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문명과 단절된 인간의 생존과 개척, 진정한 근대소설의 효시 『로빈슨 크루소』
『로빈슨 크루소』는 그 이전까지의 소설들과 달리, 작가 대니얼 디포가 실제로 살았던 시대가 배경이며, 이야기도 지극히 사실적이다. 그래서 『로빈슨 크루소』를 진정한 소설의 효시로 보는 학자들이 아주 많다. 하지만 『로빈슨 크루소』가 그런 이유로만 고전으로 불리는 것은 아니다. 이 소설은 우선 재미있다.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계속 이어지면서 읽는 이를 몰입하게 만든다. 그런데 또한 재미만으로 고전이 될 수는 없다.
『로빈슨 크루소』는 무엇보다 모험소설이다. 사람에게는 본능적으로 모험심이 있다. 미지의 곳에 가서 뭔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 속에서라도 낯선 곳에서 온갖 모험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가슴 두근거리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로빈슨 크루소』는 사람들 속에 들어 있는 그 모험 본능을 자극하는 소설이다.
작품의 주인공 로빈슨 크루소는 아버지의 간곡한 충고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배를 타고 멀리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안온한 삶보다는 앞날을 알 수 없는 모험에 몸을 맡기고 싶어 한다. 목적도 없다. 그냥 바다로 가고 싶다는 순수한 욕망뿐이다. 이 충동 때문에 몇 차례나 항해에 나선 로빈슨 크루소는 난파를 겪기도 하고 해적에게 사로잡혀 노예 생활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마침내 브라질에 정착해 농장을 경영하며 안정된 삶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한 번만 노예무역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자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결국 다시 항해에 나선다. 그리고 이번에는 배가 난파하여 모두 죽고 혼자 무인도에 살아남은 가장 암담한 상황에 맞닥뜨리고 만다.
무인도에서 로빈슨 크루소는 엄청난 생존력을 발휘하여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면서 훌륭히 살아낸다. 그리고 마침내 28년 2개월 19일 만에 문명 세계로 귀환한다. 요컨대 『로빈슨 크루소』는 문명과 결별하여 자연과 홀로 대결을 벌이는 인간의 모험과 개척과 생존을 그리는 모든 작품의 원형인 셈이다.
한편 『로빈슨 크루소』는 단순한 모험소설에만 그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연구를 통해 밝혀냈듯이 『로빈슨 크루소』에는 서구인의 식민지 경영 이념이 들어 있으며, 근대 개인주의 경제 개념도 들어 있다. 또한 기독교적 종교소설이나, 청교도 정신을 구현한 소설로도 읽을 수 있다. 말하자면 18세기 유럽인, 특히 식민지 경영에 열중했던 영국인의 보편적인 사고를 이 한 작품에 응집시켜놓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의미 있는 소설이지만, 바로 그 때문에 많은 사람의 반감을 사거나 비판을 받기도 한다.
작가 소개
저 : 대니얼 디포
Daniel Defoe
영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인 대니얼 디포. 1660년 영국 런던 근교의 세인트 질에서 양초 제조업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14세에 비국교도 학교에 입학하여 신학, 역사, 외국어, 지리, 과학, 도덕 철학 등 다양한 교양을 쌓았다. 목사가 되려는 생각을 접고 23세에 메리야스 도매상을 시작으로 정육업, 담배, 목재, 포도주 등의 운송 및 수출입 교역업에 투자했다. 31세에 파산해 감옥에 잠시 투옥되었고, 이후 벽돌과 타일 제조업, 노예 무역업 등에 종사했으며, 이때의 경험이 『로빈슨 크루소』의 주요 소재가 되었다. 1698년 저술로는 최초인 『사업론』과, 국왕 윌리엄 3세를 옹호하는 운문집 『진정한 순종 영국인』을 출간했고, 국교회의 극단주의를 풍자한 『비국교도 처리의 지름길』을 출판하여 고위 성직자를 모독했다는 죄로 다시 투옥되었다. 그는 수많은 여행과 저널리스트 활동, 정치 활동, 상업과 사업, 무역업 등에 관여하며 다채로운 경험을 쌓고 이런 갖가지 인생 체험들을 신빙성 있는 문체로 묘사하는 데 아주 능한 사람이었다. 소유했던 토지가 법적 분규에 휘말리자 채무자들을 피해 다니다 71세의 나이에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59세에 발표한 『로빈슨 크루소』는 그의 대표작으로, 초판이 출간되자마자 큰 인기를 끈 이 작품은 불과 3개월 만에 한 번에 수천 부씩 6쇄까지 찍혀 나왔다고 한다. 이에 힘입어 그해 8월 속편 격인 『로빈슨 크루소의 더 많은 모험』, 이듬해 후속편 『로빈슨 크루소의 진지한 명상』이 출간되었다. 이언 와트는 「신빙성 있는 시간의 흐름, 신빙성 있는 시공간의 묘사,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마주할 수 있는 신빙성 있는 등장인물, 신빙성 있는 상황, 명료한 문체 등」 형식적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이 작품을 일컬어, 「근대 소설의 효시」로 보았다.
다른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몰 플랜더스』, 『잭 대령』, 『록사나』 등을 비롯하여, 영국에 부는 각종 돌풍과 폭풍에 관한 이야기 『폭풍』, 역사서 『대영 제국 합병사』, 가정생활에 필요한 지침들을 다룬 최초의 품행서 『가정의 교사』, 『완벽한 영국 신사』, 자서전 성격의 『명예와 정의에 바치는 호소』 등이 있다.
역 : 진형준
세계상상력센터 한국 회장. 홍익대학교 인문대학장, 한국문학번역원 원장 역임.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이며 교수이고 저술가다. 평론 『황석영론』,으로 문단에 데뷔하여 계간 「상상」을 창간하여 이끌었고, 홍대 불문과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아주 멀리 되돌아오는 길』, 『이미지』, 『성상파괴주의와 성상옹호주의』, 『프리메이슨 비밀의 역사』, 『신비주의의 위대한 선각자들』, 등 다수의 책을 쓰고 번역했다. 또한 한국문학번역원의 원장을 역임하며, 2005년 한국이 주빈국이었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주관,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러냈고, 세계작가들과 한국작가들의 교류 프로그램을 만들어 한국문학 및 한국문화의 세계화에도 기여했다. 홍익대학교 인문대학장을 역임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는 전형적인 인문학자의 길을 성실하게 걸어온 것 같다.
하지만 그런 한편으로 저자는 동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대학원에서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지난 10년간 강의를 해 왔고, 국제디자인 전문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에서 인문학도가 아닌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강의를 맡은 바 있다. 또 최근에는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의 간곡한 요청으로 예술계 종사자, 기업가, 건축가, 은행장, 유치원 원장, 공연기획자, 스타일리스트, 사진작가, 도서관장 등 다양한 분야에 현업으로 종사하는 이들을 위한 강의를 맡아 진행했다.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에게 이처럼 각계의 전문가들이 듣고자 했던 것은 바로 ‘상상력’! 세계상상력센터 한국 회장, 한국 상상력연구소 소장, 한국상상학회 회장, 상상원 원장 등 그의 이름 앞에 붙어 있는 이런 직함의 개수만큼이나 저자는 대한민국에서 상상력 연구 분야의 1인자로 인정받고 있다. 이와 같은 상상력 공부를 해나가다보니 그는 좁은 안목에서 벗어나 툭 터진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고, 그 결과 전공과는 꽤 멀리 떨어져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일들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기도 했고, 미술대학과 경영대학원에서, 또 여러 기업체의 간부들을 대상으로 ‘상상력과 창의성’을 강의하기도 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원장을 맡으며 그간 공부해온 상상력의 이론과 방법을 조직의 운영에 접목시켜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도 얻었다. 상상력의 가장 큰 특징이 넘나드는데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외국문학을 전공한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뼈저린 자기성찰과 반성을 피할 수 없었다. 상상력을 공부하면 할수록 서구 문화는 지구상의 여러 알록달록한 문화들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이 더욱 뚜렷하게 이해됐던 것이다. 그때부터 그는 동양의 고전들을 더 의도적으로 접하게 되었다. 틈틈이 동양의 고전신화인 산해경을 읽고 한문을 배우고 한시를 공부했다.
저자는 지난 30년간 상상력이라는 주제와 씨름해 왔고, 『상상적인 것의 인간학_질베르 뒤랑의 신화방법론 연구』, 『싫증주의 시대의 힘, 상상력』, 『상징적 상상력』, 『상상력의 과학과 철학』,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 『상상력 혁명』 등 상상력에 대한 책을 쓰고 번역해 왔다.
목 차
나 홀로 무인도에
일기
다시 태어난 삶
야만인들을 발견하다
프라이데이를 구해주다
섬에서 벗어나다
에필로그: 영국으로 돌아와서
『로빈슨 크루소』를 찾아서
『로빈슨 크루소』 바칼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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