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알 듯 말 듯 엇갈려 온 우리 사이
언젠가는 닿을 수 있을까?
김민령 작가의 『누군가의 마음』이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 일곱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같은 반에 있는 남자아이들에게 번갈아 가며 고백을 하는 강메리와 이를 지켜보는 주인공 ‘나’의 이야기가 담긴 「누군가의 마음」, 전학을 간 모은이에게 벌어진 기이한 일을 다룬 「창가 앞에서 두 번째 자리」가 한 권에 묶였다. 작가 김민령은 겉으로는 무심하고 덤덤한 듯 보이지만, 외롭고 어두운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청소년의 내면을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해 낸다. 일러스트레이터 파이의 아름답고 감각적인 그림은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작품에 매력을 더한다.
강메리, 너의 마음은 어떤 거니?
표제작 「누군가의 마음」은 고등학교 1학년인 고재영의 시선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주인공 고재영은 교실에서 아무런 존재감이 없는 아이다. 비를 흠뻑 맞은 채 교실에 들어서도, 형이 죽은 뒤 열흘이나 학교에 빠졌어도 아이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 재영은 그 까닭이 자신의 어두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불운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으니까. 그런 어둠을 일부러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라는(27면) 재영의 독백이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한편, 원래는 고재영처럼 눈에 띄지 않던 아이 강메리가 같은 반 남자아이들에게 차례로 고백을 하면서 교실 안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이제 고백을 듣지 못한 아이는 단 두 명뿐인데, 그중 한 명이 바로 고재영이다. 작가 김민령은 강메리와 고재영 사이에 뜻밖의 인연이 있음을 서서히 드러내면서 소외된 아이들의 고독한 마음을 들려준다.
학교에서 메리는 늘 다른 세상에 가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편의점의 환한 불빛 아래 파란 조끼를 입고 있는 메리는 나와 같은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 같았다. 하지만 나는 교실에 앉아 꿈을 꾸고 있는 듯한 메리가 더 보기 좋았다. 그럴 때 메리에게는 자기만의 특별한 우주가 있는 것 같았으니까.
메리가 사는 우주에 한번 들어가 볼 수 있다면. 다 그렇고 그런 슬픈 이야기다. ―본문 41면
언제나 혼자인 내성적인 아이들
「창가 앞에서 두 번째 자리」의 주인공 모은이는 이제 막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왔다. 잔뜩 긴장한 모은이에게 같은 반의 애나가 먼저 다가오고 둘은 금세 가까워진다. 그런데 모은이는 어딘지 모르게 애나가 낯설다. 작품의 마지막에 드러나는 충격적인 반전은 독자로 하여금 힘들었을 모은이의 마음을 되돌아보게 한다.
작가 김민령이 담담한 문체로 차분하게 써 내려가는 이야기를 곰곰 들여다보면, 늘 혼자 지내는 내성적인 아이들의 속내가 오롯이 담겨 있다. 소외된 아이들을 향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 무심해 보이는 얼굴 뒤에 숨은 청소년의 고민과 슬픔이 투명하게 빛나며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동화에서 소설로 가는 징검다리
책과 멀어진 친구들을 위한 마중물 독서, 소설의 첫 만남
‘소설의 첫 만남’은 문학적으로 뛰어난 단편소설에 풍성한 일러스트를 더한 새로운 소설 읽기 시리즈이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100면 이내의 짧은 분량, 매력적인 삽화를 통해 책 읽기를 낯설어하는 독자들도 동시대의 좋은 작품에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이끈다. 특히 청소년의 독서력 양극화가 나날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학교 현장의 교사들과 학부모들로부터 “이런 책을 기다려 왔다”는 호평을 받았다. 책 읽기를 포기한 ‘독포자’들에게 다시 한번 책과 가까워지고 문학을 좋아하게 될 기회를 제공하고, 동화에서 읽기를 멈춘 아이들에게는 소설로 나아가는 징검다리가 되어 줄 것이다. 깊은 샘에서 펌프로 물을 퍼 올리려면 위에서 한 바가지의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는 문학과 점점 멀어진 이들이 다시금 책과 가까워질 수 있게끔 돕는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우리의 독서 문화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첫 만남은 언제나 가슴 설레는 일이다. 단편소설을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하는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를 통해 책 읽기의 즐거움을 한껏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 안찬수(시인,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상임이사)
어릴 적에는 부모님께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어 달라고 조르던 아이들이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이제 책 읽기가 싫다고 말한다.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시금 이야기에 빠져드는 재미와 기쁨을 전한다. - 최은영(경기 운중중 국어교사)
몇 해 전부터는 학교 현장에서 소설 한 편 읽기를 하고 나면, 이렇게 긴 글은 처음 읽어 봤다는 반응이 나온다. ‘소설의 첫 만남’이 동화에서 소설로 향하는 가교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 - 서덕희(경기 광교고 국어교사)
문학은 힘들고 지칠 때 위로를 건네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지혜를 전하며, 다양한 삶의 가치를 일깨워 주는 보물이라고 믿는다. 우리 학생들이 재미있게 책 읽는 풍경을 기대하며 마음이 설렌다. - 신병준(경기 삼괴중 국어교사)
작가 소개
저 : 김민령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양대 국문학과를 졸업했고, 인하대에서 아동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200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작은 집 이야기」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제2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평론부문을 수상했다.
그림 : 파이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입니다. 여러 사보와 포스터, 음악 앨범 등에 그림을 실었습니다. 그동안 표지를 그린 책으로 『샹들리에』 『이상한 동거』 『그 여름의 크리스마스』 등이 있습니다.
목 차
창가 앞에서 두 번째 자리
작가의 말
추천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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