 저서 가운데 가장 성찰적이고 기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 요한 하리는 추천사에서 “나오미 클라인은 우리가 처해 있는 순간을 완전히 재고하도록 하는 책을 10년마다 한 권씩 내놓는다”고 말했는데, 『도플갱어』에서 저자가 한 이슈에서 다른 이슈로 도약하며 기존 사안을 달리 보는 방식은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즉 전혀 예상 못 한 주제가 뒤이어 나오는데, 그건 우리 개개인이 사실상 자신이 혐오하는 가치관을 지닌 사람의 모습을 닮았을 뿐 아니라, 자신이 속한 정치 진영이 상대 진영보다 낫다고 여기지만 실상 자기 인식의 한계에 갇힌 것일 뿐임을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좌파가 어떻게 저항의 언어에 대한 주도권을 상실했고, 더 넓은 형태의 방향 감각을 잃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세계에 대한 지배력을 놓쳤는지를 고찰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나오미 클라인 Naomi Klein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지리학 교수이자 럿거스대학 미디어와 기후 명예교수. 캐나다 출신의 저널리스트, 베스트셀러 작가, 시민운동가.
『가디언』 『뉴욕타임스』 『하퍼스』 『롤링스톤』 『네이션』 등에 활발하게 글을 기고하고 있다. 세계적인 슈퍼 브랜드를 통해 자본주의 세계의 이면을 해부한 데뷔작 『노 로고』는 『타임』과 『가디언』 역대 최고의 논픽션 100선에 선정됐다. 재난을 기회로 공공 영역을 민영화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올 수 있음을 경고하는 『쇼크 독트린』으로 세계적인 작가이자 참여 지식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침묵의 봄』 이후 가장 중요한 환경서”라는 극찬을 받은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그린 뉴딜’을 선구적으로 주창한 『미래가 불타고 있다』 등을 집필해 기후 문제를 진보적 의제로 끌어올렸다.
기후 정의 조직인 더리프TheLeap.org의 공동 설립자이며, 2016년에는 언론과 저술 활동을 통해 인권과 평등에 기여한 공로로 시드니 평화상을 수상했다.
옮긴이 : 류진오
한국계 미국인 1세. UC 버클리 여성학과를 졸업했고, UC 샌프란시스코 법·의대에서 보건 정책을 전공하고 있다. 2021년 계간 『문학동네』 여름호에 에세이를 발표했다. 『도플갱어』를 우리말로 옮겼다.
목 차
들어가며_나의 짝퉁
1부 이중생활(수행)
1장 점거당하다
2장 코비드, 위협 곱셈기의 등장
3장 망가진 내 브랜드, 혹은 ‘콜 미 바이 허 네임’
4장 숲속에서 나 자신과 만나다
2부 거울세계(투영)
5장 그들은 휴대폰에 대해서 알고 있다
6장 대각선들
7장 MAGA의 ‘플러스 원’
8장 말도 안 되게 심각하고, 심각하게 말이 안 나오는
9장 극우, 극변을 만나다
10장 자폐증 그리고 반백신 운동의 전편
3부 음영 지대(분할)
11장 침착, 음모…… 자본주의
12장 반환이라는 방향
13장 거울 속 나치
14장 떨쳐낼 수 없는 민족 분신
4부 정체를 마주보다(통합)
15장 탈자아
에필로그_누가 분신인가?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_언어적 쌍안경을 버리고 벼리며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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