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한국 근현대불교사에는 치열한 수행을 하고, 주어진 소임에 최선을 다해 살면서 밤하늘의 별빛과 같은 지성의 흔적을 남겨놓고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수행자가 많다. 이를테면 대접받지 못하는 스님이 적지 않다. 무명의 용사와 같이 그들의 이름, 행장, 평가는 우리들의 시야를 멀리 벗어나 있다. 그런 스님 중에 한 사람이 이 책의 저자인 지허스님이다.
이 책은 지허스님이『선방일기』보다 먼저 썼을 것으로 추측된다. 지허스님이 어떤 연고로 당시 〈대한불교신문〉에 연재했던‘불교신앙수기’다. 출가자들이 토굴수행을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마치 흥미진진한 한 편의 마카로니 서부영화처럼 펼쳐보여 주고 있다.
『선방일기』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토굴일기’인 이『사벽의 대화』는‘불교신앙’은 진리와 자신이 둘이 아님〔信解不二〕을 알아 벗어나지 않고 나아감〔行證不二〕의 향상일로(向上一路)를 말해 주고 있다.
또한 후학은 선학의 자취를 찾아야 하고 학인은 고인의 발자국을 따라야 한다. 모름지기 후학이나 학인은 자기가 확립될 때까지는 철저하게 벗어나지 말아야 불교공부에 성과가 있고 절벽에서 떨어질 위험에서 벗어나며 나아가 무소득의 소득도 크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이것은 수행인생을 살면서 조금만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는 일이다.
오늘날 우리 불자신앙의 행태는 출가 · 재가를 막론하고 되돌아봐야 할 점이 많다. 보다 더 과거의 사표에 의지하고 선각자의 가르침을 신봉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즈음하여 토굴수행의 사표가 될 문헌이 발굴되었으니, 바로 이『사벽의 대화』이다. 오랜 세월 창고에서 휴식 아닌 동면에 있다가 바야흐로 동면을 벗어나게 되었다. 이 책의 주안점을 대강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수기는 지허스님이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에 위치한 정암사에서 20여리 떨어진 토굴인‘심적(深寂)’이라는 곳에서 1962년 봄부터 1963년 봄까지 1년간의 수행기록이다. 정암사는 월정사 말사로,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부처님 사리를 보관한 수마노탑이 있는 절이다. 그래서 5대 적멸보궁으로 이름이 높은 사찰이다. 지금도 정암사가 위치한 함박산의 산 중턱에는 심적암이라는 암자가 있다.
둘째, 이 수기에는 지허스님이 토굴에서 혼자 수행을 한 것이 아니라 범어사 출신 수좌인 석우라는 스님과 공동 수행을 한 내용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전에 공개되어 출간된 『선방일기』가 공적인 선방에서의 일기라면, 이 일기는 은둔된 수행처의 대명사인 토굴(土窟)이라는 공간에서의 수행기록이다. 때문에 수기에는 지허스님과 석우스님의 대화가 주 내용이다.
셋째, 이 수기에는『선방일기』를 쓰기 이전의 지허스님에 대한 행적, 고뇌, 수행에 대한 정서를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 다수 나온다. 그러나 지허스님은 이 수기에서 자신의 수행기록, 은사에 대한 편린을 소개하면서도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베일에 싸이게 하였다. 다만 해인사 강원의 입방 포기, 고령 반룡사에서 대처승에게 50일간 화엄경을 배운 내용, 지리산 토굴로 가기 직전 은사의 발언, 봉화 축서사 안거, 대화 백석산의 토굴 수행, 잠간의 한산사 체류 등이 간략히 나온다.
넷째, 이 수기에 나온 지허스님과 석우스님의 대화는 아주 수준이 깊은 불교철학의 내용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두 스님들의 대화 소재는 존재, 자연주의, 구도, 화두, 위선, 도, 양생, 여래, 그림자, 정신과 육체, 우주, 변증법, 인간의 가능성과 한계성, 실존, 인간적, 죽음, 장자, 중론, 아트만, 열반, 반야, 마하반야바라밀, 성인(成人)과 성인(聖人), 신격화와 인격화, 휴머니즘, 성인주의(成人主義), 부조리, 허무, 시간과 공간, 자연법칙, 사랑, 보살, 무와 공, 절대적인 무, 절대적인 유, 무의 자각, 완전한 긍정, 발심, 계율, 고독, 현실, 절망, 근로, 희생, 행동, 낙관, 인간고, 행동 등이었다. 그리고 이런 대화에는 서구의 실존철학의 냄새도 상당함을 느낄 수 있다. 즉 불교와 서양철학의 접목, 아니면 제3의 길을 모색하는 모습도 가늠할 수 있다.
다섯째, 이 수기를 통하여 우리는 1960년대 수좌계의 단면, 불교 지성인의 고뇌 등을 가늠해볼 수 있다. 흔히 1960년대는 불교정화운동의 일단락(통합종단 등장), 대처승과의 갈등, 불교 근대화, 재 정화 추구, 승려와 신도의 갈등 등을 역사적 사실로 떠올린다. 그러나 이 수기에 나온 대화에는 당시 불교계 일각에서 고뇌하는 스님지성인이 적지 않았음을 은연중 알려 준다.
여섯째, 이 수기에는 토굴생활의 정황이 눈에 선하게 나온다. 이런 토굴생활은 작금의 토굴과는 전연 이질적이다. 주식은 꿀밤가루, 반찬은 무와 소금 혹은 곰취나물, 방안은 가마니와 흙벽, 나무하기 등등이 토굴생활을 대변한다. 특히 된장국 냄새로 발동된 식욕을 차단하였다는 이야기는 감동을 발한다.“최소한의 육체적 조건에 응하면서 최대한의 정신적인 개발을 도모해 보려는 게 토굴생활의 필요성”이라는 석우스님의 발언은 진지하다 못해 엄숙하기까지 하다.
‘유야무야(有也無也)’라는 화두를 잡고, 토굴에서 정진을 거듭하던 지허스님이 화두를 타파하였는지, 입적으로 열반의 세계로 갔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사벽의 대화〉에는 그의 고뇌, 의문, 진정성이 가득함은 분명하기에 불교를 사랑하는 사부대중에게 지침이 될 것이다.
▣ 작가 소개
저자 : 지허
1957~1958년 사이 출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구전에 의하면 서울대를 졸업하고 탄허 스님 문하로 출가했다고 한다. 1962년~1963년 사이 1년간 강원도 정선 정암사에서 20여리 떨어진 토굴에서 수행했고 이때의 기록이 《대한불교》에 연재된 적이 있다. 1975년 입적했다는 진술이 있으나 확실치 않다.
▣ 주요 목차
책을 펴내며 진리의 길, 스님의 길! _ 송암 4
두 번째 쓰는 머리말 사벽의 대화를 이해하기 위한 제언 _ 송암 8
재회再會 13
토굴정경土窟情景 20
간경생활看經生活 44
우거寓居 59
고행苦行 66
나신裸身 72
그림자 80
정신과 육체 100
가능성과 한계성 112
이해와 사랑 149
회상回想 173
종언終焉 188
해제 『사벽의 대화』를 읽고 _ 김광식/동국대 교수 196
평론 철저한 ‘구도’와 ‘보살정신’의 실천 _ 장영우/동국대 교수 216
심적암 순례기 두 수좌, 목숨 건 수행현장에서 한국불교의
밝은 내일을 만나다 _ 심정섭/법보신문 기자 239
한국 근현대불교사에는 치열한 수행을 하고, 주어진 소임에 최선을 다해 살면서 밤하늘의 별빛과 같은 지성의 흔적을 남겨놓고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수행자가 많다. 이를테면 대접받지 못하는 스님이 적지 않다. 무명의 용사와 같이 그들의 이름, 행장, 평가는 우리들의 시야를 멀리 벗어나 있다. 그런 스님 중에 한 사람이 이 책의 저자인 지허스님이다.
이 책은 지허스님이『선방일기』보다 먼저 썼을 것으로 추측된다. 지허스님이 어떤 연고로 당시 〈대한불교신문〉에 연재했던‘불교신앙수기’다. 출가자들이 토굴수행을 왜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마치 흥미진진한 한 편의 마카로니 서부영화처럼 펼쳐보여 주고 있다.
『선방일기』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토굴일기’인 이『사벽의 대화』는‘불교신앙’은 진리와 자신이 둘이 아님〔信解不二〕을 알아 벗어나지 않고 나아감〔行證不二〕의 향상일로(向上一路)를 말해 주고 있다.
또한 후학은 선학의 자취를 찾아야 하고 학인은 고인의 발자국을 따라야 한다. 모름지기 후학이나 학인은 자기가 확립될 때까지는 철저하게 벗어나지 말아야 불교공부에 성과가 있고 절벽에서 떨어질 위험에서 벗어나며 나아가 무소득의 소득도 크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이것은 수행인생을 살면서 조금만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는 일이다.
오늘날 우리 불자신앙의 행태는 출가 · 재가를 막론하고 되돌아봐야 할 점이 많다. 보다 더 과거의 사표에 의지하고 선각자의 가르침을 신봉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즈음하여 토굴수행의 사표가 될 문헌이 발굴되었으니, 바로 이『사벽의 대화』이다. 오랜 세월 창고에서 휴식 아닌 동면에 있다가 바야흐로 동면을 벗어나게 되었다. 이 책의 주안점을 대강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수기는 지허스님이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에 위치한 정암사에서 20여리 떨어진 토굴인‘심적(深寂)’이라는 곳에서 1962년 봄부터 1963년 봄까지 1년간의 수행기록이다. 정암사는 월정사 말사로,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부처님 사리를 보관한 수마노탑이 있는 절이다. 그래서 5대 적멸보궁으로 이름이 높은 사찰이다. 지금도 정암사가 위치한 함박산의 산 중턱에는 심적암이라는 암자가 있다.
둘째, 이 수기에는 지허스님이 토굴에서 혼자 수행을 한 것이 아니라 범어사 출신 수좌인 석우라는 스님과 공동 수행을 한 내용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전에 공개되어 출간된 『선방일기』가 공적인 선방에서의 일기라면, 이 일기는 은둔된 수행처의 대명사인 토굴(土窟)이라는 공간에서의 수행기록이다. 때문에 수기에는 지허스님과 석우스님의 대화가 주 내용이다.
셋째, 이 수기에는『선방일기』를 쓰기 이전의 지허스님에 대한 행적, 고뇌, 수행에 대한 정서를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 다수 나온다. 그러나 지허스님은 이 수기에서 자신의 수행기록, 은사에 대한 편린을 소개하면서도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베일에 싸이게 하였다. 다만 해인사 강원의 입방 포기, 고령 반룡사에서 대처승에게 50일간 화엄경을 배운 내용, 지리산 토굴로 가기 직전 은사의 발언, 봉화 축서사 안거, 대화 백석산의 토굴 수행, 잠간의 한산사 체류 등이 간략히 나온다.
넷째, 이 수기에 나온 지허스님과 석우스님의 대화는 아주 수준이 깊은 불교철학의 내용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두 스님들의 대화 소재는 존재, 자연주의, 구도, 화두, 위선, 도, 양생, 여래, 그림자, 정신과 육체, 우주, 변증법, 인간의 가능성과 한계성, 실존, 인간적, 죽음, 장자, 중론, 아트만, 열반, 반야, 마하반야바라밀, 성인(成人)과 성인(聖人), 신격화와 인격화, 휴머니즘, 성인주의(成人主義), 부조리, 허무, 시간과 공간, 자연법칙, 사랑, 보살, 무와 공, 절대적인 무, 절대적인 유, 무의 자각, 완전한 긍정, 발심, 계율, 고독, 현실, 절망, 근로, 희생, 행동, 낙관, 인간고, 행동 등이었다. 그리고 이런 대화에는 서구의 실존철학의 냄새도 상당함을 느낄 수 있다. 즉 불교와 서양철학의 접목, 아니면 제3의 길을 모색하는 모습도 가늠할 수 있다.
다섯째, 이 수기를 통하여 우리는 1960년대 수좌계의 단면, 불교 지성인의 고뇌 등을 가늠해볼 수 있다. 흔히 1960년대는 불교정화운동의 일단락(통합종단 등장), 대처승과의 갈등, 불교 근대화, 재 정화 추구, 승려와 신도의 갈등 등을 역사적 사실로 떠올린다. 그러나 이 수기에 나온 대화에는 당시 불교계 일각에서 고뇌하는 스님지성인이 적지 않았음을 은연중 알려 준다.
여섯째, 이 수기에는 토굴생활의 정황이 눈에 선하게 나온다. 이런 토굴생활은 작금의 토굴과는 전연 이질적이다. 주식은 꿀밤가루, 반찬은 무와 소금 혹은 곰취나물, 방안은 가마니와 흙벽, 나무하기 등등이 토굴생활을 대변한다. 특히 된장국 냄새로 발동된 식욕을 차단하였다는 이야기는 감동을 발한다.“최소한의 육체적 조건에 응하면서 최대한의 정신적인 개발을 도모해 보려는 게 토굴생활의 필요성”이라는 석우스님의 발언은 진지하다 못해 엄숙하기까지 하다.
‘유야무야(有也無也)’라는 화두를 잡고, 토굴에서 정진을 거듭하던 지허스님이 화두를 타파하였는지, 입적으로 열반의 세계로 갔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사벽의 대화〉에는 그의 고뇌, 의문, 진정성이 가득함은 분명하기에 불교를 사랑하는 사부대중에게 지침이 될 것이다.
▣ 작가 소개
저자 : 지허
1957~1958년 사이 출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구전에 의하면 서울대를 졸업하고 탄허 스님 문하로 출가했다고 한다. 1962년~1963년 사이 1년간 강원도 정선 정암사에서 20여리 떨어진 토굴에서 수행했고 이때의 기록이 《대한불교》에 연재된 적이 있다. 1975년 입적했다는 진술이 있으나 확실치 않다.
▣ 주요 목차
책을 펴내며 진리의 길, 스님의 길! _ 송암 4
두 번째 쓰는 머리말 사벽의 대화를 이해하기 위한 제언 _ 송암 8
재회再會 13
토굴정경土窟情景 20
간경생활看經生活 44
우거寓居 59
고행苦行 66
나신裸身 72
그림자 80
정신과 육체 100
가능성과 한계성 112
이해와 사랑 149
회상回想 173
종언終焉 188
해제 『사벽의 대화』를 읽고 _ 김광식/동국대 교수 196
평론 철저한 ‘구도’와 ‘보살정신’의 실천 _ 장영우/동국대 교수 216
심적암 순례기 두 수좌, 목숨 건 수행현장에서 한국불교의
밝은 내일을 만나다 _ 심정섭/법보신문 기자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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