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개의 산문이 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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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이일야
출판사항조계종출판사, 발행일:2016/02/24
형태사항p.291 A5판:21
매장위치종교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55800690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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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1,200년 전 그날
한국역사의 판도를 바꾼
전복의 현장에 가다!

잘 알려져 있지만 잘 몰랐던 나말여초의 순간을 찾아 나선
철학자 이일야의 구산선문九山禪門 답사기!
신라불교계는 물론 정치·사회·문화 전반에 일대 변화를 일으킨
아홉 산문의 기록이 여기 있다.

나말여초, 혼돈과 전복의 시대
- 해주에서 장흥까지, 신라 사회를 뒤흔든 아홉 명의 선사

통일신라 대반란의 주인공 김헌창, 명실상부한 바다의 왕 장보고, 신라 최고의 문인 최치원. 이들은 신라 말기 골품제와 귀족들의 폐단, 그로 인해 타락의 길을 걷던 신라 사회를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권력을 둘러싼 귀족들의 싸움이 끊이지 않고, 기근과 역병·귀족들의 수탈에 날로 피폐해졌던 신라. 이 혼란한 상황에서 신라불교는 귀족들과의 결탁으로 본연의 모습을 잃어 가고 있었다. 왕과 귀족 이외에 접근조차 어려웠던 그들만의 리그가 된 것이다.

유학승들이 귀국한 시기는 대체로 신라 말기에 해당된다. 이때는 정치·사회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다. 왕권을 둘러싼 끊임없는 싸움으로 중앙 정부의 권력 기반은 약화되었으며, 신라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던 골품제는 와해되고 있었다. 또한 중앙의 통치력이 약화되면서 지방 분권화 현상은 가속되었다. 불교계도 이러한 정치적 격변에 휩쓸려 불교 본연의 모습을 잃고 타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본문 27쪽

그런데 선불교가 아홉 군데 산문을 통해 소개되면서 우리의 불교계도 커다란 변화를 맞는다. 마치 가뭄의 단비처럼 이 땅의 민초들도 향유할 수 있는 시원한 물줄기가 내린 것이다.
-본문 16쪽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타파했던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당시의 유학승들이다.
이 유학승들은 중국 선진 불교의 가르침을 전수받기 위해 입당(入唐)해 있었다. 하지만 당무종의 폐불 정책에 의해 고향인 신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오조 홍인의 제자인 육조 혜능과 대통 신수의 선법을 전수받은 우리나라 최초의 선승(禪僧)이다. 이들의 귀환으로 한국사 상 최고의 수입품이라 할 수 있는 ‘선종(禪宗)’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도의·홍척·혜철·무염·범일·도윤·현욱·도헌·이엄……. 이들은 신라 땅에 팽배해 있던 귀족들만의 불교를 전복시킨 주인공이다. 하지만 신라 시대의 불교, 즉 ‘교종(敎宗)’에 의해 그들의 말은 ‘악마의 말(魔語)’로 폄하되었다. 결국 그들은 신라 수도인 경주와 멀리 떨어진 지방을 중심으로 산문을 열었다. 이때 대부분의 산문은 중앙 권력으로부터 벗어나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하고 있던 지방 호족들의 지원이 기반이 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아홉 개의 산문을 중심으로 새로운 불교운동이 전개되는데, 이를 흔히 ‘구산선문(九山禪門)’이라 한다.

비록 교종의 견제와 비판에 자유로이 선법(禪法)을 전할 수는 없었지만 아홉 산문의 개산조(開山祖)들은 그에 굴하지 않고 신라를 병들게 한 신분제도를 날카롭게 비판하였다. 출생에 의해 신분이 결정되던 골품제는 부처의 평등 정신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듯 부처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비판하고, 중생 모두가 깨달을 수 있는 존재임을 일깨웠다.

성별이나 출신에 관계없이 평등한 존재. 중생은 모두 불성(佛性)을 지닌 소중한 존재이다. 아홉 선사(禪師)들은 이러한 부처의 가르침을 전하고자 했고, 귀족과의 결탁으로 타락 일로를 달리던 당시의 불교에도 본래의 모습을 찾을 것을 강력히 주창했다.

또 하나의 한국사, 과거를 뛰어넘다
- 잘 알려져 있지만 잘 몰랐던 역사, 구산선문

우리가 잘 아는 역사는 국가와 왕, 귀족을 중심으로 한 권력 쟁탈의 역사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것이 한국사의 전부는 아닐 터, 역사라는 직조물의 씨줄과 날줄은 우리 삶의 모든 양식임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우리나라 국가 지정 문화재 중 불교 문화재가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높은 편이다. 이는 불교가 우리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반증한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사에 묻어나는 불교의 흔적을 단순히 문화재 지정 번호 정도로만 기억할 뿐이다.

우리 문화사 일대의 사건을 통해 귀족들만의 축제는 끝났다고 선언한 한국 선종의 시발점.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에게 그 역사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자는 구산선문의 아홉 선승들이 지향했던 정신을 계승해 오늘에 맞게 해석하고 의미를 되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였음도 고백하고 있다. 그렇다면 선사들이 지향한 정신은 무엇이길래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다시금 해석하고 의미를 되새겨야 한단 말인가.

이러한 무염의 인문 정신은 오늘날에도 계승되어야 한다. 오늘의 세계 역시 사람을 목적이 아닌 자본과 권력, 전쟁을 위한 수단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그 잔인한 폭력으로 희생된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너무도 많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시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쌍용차 해고 노동자,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 용산 참사 피해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 우리 스스로 자문해 보자. 진정 그들을 이념이나 이해 관계를 떠나 목적으로 대했는지 말이다. 모든 이들을 부처로, 목적으로 대했던 성주산문의 정신이 더욱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본문 144쪽

봉암사를 찾은 초파일에는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순백의 연등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그 가운데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의 명복을 기리는 연등도 눈에 띄었다. 어느 이름 모를 불자의 마음에 그 아이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 참사는 목표와 방향을 상실한 채 그저 속도만 강조했던 천박한 자본과 골든 타임을 허무하게 보내 버린 무능한 권력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 아니던가. 그날의 희양산은 우리에게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는 듯했다. 속도인가, 아니면 방향인가 하고 말이다.
-본문 256쪽

유전무죄 무전유죄, 흙수저, 헬조선……. 작금의 시대를 나타내는 상징적 표현들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도 차별과 불합리의 기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역감정과 세대 불화로 편을 나누고, 삶의 목표가 자본으로 기울어 현재를 살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 아홉 선사들은 할(喝)을 퍼부을지 모른다.
정작 중요한 것을 잊은 삶. 목적을 수단으로 여기고, 속도에 치중하는 등 우리의 삶은 알게 모르게 피폐해져 가고 있다. 이러한 점은 아홉 개 산문의 선사들이 전하고자 하는 부처의 가르침이 지금 이 시대에도 유의미함을 보여 준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구산선문 관련 지역을 답사하고 각 산문을 대표하는 선사들의 사상을 쉽게 풀어 쓰고 있다. 그리하여 각 산문의 선사들이 전한 정신을 오늘의 문제와 연결시켜 해석하는 데 중점을 둔다.

‘구산선문’을 중심으로 다룬 국내 유일의 역사답사기
- 한국선종의 시발점을 찾아 나선 철학자 이일야의 현장 답사

저자 이일야가 찾은 아홉 개 산문의 현장은 아래와 같다.

- 가지산문 | 양양 진전사지, 장흥 보림사
- 실상산문 | 남원 실상사
- 동리산문 | 곡성 태안사
- 성주산문 | 보령 성주사지
- 사굴산문 | 강릉 굴산사지
- 사자산문 | 화순 쌍봉사, 영월 법흥사
- 봉림산문 | 여주 고달사지, 창원 봉림사지
- 희양산문 | 문경 봉암사
- 수미산문 | 해주 광조사지

이 중 수미산문의 종찰 해주 광조사 터는 북한에 있어 직접 찾아갈 수 없는 상황에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수미산문 개산조 이엄의 정신과 광조사 터의 현장을 고스란히 담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이 책의 특징은 중국에서 시작되어 한국에 전승된 선종을 소개하는 여타 도서와 달리 구산선문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는 데에 있다. 저자는 책의 초반 우리나라에 선불교가 전해진 역사적 상황을 정리하고, 이와 함께 남종선(南宗禪)과 북종선(北宗禪)으로 대표되는 중국 선승 혜능과 신수의 사상에 대한 기본 지식을 전한다. 이후 본격적인 산문 답사기에서는 정치와 문화, 사상 등을 아우르는 역사 개괄에 더불어 답사한 사찰, 사지에 여여한 선사들의 정신을 오늘날의 이슈와 함께 엮어 친절하게 소개한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불교 개념도 이 책에 담긴 답사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누구에게나 즐거운 지적 탐방을 가능하게 한다. 종횡무진 지적 답사를 떠나는 저자의 발걸음은 불교 신자들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사에 관심이 많은 일반 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구산선문과 관련된 사찰과 사지, 문화재에 관련된 도판 50컷은 독자들로 하여금 텍스트를 좀 더 잘 이해하고, 무심코 찾은 사찰이나 박물관에서 보았지만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던 불교 문화재에 대해 다시 한 번 곱씹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다. 한편 각 산문의 글 말미에는 답사노트를 두어 산문과 선승 관련 문화재와 사찰, 사지에 대한 정보를 수록해 일반 독자에게는 새로운 답사 여행의 팁을 주고, 불교 신자들에게는 또 하나의 성지순례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 들어온 선불교의 자취를 찾아 그 정신을 함께 공유하고픈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아홉 군데 산문을 여행하면서 말이다. 비록 사찰이 모두 남아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흔적이라도 더듬어 보려 한다. 이런 여정을 통해 각 산문이 보여준 선사상의 특성을 오늘의 문제와 연결시켜 그 의미를 찾아보면 좋을 듯싶다.
… 지금부터 그 현장으로의 여정을 시작하려 한다. 무엇에도 꺼들리지 말고 이 여정을 마음으로 함께 하는 건 어떨까?
-본문 17쪽

구산선문을 답사하면서 편하게 읽고 선사들이 남긴 선불교의 정신, 인문 정신을 함께 공유하고픈 생각에서 쓰인 에세이다. 이 작은 책이 구산선문이라는 소중한 전통을 새롭게 인식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문 291쪽

이 책을 읽는 독자 모두가 구산선문의 현장을 답사하고, 나아가 그 안에 담긴 역사를 지금의 순간에서 맞이하는 것. 그것이 『해주에서 장흥까지, 아홉 개의 산문이 열리다』의 가장 큰 목표다. 저자의 말처럼 몸가짐을 가볍게 하고, 일상의 짐을 잠시 내려놓은 채 선사들의 구도의 길을 따라 또 하나의 한국사를 보고, 듣고, 느껴 보자!

▣ 작가 소개

저자 : 이일야
본명 이창구. 일야(一也)는 법명이자 필명이다. 전북대학교 철학과에서 학부와 석·박사과정을 마치고, 전북대학교·전주교육대학교·송광사 승가대학에서 철학과 종교학, 동양사상, 한국불교 등을 강의해 왔다. 보조사상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냈으며, 저서로 『불교란 무엇인가 불교란 무엇이 아닌가』·『불교학의 해석과 실천』(공저)이 있고, 「나옹선의 실천체계」·「진심(眞心)과 오수(悟修)의 구조」·「조선 중기 보조선의 영향」 등을 비롯하여 다수의 논문이 있다. 전북불교대학에서 연구처장을 맡으면서 불교사상과 경전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불교의 외연을 넓혀 이를 종교학이나 철학과의 관계 속에서 해석하는 데 관심을 갖고 연구 및 저술에 집중하고 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프롤로그 : 손가락이 아니라 달을 보라
이야기의 시작 : B+와 A의 차이
역사의 아이러니 : 당대의 폐불과 구산선문의 형성

1. 가지산문
한국선의 종조, 도의 국사
도의가 전한 무념과 무수
도의선의 전승과 인문 정신

2. 실상산문
홍척 국사와 실상사
홍척이 전한 삶의 참모습
차이와 공존

3. 동리산문
태안사와 혜철 국사
적인의 인문 정신
도선 국사와 광자 대사

4. 성주산문
동방의 대보살, 낭혜 무염
마음과 언어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하여

5. 사굴산문
강릉단오제의 주신, 범일 국사
진귀조사설의 속내
만남의 광장, 영동

6. 사자산문
쌍봉의 스승, 철감 선사
한 가족 두 지붕, 쌍봉사와 흥녕사
체험과 해석
?
7. 봉림산문
혜목산의 국보, 원감 국사
봉림의 참거울, 진경 대사
원종 국사의 귀향

8. 희양산문
북종선 지킴이, 지증 대사
속도인가, 방향인가?
정진 대사의 방향 전환

9. 수미산문
묵조선을 전한 진철 대사
밖에서 찾지 말라

에필로그

선불교 법계와 구산선문 관계도
구산선문 발생지와 관련 사찰·사지·유물 전도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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