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법정스님의 무소유는 ‘버리고 떠나고 나누기’이다
법정스님 입적 12주기 추모 출간
법정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 무소유』의 작가 정찬주가 스님의 수행처를 직접 순례하며 써 내려간 또 다른 가르침의 기록. 작가는 법정스님의 재가제자임과 동시에, 1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국 곳곳의 암자와 절을 찾아다닌 암자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법정스님이 남긴 자취를 따라 걸으며 아직도 우리 가슴에 그리움의 대상으로 남아있는 스님의 향기로운 영혼의 목소리를 전해준다.
이 책에는 법정스님이 걸어온 길을 그대로 돌아보려는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는 법정스님의 고향인 해남 우수영으로 향할 때는 스님이 출가하던 날 그랬던 것처럼 일부러 눈이 오는 날을 택하기도 하고, 수행자로서 법정스님이 가장 원숙했던 불일암을 찾아서는 스님이 여전히 옆에 계시는 것 같아 스님이 사용하시던 앞문을 사용하지 못하고 부엌문으로 드나들기도 한다.
이처럼 작가는 스님이 머물렀던 모든 수행처를 경건하게 순례하며 ‘무소유’로 대표되는 그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그는 각 장소에 남아 있는 스님의 흔적을 문장 속에서 생생하게 재현해내며, 이를 통해 스님이 몸소 체화했던 무소유 사상의 성립부터 완성까지의 전 과정을 낱낱이 그린다. 이 책에서 펼쳐지는 법정스님의 ‘구도의 길’은 여전히 많은 것을 놓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귀중한 가르침을 전한다.
(이 책은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열림원, 2011)의 개정판입니다.)
낮은 걸음으로 순례하는 법정스님의 수행처
‘무소유’의 길을 걸어온 스님의 자취를 따라 걷는 영혼의 여정
정찬주 작가는 대원사를 찾아 법정스님의 속가 조카인 현장스님을 만나 이 책에 대한 영감을 떠올렸다. 작가와 현장스님 모두 법정스님께서 수행했던 암자와 절을 순례하며 글을 써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공감대를 가졌던 것이다. 실제로 정찬주 작가는 스님과 도타운 인연을 맺어온 재가제자이기도 하지만, 10여 년이 넘게 한 달에 한 번 혹은 일주일에 한 번 암자나 절을 찾는 암자 전문가이기도 했다. 작가는 곧바로 작은 카메라와 수첩 하나만을 들고 법정스님의 수행처를 고스란히 순례하기 시작했다. 법정스님의 제자인 상좌 스님들과도 이미 친분이 두터웠지만,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법정스님의 흔적이 새겨진 수행처들을 찾았다. 법정스님의 고향인 해남 우수영으로 향할 때는 스님이 출가하던 날 그랬던 것처럼 일부러 눈이 오는 날을 택하기도 하고, 수행자로서 법정스님이 가장 원숙했던 불일암을 찾아서는 스님이 여전히 옆에 계시는 것 같아 스님이 사용하시던 앞문을 사용하지 못하고 부엌문으로 드나들기도 한다.
진도 쌍계사에서는 스님이 쌍계사로 수학여행을 왔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미래사 눌암에서는 효봉스님을 스승으로 모시던 행자 시절의 스님의 모습을 엿보게 한다. 또 가야산 해인사에서는 문재로서의 스님의 흔적을 더듬고, 봉은사 다래헌에서는 일부 몰지각한 신도들의 ‘봉은사 땅 밟기’를 떠올리며 스님의 마음처럼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쌍계사 탑전에서는 법정스님이 앓아누웠을 때 80리 길을 걸어 약을 구해 왔던 도반 스님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진정한 도반이란 무엇인가 되돌아보게 한다. 또 강원도 오두막 수류산방을 생각하며 산중에서 홀로 묵묵히 정진하셨던 법정스님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길상사를 찾았을 때는 스님이 영화 「서편제」를 보고 나서 속가의 여동생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던 기억을 떠올린다. 이러한 작가의 조용하고 차분한 순례길이 여전히 법정스님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더디지만 실로 놀라운 반향을 일으킨다.
법정스님의 자기다운 영혼을 찾아가는 구도의 길
작가 정찬주의 순례는 ‘자기다운 영혼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법정스님은 최소한의 것으로 단순하게 사는 것이 곧 수행자로서 지향해야 할 무소유의 삶이며, 나아가 “나도 없는데 하물며 내 것이 어디 있겠느냐”며 무소유만이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일이라고 했다. 작가는 스님의 체취가 남아 있는 수행처를 느린 걸음으로 순례하면서, 또 스님의 가르침을 다시 한번 되짚으면서 ‘자기다운 영혼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끊임없이 궁구한다.
법정스님이 쌍계사 탑전 시절 걸레 하나를 짜더라도 힘껏 비틀어서는 안 된다는 소소하지만 위엄 있는 깨달음을 얻었던 것처럼, 작가는 법정스님의 흔적을 나지막이 좇음으로써 독자들을 자신만의 영혼을 찾아가는, 혹은 자신만의 꽃을 피워가는 구도의 길로 안내한다.
아울러 독자들은 작가 정찬주가 안내하는 이 순례의 길을 통해 법정스님의 무소유 사상의 근원과 그것이 어떻게 스스로의 삶으로 용해될 수 있는지를 체험할 수 있다. 또한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심지어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물신주의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때론 엄한 할 같기도 하고, 때론 고요하고 은밀한 비밀 같기도 한 법정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영혼을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하고 귀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정찬주
오랜 기간, 불교적 사유가 배어 있는 명상적 산문과 소설을 발표해온 정찬주는 1953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현재는 화순의 계당산 산자락에서 살고 있다. 그는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고, 이후 서울에서 계속 글을 발표해오다가 자연을 스승 삼아 ‘진정한 나’로 돌아가기 위해 수십 년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산중에 집을 지어 낙향했다. 법정스님은 그를 재가제자로 받아들여 ‘무염無染’이란 법명을 내렸고, 수불스님은 ‘벽록碧綠’이란 호를 주었다. 산중에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는 농부처럼 자연의 섭리를 좇고자 하는 그의 바람은 ‘솔바람에 귀를 씻어 진리를 이룬 뒤 세상 사람들의 소리를 다 들어준다’는 뜻의 ‘이불재耳佛齋’라는 집 이름에 담겨 있다.
저서로는 장편소설 『천강에 비친 달』 『산은 산 물은 물』 『가야산 정진불』 『인연』 『소설 김지장』 『니르바나의 미소』 『만행』 『대백제왕』 『야반삼경에 촛불춤을 추어라』 『소설 정약용』, 대하소설 『이순신의 7년』과 산문집 『불국기행』 『부처님 8대 인연 이야기』 『크게 죽어야 크게 산다』 『자기를 속이지 말라』 『법정스님 무소유, 산에서 만나다』 『암자로 가는 길』 『선방 가는 길』 『돈황 가는 길』 『정찬주의 茶人기행』 『법정스님의 뒷모습』, 어른을 위한 동화 『마음을 담
는 그릇』 『바보동자』 『눈부처』 등이 있다. 행원문학상, 동국문학상, 화쟁문화대상, 류주현문학상을 수상했다.
목 차
서문- 스님의 무소유는 ‘버리고 떠나고 나누기’
1. 송광사 불일암에서
대나무 그림자처럼, 달빛처럼 살아라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마라
모란은 모란이고 장미꽃은 장미꽃이다
홀로 마신즉 그 향기와 맛이 신기롭더라
단순하고 간소하게 살아라
2. 해남 우수영에서
버려야만 걸림 없는 자유를 얻는다
3. 진도 쌍계사에서
필연은 우연이란 가면을 쓰고 손짓한다
4. 미래사 눌암에서
백 가지 지혜가 하나의 무심만 못하다
동으로 흘러가는 저 물을 보라
5. 쌍계사 탑전에서
걸레라도 힘껏 비틀지 마라
진정한 도반은 내 영혼의 얼굴이다
6. 가야산 해인사에서
흰 구름 걷히면 청산이라네
펜대를 바로 세운 이는 법정스님뿐이다
7. 봉은사 다래헌에서
누구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간다
8. 강원도 오두막 수류산방에서
웬 중인고, 내가 많이 늙어버렸네!
9. 길상사에서
나쁜 말 하지 말고, 나쁜 것 보지 말고, 나쁜 말 듣지 말라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베푼 것만이 진정으로 내 것이 된다
침묵에 귀 기울이라
한반도에 다시 오시어 못다 한 일들 이루소서
추천의 말- ‘무소유 성지순례길’의 길벗이 되기를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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