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불교는 아시아에서 발생했고, 당연히 아시아 사람들이 신봉하는 종교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현대자본주의의 첨병을 달리는 미국에서 불교가 기독교?유대교와 함께 미국 최대 종교들 가운데 하나로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유럽국가에서도 불교 신자들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토인비는 20세기에 가장 중요한 사건을 꼽아달라는 요청에 “동양의 불교가 서양에 유입된 일”을 들었다. 특히 미국은 19세기 말 처음으로 불교가 소개된 이후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며 발전해오고 있다. 이는 근래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 10위권 목록에 불교 관련 서적이 빠진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로 반증된다.
이 책은 미국의 종교를 전공하고 있는 저자가 그간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미국 불교의 개략적인 역사와 미국 내에서 성장해온 주요 불교종파들과 그들의 전통, 그리고 미국 불교의 특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2.
전체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1부 ‘종교사적 배경’에서는 아시아와 미국의 종교사와 관련된 배경을 다루었다. 먼저 미국 불교의 특징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이어서 전체 불교사에서 핵심적인 사상과 역사적 발전을 간략하게 서술했다. 그리고 미국에 불교가 전래된 초기에 일어났던 주요 발전상을 개략적으로 소개하면서, 과거 미국의 종교사에서 이민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고찰했다.
제2부인 ‘주요 불교 전통’은 이 책의 핵심이며, 여섯 가지 유형의 불교를 선정한 후 각 유형이 미국에 소개될 때 작용했던 독특한 세력에 대해 설명한다. 특히 근대 일본 불교사와 관련된 배경들을 다양하게 소개하는데, 그중 정토진종과 선종, 그리고 창가학회가 이민자들의 역동성을 통해서 미국 종교 체계의 일부가 된 과정을 자세히 기술했다. 이어서 아시아의 다른 여러 전통에서 나타나는 발전상을 선별해서 고찰하고, 미국 내의 티베트 불교의 도입과 특징, 미국 대중문화와의 연계성을 고찰했다. 또한 동남아시아의 테라와다 불교 전통의 풍경을 담았다. 마지막에서는 중국?한국?베트남 이민과 관련된 발전상들을 기술했는데, 그들의 전통이 어떤 식으로 미국화를 겪어 가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제3부 ‘선별된 쟁점들’에서는 최근 수십 년 동안 일어난 세 가지의 중요한 발전상을 고찰함으로써 불교의 미국화를 보다 더 상세하게 다루었다. 먼저 양성평등의 이상이 진보적 유대교 및 기독교의 사례와 유사한 방식으로 미국 불교에서도 표출된 경위를 기술했다. 다음으로는 몇몇 유명인과 유명단체가 사회변화에 헌신하는 진보적 미국 불교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다루었다. 그리고 미국 불교 공동체 내에서 현재 진행되는 불교 내적 대화와 종교 간 대화를 기술했다. 마지막으로 1990년대 말의 미국 불교 상황을 전반적으로 평가하고 21세기를 맞이하는 몇 가지 제안을 하였다.
‘부록’은 원서에는 없는 내용으로, 오랫동안 미국에서 불교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형근 대표([미주현대불교] 발행인 겸 편집인)가 1960년대 미국에 한국불교가 처음 소개된 이후 50여 년 동안의 주요 인물들과 그들의 활동 등, 미국 내 한국불교의 발자취를 정리했다.
3.
미국 불교를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는 고전적인 이 책의 한국어 번역판 출간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고, 어떤 의의를 지니고 있을까?
첫째, 이 책은 미국 불교에 관한 학술자료로서 큰 가치가 있다. 미국 불교의 역사, 주요 전통, 주요 의제를 미국 종교사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는 이 책은 한국어로 된 미국 불교 자료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한국 불교학계와 독자들에게 이전에 접하지 못한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전달해준다.
둘째, 이 책은 미국의 이민민족 불교에 대한 창의적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국 불교의 구성요소를 ‘유럽계 미국인 위주의 개종자 공동체’, ‘60년대에 도미한 아시아 이민 공동체’, ‘19세기 중엽의 중국계 및 일본계 이민 4~5세대 후예들’이라는 세 집단으로 구분한 후, 이 중 이민민족 불교의 역할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셋째, 이 책에서 기술하고 있는 미국 불교의 현황은 한국 불교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에서 불교학의 흐름은 철학적, 형이상학적 교학에 경도된 경향이 있으며, 우리의 삶에 불교의 통찰을 적용하고자 하는 응용불교, 실용불교의 연구는 많이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 세계의 거의 모든 불교 전통이 한자리에 모인 미국사회에서 불교는 탈전통, 탈종교, 사회참여, 일상생활의 수행으로 정착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한국 불교가 열린 마음으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져 있지만 그에 부응하지 못하여 종교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볼 때, 한국 불교는 미국 불교의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전통과 현대의 접점에 서 있는 한국 불교에게 미국 불교의 발전사례는 타산지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 소개
저자 : 리처드 휴지스 시거Richard Hughes Seager
뉴욕 해밀톤 대학의 종교학부 교수. 전공은 미국 종교이며 이민, 종교 및 환경, 세계화 시대의 문화적 만남이 관심분야다. 시거는 아시아 종교의 미국 전파에 관한 글을 널리 써왔으며, 그의 첫 번째 두 권의 저서도 동서양이 만난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인 1893년 시카고 세계종교의회에 대한 것이었다.
그 이후 이 책 『Buddhism in America』(1999)를 출간했고, 이어서 창가학회에 대해 쓴 『Encountering the Dharma』(2006)를 내놓았다. 창가학회는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논란이 많은 종교운동 중 하나이며,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종파다. 현재는 요가가 인도로부터 서양으로 이동한 역사를 연구하고 있다.
역자 : 장은화
1961년생. 경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영어학 석사를, 동국대 불교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동국대 불교학과 강사를 역임했고, 현재 동국대 평생교육원 불교학 학위과정 강사를 맡고 있다. 또한 국사편찬위 원회 『조선왕조실록』 영문판 보급사업의 실록 영역자英譯者로서 아울러 불교 관련 자문으로서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 영문 단행본인 『Journey to Korean Temples and Templestay』(2009), 역서로 『Mountain Monasteries of Korea』(근간), 『중국인의 삶과 불교의 변용』 등 다수가 있다. 주요 논문으로 「미국의 선 수행, 그 전개와 변용의 연구」, 「An Investigation of Seung Sahn Seon: Don’t Know Mind, Ten Gates, and Hierarchy and Authorization」, 「일본계 미국선의 ‘여성참여’와 ‘사회참여’, 그리고 간화선 세계화의 담론에 대하여」 등이 있다.
목 차
제1부 종교사적 배경
제1부 서문 27
제1장 미국 불교의 풍경 36
제2장 초보적인 불교 49
제3장 세 가지 전통의 불교 62
제4장 미국 불교의 역사적 배경 79
제2부 주요 불교 전통
제2부 서문 105
제5장 정토진종, 미국의 구舊불교도 132
제6장 창가학회와 일련종의 인본주의 162
제7장 선과 주요 선 센터 192
제8장 티베트 친화적 사회환경 231
제9장 테라와다의 영역 270
제10장 태평양 주변지역의 다른 이민자들 305
제3부 선별된 쟁점들
제3부 서문 349
제11장 성평등 366
제12장 사회참여불교 393
제13장 불교단체 간 대화 및 종교 상호간 대화 417
제14장 불교의 미국화 현상 이해하기 447
미국 불교의 주요 인물들 475
미국 불교 연표 499
주註 509
미국 불교 연구자료 523
부록: 미주 한국 불교 50년의 발자취와 나아갈 길 539
찾아보기 579
옮긴이의 글 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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