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난세에 읽는 책, 우리 삶의 축소판 64개를 품은 주역의 매력
우리 삶엔 변화에 맞서거나 관조하거나 휘어지거나 포용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언제고 앞에 펼쳐진다. 오래전 사람들은 삶에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주역을 펼쳐 답을 구했다. 주역이야말로 난세의 책이기 때문이다. 주역 64괘는 극악한 고통 속에서 탄생했다. 주역 64괘를 만든 이는 고대 중국의 주(周)나라를 창건한 문왕(文王)이다. 은(殷)의 폭정을 뒤엎기 전, 문왕은 은의 주왕(紂王)에 의해 아들을 삶은 곰탕을 억지로 먹어야 했고, 세상과 격리된 감옥에 갇혀 있어야 했다. 그 감옥 안에서 주역의 64괘를 만들었다. 64괘라는 카테고리 안에 인생의 갖가지 상황을 묶어놓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난세에 주역을 읽고 답을 구하고자 했다.
과거뿐 아니라 오늘도 다를 바 없다. 견고하다고 믿던 삶이 일순간 흔들리려 할 때, 움켜쥔 것들이 흩어지려 할 때, 손에 닿을 듯한데 닿지 않아 간절함이 더할 때, 저자의 말처럼 내일이 안 왔으면 싶을 정도로 힘든 상황이거나 진흙탕 속에서 서서히 빠져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난세를 통과하는 지혜를 얻기 위해, 혹은 전진을 위해 한 수를 두어야 할 때나 주어진 상황에서 이끗을 생각할 때, 세상 모든 걸 다 가질 수 있을 듯 화려한 상황에서 주역을 펼쳐 답을 구할 수 있다. 복잡다단한 삶이 고작 64개로 함축될 수 있을까마는, 주역을 읽다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주역은 난세를 타계할 방법도 불고 있는 이 바람에 함께 흔들려 흔들리지 않는 위로와 위안의 자리도 안내한다. 주역은 그 모든 것을 품고 있다.
지천명(知天命)에 주역을 읽고 하늘의 뜻, 만물의 뜻을 터득한 독수리의 눈을 얻다
주역의 본질은 변화에 있다. 하지만 세상사의 역동적인 변화를 말하다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고도 말한다. 모순이다. 앞뒤가 안 맞는 말로 들린다. 그러나 인생을 좀 산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 젊어선 들리지 않던 인생사 소소한 소리가 들리고, 보이지 않던 작은 생명에 감동하고, 변함없이 뜨는 태양의 아침과 지는 해의 저녁을 맞으며 변화와 변하지 않는 것, 하늘의 뜻과 만물의 뜻을 깨우쳐 흔들리며 피는 꽃에 주목하게 된다. (이를 저자는 한 송이 홍매화의 개화에 비유했다.) 그러면 그때를 준비한 듯 주역의 64괘는 다양하고 복잡한 삶의 상황을 자연의 모습이나 현상에 비유하고, 때로는 신비로운 동물들을 등장시키기도 하고, 필부필부(匹夫匹婦)의 이야기들로 삶의 지침을 건넨다. 그게 주역이 혜안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하늘의 뜻을 어슴푸레 하게라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 고도의 노력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누적된 인류사가 주역에 실려 있고, 오랜 역사가 누적된 주역은 우리네 삶의 상황을 해석하고 예측하고 버티고 나아갈 혜안을 준다. 그것은 지혜이기도 하고, 계도이기도 하고, 때로는 위로이기도 하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에게 찬바람 떨치며 저 하늘 밑 에베레스트를 넘어가는 독수리의 눈을 갖게 해준다. 주역을 찾는, 주역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문학으로 만나는 주역 해설과 주역 입문
주역 해설서는 딱딱하고 난해한 한문 풀이나 음양오행의 명리(命理)로 파악해 풀이를 한 책, 점괘를 뽑는 복잡한 순서와 해석들이 기본이다. 이러한 주역 해설서를 읽기 위해선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음양의 두 가지에서 한 가지를 각각 한 번씩 선택해 아래에서부터 위로 세 개를 쌓아 자연을 나타내는 하늘ㆍ호수ㆍ불ㆍ우레ㆍ바람ㆍ물ㆍ산ㆍ땅의 8괘를 만들고, 이 8괘를 아래위로 한 개씩 쌓아 64괘를 만들었다. 복잡한 세상사를 표현하기에는 64괘가 부족할 만도 한데, 주역은 64괘에 모두 정리했다. 이들 64괘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 주역의 해설이다.
이 책은 이런 주역의 괘들을 하나하나 순서대로 풀어나가지만, 기존의 해설서들처럼 원문을 싣고 괘상의 설명을 모두 달아 해설하는 방식이 아니다. 각 괘에서 대표할 만하거나 특이한 효사, 현대의 삶에서 일어나고 겪는 일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효사, 한 번쯤 겪어보거나 주변에서 보았을 법한 효사 들을 뽑아서 이를 문학적 문체로 풀어나간다.
저자는 전작 『강호인문학』에서 이미 주역을 이 세상, 삶의 한복판으로 호출을 시도한 바 있다. 이 책은 그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예민한 독자라면 저자가 64괘를 해설하며 각 행간에 숨겨놓은 위로를 주고받고, 자신을 추스르는 방법을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주역이 주는 지혜의 중량감에 오늘이 어제와 다르고 오늘과 내일이 변화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저자는 처음 주역을 읽는 독자를 위해 주역에 대한 기본 소개, 읽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배경지식, 주역을 이해하는 맥락, 용어 등을 중간중간 설명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64괘도 괘마다 쉽게 읽고 이해하고 동감할 수 있는 해설들을 선택했다. 주역이 처음이라 어렵다면 이 책 『주역, 나를 흔들다』에서 주역이 가진 고갱이를 어렵지 않게 읽고 주역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저자 : 이지형
왜 그렇게 마이너리티를 지향하며 사느냐 물어온 분들이 몇 있었다. 그런 적 없다. 살다 보니 그리됐을 뿐이다. 남들처럼 주류를 지향했지만, 성정 탓인지 부족한 노력 탓인지 잘되지 않았다. 그래서 대략 난감한 기분으로 살지만 한두 가지 좋은 점은 있다. 변방으로 또 경계로 물러서 있으면, 중심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본다. 비애 속에서 가끔씩 삶의 본질 같은 걸 포착한다. 그 정도가 소외당한 존재들의 특권이다. 소외나 마이너리티의 측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주·풍수·주역으로 세상과 사람을 읽어보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게 얘기가 좀 된다.
『강호인문학』, 『꼬마 달마의 마음 수업』, 『공간 해석의 지혜, 풍수』, 『사주 이야기』, 『바람 부는 날이면 나는 점 보러 간다』, 『소주 이야기』를 썼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나는 어디서 살았으며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를 번역했다.
목 차
살다 보면 최소한 64개의 상황
하늘의 뜻을 묻다
01 중천 건 완벽·순수는 매력 없다
02 중지 곤 논리·사유보다는 낌새로 파악
03 수뢰 준 머뭇거릴 땐 빈둥빈둥
04 산수 몽 모든 시작은 미약하고 어리석으나
05 수천 수 내가 찾지 않으면, 그가 나를 찾아온다
06 천수 송 싸움의 절반은 지기 마련
07 지수 사 갈매나무처럼 굳고 정한 그를 기다리며
08 수지 비 어깨를 나란히 할 때, 그 아름다움
압박은 하더라도 퇴로는 내줘야지
09 풍천 소축 먹구름 감상법
숫자 9와 6에 담긴 뜻
10 천택 리 그러면 안 되겠지만, 호랑이 꼬리를 밟았다면
하늘과 땅을 뒤엎을 기세
11 지천 태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이후
12 천지 비 수치를 품고
13 천화 동인 “혼자서도 할 수 있어”라고 말하지 않는다
14 화천 대유 태양신 아폴론의 괘
남는 건 역시 자연
15 지산 겸 이름을 떨친 후의 겸손
16 뇌지 예 시작하는 즐거움
17 택뢰 수 마키아벨리의 효사
18 산풍 고 재앙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19 지택 림 낮은 데로 임하는 다섯 가지 방법
20 풍지 관 바람, 세상을 관조하다 성찰하다
21 화뢰 서합 직설과 구체의 힘
22 산화 비 붉은 노을에 관한 단상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자, 아주 가끔만
23 산지 박 무너지기 마련이다
24 지뢰 복 그래도 남은 불꽃 하나
25 천뢰 무망 2천 년 전의 ‘렛 잇 비!’
26 산천 대축 큰 축적은 큰 몰락의 징후
27 산뢰 이 주역, 다이어트를 권하다
28 택풍 대과 연상연하에 관한 그들의 견해
4대 난괘
29 중수 감 솔라 피데sola fide
30 중화 리 눈부신 것들은 아름답지 않다
경계는 무의미할 때가 대부분
31 택산 함 19금(禁) 괘
32 뇌풍 항 회한이 사라진다
33 천산 둔 가끔은 숨는다
34 뇌천 대장 힘은 위험하다
35 화지 진 서서히, 묵직하게
36 지화 명이 어둠의 마음
잠깐, 용 소환
37 풍화 가인 말이 꼭 사물을 가리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38 화택 규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괘
39 수산 건 파행의 끝에서 반전
40 뇌수 해 해결 말고 해소
41 산택 손 내가 잃고 그가 얻을 수 있다면…
42 풍뢰 익 이기(利己)에 대한 강력 경고
43 택천 쾌 은밀하게, 과감하게
44 천풍 구 여자가 드세다고 취하지 말라니…
45 택지 췌 정情은 사람들 사이로만 흐른다
46 지풍 승 한 걸음씩 가도 늦지 않는다
47 택수 곤 말을 해도 믿지 않는다
48 수풍 정 늘 한자리를 지키는 우물처럼
49 택화 혁 기다리는 동안, 상황도 나도 변한다
50 화풍 정 우주는 코스모스가 아니라, 카오스라서
51 중뢰 진 군자연(君子然)은 시대를 막론하고
시대에 뒤떨어진다
52 중산 간 그 자리서 멈춰라, 흔들리지 않는 저 산처럼
53 풍산 점 스며들다, 하나가 되다
54 뇌택 귀매 때로는 은둔
55 뇌화 풍 벼락처럼 왔다가 정전처럼 사라지는
56 화산 려 누구나 떠돈다
57 중풍 손 바람의 거처
58 중택 태 오랜 자폐와 둔감을 떨치고
59 풍수 환 강풍이 바다를 뒤흔들 듯이
60 수택 절 현명한 제약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점(占), 너무 믿지 마라
61 풍택 중부 당신과 오래도록 술을 나누리라
62 뇌산 소과 스칠 뿐, 만나지 않는
63 수화 기제 돌이킬 수 없다
64 화수 미제 돌이킬 수 있다
걱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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