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미국 고전학자 겸 비교종교학자 엘리 에드워드 베리스는 고대 로마 종교의 원시요소들을 발견하려는 연구를 최초로 시도했다고 자부한다. 그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작성된 많은 고문헌을 탐독하여 발견한 진기하고 흥미로운 사실들을 근거로 이 원시요소들을 고증한다. 터부, 주술, 정령들로 집약되는 이 원시요소들은, 베리스가 신중하게 주장하듯이, 대체로 발달한 여타 종교에서도 발견될 수 있는 공통요소들이다. 그는 “여느 인간종족의 종교를 파악하려는 연구도 바로 그런 원시적 공통요소들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고 제안한다.
이러한 원시요소들은 다양하게 종교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주술은 터부와 정령들을 연결시키는 핵심기제로 모든 종교에 잔존하고 있다. 그것이 즉 의례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현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여러가지 터부와 주술 정령들에 관한 연구를 통해서 이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종교는 계속해서 발전하였지만 주술은 여러가지 이유로 박해를 받았고, 행해지지 못하도록 탄압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흑기인 종교시대에부터 미신으로 치부된 주술은 현대에도 문명세계의 종교들과 야생세계의 원시종교들뿐 아니라 현대의 “첨단”과학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건재하고 있음을 우리는 여러가지 사실들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어떻게 이렇게 주술은 끈질긴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까?
종교시대와 과학시대에 미신으로 치부된 마법, 요술, 사술, 마술(흑마술黑魔術과 백마술白魔術) 따위는 주술의 별명들이었고, 마력魔力과 요기妖氣는 주력呪力(마나)의 별명들이었으며, 무녀(무당), 마녀(요녀), 마법사(마남), 마술사 같은 호칭들은 성직자(랍비, 사제, 목사, 율법사, 승려)와 차별화된 주술사의 별칭들이었다. 유럽에서는 종교가 주술을 미신으로 간주하여 청산하려고 아무리 잔혹한 마녀사냥과 종교재판을 자행했어도 그럴수록 종교는 오히려 미신을 더 흡사하게 닮아가다가 기복신앙으로 변질되어 종교개혁을 당한 반면에, 주술은 문예와 연금술에서 활로를 되찾거나, 오히려 문예와 연금술을 부흥시켜서 옛 위력을 서서히 회복했다. 민간에서도 주술이 비록 마녀들의 동굴이나 부엌 같은 음지들로 떠밀렸을망정 온갖 유령과 잡귀의 존재를 가정하거나 믿는 갖가지 점술과 비밀의례의 형태로 암약하거나 행세하면서 유유히 전래되었다. 멀리 조선에서도 유교가 불교와 주술(무속신앙 또는 토속신앙)을 싸잡아 미신으로 간주하여 심하게 억압했지만 불교와 주술은 결코 사멸하지 않았고 때로는 서로 영합하면서 기복신앙의 형태로 민간에 면면히 존속했다.
우리는 미신이나 주술 또는 종교의 원시적인 요소들을 현대의 우리 사회에서도 볼 수 있다. 게다가 현대사회에서 다양하게 진행되는 민간축제들은 여전히 그 기반이 주술에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이러한 원시종교적 요소들이 어떻게 발전해 나왔는지 살펴보게 된다. 그래서 현재에도 존재하고 있는 이들 종교의 원시적인 요소들의 근본적인 모습을 제대로 파악하고,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있으며, 그 근원적인 모습은 어떠한지 살펴본다. 그것은 현대 종교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의 인간 심리를 파악하는데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엘리 에드워드 베리스 Eli Edward Burriss(1891~1950)
미국 고전학자 겸 비교종교학자 엘리 에드워드 베리스는 1922년 논문 「코르시카 섬의 세네카Seneca in Corsica」를 뉴욕 대학교New York University에 제출하여 철학박사학위를 받았고, 같은 대학교 워싱턴 스퀘어 칼리지Washington Square College의 고전학과에서 조교수로 재직했다. 「로마 제국 일상 속의 여자들Women in the Days of the Empire」(1923),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고전교양The Classical Culture of Robert Louis Stevenson」(1925), 「퍼시 비쉬 셸리의 고전교양The Classical Culture of Percy Bysshe Shelley」(1926), 「로마 종교에서 발견되는 주술의 몇 가지 잔재Some Survivals of Magic in Roman Religion」(1928), 「티불루스의 비가悲歌들에 반영된 그의 종교생활The Religious Life of Tibullus as Reflected in His Elegies」(1929), 「터부의 본성과 로마 생활에 남은 터부의 잔재The Nature of Taboo and Its Survival in Roman Life」(1929), 「로마 기도문들의 주술요소들The Magical Elements in Roman Prayers」(1930), 「로마인들의 불(火)사용법과 불(火)숭배의례The Use and Worship of Fire among the Romans」(1930), 「라틴문학에 묘사된 미신에서 개(犬)가 차지하는 위상The Place of the Dog in Superstition as Revealed in Latin Literature」(1935), 「마법용어The Terminology of Witchcraft」(1936) 같은 논문들을 집필했고, 『현대 라틴어와 그리스어Latin and Greek in Current Use』(1939)를 공저했다.
옮긴이 : 김성균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학사학위와 석사학위를 받았다. 「헤겔의 변증법적 이성과 인정투쟁이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과 「서구 자본주의 욕망에 대한 제3세계의 강박적 욕망과 그 전망」 같은 논문들과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그래서 누가 더 많이 돌았는가?」, 「신을 죽인 자의 행로는 왜 쓸쓸했는가?」, 「적대적 비판에 대한 고독한 냉소」 같은 메타비평들을 썼고, 『유한계급론』, 『자유주의의 본질』, 『테네시 윌리엄스』, 『바바리안의 유럽 침략』, 『군중심리』, 『군중행동』, 『니체 자서전: 나의 여동생과 나』,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은 자들의 공동체』, 『자살클럽』, 『자본주의와 노예제도』, 『니체 귀족적 급진주의』, 『낙관하지 않는 희망』, 『쇼펜하우어 평전』, 『문학 이벤트』 같은 책들을 번역했다.
목 차
서문 8
제1장 마나, 주술, 애니미즘(정령신앙) 12
1. 원시인의 심성 12
2. 긍정적 마나와 부정적 마나 21
3. 주술 25
4. 애니미즘 27
제2장 긍정적 마나와 부정적 마나(터부) 37
1. 피 39
2. 여자 59
3. 어린이 65
4. 죽음과 시체 91
5. 가죽 97
6. 날짜들 99
제3장 다종다양한 터부들 104
1. 섹스 104
2. 남자 115
3. 외지인 117
4. 노예 122
5. 아마포와 모직물 125
6. 매듭 132
7. 쇠와 청동 138
8. 장소들 143
제4장 주술행위들: 일반원리들 148
제5장 해악퇴치용 주술행위들 167
1. 물과 불을 사용하여 위험한 접촉의 해악들을 퇴치하려는
주술행위들 174
2. 청소의례와 타격의례 179
3. 주술동그라미 그리기 189
4. 춤과 희생양 195
제6장 주문과 기도 200
1. 명령기도 204
2. 영송기도 205
3. 저음기도 206
4. 반복기도 208
5. 신을 호칭하는 발음과 기도하는 발음의 정확성 209
6. 타인을 가해하려는 기도 211
7. 신과 무관한 기도 214
제7장 자연신앙과 애니미즘(정령신앙) 216
1. 암석숭배 217
2. 나무와 숲 223
3. 물 234
4. 불 248
번역자 후기 262
찾아보기 286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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