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지금, 여기로 걸어나온 십계
이 책은 세 단체가 연합하여 열린 공동 강좌 ‘지금 여기로 걸어나온 십계’를 시작으로 기획되었다. 세 단체는 신앙인아카데미, 우리신학연구소(가톨릭),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기독교)인데, 개신교 단체와 가톨릭 단체가 함께 하다보니 개신교와 가톨릭이 성서에서 십계를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는 지점에서부터 논의는 시작되었다. 강좌의 녹취를 풀어 정리해 책으로 펴내기로 결정하고 오랜 시간이 걸려 드디어 책이 세상에 나왔다. 그 과정에서 필자가 달라지기도 했고, 당시 중요했던 논점들이 시간이 지나 오늘날의 것으로 바뀌기도 했다.
개신교와 동방정교의 십계명은 제2계명으로 ‘우상 금령’을 넣었는데, 가톨릭에서는 이를 제1계명인 ‘다른 신에 대한 신앙 금지’ 항목에 포함시켰다. 또한 개신교와 동방정교의 제10계명은 ‘이웃에 대한 탐욕 금지’인데 가톨릭은 이를 두 개로 나누어 제9계명 ‘남의 아내를 탐내지 말 것’과 제10계명 ‘남의 재물을 탐하지 말 것’으로 구분했다. 이 책에서는 가톨릭의 분류 방식을 따랐다.
종교인이 아니어도 십계명에 대해서 들어보지 않은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영화 「십계」(1956)나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2014)처럼 당대 최고의 감독이 십계를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많은 사람에게 십계와 관련된 이야기가 흥미로운 소재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영화 탓인지 혹은 이미 대중에게 형성되어 있는 틀에 박힌 십계에 대한 이미지 때문인지, 많은 이에게 너무나 익숙한 십계는 홍해를 가르는 물길 이야기와 관련된 스펙터클한 스토리 이상을 끌어내지 못한다. 요컨대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십계는 “가장 많이 알고 있음에도 가장 숙고되지 않고 성찰되지 않는” 소재를 대표한다. 이렇듯 십계를 스펙터클한 스토리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신앙적인 숙고와 성찰의 소재로 묻고자 할 때, 처음 고려했던 점은 그것이 성서 자체의 신앙 속에서 어떤 고민을 담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총 열 개 계명을 열 명의 저자가 하나씩 맡았다. 열 명의 저자는 모두 각계각층에서 신학자로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다. 대표 저자인 김진호 목사는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을 맡고 있으며, 『경향신문』 『주간경향』 『한겨레21』 등에 칼럼을 써왔고, 여러 권의 저작을 냈다. 십계에 맞는 열 가지의 이야기는 그 결이 글마다 조금 다르기도 하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도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어떻게 ‘오늘날’의 시대정신으로 성서의 십계를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은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오늘 우리 시대의 맥락과 무관하게 경직된 의미로 해석되는 교회의 십계 독법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우리 시대의 현실적인 고민거리들을 십계의 항목 하나하나와 새롭게 대면시켜 재해석하는 일, 그것이 바로 이 책 전체를 꿰뚫는 저자들의 문제의식이다.
작가 소개
저 : 김진호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했으며,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민중 신학자 안병무로부터 신학을 배웠다. 한국신학연구소에서 연구원, '당대비평' 편집주간을 거쳐, 안병무 선생이 설립한 '한백교회'의 담임 목사를 지냈다. 현재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이다. 민중신학자로서 한국 교회와 사회에 대한 신학적, 문화적 비평의 글을 써 왔으며, 인권연대가 수여하는 “올해의 종교인권상”(2011)을 수상했다.
2004년 2월 '당대비평'이 펴내는 단행본 시리즈 '당비생각' 첫번째 권인 『우리 안의 이분법』에 '낯설음에 대한 은폐된 폭력'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한 바 있으며, 같은 해 9월에는 김선일씨의 죽음을 출발점으로 테러리즘과 평화에 대한 성찰들을 담아낸 '당대비평' 특별호 『아부 그라이브에서 김선일까지』에 '테러리즘, 복수의 정치학, 그리고 거래되는 고통'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저서로는 한국신학연구송에서 발간한 『함께 읽는 구약성서(공저)』와 『함께 읽는 신약성서』, 『실천적 그리스도교를 위하여』, 『예수 르네상스 : 역사의 예수 연구의 새로운 지평』, 『예수 역사학 : 예수로 예수를 넘기 위하여』, 『반신학의 미소』,『리부팅 바울』등이 있다.
저 : 이찬수
서강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불교학과 신학으로 각각 석사학위를, 비교종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강남대학교 교수, 일본 WCRP평화연구소 객원연구원 등을 지냈고, 현재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종교로 세계 읽기』, 『한국 그리스도교 비평』, 『일본정신』, 『불교와 그리스도교 깊이에서 만나다』 외 다수의 책을 썼고, 『절대 그 이후』, 『화엄철학』 등의 책을 번역했다. 종교철학에 기반을 둔 평화인문학의 심화와 확장을 연구 과제로 삼고 있다.
저 : 백소영
1996년 어느 늦가을, 낯선 미국 땅 하버드 옌칭 도서관 한국관 지하의 어둡고 축축한 한 구석에 뭉텅이로 쌓여있던 먼지 가득한 모습의 「성서조선」을 만나 김교신의 벗이 되었다. ‘공동체로서의 교회’에 학문적 관심을 가지다가 김교신과 한국 무교회를 접했고 이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화여자대학교(BA, MA)와 미국 보스턴대학교(Th. D)에서 기독교 사회윤리학을 공부했으며 이화인문과학원 HK연구교수(2007~2013)를 거쳐 현재는 이화여자대학교 기독교학과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최근 성경으로 보는 ‘사람 사는’ 이야기 3부작 중 첫 권《삶, 그 은총의 바다》를 출간했으며 ‘한국교회가 무교회로부터 배워야 할 것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우리의 사랑이 의롭기 위하여》와 《세상을 욕망하는 경건한 신자들》, 《교회를 교회되게》, 《엄마되기, 아프거나 미치거나》 [증보개정판 《엄마되기 힐링과 킬링 사이》, 《드라마틱-예수와 함께 보는 드라마》, 《인터뷰 on 예수》 등의 단행본과 《사회적 영성: 세월호 이후에도 ‘삶’은 가능한가》, 《왜 눈 떠야할까; 신앙을 축제로 이끄는 열여섯 마당》 외 다수의 공저가 있다. <기독교와 세계> <현대문화와 기독교> <종교와 문화> 등의 대학 교양강좌, 저서 주제를 중심으로 한 교회 및 시민단체 대중특강, 그리고 <크리스천 나우> <성경사랑방> 등 매체를 통해 기독교적 세계관과 윤리 의식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저 : 이상철
시카고 신학대학원에서 ‘레비나스와 데리다의 타자의 윤리’를 주제로 논문을 써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백교회(기독교장로회) 담임목사이며, 한신대에서 ‘기독교와 인문학’ ‘기독교윤리학’을 가르치고 있다. ‘인문학밴드: 대구와 카레’ 회원이며,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가 발행하는 웹진 ‘제3시대’ 편집주간이다. 『탈경계의 신학』을 썼으며, 『촛불 민주화 시대의 그리스도인』 『남겨진 자들의 신학』 『헤아려본 세월』 등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저 : 유승태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상임연구원.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기독교윤리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작은교회운동’과 사회적 경제의 친밀성을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신대 사회혁신대학원에서 사회적 경제 석사과정을 이수했다. 학교 밖 청소년의 사회적 배제(노동 배제)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 연구 및 영국 런던 이주민 지역의 사회적 기업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현재 신학 연구자이자 성남시 마을 활동가로 활동 중이다.
저 : 김희선
한국기독교장로회 목사. 이화여대 학부 및 대학원, 미국 시카고 개릿 신학대학원에서 목회상담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과 한국의 기독교/목회상담학회의 공인목회상담가로서 이화여대에서 가르치고 상담하는 일을 한다. 여성과 아동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이에 대한 종교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주요 연구 주제다. Korean Resources for Pastoral Theology: Dance of Han, Jeong, and Salim(PickWick Publications, 2013, 공저), 『위험사회와 여성신학』 등을 썼다.
저 : 김나미
스펠만대에서 종교학을 가르치고 있다. 최근 저서로는 The Gendered Politics of the Korean Protestant Right: Hegemonic Masculinity(Palgrave Macmillan, 2016)가 있다.
저 : 정용택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상임연구원. 한신대 신학과에서 기독교사회윤리학을 공부하며 박사과정을 지냈다. 민중신학 연구자로서 사회적 고통에 관심을 갖고 급진적 신학담론과 비판적 사회이론 간의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
저 : 홍정호
신반포감리교회 담임목사. 감리교신학대를 졸업하고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및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연세대 신과대학/연합신학대학원 객원교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신학위원, 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전문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종교개혁 500년, 이후 신학』 『촛불 민주화 시대의 그리스도인』 등에 공저자로 참여했으며 몇 편의 신학 논문을 썼다.
저 : 이숙진
한국여성신학회 회장. 이화여대 문학박사. 이화여대 초빙교수. 종교와 페미니즘, 여성신학, 기독교 여성윤리, 여성인권 등을 강의했다. 『한국기독교와 여성 정체성』을 썼으며, 『당신들의 신국』 『종교는 돈을 어떻게 가르치는가?』 『미디어와 여성신학』 『21세기 자본주의와 대안적 세계화』 등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목 차
1계명 다른 신을 섬기지 못한다
‘신이 하나’라는 말에 대한 범재신론적 해석 │ 이찬수
2계명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못한다
신의 이름을 둘러싼 전통, 상상, 그리고 진실 │ 이상철
3계명 안식일을 거룩히 지내라
체제의 분할 전략을 넘어서: 안식일 정신과 기본소득운동 │ 유승태
4계명 네 부모를 공경하라
부모 공경의 계명과 아동 학대 │ 김희선
5계명 살인하지 말라
서바이벌의 체계를 척결하라: 사회적 타살로서의 자살에 관하여 │ 김진호
6계명 간음하지 말라
이성애 가부장제 없이는 불가능한 간음 제도 │ 김나미
7계명 도둑질하지 말라
악마는 뒤처진 자부터 잡는다 │ 정용택
8계명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
살리는 말의 주인이 되라: 말이 말 같지 않은 시대의 말에 관하여 │ 홍정호
9계명 남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
가부장제로부터 성과 사랑을 해방하라 │ 백소영
10계명 이웃의 소유를 탐하지 말라
탐욕의 다수결인 시대, 우리 안의 탐욕 │ 이숙진
보론 역사로서의 십계명 /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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