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 나이 듦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사람들,
아름다운 노년을 꿈꾸는 이들에게 주는 지혜롭고도 따뜻한 조언
“당신이 지금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노년과 은퇴 후에 맞을 삶의 방식을 결정한다. 그런데도 당신은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충분히 생각조차 않으려 한다. 지금부터라도 당장 은퇴를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32쪽)
은퇴, 노년, 죽음. 세상의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이 사건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시중에는 노후를 위해 최소 몇억 원의 자금이 필요하니 미리미리 준비하라고 다그치는 책과 기사가 쏟아지지만, 과연 이런 금전적 준비가 전부일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을 기준으로 할 때 65세 노인의 기대여명은 남성이 17.4년, 여성이 21.9년으로, 65세 은퇴자에게 은퇴 후 주어진 시간은 20년가량으로 추산된다. 이 시간을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이 보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문제이지만, 노년의 삶의 의미는 몇억 원의 노후자금이 보장해주지 못한다. 정말 의미 있고 행복한 노년의 삶을 꾸려가려면 더 포괄적이고 전인적인 은퇴 준비가 절실하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폴 투르니에의 조언을 귀담아들으면 좋을 것이다. 내과의사로 출발해 정신의학자로 더 활발하게 활동한 특이한 이력의 그는, 의술과 인간 이해, 종교가 결합해야만 전인적 치유가 가능함을 깨닫고 ‘인격의학’을 주창했다. ‘20세기 기독교가 가장 사랑한 상담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기도 한다. 일흔셋의 나이에 쓴 이 책 《노년의 의미》에서, 투르니에는 은퇴 후 인간이 처하는 현실을 정직한 눈으로 응시하면서, 의미 있는 노년을 영위하기 위한 따듯하고 현명한 조언을 들려준다.
원제(Apprendre a Vieillir)가 말하듯, 은퇴, 그리고 노년의 삶을 준비한다는 것은 결국 ‘나이 듦을 배우는 일’이다. 그리고 이것은 은퇴 후의 과제가 아니라 평생에 걸쳐 이루어져야 할 과정이다. 저자가 인용한 스위스의 동물학자 아돌프 포르트만의 말처럼 “평소에 삶의 의미를 찾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은 노년에 이르러서도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늙는 것을 배울 수 있을까? 죽음을 앞두고 지나온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거대한 공포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자연적 삶에서 문화적 삶으로
은퇴자에게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시간 자체일 수 있다. 일터에서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던 현대인들에게 은퇴 후 남아도는 시간은 막막하기 이를 데 없다. 게다가 일에서의 성취가 자존감을 좌우하고, 인간관계조차 상당 부분 ‘일’을 매개로 이루어지던 이들에게 은퇴는 짙은 상실감을 안겨준다. 직업을 자신과 동일시하며 개인적으로 성숙을 꾀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은퇴는 ‘재앙’이다. 자녀를 돌보고 남편을 뒷바라지하는 데 매진하던 가정주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남편과 사별하거나 막내아이마저 결혼하게 되면, 가히 은퇴에 버금가는 충격에 빠지게 된다. 생산성을 중시하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생산 활동을 그만둔 은퇴자는 자신의 존재 이유마저 잃기 쉽다. “직업 이외에 어떤 다른 활동도 하지 않는 사람은 은퇴 후에 죽음을 맞을 것이다!”(308쪽) 그래서 저자는 생계와 세속적 성공을 위해 내달리던 ‘자연적 삶’에서 ‘문화적 삶’으로 전환할 것을 재촉한다. 은퇴 즈음에는 문화적 삶, 즉 “자신을 계발해서 꾸준히 진보하고,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며, 직업 활동을 끝낸 후에도 지속될 수 있는 삶의 의미를 찾아내는 것”(17쪽)으로 삶의 방식을 과감히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은퇴 전에 노동 시간을 줄이고 권한과 책임을 이양하면서 차츰 직업 활동의 비중을 의식적으로 줄여가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삶의 절정기에 있는 이들을 위한 책
투르니에가 권면하는 핵심 사항 중 하나는 “노년을 성공적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노년의 준비를 차일피일 미루지 말고 가능하면 일찍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퇴한 뒤에 은퇴를 준비할 수 없고, 노인이 되어 노년의 삶을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장년기는 우리가 모든 능력과 모든 의지력을 동원해서 일에 열중하는 때로, 삶의 절정기이다. 하지만 장년기는 황혼이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다. 삶의 후반기가 시작된다. … 정오부터 해가 기울기 시작하지 않는가. 아침을 지배하던 모든 가치와 이상이 뒤집어지기 시작한다”(30쪽)는 카를 구스타프 융의 말이 아니더라도, 아직 한창 때에 은퇴를 준비하고 생명력이 왕성할 때에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지혜롭다. 그러므로 이 책은 은퇴자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40-50대, ‘삶의 절정기’에 있는 이들이 참조할 때 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노년의 재발견
원서가 처음 출간된 것은 1971년이지만, 내용은 여전히 적실하다. 이 책에서 묘사하는 것은 대체로 40여 년 전 서유럽의 삶이지만, 그간 상당한 수준의 경제 성장을 이루었고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 중인 오늘의 한국 사회의 현실에 더 들어맞는다. 투르니에는 은퇴자와 노인이 처한 현실을 짚어보면서 은퇴자 본인의 태도와 습관뿐 아니라, 나이 든 이들에 대한 사회의 태도, 삶의 질, 재정상의 어려움, 건강 문제, 외로움, 나아가 죽음의 문제까지, 노년기 삶의 다양한 면모를 그려낸다. 사회학적 연구와 통계, 정신의학적 연구와 저자가 만난 이들의 사례 등을 동원해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은퇴와 노년에 대한 이러한 깊이 있는 성찰을 통해 독자는 그늘 속에 가려졌던 노년의 삶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장 자크 루소의 《에밀》이 어린아이의 발견을 가져왔다면, 이 책이 선사하는 것은 노년의 빛과 그림자에 대한 통찰, ‘노년의 재발견’이다.
노년에도 의미가 있다!
흔히 노년의 삶이 단조로운 회색빛으로 그려지곤 하지만, 투르니에가 강조하는 것은 노년이 새로운 출발이며, 폭넓게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점이다. 조금 덜 활동적일지언정, 삶의 깊이는 더해가는 시기이다. “노년에 포기하는 것은 행동에 관한 것이지 존재에 관한 것이 아니다. 다른 식으로 살아갈 뿐, 덜 살지는 않는다. 삶의 방법은 다르지만, 여전히 충만한 삶, 어쩌면 더 성숙한 삶이다. … 우리는 머리에 서리가 앉더라도 여전히 열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줄어드는 게 있지만 늘어나는 것도 있다. 이처럼 늘어난 것이 내 삶에 의미를 준다. 여기에서 나는 ‘늘어난 것’을 말해보려 한다. 뭔가를 잃어버리면 다른 뭔가를 얻을 수 있는 법이다. 노년에도 새롭게 찾아낼 수 있는 것이 있다. 다시 말하면, 늙기 전에는 몰랐던 것을 찾아낼 수 있다”(365쪽). 늙는다는 사실이 주는 모멸을 이겨내고, 노년의 그윽한 의미를 발견하는 길을 독자는 투르니에의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아름다운 노년을 위한 투르니에의 몇 가지 조언
다양한 관심사를 계발하자
판에 박힌 일을 하면 일찍 늙는다. 습관적인 삶이 노화를 앞당기고, 그렇게 늙어버리면 틀에 박힌 삶에서 벗어나기가 더 어려워진다. 다양한 것에 관심을 두면 지속적으로 젊음을 유지하며, 은퇴 후에도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다.(305-306쪽)
여가활동은 중요하다
우리는 노동이 여가활동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배워왔지만, 개인의 성장을 위해서는 노동과 여가 활동이 똑같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50쪽). 문화적 삶으로의 전환을 위한 징검다리로서도 여가활동은 중요하다. 자유로운 여가활동의 즐거움을 누리는 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제2의 이력을 찾자
여가활동을 ‘제2의 이력’으로 발전시키자. 예를 들어, 취미 삼아 건강교실에 다니던 것이 발전해 사람들을 모으고 강사를 초청해 건강교실을 여는 것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제2의 이력은 시간을 죽이기 위한 활동도 아니고, 은퇴 후에 악착같이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해 지속하는 직업활동과도 다르다. 제2의 이력은 자유로운 활동이면서 다분히 사회성을 띤 동기에서 시작되는데, 이것이 노년의 삶의 기쁨의 원천이 될 수 있다(4장).
권력을 내려놓자
직접 명령을 내리던 과거는 잊어라. 조언자 역할에 만족하라. 아니, 조언하려 하기보다 들어주는 일에 힘써라. 젊은이들이 내게 조언을 구하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마라(375쪽). 자신의 가치가 근본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아니라 본래 인간적인 모습에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272쪽).
받아들여라
인생은 유한하고, 그 유한한 인생조차 미완성임을 인정하라. 늙어가는 자신을 받아들여라. 이는 ‘어쩔 수 없지’ 하는 체념이나 부정적인 태도와는 다르다. 인간에게는 본래의 자신을 되찾고 그런 자신과 조화롭게 지내려는 욕구가 있다. 이를 진지하게 여겨라. 진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라(5장).
추천사
어느 연령대의 독자에게든 나이 듦에 관해 실제적이고, 현실적이고, 건설적인 관점을 제공해준다. 전문가와 비전문가 모두에게 탁월한 도움을 주는 책이다. _〈이터너티〉
공감이 가득하고 용기를 주면서도 현실적인, 투르니에의 최고 작품으로 꼽을 만하다. _〈버지니아 처치맨〉
이토록 중요한 책은 20대 독자들에게 읽혀야 한다. 물론 40대에 접어든 이들은 필수적으로 읽어야 하고. _〈크리스천 센추리〉
▣ 작가 소개
저 : 폴 투르니에
폴 투르니에(Paul Tournier,1898-1986)는 스위스 제네바의 내과의사이자 정신의학자였다. 그는 어려서 만남들을 통해 자신의 자폐성향을 극복하고 제네바 대학과 파리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했다.기술적인 의학만이 존재하던 시기에 의사와 환자가 인격적으로 만남으로써 의술과 인간 이해,종교가 결합해야만 전인적 치유가 가능하다는 ''인격의학''을 주창하여 수많은 환자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왔으며, 현대 심리학과 기독교를 통합시키는 데 크게 공헌했다.
그의 심오하고도 실제적인 사상은 여러 저서들과 강연을 통해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변화시켰다. 제1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국제 적십자사의 대표로 오스트리아에 파견되어 전쟁 포로들의 본국 귀환 및 아동 복지를 위해 일했다. 그는 20세기 후반에 가장 사랑받는 기독교 의사였다.
특히 20세기 후반에 가장 영향력 있는 저술가이며 강연자로 꼽히는 그의 저서들은 18개 국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국내에 번역된 책들로는 『성서와 의학』『인생의 네 계절』『삶에는 뜻이 있다』『서로를 이해하기 위하여』『현대인의 피로와 휴식』『강자와 약자』『여성, 그대의 사명은』『모험으로 사는 인생』『비밀』『고독』『인간 장소의 심리학』『귀를 핥으시는 하나님』『선물의 의미』등이 있다. 또한 미국의 게리 콜린스 박사가 폴 투르니에 생애와 사상을 총망라하여 그의 심리학, 신학, 방법론, 그리고 통찰들을 집대성한 『폴 투르니에의 기독교 심리학』,『인간이란 무엇인가』등이 있다.
역 : 강주헌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브장송 대학교에서 수학한 후 한국외국어대학교와 건국대학교 등에서 언어학을 강의했으며, 2003년 ‘올해의 출판인 특별상’을 수상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뛰어난 영어와 불어 번역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처음에 그는 전문적으로 번역을 할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그저 좋아서 취미로 하던 번역 작업이 IMF 구제금융 위기 사태가 발생한 후, 생계수단이었던 창고업을 그만두면서 번역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가 번역과 공식 인연을 맺은 것은 『여자는 왜 여자답게 말해야 하는가』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불어 전공자로서 영어권 학자인 촘스키를 연구한 독특한 이력을 지녔으며, 지적인 자유와 거침없는 삶을 추구하는 열린 정신의 소유자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는 한편 ‘펍헙 번역 그룹’을 설립해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기획에는 국경도 없다』가 있고, 옮긴 책으로 『권력에 맞선 이성』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촘스키, 세상의 권력을 말하다』(1, 2) 『촘스키, 고뇌의 땅 레바논에 서다』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 등 노엄 촘스키의 저서들과 『사이언싱 오디세이Sciencing Odyssey』 시리즈, 『유럽사 산책』 『문명의 붕괴』 『슬럼독 밀리어네어』 『키스 해링 저널』 『월든』 『습관의 힘』 『어제까지의 세계』,『인간이란 무엇인가』『느리게 사는 것의 의미』등 100여 권이 있다.
▣ 주요 목차
1. 일과 여가
2. 더 인간적인 사회를 위하여
3. 노인의 운명
4. 제2의 삶 혹은 제2의 이력
5. 수용에 대하여
6. 믿음
옮긴이의 글
주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 나이 듦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사람들,
아름다운 노년을 꿈꾸는 이들에게 주는 지혜롭고도 따뜻한 조언
“당신이 지금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노년과 은퇴 후에 맞을 삶의 방식을 결정한다. 그런데도 당신은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충분히 생각조차 않으려 한다. 지금부터라도 당장 은퇴를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32쪽)
은퇴, 노년, 죽음. 세상의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이 사건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시중에는 노후를 위해 최소 몇억 원의 자금이 필요하니 미리미리 준비하라고 다그치는 책과 기사가 쏟아지지만, 과연 이런 금전적 준비가 전부일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을 기준으로 할 때 65세 노인의 기대여명은 남성이 17.4년, 여성이 21.9년으로, 65세 은퇴자에게 은퇴 후 주어진 시간은 20년가량으로 추산된다. 이 시간을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이 보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문제이지만, 노년의 삶의 의미는 몇억 원의 노후자금이 보장해주지 못한다. 정말 의미 있고 행복한 노년의 삶을 꾸려가려면 더 포괄적이고 전인적인 은퇴 준비가 절실하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폴 투르니에의 조언을 귀담아들으면 좋을 것이다. 내과의사로 출발해 정신의학자로 더 활발하게 활동한 특이한 이력의 그는, 의술과 인간 이해, 종교가 결합해야만 전인적 치유가 가능함을 깨닫고 ‘인격의학’을 주창했다. ‘20세기 기독교가 가장 사랑한 상담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기도 한다. 일흔셋의 나이에 쓴 이 책 《노년의 의미》에서, 투르니에는 은퇴 후 인간이 처하는 현실을 정직한 눈으로 응시하면서, 의미 있는 노년을 영위하기 위한 따듯하고 현명한 조언을 들려준다.
원제(Apprendre a Vieillir)가 말하듯, 은퇴, 그리고 노년의 삶을 준비한다는 것은 결국 ‘나이 듦을 배우는 일’이다. 그리고 이것은 은퇴 후의 과제가 아니라 평생에 걸쳐 이루어져야 할 과정이다. 저자가 인용한 스위스의 동물학자 아돌프 포르트만의 말처럼 “평소에 삶의 의미를 찾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은 노년에 이르러서도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늙는 것을 배울 수 있을까? 죽음을 앞두고 지나온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거대한 공포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자연적 삶에서 문화적 삶으로
은퇴자에게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시간 자체일 수 있다. 일터에서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던 현대인들에게 은퇴 후 남아도는 시간은 막막하기 이를 데 없다. 게다가 일에서의 성취가 자존감을 좌우하고, 인간관계조차 상당 부분 ‘일’을 매개로 이루어지던 이들에게 은퇴는 짙은 상실감을 안겨준다. 직업을 자신과 동일시하며 개인적으로 성숙을 꾀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은퇴는 ‘재앙’이다. 자녀를 돌보고 남편을 뒷바라지하는 데 매진하던 가정주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남편과 사별하거나 막내아이마저 결혼하게 되면, 가히 은퇴에 버금가는 충격에 빠지게 된다. 생산성을 중시하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생산 활동을 그만둔 은퇴자는 자신의 존재 이유마저 잃기 쉽다. “직업 이외에 어떤 다른 활동도 하지 않는 사람은 은퇴 후에 죽음을 맞을 것이다!”(308쪽) 그래서 저자는 생계와 세속적 성공을 위해 내달리던 ‘자연적 삶’에서 ‘문화적 삶’으로 전환할 것을 재촉한다. 은퇴 즈음에는 문화적 삶, 즉 “자신을 계발해서 꾸준히 진보하고,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며, 직업 활동을 끝낸 후에도 지속될 수 있는 삶의 의미를 찾아내는 것”(17쪽)으로 삶의 방식을 과감히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은퇴 전에 노동 시간을 줄이고 권한과 책임을 이양하면서 차츰 직업 활동의 비중을 의식적으로 줄여가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삶의 절정기에 있는 이들을 위한 책
투르니에가 권면하는 핵심 사항 중 하나는 “노년을 성공적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노년의 준비를 차일피일 미루지 말고 가능하면 일찍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퇴한 뒤에 은퇴를 준비할 수 없고, 노인이 되어 노년의 삶을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장년기는 우리가 모든 능력과 모든 의지력을 동원해서 일에 열중하는 때로, 삶의 절정기이다. 하지만 장년기는 황혼이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다. 삶의 후반기가 시작된다. … 정오부터 해가 기울기 시작하지 않는가. 아침을 지배하던 모든 가치와 이상이 뒤집어지기 시작한다”(30쪽)는 카를 구스타프 융의 말이 아니더라도, 아직 한창 때에 은퇴를 준비하고 생명력이 왕성할 때에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지혜롭다. 그러므로 이 책은 은퇴자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40-50대, ‘삶의 절정기’에 있는 이들이 참조할 때 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노년의 재발견
원서가 처음 출간된 것은 1971년이지만, 내용은 여전히 적실하다. 이 책에서 묘사하는 것은 대체로 40여 년 전 서유럽의 삶이지만, 그간 상당한 수준의 경제 성장을 이루었고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 중인 오늘의 한국 사회의 현실에 더 들어맞는다. 투르니에는 은퇴자와 노인이 처한 현실을 짚어보면서 은퇴자 본인의 태도와 습관뿐 아니라, 나이 든 이들에 대한 사회의 태도, 삶의 질, 재정상의 어려움, 건강 문제, 외로움, 나아가 죽음의 문제까지, 노년기 삶의 다양한 면모를 그려낸다. 사회학적 연구와 통계, 정신의학적 연구와 저자가 만난 이들의 사례 등을 동원해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은퇴와 노년에 대한 이러한 깊이 있는 성찰을 통해 독자는 그늘 속에 가려졌던 노년의 삶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장 자크 루소의 《에밀》이 어린아이의 발견을 가져왔다면, 이 책이 선사하는 것은 노년의 빛과 그림자에 대한 통찰, ‘노년의 재발견’이다.
노년에도 의미가 있다!
흔히 노년의 삶이 단조로운 회색빛으로 그려지곤 하지만, 투르니에가 강조하는 것은 노년이 새로운 출발이며, 폭넓게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점이다. 조금 덜 활동적일지언정, 삶의 깊이는 더해가는 시기이다. “노년에 포기하는 것은 행동에 관한 것이지 존재에 관한 것이 아니다. 다른 식으로 살아갈 뿐, 덜 살지는 않는다. 삶의 방법은 다르지만, 여전히 충만한 삶, 어쩌면 더 성숙한 삶이다. … 우리는 머리에 서리가 앉더라도 여전히 열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줄어드는 게 있지만 늘어나는 것도 있다. 이처럼 늘어난 것이 내 삶에 의미를 준다. 여기에서 나는 ‘늘어난 것’을 말해보려 한다. 뭔가를 잃어버리면 다른 뭔가를 얻을 수 있는 법이다. 노년에도 새롭게 찾아낼 수 있는 것이 있다. 다시 말하면, 늙기 전에는 몰랐던 것을 찾아낼 수 있다”(365쪽). 늙는다는 사실이 주는 모멸을 이겨내고, 노년의 그윽한 의미를 발견하는 길을 독자는 투르니에의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아름다운 노년을 위한 투르니에의 몇 가지 조언
다양한 관심사를 계발하자
판에 박힌 일을 하면 일찍 늙는다. 습관적인 삶이 노화를 앞당기고, 그렇게 늙어버리면 틀에 박힌 삶에서 벗어나기가 더 어려워진다. 다양한 것에 관심을 두면 지속적으로 젊음을 유지하며, 은퇴 후에도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다.(305-306쪽)
여가활동은 중요하다
우리는 노동이 여가활동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배워왔지만, 개인의 성장을 위해서는 노동과 여가 활동이 똑같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50쪽). 문화적 삶으로의 전환을 위한 징검다리로서도 여가활동은 중요하다. 자유로운 여가활동의 즐거움을 누리는 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제2의 이력을 찾자
여가활동을 ‘제2의 이력’으로 발전시키자. 예를 들어, 취미 삼아 건강교실에 다니던 것이 발전해 사람들을 모으고 강사를 초청해 건강교실을 여는 것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제2의 이력은 시간을 죽이기 위한 활동도 아니고, 은퇴 후에 악착같이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해 지속하는 직업활동과도 다르다. 제2의 이력은 자유로운 활동이면서 다분히 사회성을 띤 동기에서 시작되는데, 이것이 노년의 삶의 기쁨의 원천이 될 수 있다(4장).
권력을 내려놓자
직접 명령을 내리던 과거는 잊어라. 조언자 역할에 만족하라. 아니, 조언하려 하기보다 들어주는 일에 힘써라. 젊은이들이 내게 조언을 구하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마라(375쪽). 자신의 가치가 근본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아니라 본래 인간적인 모습에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272쪽).
받아들여라
인생은 유한하고, 그 유한한 인생조차 미완성임을 인정하라. 늙어가는 자신을 받아들여라. 이는 ‘어쩔 수 없지’ 하는 체념이나 부정적인 태도와는 다르다. 인간에게는 본래의 자신을 되찾고 그런 자신과 조화롭게 지내려는 욕구가 있다. 이를 진지하게 여겨라. 진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라(5장).
추천사
어느 연령대의 독자에게든 나이 듦에 관해 실제적이고, 현실적이고, 건설적인 관점을 제공해준다. 전문가와 비전문가 모두에게 탁월한 도움을 주는 책이다. _〈이터너티〉
공감이 가득하고 용기를 주면서도 현실적인, 투르니에의 최고 작품으로 꼽을 만하다. _〈버지니아 처치맨〉
이토록 중요한 책은 20대 독자들에게 읽혀야 한다. 물론 40대에 접어든 이들은 필수적으로 읽어야 하고. _〈크리스천 센추리〉
▣ 작가 소개
저 : 폴 투르니에
폴 투르니에(Paul Tournier,1898-1986)는 스위스 제네바의 내과의사이자 정신의학자였다. 그는 어려서 만남들을 통해 자신의 자폐성향을 극복하고 제네바 대학과 파리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했다.기술적인 의학만이 존재하던 시기에 의사와 환자가 인격적으로 만남으로써 의술과 인간 이해,종교가 결합해야만 전인적 치유가 가능하다는 ''인격의학''을 주창하여 수많은 환자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왔으며, 현대 심리학과 기독교를 통합시키는 데 크게 공헌했다.
그의 심오하고도 실제적인 사상은 여러 저서들과 강연을 통해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변화시켰다. 제1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국제 적십자사의 대표로 오스트리아에 파견되어 전쟁 포로들의 본국 귀환 및 아동 복지를 위해 일했다. 그는 20세기 후반에 가장 사랑받는 기독교 의사였다.
특히 20세기 후반에 가장 영향력 있는 저술가이며 강연자로 꼽히는 그의 저서들은 18개 국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국내에 번역된 책들로는 『성서와 의학』『인생의 네 계절』『삶에는 뜻이 있다』『서로를 이해하기 위하여』『현대인의 피로와 휴식』『강자와 약자』『여성, 그대의 사명은』『모험으로 사는 인생』『비밀』『고독』『인간 장소의 심리학』『귀를 핥으시는 하나님』『선물의 의미』등이 있다. 또한 미국의 게리 콜린스 박사가 폴 투르니에 생애와 사상을 총망라하여 그의 심리학, 신학, 방법론, 그리고 통찰들을 집대성한 『폴 투르니에의 기독교 심리학』,『인간이란 무엇인가』등이 있다.
역 : 강주헌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브장송 대학교에서 수학한 후 한국외국어대학교와 건국대학교 등에서 언어학을 강의했으며, 2003년 ‘올해의 출판인 특별상’을 수상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뛰어난 영어와 불어 번역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처음에 그는 전문적으로 번역을 할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그저 좋아서 취미로 하던 번역 작업이 IMF 구제금융 위기 사태가 발생한 후, 생계수단이었던 창고업을 그만두면서 번역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가 번역과 공식 인연을 맺은 것은 『여자는 왜 여자답게 말해야 하는가』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불어 전공자로서 영어권 학자인 촘스키를 연구한 독특한 이력을 지녔으며, 지적인 자유와 거침없는 삶을 추구하는 열린 정신의 소유자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는 한편 ‘펍헙 번역 그룹’을 설립해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기획에는 국경도 없다』가 있고, 옮긴 책으로 『권력에 맞선 이성』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촘스키, 세상의 권력을 말하다』(1, 2) 『촘스키, 고뇌의 땅 레바논에 서다』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 등 노엄 촘스키의 저서들과 『사이언싱 오디세이Sciencing Odyssey』 시리즈, 『유럽사 산책』 『문명의 붕괴』 『슬럼독 밀리어네어』 『키스 해링 저널』 『월든』 『습관의 힘』 『어제까지의 세계』,『인간이란 무엇인가』『느리게 사는 것의 의미』등 100여 권이 있다.
▣ 주요 목차
1. 일과 여가
2. 더 인간적인 사회를 위하여
3. 노인의 운명
4. 제2의 삶 혹은 제2의 이력
5. 수용에 대하여
6. 믿음
옮긴이의 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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