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사주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먼저 역(易)에 대한 기본 지식을 알아야 한다. 동양에서는 세상의 시작을 태극(太極)으로 보기 때문이다. 태극에서 음양(陰陽)이 나왔고, 음양이 사상(四象)으로, 사상은 다시 팔괘(八卦)로 분화 발전되었다. 음양과 사상의 조화로 오행(五行)이 생성되고, 이 오행이 재차 음양으로 나뉘니 10개의 천간(天干)이 만들어진다. 천간은 하늘의 기운으로 늘 움직이면서 어떤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천원(天元)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천간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터전이 되어주는 것이 지지(地支)인데, 지지는 두 개가 더 있으므로 12개가 된다. 지원(地元)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각각의 지지는 지장간이라고 해서 그 안에 다시 천간을 내포하고 있다. 인원(人元)이라고도 한다. 즉 천지인 삼재(三才)의 원리가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천간 10개와 지지 12개의 조합으로 60甲子가 도출되어 나오는데, 이 60甲子를 연월일시 4기둥에 분포하면 소위 사주팔자(四柱八字)가 만들어진다. 사주팔자에서 일간(日干)을 주인공으로 하고, 월지(月支)를 일간의 기본 무대인 공간과 시간의 좌표로 삼은 후, 월지를 포함한 나머지 간지들과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생극제화(生剋制化)를 가지고 한 사람의 명(命)을 추론하는 것이 사주학이다.
사주팔자를 추론하는 간명법(看命法)은 상당히 많다. 그 중에서『자평진전』은 주인공인 일간과, 사주의 무대인 월지의 관계를 사주 분석의 기본 틀로 한다. 일간과 월지의 생극제화에서 도출되는 십신(十神: 비식재관인比食財官印)을 사주의 격(格)이자 용신(用神)으로 정한 후, 그 기본 틀 안에서 다른 간지들과 관계에서 일어나는 작용과 변화를 살핀다. 그리고 그 작용과 변화의 강(强)약(弱)과 유정(有情)무정(無情), 유력(有力)무력(無力)을 보아 해당 사주의 빈부(貧富)와 귀천(貴賤)을 정한다. 사주 분석의 기법이 간단명료하여 십신에 대해서만 제대로 알고 있어도 쉽게 사주를 풀이할 수 있다. 운(運)을 보는 법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듯 자평의 간명법이 쉬우면서도 정확한데 어찌된 일인지 상당히 곡해되어 알려진 면이 많다. 월지를 기준으로 격국과 용신을 정해야 하는 것이 기본인데, “용신”을 일간의 강약을 보전해 주는 다른 십신으로 보는 데서 잘못이 비롯된 듯하다.
이 책『자평진전 평해』는 기본적으로 심효첨의『자평진전』원전을 번역한 책이다. 따라서 원문은 한글 독음을 달아서 모두 실었고, 그 밑에 번역문을 달았다. 원문을 쉽게 이해하도록 약간 의역을 한 부분도 있지만, 원문의 뜻을 거스리거나 누락한 곳은 없다. 그리고 해당 원문의 번역글 밑에 「평해」를 달아 원문의 뜻을 보충 해설했다. 「평해」에는 원문의 내용뿐만 아니라 역(易)의 기본 지식과, 사주를 공부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 지식들을 실었다. 즉, 하도(河圖), 오행의 성정(性情)과 오상(五常), 10천간과 12지지의 자의(字義), 60甲子와 공망(空亡), 납음(納音)오행, 월두법(月頭法)과 시두법(時頭法), 천간합(天干合)의 생성원리, 형충파해합(刑沖破解合)의 생성원리와 적용방법, 대운(大運)의 원리, 등의 내용을 가능하면 이해하기 쉽고 외우기 쉬운 방법을 제시하면서 기술했다. 그리고 목차에는 빠져 있지만, 사주에 필요한 지식들을 책 중간 중간에 첨부했다. 서낙오의 「평주」를 그대로 기술하지는 않았지만, 내용은 전부 참고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서 실었다. 「평주」의 내용이 원문이나 역해자의 의견과 다르면 그 뜻도 밝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번역에서든 「평해」에서든, 해당 내용에 대해 입체적으로 연상하면서 이해할 수 있도록 명조(命造)로 표시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을 예를 들어 해설했다. 예시 명조들은 원문이나 「평주」 및 다른 고서(古書)에서 끌어다 쓴 것도 있고, 역해자가 임의로 만든 것도 있다. 그리고 역해자 나름의 세밀한 사주 분석법과 대운의 적용법까지 모두 기술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사주의 기초부터 실전풀이 능력까지 어느 정도는 갖추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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