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한국 개신교의 복잡한 속사정, 교회는 어떻게 보수화 되었나
『당신들의 신국: 한국 사회의 보수주의와 그리스도교』은 한국 개신교가 보수적 한국 사회 형성에 기여하고 공모해 온 과정과 내용들을 다룬다. 특히 1980년대 말 이후 한국 보수 개신교가 우파 정치와 결합하면서 ‘개신교 우파’ 혹은 ‘기독교 뉴라이트’, 최근의 ‘태극성조기’의 형태로 등장하게 된 사회적·교회적 조건들은 무엇일까 묻는다. 한국 개신교의 복잡한 속사정을 드러내는 이 책의 연구 대상은 오래된 이단 논쟁과 박정희 시대 발전주의 체제 안에서 이루어진 기독교의 복지 실천과 그 역할, 개신교와 불교계의 새로운 종교 갈등과 논쟁 등 역사적 주제부터, ‘복음주의 지식 담론’, ‘한국형 선교’라는 해외 선교 동원 담론, 대형 교회의 ‘웰빙 담론’과 ‘아버지학교’ 같은 교육 프로그램 등 1990년대 이후 오늘날 개신교의 다양하고 세련된 목회적·문화적·사회적 실천 활동까지 폭넓다. 특히 개신교의 위기 극복을 위한 혐오와 공포의 타자화 전략으로써 최근의 동성애 반대 운동과 ‘종북 게이’라는 신조어에 담긴 애국주의와 호모포비아의 결합 양상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신학적 관점을 넘어 사회학적·인류학적·문화 비평적 연구 방법들은 한국 사회의 변화 속에서 다양한 행위 주체들과 보수 교회의 상호작용을 생생히 보여준다.
최근 한국 개신교는 ‘태극기를 휘날리는 개독교’라는 비아냥거림에서 보이듯 수구적이고 극우주의의적인 퇴행적 종교의 모습으로 비추어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표피적이기보다는 좀더 근원적이고 구조적이다. 즉, 한국 개신교는 한국 사회의 근대화 과정과 깊숙이 뒤얽혀 있다. 이 책은 위기의 한국 사회, 그리고 그것을 읽기 위한 하나의 시도로서 한국 개신교를 바라본다. 한국 사회의 보수화와 기독교가 어떻게 지근거리를 유지하고 서로 협력하고 부추겨왔는지 그 과정을 들추는 이 책은 1부에서는 ‘한국적 기독교’ 즉 개신교 우파의 역사와 논리를 분석하고, 2부에서는 보수 개신교 세력의 배타적인 언어와 차별적인 정체성 전략을 비판한다. 11명의 세대와 소속을 달리하는 주요 연구자, 신학자, 목회자가 참여한 이 책은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가 주최하고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와 우리신학연구소가 주관한 ‘한국사회 보수주의 형성과 그리스도교’ 포럼에서 발표된 글을 엮은 것이다. 포럼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 안병무홀에서 개최되었으며, 단행본으로 엮으며 각 글의 제목과 내용을 대폭 수정·보완하였다. 때마침 종교개혁 500주년을 보내며 ‘그들만의 교회’가 된 한국 개신교의 현재를 진단하는 심층 기획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에 담긴 연구의 특별한 점은, 먼저 (한국 교회의) 구체적 현장에 집중하여 그 현장으로부터 문제를 해석하려는 방법론적 태도이다. 나아가 그 현장에 직접 참여하는 다양한 행위 주체들이 각기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각축하면서, 개념이나 담론 혹은 다양한 정치적 실천을 둘러싸고 경쟁하고 갈등하는 상황을 직시하고 있다.”
양권석의 서문에 쓰인 위의 해석이 중요한 까닭은, 거리로 나온 개신교 우파들의 극우적이기까지 한 정치적 표현을 무지나 불안의 탓으로 돌리거나 교리를 향한 신앙적 헌신과 열정의 탓이라고 이해하기에는 뭔가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은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한 담론 전쟁, 담론을 둘러싼 권력 투쟁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으로부터 종교적 개념들과 전통들이 재해석되고, 또한 새로운 정치-종교적 실천으로 구축된다는 점을 읽어낸다. 이어지는 말은 ‘인문(학로서의) 신학’으로서 이 책의 의의를 자리매김해준다.
“이는 개신교 우파의 신학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신학은 필연적으로 언어적이고 담론적일 수밖에 없고, 하느님에 관한 어떤 이야기도 언어적 재현의 문제 밖에 있지 않고, 필연적으로 윤리적이고 정치적인 이야기가 된다.”
개신교 우파의 신학·선교·사목 혹은 교육 담론들 안에서 종교적이고 신학적인 의제들과 우파 정치적 의제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결합되고 있는가? 민주화와 소비사회로의 변화 과정에서 보수 우파, 특히 개신교 우파가 자신들의 헤게모니를 재생산하기 위해서 어떻게 국가와 교회와 시민 혹은 신자를 재정체화하거나 재주체화하고 있는가? 그리고 이를 위해 배타적인 타자 만들기는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가? 필자들은 한국 개신교 내의 복잡한 지형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위기와 불안을 돌파하고 새로운 형식의 교회론과 신학을 만들기 위한 보수 개신교의 ‘자구적이고 능동적인’ 노력을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 교회의 동성애 반대운동, 개신교의 위기 타개를 위한 타자화 전략?
서문을 뺀 10편의 수록 글은 연구 주제와 대상 측면에서 세 가지 범주로 구별된다. 첫째 범주는 1980년대 이후 보수적 기독교와 우파 정치가 결합하는 형태에 초점을 맞춘 연구들이다. 먼저, 한국형 대형 교회 안에서 실천되고 있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들을 분석하여 뉴라이트 정치경제 담론과 ‘웰빙 담론’의 결합을 분석하는 김진호의 글은 흥미롭다. 소망교회·온누리교회·사랑의교회로 대표되는 후발 대형 교회의 목회와 교육·문화 프로그램들을 분석하는 김진호는 이들 교회들을 우파의 새로운 주체화 양식을 위해 뉴라이트 담론과 웰빙 담론의 결합이 진행되는 실험 공간 혹은 인큐베이터로 본다. 한편에는 신자유의 시대에 맞게 해석된 보수주의, 그래서 계급 편향성이 강하고 약자와 실패자의 배제를 두려워하지 않는 보수주의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상품화와 시장화와 속도화에 지친 사람들의 웰빙 욕구가 있다. 그리고 이 둘이 결합하여 향후 우파 정치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웰빙 우파”라는 주체를 생산한다. 이 주체 생산의 전진 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후발 대형 교회다.
선교사 2만 명 시대를 자랑하는 한국 개신교의 해외 선교 동원 담론인 “한국형 선교 담론”을 분석하는 박설희의 글은 한국 개신교의 목회적·교육적·선교적·신학적 실천들 안에서 보수 우파의 정치적 의제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기업의 세계화 담론과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총동원 담론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것이 “한국형 선교” 담론이다. 그래서 다분히 우파 민족주의적으로 해석된 한국적 성취의 경험이 ‘글로벌 스탠더드’와 결합하고, 서구 선교사 전통과 신학, 친미와 반공주의 그리고 한국 교회의 경쟁적이고 개별 교회 중심적인 성장주의가 절묘하게 결합하여 이른바 “한국형 선교”에서 한국형의 본질을 형성하고, 선교를 위해 해외 동포를 호출하는 민족 총동원 담론이 된다.
이어 일종의 보수적 개신교 개혁 운동으로 전개되었고, 소수이긴 해도 보수 개신교 내에서 지적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다 할 근본주의적 “복음주의 지식 담론”을 분석 대상으로 삼은 김현준의 글은 섬세하다. 김현준은 “복음주의 지적 담론” 역시 보수 개신교의 사회적 역할과 설득력을 강화하기 위해 변화된 시대에 걸맞은 보다 지적이고 문화적인 표현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본다. 하지만 그 담론 안에는 근본주의적 문화 코드를 포장만 달리해서 유지할 뿐만 아니라, 근본주의적 타자화 논리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개신교의 아버지학교가 내세우는 아버지 표상을 분석함으로써 개신교가 우파 정치의 의제들과 결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숙진의 글은 예리하다. 보다 전략적·문화적·미학적인 접근으로서 이 교육 프로그램은 민주화와 개인화된 시대의 감각에 걸맞은 부드럽고 자상한 아버지 상을 호명한다. 젠더 위계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가부장적 젠더 질서를 살아온 아들들이 민주화와 경제위기 과정을 통해 아버지를 살해한 이후에 직면한 거세불안의 공포에 시달리면서 다시 아버지를 소환하는 상황이라는 심리적 해석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개신교의 동성애 반대 운동에 초점을 맞추면서 개신교 우파의 정치적 등장을 분석하는 김나미와 조민아의 글은 문제적이다. 권위주의 시대 보수 개신교와 군사정권의 관계는 발전과 개발과 성장을 위한 일종의 권위주의 동맹 관계였다. 이 동맹 관계의 기본적인 특징은 김나미의 설명을 따르면 “과잉남성적 개발주의”이다. 권위주의 시대 개신교 교회의 빠른 성장 역시 과잉남성적 개발주의가 생산하고 유지하는 젠더 위계질서 위에서 이루어진 성장이다. 민주화와 소비사회의 진전, 그리고 동성애 인권 운동과 성정치 운동의 등장은 이 권위주의적 동맹체에게 위기로 다가왔고, 특히 보수 개신교는 학교와 군대, 대중매체에서 보다 강력한 혐오와 공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진화된 타자화 전략을 통해서 그 위기를 극복하려 하였다. 이 진화한 타자화 전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상징어가 조민아에 따르면 “종북 게이”라는 용어다. 이 신조어 안에는 반공주의와 호모포비아(homophobia)가 결합되어 있고, 종북과 동성애로부터 순수한 사랑과 가정과 군대와 국가를 지켜야 한다는 우파의 애국주의와 민족주의가 결합된다. 이는 냉전 시기 매카시즘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라벤더 스케어’와 유사한, 혐오와 배제의 새로운 장치와 구성을 통해서 배타적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타자화 전략과 주체화 전략이다.
둘째 범주에는 박정희 시대의 복지 정책 혹은 복지 체제와 그 안에서 이루어진 기독교의 복지 실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정용택과 유승태의 글이 포함된다. 정용택은 사회복지적 측면에서 박정희 시대의 발전주의 복지 체제론과 한국 교회의 성장주의가 어떻게 공모해 왔는가를 말한다. 특히 당시 한국 경제와 더불어 급성장한 한국 교회가 도시에서 수행한 비공식적 복지 활동의 실태 및 그 이면의 사회적 효과를 살펴봄으로써, 민중신학적 해석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나아가 복지라는 사회적 공간을 매개로 하여 한국 사회의 보수주의 형성과 교회 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이론적 접근을 시도한다. 이어 유승태는 박정희 시대에 정부의 부랑아 정책의 실패와 그 결과로 외원 단체들이 부랑아들을 위한 사회복지 책임을 감당하게 되는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부랑아를 고아로 재명명하고 이들을 위해 복지를 제공하던 기독교 외원 단체들에 의해 부랑아를 위한 사회복지가 한국 보수주의 형성에 기여해온 측면을 치밀하게 밝힌다.
셋째 범주는 김흥수와 이진구의 글이 포함된다. 김흥수는 한국 기독교에 의해 이단으로 취급받은 대표적인 종교 운동인 통일교, 전도관, 용문산기도원 운동을 분석하여 한국 개신교가 이들을 어떻게 타자화하고 이단시하였는지 보여준다. 순수한 종교적 문제로 보이는 이단 논쟁을 통해 역설적으로 한국 개신교의 근본주의적이고 배타적인 성격이 드러난다. 이진구는 근래의 종교 차별, 템플스테이, 땅밟기와 같은 사건들을 둘러싼 보수 개신교와 불교계 그리고 정부 사이의 갈등과 논쟁이 종교 차별, 종교 자유, 정교분리라는 헌법적 개념을 둘러싼 해석 투쟁의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민정부에 시작되어 MB 정부에서 노골화된 성시화(聖市化) 운동, 템플스테이 종교 특혜 시비, 일부 개신교도들의 사찰 땅밟기 사태, 종교평화법 제정 등을 둘러싼 불교계의 반응은 오히려 보수 개신교와 보수 정치의 결합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작가 소개
저 :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는 2003년 설립된 이래 비판적 문화정치학의 정립을 통해 학문과 현실에 개입하며 새로운 아시아의 지평을 열어가는 아제(Inter-Asia)적 지식·문화 생산의 거점으로서 연구에 힘써 왔다. 이론적·현실적 차원에서 ‘문화로서의 아시아’를 재구성함으로써 21세기 수평적 관계성이 구현되는 아시아상을 창출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그동안 문화 연구와 지역 연구를 생산적으로 결합하고 아시아의 문화적 구성 과정을 재조명하기 위해 많은 사업을 벌여 왔다. 이 책을 비롯한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교양총서는 인문한국(HK) 사업으로 2007년부터 ‘문화로서의 아시아: 사상·제도·일상에서 아시아를 재구성하기’라는 어젠다로 기획·연구한 성과의 한 결실이다.
편 :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1991년 민중신학을 지향하는 소장 신학자, 목회자, 기독교 사회운동가 들이 결성한 ‘젊은 민중신학자들의 모임’을 모태로 확대 개편하여 1996년 창립하였다. 배제와 차별이 없는 세계, 특히 한국 사회와 아시아 민중의 고통의 소리를 듣고, 그들의 해방을 지향하는 여러 신학(민중신학, 여성신학, 토착화신학 등)을 연구, 모색한다. 신학의 현장화·전문화·대중화를 추구하며, 주요 활동으로?[웹진 제3시대](http://minjungtheology.tistory.com/)를 운영하고 강좌와 포럼, 출판 기획 등을 진행하고 있다.
목 차
1부 ‘한국적 기독교’의 탄생
‘웰빙 우파’와 대형 교회: 문화적 선진화 현상으로서 후발 대형 교회 읽기 _김진호
이단 또는 한국적 기독교: 통일교, 전도관, 용문산기도원의 종교 운동 _김흥수
한국 교회의 참을 수 없이 ‘한국적인 것’들의 목록: 해외선교 동원 담론을 통해서 본 한국 교회의 정체성 정치 _박설희
그들이 교회로 간 까닭은?: 박정희 정권기 한국 복지 체제 형성 과정에서 도시교회의 역할과 기능 _정용택
복음주의 지성은 근본주의의 인큐베이터인가: 보수 개신교 지식 담론의 생산과 문화 구조 _김현준
2부 그들만의 기독교와 타자 만들기
포스트-오이디푸스 시대 한국 교회의 아버지 담론과 신보수주의: 최근 한국 기독교의 아버지 담론에 대한 비판적 성찰 _이숙진
한국 개신교 우파의 젠더화된 동성애 반대 운동: 개신교 우파의 ‘새로운 적’들과 오래된 불안 _김나미
그대들의 색, 계: 차별금지법 반대 투쟁과 ‘종북 게이’의 탄생을 통해 보는 기독교 우파들의 타자 만들기 _조민아
그 많던 부랑아는 다 어디로 갔을까?: 잔여주의적 복지체제 형성과 기독교 외원 단체의 연관성 탐구 _유승태
성시화, 템플스테이, 땅밟기: 최근 한국 불교와 보수 개신교의 갈등 _이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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