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스님은 왜 출가하셨나요?”
“어떻게 해야 정말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청량한 새벽 숲길에서, 고요한 선방에서,
햇살 가득한 빈 마당에서 함께 마주하며 듣는 행자시절 이야기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초기경전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경구는 끊임없는 욕망과 번뇌에서 벗어나고자 출가한 수행자의 길을 단적으로 함축한다. 아무런 두려움이나 걸림도 없이 청정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출가 수행자인 것이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이 수행의 근간으로 삼는 기본 덕목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첫마음’이다. 무엇보다도 출가를 단행한 목적과 구도를 향한 결의가 사무쳐 있는 첫마음을 잃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이처럼 첫마음을 내는 때가 깨달음의 자리라고 말한다.
이 책은 수십 년 전 행자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출가할 때의 첫마음을 지키며 올곧게 정진해온 마흔여덟 스님들의 수행 내력을 담고 있다. 특히 머리를 파르스름하게 처음 깎고 산문에 들어선 행자시절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는데, 진솔하면서도 담담히 털어놓은 수행담 한 편 한 편의 울림이 사뭇 크다. 누구를 막론하고 초발심 행자시절만큼 순수하고 간절하고 열정적인 때가 없었던 것이다.
세간의 눈에는 혹독하게만 여겨지는 고행조차 마다하지 않고 그 시절을 온 힘으로 관통해온 분투는 전율과 탄복을 자아낸다. 또한 스승의 엄정한 가르침과 자애,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 구도 과정에서 겪는 좌절과 한탄, 수행 공동체 안에서 벌어지는 특이한 일화들, 출가 수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환희와 행복, 나이 어린 행자의 천진무구까지 망라되어 그 어떤 드라마보다 극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익숙한 것에 안주하거나 낯선 것에 두려워하지 말라
자신을 깊이 살피며 꾸준히 정진하면
늘 깨어 있는 삶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
조계종의 정신적 지주인 종정, 서릿발 같은 수행 가풍이 살아 있는 총림의 방장, 진실한 구도자를 길러내는 승가대학의 학장 등 이 책에 등장하는 스님들은 현대 한국 불교의 구심점 같은 존재들이다. 이미 세연을 다했어도 제자들을 통해 여전히 세상을 향기롭게 만드는 스님들도 있다. 출세간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이들의 초발심 풍경은 다채롭고 감동적이다.
정진: 걸림 없는 완전한 자유를 얻다
우선은 감히 흉내 내기조차 힘든 치열하고 지난한 수행 과정이 단연 눈에 띈다.
조계종 종정을 지낸 법전 스님은 한 겨울 찬밥 한 덩이에 김치 몇쪽 올려놓은 채 끼니를 해결하며 좌복 위에서 죽을 각오로 정진했던 뜨거운 한 시절을 들려준다. 해인사 금강굴 불필 스님은 3년 결사를 끝내자마자 또다시 의자도 이불도 없이 백 일 동안 서서 살다시피 하며 참선 수행한 경험을 회고한다.
이밖에 백만 배 절을 올리고, 하루 한 끼 공양과 장좌불와로 수행하며 촌음을 아껴 깨달음을 구한 이야기들도 많다. 극도의 용맹정진 끝에 이들이 얻은 결과는 한결같다. 두려움도 걸림도 없는 완전한 자유였다.
하심: 작은 나를 버리고 큰 나를 얻다
수행자들이 초발심 시절에 가장 많이, 가장 집중적으로 배우는 것이 참회와 하심이다. 알게 모르게 형성된 업과 아만심을 버려야 나와 세상을 바르게 보고 흔들림없이 구도의 길을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절에 두고 간 할머니가 미워 날마다 눈물바람을 일으킨 관후 스님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깊은 참회를 올리며 남에게 상처주지 말고 가까운 사람을 사랑하라고 일러준다. 어려운 행자시절을 무려 6년이나 해낸 석주 스님, 누가 어떤 말을 해도 표정에 변화가 없어 인욕보살로 불린 철산 스님, 병마를 극복한 후 참회와 하심만이 역경을 이겨낼 수 있음을 알았다고 고백한 법의 스님의 이야기 등은 나를 내세우기 급급한 이 시대에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정성: 지극한 마음으로 매사에 진심을 다하다
이 책의 전반에 흐르는 수행자의 대표적인 삶의 태도는 ‘정성’이다. 이들은 모든 일에 지극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한다. 사람이든 미물이든 공부든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집중한다.
전국비구니회 원로의장인 명성 스님은 하나의 경전을 삼천 번이나 읽으며 오직 진실한 마음으로 공부에 매진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화두를 들고, 밥을 짓고 나무를 하고, 스승을 모시거나 불사를 할 때도 스님들은 언제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정성을 기울인다.
제자를 보살피는 스승의 관심은 부모의 사랑 못지 않게 뭉클하다. 병약한 제자를 위해 손수 따뜻한 죽을 끓여주고, 추운 겨울밤이면 어린 제자를 방으로 불러들여 자신의 요를 내준다. 제자가 물어보면 자다가도 일어나 대답을 해주고, 참기름 한 방울도 아껴쓰라고 호된 꾸중을 내리고는 얼마 뒤 스무 병이 넘는 기름병을 가져다 놓기도 한다.
환희심: 출가의 기쁨, 출가자의 자긍심으로 빛나다
『스님의 첫마음』을 읽다 보면, 출가자로 사는 기쁨이 그 어떤 세속의 즐거움에 비할 바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스님들은 비록 고된 절집 생활에 몸이 고되고 잠이 부족해도 출가자가 되었다는 기쁨에 마음만은 더없이 행복했다며 즐겁게 회고한다.
금강선원장 혜거 스님은 막 출가한 행자의 신분으로 여러 스님들 틈에 앉아 화엄경을 공부한 그 시절의 환희로움을 잊지 못한다. 출가자로 살아가는 것이 마냥 행복했다는 일진 스님(운문사 승가대학장)은 함박꽃 같은 웃음이 멈춰지지 않아 계를 받던 날 “너무 웃지 마라.”는 경책을 당했다.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은 하루라도 먼저 출가자로 살고 싶어 코앞에 집이 있는데도 절에 머물면서 학교에 다녔다며 슬며시 웃음을 짓는다. 절에서 사는 게 좋아 자신을 데리러 온 부모님을 피해 도망을 가고, 몸 힘든 것보다 “그렇게 살 거면 절에서 떠나라.”는 말이 가장 무서웠다는 스님도 있다.
어린 행자들의 순진무구함에 혼탁한 마음이 맑아지는 시간
행자들의 눈물겨운 애환과 해맑은 모습이 솔직히 드러날 때면 코끝이 찡해지고 웃음이 난다. 다시 데리러 오겠다는 아버지의 말을 믿고 3년을 한결같이 언덕에 올라 부모님을 기다리고, 새벽 세 시에 일어나 밥짓는 일이 너무 힘들어 꾀병을 부린 일화도 있다.
절에 공부하러 왔다가 떠난 여고생들 때문에 어린 시절에 상실의 아픔을 지독하게 맛보고, 국수 삶은 솥단지를 세찬 계곡물에 들이대 함께 놀러간 도반들을 망연하게 만든 추억담도 있다. 부뚜막에 앉아 부지깽이를 두드리며 염불을 외우고, 부처님께 드릴 깨끗한 다기물을 뜨러 새벽마다 호랑이가 오가는 산을 넘기도 한다.
하루하루 간절하게 첫마음의 등불을 밝혀라
좋은 책, 좋은 말이 차고 넘치는 세상…
그러나 수행하지 않으면 삶은 바뀌지 않는다
『스님의 첫마음』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바로 우리들 내면에 첫마음의 등불을 밝히고, 스스로 자기 삶의 수행자가 되어 하루하루 충만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고, 불가에는 “삼 일 동안 마음 닦는 것은 천 년의 보배요, 백 년 물질을 탐하는 것은 하루아침 티끌”이라는 말도 있다. 또 “하루 종일 남의 보물을 세고 있어도 나에게는 반 푼어치도 안 들어온다.”는 화엄경 구절도 있다. 모두가 자기 자신의 수행과 체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책에 담긴 마흔여덟 가지 초발심 풍경과 치열한 구도 여정은 그대로가 살아 숨 쉬는 법문과 같다. 게으르고 무지한 영혼에 밝은 등불이 되어 삶의 주인으로 다시 한번 새롭게 살도록 이끌어주는 귀한 스승이다.
절집의 풍속과 스님들의 일상생활, 고승들의 수행담까지,
한국 불교 백년사를 생생하게 기록하다
이 책에는 한국 불교 백년사가 녹아들어 있다. 1900년대 초반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 세기 동안의 한국 불교 수행사, 절집의 풍속과 수행 문화, 솔직 담백한 일상생활, 고승들의 수행법 등이 풍성하게 기록되어 있다. 특히 노스님들의 회고를 통해 만암, 한암, 금오, 청담, 성철, 해안, 청화, 일타, 동산 스님 등 한국 불교사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수많은 선지식들의 언행과 수행담이 흥미롭게 되살아나 눈길을 끈다.
쉽게 듣지 못할 출가자의 내밀하고 실제적인 삶의 풍경을 그리다
이 책의 저자는 20대에 불교에 입문한 뒤 25년 동안 글쓰기와 수행을 함께 해온 불교전문작가이다. 그중 10여 년 이상은 한 달에 한 번꼴로 스님들의 초발심 시절을 인터뷰하여 월간 〈해인〉에 기사를 연재했다. 쉽게 듣지 못할 출가자의 내밀하고 실제적인 삶의 풍경에 독자들은 뜨거운 애정을 쏟아냈다. 출가를 꿈꾸다가 실제로 입산한 예도 있고, 노스님의 어린 시절에 눈시울을 붉혔다는 수녀님도 있다. 대학 강의실에서는 교수의 낭독으로 강의실이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큰 관심 속에 연재된 백여 명의 행자시절을 모아 십수 년 전 처음 책으로 펴냈다. 그동안 여러 스님들이 자신의 육성을 남긴 채 안타깝게 세연을 다했고, 그때 만난 중진 스님들은 원로 스님들이 되었다. 출가의 환희를 차분하게 들려주었던 젊은 스님들은 이제 한국 불교계의 중추가 되어 선원장으로, 승가대학장으로, 현대적인 감각의 주지 스님으로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시간이 꽤 흘러 저자는 이전의 원고를 꺼내 꼼꼼히 손보고, 해인사 방장 법전 스님, 금강굴 불필 스님, 운문사 회주 명성 스님, 내소사 선원장 철산 스님 등 몇몇 스님들을 추가로 인터뷰하여 새롭게 책을 구성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책 말미에 인물 및 용어 설명도 덧붙였다. 이렇게 하여 먼저 48분의 이야기를 개정증보판으로 선보이고, 나머지 분들의 출가 수행담도 곧이어 출간할 계획이다.
▣ 작가 소개
저 : 박원자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중국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인생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만 했던 스물세 살 때 불교와 처음 만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고 있다. 동국대학교 역경원 역경위원을 역임했으며, 그동안 많은 수행자들을 만나 취재하고 그분들의 삶을 그린 글을 월간 〈해인〉에 기고했다. ‘불교입문에서 성불까지’를 슬로건으로 한 인터넷 사이버 도량 금강카페(cafe.daum.net/vajra) 운영자로 활동하며 수행에 대한 글을 쓰고 도반들과 함께 정진하고 있다. 그동안 쓴 글로는 스님들의 행자시절을 엮은 『나의 행자시절』과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이신 법전 스님의 수행기, 전 종정이신 혜암 스님의 유고법문집, 비구니 역사의 산증인이라 불리는 인홍 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길 찾아 길 떠나다』, 동국제강 창업주이자 이 시대 유마거사로 불린 장경호 거사의 평전 『대원 장경호 거사』 등이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이신 법전 스님의 수행기, 전 종정이신 혜암 스님의 유고법문집 등을 정리·진행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1부 _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바보처럼 꾸준히 가라- 법전
한 생각 돌이키면 고마울 뿐이다- 혜자
언제 어디서든 부끄럽지 않기를- 무여
더없이 치열하고 환희로운 시절- 혜거
나는 왜 출가했는가- 월암
자애로운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라- 혜인
지금 여기에 깨어 있는 삶- 환성
첫마음, 첫걸음으로- 일진
다시 태어나도 수행자가 되리라- 금강
2부 _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실하라, 모든 일에 진실하라- 명성
더불어 나누며 사는 것이 수행이다- 도윤
지혜의 눈을 밝혀주는 참회- 혜총
모기가 철벽을 뚫듯이- 철산
맑은 도량에서 만난 스승- 덕민
진리의 길 위에서- 장일
행자, 화두를 들다- 도현
애착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라- 지명
깊이 믿고 크게 발심하라- 명정
진리는 모든 곳에 있다- 동명
3부 _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나는 누구인가- 원담
영원한 대자유를 위하여- 불필
맑고 향기로운 삶- 자광
지극히 정진하면 앞뒤가 열린다- 지명
있는 그대로 세상을 보라- 화산
날마다 마당을 쓰는 까닭- 영운
인욕의 크나큰 공덕- 지묵
간절하고 진지하게 공부하라- 성우
천 년의 보배를 얻다- 통광
4부 _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마음을 밝히는 행복한 사람- 지유
지금 이 순간 새롭고 충만하게- 광우
오늘을 충분히 쓰고 있는가- 무비
남들에게 상처를 주지 말라- 관후
내 인생 최고의 결정- 법련
나를 낮추고 버릴 때- 지안
사랑이 사람을 키운다- 도혜
신심이 뜨거우면 산을 넘는다- 광옥
그릇을 비우고 복을 담아라- 법의
번민 없이 오직 할 뿐- 석주
5부 _ 가장 행복한 수행
하루하루 허투루 살지 말라- 이두
편리한 것들의 유혹을 경계하라- 탄성
옷 한 벌, 발우 한 벌- 수산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라- 원각
초발심 그대로 살아간다면- 흥교
부처님의 웃음 속에 내가 있네- 본각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하라- 동욱
쌀 한 톨에 우주가 담겨 있다- 현해
세상을 밝히는 자비의 빛- 주경
마음챙김으로 자신을 살펴라- 효명
용어 설명
“스님은 왜 출가하셨나요?”
“어떻게 해야 정말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청량한 새벽 숲길에서, 고요한 선방에서,
햇살 가득한 빈 마당에서 함께 마주하며 듣는 행자시절 이야기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초기경전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경구는 끊임없는 욕망과 번뇌에서 벗어나고자 출가한 수행자의 길을 단적으로 함축한다. 아무런 두려움이나 걸림도 없이 청정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출가 수행자인 것이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이 수행의 근간으로 삼는 기본 덕목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첫마음’이다. 무엇보다도 출가를 단행한 목적과 구도를 향한 결의가 사무쳐 있는 첫마음을 잃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이처럼 첫마음을 내는 때가 깨달음의 자리라고 말한다.
이 책은 수십 년 전 행자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출가할 때의 첫마음을 지키며 올곧게 정진해온 마흔여덟 스님들의 수행 내력을 담고 있다. 특히 머리를 파르스름하게 처음 깎고 산문에 들어선 행자시절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는데, 진솔하면서도 담담히 털어놓은 수행담 한 편 한 편의 울림이 사뭇 크다. 누구를 막론하고 초발심 행자시절만큼 순수하고 간절하고 열정적인 때가 없었던 것이다.
세간의 눈에는 혹독하게만 여겨지는 고행조차 마다하지 않고 그 시절을 온 힘으로 관통해온 분투는 전율과 탄복을 자아낸다. 또한 스승의 엄정한 가르침과 자애,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 구도 과정에서 겪는 좌절과 한탄, 수행 공동체 안에서 벌어지는 특이한 일화들, 출가 수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환희와 행복, 나이 어린 행자의 천진무구까지 망라되어 그 어떤 드라마보다 극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익숙한 것에 안주하거나 낯선 것에 두려워하지 말라
자신을 깊이 살피며 꾸준히 정진하면
늘 깨어 있는 삶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
조계종의 정신적 지주인 종정, 서릿발 같은 수행 가풍이 살아 있는 총림의 방장, 진실한 구도자를 길러내는 승가대학의 학장 등 이 책에 등장하는 스님들은 현대 한국 불교의 구심점 같은 존재들이다. 이미 세연을 다했어도 제자들을 통해 여전히 세상을 향기롭게 만드는 스님들도 있다. 출세간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이들의 초발심 풍경은 다채롭고 감동적이다.
정진: 걸림 없는 완전한 자유를 얻다
우선은 감히 흉내 내기조차 힘든 치열하고 지난한 수행 과정이 단연 눈에 띈다.
조계종 종정을 지낸 법전 스님은 한 겨울 찬밥 한 덩이에 김치 몇쪽 올려놓은 채 끼니를 해결하며 좌복 위에서 죽을 각오로 정진했던 뜨거운 한 시절을 들려준다. 해인사 금강굴 불필 스님은 3년 결사를 끝내자마자 또다시 의자도 이불도 없이 백 일 동안 서서 살다시피 하며 참선 수행한 경험을 회고한다.
이밖에 백만 배 절을 올리고, 하루 한 끼 공양과 장좌불와로 수행하며 촌음을 아껴 깨달음을 구한 이야기들도 많다. 극도의 용맹정진 끝에 이들이 얻은 결과는 한결같다. 두려움도 걸림도 없는 완전한 자유였다.
하심: 작은 나를 버리고 큰 나를 얻다
수행자들이 초발심 시절에 가장 많이, 가장 집중적으로 배우는 것이 참회와 하심이다. 알게 모르게 형성된 업과 아만심을 버려야 나와 세상을 바르게 보고 흔들림없이 구도의 길을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절에 두고 간 할머니가 미워 날마다 눈물바람을 일으킨 관후 스님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깊은 참회를 올리며 남에게 상처주지 말고 가까운 사람을 사랑하라고 일러준다. 어려운 행자시절을 무려 6년이나 해낸 석주 스님, 누가 어떤 말을 해도 표정에 변화가 없어 인욕보살로 불린 철산 스님, 병마를 극복한 후 참회와 하심만이 역경을 이겨낼 수 있음을 알았다고 고백한 법의 스님의 이야기 등은 나를 내세우기 급급한 이 시대에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정성: 지극한 마음으로 매사에 진심을 다하다
이 책의 전반에 흐르는 수행자의 대표적인 삶의 태도는 ‘정성’이다. 이들은 모든 일에 지극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한다. 사람이든 미물이든 공부든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집중한다.
전국비구니회 원로의장인 명성 스님은 하나의 경전을 삼천 번이나 읽으며 오직 진실한 마음으로 공부에 매진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화두를 들고, 밥을 짓고 나무를 하고, 스승을 모시거나 불사를 할 때도 스님들은 언제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정성을 기울인다.
제자를 보살피는 스승의 관심은 부모의 사랑 못지 않게 뭉클하다. 병약한 제자를 위해 손수 따뜻한 죽을 끓여주고, 추운 겨울밤이면 어린 제자를 방으로 불러들여 자신의 요를 내준다. 제자가 물어보면 자다가도 일어나 대답을 해주고, 참기름 한 방울도 아껴쓰라고 호된 꾸중을 내리고는 얼마 뒤 스무 병이 넘는 기름병을 가져다 놓기도 한다.
환희심: 출가의 기쁨, 출가자의 자긍심으로 빛나다
『스님의 첫마음』을 읽다 보면, 출가자로 사는 기쁨이 그 어떤 세속의 즐거움에 비할 바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스님들은 비록 고된 절집 생활에 몸이 고되고 잠이 부족해도 출가자가 되었다는 기쁨에 마음만은 더없이 행복했다며 즐겁게 회고한다.
금강선원장 혜거 스님은 막 출가한 행자의 신분으로 여러 스님들 틈에 앉아 화엄경을 공부한 그 시절의 환희로움을 잊지 못한다. 출가자로 살아가는 것이 마냥 행복했다는 일진 스님(운문사 승가대학장)은 함박꽃 같은 웃음이 멈춰지지 않아 계를 받던 날 “너무 웃지 마라.”는 경책을 당했다.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은 하루라도 먼저 출가자로 살고 싶어 코앞에 집이 있는데도 절에 머물면서 학교에 다녔다며 슬며시 웃음을 짓는다. 절에서 사는 게 좋아 자신을 데리러 온 부모님을 피해 도망을 가고, 몸 힘든 것보다 “그렇게 살 거면 절에서 떠나라.”는 말이 가장 무서웠다는 스님도 있다.
어린 행자들의 순진무구함에 혼탁한 마음이 맑아지는 시간
행자들의 눈물겨운 애환과 해맑은 모습이 솔직히 드러날 때면 코끝이 찡해지고 웃음이 난다. 다시 데리러 오겠다는 아버지의 말을 믿고 3년을 한결같이 언덕에 올라 부모님을 기다리고, 새벽 세 시에 일어나 밥짓는 일이 너무 힘들어 꾀병을 부린 일화도 있다.
절에 공부하러 왔다가 떠난 여고생들 때문에 어린 시절에 상실의 아픔을 지독하게 맛보고, 국수 삶은 솥단지를 세찬 계곡물에 들이대 함께 놀러간 도반들을 망연하게 만든 추억담도 있다. 부뚜막에 앉아 부지깽이를 두드리며 염불을 외우고, 부처님께 드릴 깨끗한 다기물을 뜨러 새벽마다 호랑이가 오가는 산을 넘기도 한다.
하루하루 간절하게 첫마음의 등불을 밝혀라
좋은 책, 좋은 말이 차고 넘치는 세상…
그러나 수행하지 않으면 삶은 바뀌지 않는다
『스님의 첫마음』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바로 우리들 내면에 첫마음의 등불을 밝히고, 스스로 자기 삶의 수행자가 되어 하루하루 충만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고, 불가에는 “삼 일 동안 마음 닦는 것은 천 년의 보배요, 백 년 물질을 탐하는 것은 하루아침 티끌”이라는 말도 있다. 또 “하루 종일 남의 보물을 세고 있어도 나에게는 반 푼어치도 안 들어온다.”는 화엄경 구절도 있다. 모두가 자기 자신의 수행과 체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책에 담긴 마흔여덟 가지 초발심 풍경과 치열한 구도 여정은 그대로가 살아 숨 쉬는 법문과 같다. 게으르고 무지한 영혼에 밝은 등불이 되어 삶의 주인으로 다시 한번 새롭게 살도록 이끌어주는 귀한 스승이다.
절집의 풍속과 스님들의 일상생활, 고승들의 수행담까지,
한국 불교 백년사를 생생하게 기록하다
이 책에는 한국 불교 백년사가 녹아들어 있다. 1900년대 초반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 세기 동안의 한국 불교 수행사, 절집의 풍속과 수행 문화, 솔직 담백한 일상생활, 고승들의 수행법 등이 풍성하게 기록되어 있다. 특히 노스님들의 회고를 통해 만암, 한암, 금오, 청담, 성철, 해안, 청화, 일타, 동산 스님 등 한국 불교사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수많은 선지식들의 언행과 수행담이 흥미롭게 되살아나 눈길을 끈다.
쉽게 듣지 못할 출가자의 내밀하고 실제적인 삶의 풍경을 그리다
이 책의 저자는 20대에 불교에 입문한 뒤 25년 동안 글쓰기와 수행을 함께 해온 불교전문작가이다. 그중 10여 년 이상은 한 달에 한 번꼴로 스님들의 초발심 시절을 인터뷰하여 월간 〈해인〉에 기사를 연재했다. 쉽게 듣지 못할 출가자의 내밀하고 실제적인 삶의 풍경에 독자들은 뜨거운 애정을 쏟아냈다. 출가를 꿈꾸다가 실제로 입산한 예도 있고, 노스님의 어린 시절에 눈시울을 붉혔다는 수녀님도 있다. 대학 강의실에서는 교수의 낭독으로 강의실이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큰 관심 속에 연재된 백여 명의 행자시절을 모아 십수 년 전 처음 책으로 펴냈다. 그동안 여러 스님들이 자신의 육성을 남긴 채 안타깝게 세연을 다했고, 그때 만난 중진 스님들은 원로 스님들이 되었다. 출가의 환희를 차분하게 들려주었던 젊은 스님들은 이제 한국 불교계의 중추가 되어 선원장으로, 승가대학장으로, 현대적인 감각의 주지 스님으로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시간이 꽤 흘러 저자는 이전의 원고를 꺼내 꼼꼼히 손보고, 해인사 방장 법전 스님, 금강굴 불필 스님, 운문사 회주 명성 스님, 내소사 선원장 철산 스님 등 몇몇 스님들을 추가로 인터뷰하여 새롭게 책을 구성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책 말미에 인물 및 용어 설명도 덧붙였다. 이렇게 하여 먼저 48분의 이야기를 개정증보판으로 선보이고, 나머지 분들의 출가 수행담도 곧이어 출간할 계획이다.
▣ 작가 소개
저 : 박원자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중국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인생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만 했던 스물세 살 때 불교와 처음 만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고 있다. 동국대학교 역경원 역경위원을 역임했으며, 그동안 많은 수행자들을 만나 취재하고 그분들의 삶을 그린 글을 월간 〈해인〉에 기고했다. ‘불교입문에서 성불까지’를 슬로건으로 한 인터넷 사이버 도량 금강카페(cafe.daum.net/vajra) 운영자로 활동하며 수행에 대한 글을 쓰고 도반들과 함께 정진하고 있다. 그동안 쓴 글로는 스님들의 행자시절을 엮은 『나의 행자시절』과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이신 법전 스님의 수행기, 전 종정이신 혜암 스님의 유고법문집, 비구니 역사의 산증인이라 불리는 인홍 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길 찾아 길 떠나다』, 동국제강 창업주이자 이 시대 유마거사로 불린 장경호 거사의 평전 『대원 장경호 거사』 등이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이신 법전 스님의 수행기, 전 종정이신 혜암 스님의 유고법문집 등을 정리·진행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1부 _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바보처럼 꾸준히 가라- 법전
한 생각 돌이키면 고마울 뿐이다- 혜자
언제 어디서든 부끄럽지 않기를- 무여
더없이 치열하고 환희로운 시절- 혜거
나는 왜 출가했는가- 월암
자애로운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라- 혜인
지금 여기에 깨어 있는 삶- 환성
첫마음, 첫걸음으로- 일진
다시 태어나도 수행자가 되리라- 금강
2부 _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실하라, 모든 일에 진실하라- 명성
더불어 나누며 사는 것이 수행이다- 도윤
지혜의 눈을 밝혀주는 참회- 혜총
모기가 철벽을 뚫듯이- 철산
맑은 도량에서 만난 스승- 덕민
진리의 길 위에서- 장일
행자, 화두를 들다- 도현
애착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라- 지명
깊이 믿고 크게 발심하라- 명정
진리는 모든 곳에 있다- 동명
3부 _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나는 누구인가- 원담
영원한 대자유를 위하여- 불필
맑고 향기로운 삶- 자광
지극히 정진하면 앞뒤가 열린다- 지명
있는 그대로 세상을 보라- 화산
날마다 마당을 쓰는 까닭- 영운
인욕의 크나큰 공덕- 지묵
간절하고 진지하게 공부하라- 성우
천 년의 보배를 얻다- 통광
4부 _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마음을 밝히는 행복한 사람- 지유
지금 이 순간 새롭고 충만하게- 광우
오늘을 충분히 쓰고 있는가- 무비
남들에게 상처를 주지 말라- 관후
내 인생 최고의 결정- 법련
나를 낮추고 버릴 때- 지안
사랑이 사람을 키운다- 도혜
신심이 뜨거우면 산을 넘는다- 광옥
그릇을 비우고 복을 담아라- 법의
번민 없이 오직 할 뿐- 석주
5부 _ 가장 행복한 수행
하루하루 허투루 살지 말라- 이두
편리한 것들의 유혹을 경계하라- 탄성
옷 한 벌, 발우 한 벌- 수산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라- 원각
초발심 그대로 살아간다면- 흥교
부처님의 웃음 속에 내가 있네- 본각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하라- 동욱
쌀 한 톨에 우주가 담겨 있다- 현해
세상을 밝히는 자비의 빛- 주경
마음챙김으로 자신을 살펴라- 효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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