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혼자 누운 밤,
몰래 들여다보게 되는 오싹하고 매혹적인 이야기
옛 신화를 보면 요괴나 마녀가 사람이 사는 동네에 아무렇지 않게 나타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떠돌아다니는 정령들과 어울리며 선한 미션을 수행하거나 악령의 저주에 맞서 모험을 펼치기도 했다. 별빛 대신 네온사인이 번쩍이게 되고 숲길을 아스팔트가 채우면서 요정이니 요괴니 하는 존재들은 살 곳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어쩌면 휴대폰, 티브이, 컴퓨터 게임 등에 눈을 빼앗기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과 직접 소통하는 능력이 퇴화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대신 우리는 영화나 소설, 만화를 통해 그들에 대한 상상을 줄기차게 소비하고 있다.
처녀귀신, 몽달귀신, 달걀귀신 등 우리나라 옛이야기에도 귀신들은 많이 등장한다. 그 많던 귀신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뱀파이어나 좀비, 늑대인간 등 매력적인 모습으로 재탄생해 스크린이며 브라운관을 활보하는 서양 귀신들에 비해 우리나라 귀신들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고 있는 것 아닐까? 우리의 얼을 담은 채 지금도 우리 이웃집, 우리 동네 뒷골목에서 떠돌고 있을 혼령은 서양 귀신이 아닌 우리 귀신일 텐데도 말이다.
귀신보다 무서운 현실을 견디고 있는 청춘들을 위하여
공포심은 가장 원초적인 감정 중 하나다. 우리 마음속 가장 나약하고 불안정한 곳에서 싹을 틔우는 감정이기도 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각 귀신들이 털어놓는 이야기 속에는 그 사회의 산 사람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 문제나 마음속 깊이 숨겨둔 어두운 감정이 고스란히 투영되는 경우가 많다.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 느끼는 죄책감, 불안감, 상실감, 억울함 등 부정적 감정이 온전히 해소되지 않을 때 귀신의 형태를 띠고 나타난다는 해석은 전 세계 공통이다. 그래서 귀신이 어디에서 출몰했느냐는 곧 그 사회의 어느 부분이 병들어 있는지를 알아보는 척도가 될 수 있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들에 대한 폭압이 제도화되어 있던 시절, 유난히 처녀 귀신 이야기가 많았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계부, 계모에 대한 양자 살인 사건이 많던 때는『장화 홍련』류의 귀신 이야기가 등장했다. 시부모에 대한 학대로 인해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른 며느리들의 속을 달래준 건, 죽은 며느리가 귀신이 되어 보복하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귀신 이야기는 이렇듯 한 사회의 비뚤어진 측면에 대한 일종의 경고장이기도 하고 억울한 사연을 지닌 사람의 분을 풀어주는 대리만족 기제이기도 했다. 그래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귀신 이야기야말로 지금의 현실을 가장 신랄하게 바라보는 작업일 수 있다.
특히나 청소년 시기에는 여러 가지 갈등을 겪게 된다. 학교괴담도 청소년기에 스스로 해소해내지 못하는 온갖 부정적 감정들이 응집된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학교나 가정에서 가해지는 폭력, 등수나 등급으로 가치가 매겨지는 교실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분투, 성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된 현실, 언제든 지하철로 몸을 던져버리고 싶은 어두운 충동 등……. 남에게 말하지 못할 아픔과 괴로움이 있는 곳, 귀신 이야기는 그런 곳에서 슬금슬금 자라난다. 말 못할 아픔에 공감하기 위해, 다섯 작가들은 오늘도 우리 곁에서 자기 이야기를 속닥이는 귀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기로 했다.
작가 소개
저 : 김태호
1972년 충남 대천에서 태어났다. 세종대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한겨레 SI 일러스트레이션 학교에서 그림책을 공부했다. 동화 「기다려!」로 제5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림책 『아빠 놀이터』를 쓰고 그렸으며, 『삐딱이를 찾아라』를 썼다. 단편동화집 『제후의 선택』으로 2016년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동화 『산을 엎는 비틀거인』으로 2017년 열린아동문학상을 받았다.
저 : 정명섭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던 서른 즈음, 갑자기 커피에 매료되어 바리스타의 길을 걸었다. 그 후 다시 글의 바다에 빠져들었다. 을지문덕과 온달처럼 섬광같이 나타났다 사라진 인물들에게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역사가 들려주는 잔혹하고 은밀한 뒷얘기들을 사랑한다. 2006년 을지문덕을 주인공으로 하는 역사추리소설『적패』1,2를 발표했다. 그리고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발간된 한국 추리스릴러 단편선 시리즈에 고구려를 배경으로 하는 단편 추리소설 시리즈인 『불의 살인』『빛의 살인』『혈의 살인』을 수록했다. 2009년에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 ‘오늘의 문학’ 코너에 단편『바람의 살인』을 발표했다. 2011년에는 종군기자 출신인 태상호 작가와 함께 밀리터리 스릴러『케이든 선』을 공동으로 집필했으며, 포털 사이트 다음에 SF 장편소설『그들이 세상을 지배할 때』를 연재했다. 이외 『조선 백성 실록 』,『조선의 명탐정들』등이 있다. 파주 출판도시에 있는 카페 인포떼끄에서 9년 동안 바리스타로 일하다 현재는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한국미스터리작가모임에서 활동 중이다.
저 : 임어진
성균관대학교에서 한국철학을 공부하고, 한겨레아동문학작가학교에서 동화를 배웠다. 월간 ‘어린이문학’에 '네 방망이 찾으러 오렴'을 발표하며 아동문학 작가의 길로 들어서서, 지금도 재미있게 이야기와 만나고 있다.
‘샘터상’과 ‘웅진주니어 문학상’ 대상을 받았고, 동화 『이야기 도둑』 『또도령 업고 세 고개』 『귀신이 곡할 집』(함께 씀) 『보리밭 두 동무』 『사라진 악보』 『이야기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델타의 아이들』 『설문대 할망』 그림책 『도깨비 잔치』 『손 없는 색시』 인물 이야기 『말과 글은 우리 얼굴이야』 청소년 연작소설집 『가족입니까』(함께 씀) 등을 썼다.
저 : 윤혜숙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작소설 창작 과정에 선정되었고, 한우리청소 년문학상을 수상했다. 동화 『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 『기적을 불러온 타자기』, 『나의 숲을 지켜 줘』, 청소년 소설 『뽀이들이 온다』, 『밤의 화사들』 등을 썼고, 『광장에 서다』, 『다시, 봄 봄』, 『여섯 개의 배낭』, 『내가 덕후라고?』, 『내가 없으면 좋겠어?』를 함께 썼다.
저 : 윤해연
2013년에 『오늘 떠든 사람 누구야?』로 비룡소문학상을 받았으며, 2014년에 『영웅이도 영웅이 필요해』로 눈높이아동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 지은 책으로 『우리 집에 코끼리가 산다』가 있다. 뛰어난 언어 감각과 삶에 대한 치열한 탐구로 문학의 경이를 맛볼 수 있는 작품을 써 낸다는 평가를 받으며 열심히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목 차
이웃집 구미호_윤해연
지박령 열차_김태호
소녀가 돌아올 때_임어진
재차의를 찾아서_정명섭
다섯 귀신의 사연을 엮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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