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전형적인 중세인이었던 루터가 어떻게 근대의 문을 열 수 있었는가
사실 루터에게는 새로운 시대를 연다는 생각도, 근대라는 관념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가 비텐베르크의 궁정교회 문에 95개조 반박문을 게시한 것은 원래 근대를 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중세를 개혁하기 위한 것이었다. 루터는 전형적인 중세인이면서 뼛속까지 중세인이었다. 여느 중세인들 못지않게 그의 최대 관심사도 종교적 구원에 있었다. 그는 이 구원을 전적으로 중세적인 방식으로 추구했는데, 그 과정에서 새로운 구원의 길을 찾았으며, 그 결과 중세의 스콜라적 가톨릭 신학과 근본적으로 다른 신학적 사상을 구축했다. 말하자면 신학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온 것이다. 이렇게 보면 근대적 신학이 루터에서 발원했다고 할 수 있으며, 루터를 개신교 신학의 창시자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루터가 근대에 대해 갖는 의미는 신학적 영역을 훨씬 넘어서 사회 전반에 걸쳐 있다. 그렇게 때문에 신학뿐만 아니라 종교학, 사회학, 심리학, 철학, 역사학, 민속학, 정신분석학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루터에게 지속적으로 큰 관심을 갖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방면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루터에 의한 종교개혁을 루터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근대를 향해 진군했다는 식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사회의 모든 하부 체계는 자체적인 논리에 따라 작동하고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근대를 각인하고 결정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종교에게 중심적인 기능이 주어졌을 뿐이며, 또한 사회적 체계와 그 변동의 중심축인 종교도 다른 사회적 체계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루터의 종교개혁은 근대를 결정적으로 각인했지만 역으로 근대적 요소들은 종교개혁의 전제조건이었고 추동력이었다. 즉 루터는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분산되어 진행되던 근대적 운동을 종교개혁을 통해 비교적 통일적으로 진행되도록 만들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루터는 근대화가 전 사회적 차원에서의 변혁 운동이 되도록 ‘킥오프’했으며, 이렇게 킥오프된 전 사회적 근대화 운동을 이끌었다. 결과적으로 이 전형적인 중세인은 그 어떤 근대인보다도 근대를 결정적으로 각인했다. 이는 무엇보다 개인화, 탈주술화, 세속화, 분화에서 볼 수 있다. 물론 근대의 이 중요한 사회학적 지표들이 루터에 의해 달성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루터의 종교개혁과 더불어 그렇게 될 수 있는 전 사회적 차원의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뜻이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근대적 사회, 즉 개인화되고 탈주술화되고 세속화되고 분화된 사회는 그 계기를 발판 삼아 장기간에 걸쳐 발전한 결과이다.
개인화 ― 교회 제도 속에 묶여 있던 개인, 드디어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존재가 되다
루터는 ‘오직 성서’, ‘오직 은총’, ‘오직 믿음’, ‘오직 그리스도’를 내세워 기독교 신앙을 신과 인간 또는 신과 영혼의 직접적인 관계로 재설정하여, 그 결과 개인이 교회의 통제와 지배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로운 존재로서 직접 신과 관계를 맺고 직접 신의 말씀을 접하고 그것을 사유하고 성찰할 수 있게 되었다. 즉 개인은 궁극적으로 신과 자신의 양심에 따라 신앙생활을 하고 신과 자신의 양심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게 되었다. 외면적 종교가 이처럼 내면적 종교로 대체되었으며, 종교적 집단주의가 종교적 개인주의로 대체된 것이다.
루터는 개인이 성서주의에 입각하여 직접 신에게 호소하고 직접 신과 교통하는 것만이 구원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라고, 따라서 그 밖의 모든 인간적 제도, 전통, 권위는 타파되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심지어 교회 권력과 권위의 정점인 교황도 성서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는 경우 “성서의 편에 서서 그를 책망하고 억제하는 것이 의무”라고, 그리고 죄업이 있을 때에는 공의회를 통해 그를 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내세적 구원이 초미의 관심사이던 당시 루터주의자들은 개인과 그 내면적 신앙에 지향된 루터의 교리를 철저하게 체화하고 그에 따라 자신들의 사고와 행위, 생활양식, 말하자면 자신들의 전 존재를 조직하고 영위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구원의 가능성이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아니 믿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개인은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존재가 되었고 그 존재에게 절대적인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게 되었다.
이러한 루터의 개인화 촉발이 세계사적 사실로서의 그리고 집단 현상으로서의 근대 개인주의를 창출한 것은 비교적(秘敎的)이고 엘리트적인 인문주의 ― 대표적으로 에라스무스를 들 수 있다 ― 가 아니라 바로 루터의 신학이었다. 그것은 사회적 신분이나 집단에 관계없이 모든 기독교인에게 절대적인 타당성과 구속력을 갖는 가치 및 의미 체계이자 세계 해석 및 행위 체계였다.
탈주술화 ― 이신칭의사상으로 주술적 기독교를 비판하다
사실 기독교는 철저하게 주술적인 신앙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중세 사회가 기독교에 의해 지배되고 철저하게 교회화되면서 상황은 다음과 같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첫째, 가톨릭 교회는 공개적으로는 민중의 주술적 사고와 행위를 비난하면서도 그것이 기독교적-교회적 구원에 어긋나지 않는 한 관용적인 태도를 보였다. 둘째, 가톨릭 교회는 기존의 다양한 주술적 전통을 기독교적 정신으로 변용하거나 자신의 구원적 실천 ― 대표적으로 준(準)성사, 성인숭배, 성지순례 ― 에 편입했다. 셋째, 심지어 가톨릭 신앙의 중심적인 영역인 미사와 성례전에서도 주술과 기독교의 공생관계가 형성되었다. 이와 같은 가톨릭적 주술에 대한 루터의 투쟁은 한마디로 이른바 행위칭의사상에 대한 투쟁이었으며, 이 투쟁을 위한 신학적 무기는 다름 아닌 이신칭의사상, 즉 인간은 오직 믿음을 통해서만 신 앞에서 의롭다 함을 얻는다는 사상이었다.
세속화 ― 결혼, 가족, 노동, 사회 등 일상적 삶과 행위가 신학적 가치를 얻다
루터는 선행을 연출된 경건 ― 그 극단적인 형태가 바로 수도원이다 ― 과 동일시하는 가톨릭에 반대하여 인간의 모든 행위가 선행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이는 모든 세속적 영역, 즉 결혼, 가족, 노동, 사회 등에서의 일상적 삶과 행위가 신학적 가치를 갖게 됨을 의미한다. 중세에 연출된 경건에 밀려 가치절하된 세속적 삶과 행위가 신학적으로 가치절상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것은 곧 세속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아마도 루터가 근대에 대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바로 이 세속화에서, 그리고 세속적 삶의 신학적-윤리적 태도가 되는 직업(소명) 개념의 제시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분화 ― 수직적-위계적 분화에서 수평적-기능적 분화로
중세 후기에는 사회적 관계와 구조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수직적-위계적 분화에서 수평적-기능적 분화로의 전환이 요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직적-위계적 분화의 원리와 이상에 의해 사회를 조직하고 통제하려고 해 사회의 발전을 저해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타파할 수 있는, 또는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하게 타파할 수 있는 것은 철학이나 정치가 아니라 바로 종교였다. 왜냐하면 당시는 종교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인간의 삶과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시대, 즉 종교가 사회의 끈인 시대였으며, 따라서 수직적-위계적 분화에서 수평적-기능적 분화로의 전환은 신학적 정당성을 획득해야 했다. 이것이 바로 루터의 종교개혁 신학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루터의 분화에 대한 신학 사상은 그의 두 왕국론과 세 신분론 ― 세속적으로 노동하고 생산하는 제3의 신분을 말한다 ― 에 잘 나타나 있다.
작가 소개
저 : 김덕영
김덕영은 자신의 충격을 깨달음으로, 다시 책으로 풀어낸 작가이다. 김덕영은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괴팅겐 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학자들의 책을 원서로 읽을만큼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고 자신했지만 한국의 공부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는 독일 유학에서 처음 제출한 과제 로 "인용은 잘했는데 자기 얘기는 없다" 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그는 사회학, 심리학, 철학 등의 근본을 배우기 위해 미친듯이 공부했다.
그는 주입식 교육 체제에서 승리한 '대학의 서열화'로 배출된 엘리트들을 비판한다. 한국 사회의 여러 모순 중 가장 중요한 모순이 바로 교육이라고 꼬집는 그는, 지식만의 나열이 아닌 자유로운 사고가 중심이 되는 교육을 강조한다. 또한 그는 정답만을 강조하고 그 외의 것은 오답으로 비판과 토론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의 분위기가 바로 주체적인 개인을 억누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남을 위해 배려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걸맞는 지식인들을 꿈꾸는 작가는 국가 중심의 '국가의 개인들'이 아닌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개인들의 국가'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기를 책을 통해 희망한다.
독일 괴팅겐 대학에서 마기스터(Magister, 학·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카셀 대학에서 하빌리타치온(Habilitation, 독일 대학교수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카셀 대학에서 사회학을 연구하고 있으며, 사회학 · 철학 · 역사 · 종교 · 과학 ·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폭넓은 관심을 가지고 저술과 번역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 『현대의 현상학: 게오르그 짐멜 연구』(나남, 1999), 『주체ㆍ의미ㆍ문화: 문화의 철학과 사회학』(나남, 2001), 『논쟁의 역사를 통해 본 사회학』(한울, 2003), 『짐멜이냐 베버냐』(한울, 2004), 『위장된 학교』(인물과사상사, 2004), 『기술의 역사』(한경사, 2005), 『프로메테우스, 인간의 영혼을 훔치다』(인물과사상사, 2006), 『입시 공화국의 종말』(인물과사상사, 2007), 『게오르그 짐멜의 모더니티 풍경 11가지』(도서출판 길, 2007), 『막스 베버, 이 사람을 보라』(인물과사상사, 2008), 『프로이트, 영혼의 해방을 위하여』(인물과사상사, 2009), 『정신의 공화국, 하이델베르크』(신인문사, 2010), Der Weg zum sozialen Handeln, Georg Simmel und Max Weber 등이 있고, 역서로는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공역, 새물결, 2005), 『게오르그 짐멜의 문화이론』(공역, 도서출판 길, 2007), 『근대 세계관의 역사: 칸트, 괴테, 니체』(도서출판 길, 2007), 『예술가들이 주조한 근대와 현대: 미켈란젤로, 렘브란트, 로댕』(도서출판 길, 2007),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도서출판 길, 2010) 등이 있다.
목 차
제1장 논의를 시작하며 15
1. 문제의 제기: 종교개혁은 근대의 시원인가 18
2. 접근 방법을 찾아서: 루터 신학의 사회학적 해석을 위하여 26
3. 이 책의 범위와 한계 37
제2장 루터와 근대 1: 루터, 근대 신학을 제시하다 ― 그 핵심이 형성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43
1. 한 시대의 끝자락에 서다 46
2. 고대를 통하여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다 60
3. 신학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루다 79
4. 중세 신학과 그 철학적 토대를 부정하다 102
제3장 근대와 루터 1: 근대, 종교개혁의 전제조건이 되다 ― 사회경제적ㆍ정치적 측면을 중심으로 115
1. 인구 증가와 농촌의 변화 120
2. 도시와 시민계층 124
3. 초기 자본주의의 발전 127
4. 근대국가의 형성 134
제4장 근대와 루터 2: 근대, 종교개혁의 추동력이 되다 ― 사회집단 및 정치적 세력이 갖는 의미를 중심으로 149
1. 종교개혁 신학에 이르는 교회 내적 과정 152
2. 도시와 종교개혁 172
3. 농민전쟁 188
4. 제국, 영방국가, 종교개혁 201
제5장 루터와 근대 2: 루터, 근대사회를 각인하다 ― 그 사회학적 결과를 중심으로 223
1. 개인화 226
2. 탈주술화 248
3. 세속화 277
4. 분화 304
결론을 대신하여: 쿠오바디스 한국 기독교 341
참고문헌 345
인용문헌 361
찾아보기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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