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소수자로 은유되는 뱀파이어 소년의 이야기
『뱀파이어 유격수』는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소설이다. 그곳은 계몽된 사회이고, 사람들은 더 이상 ‘다름’을 대놓고 차별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방 소도시의 한 청소년 야구팀에 뱀파이어 소년 제리가 나타난다. 제리는 목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핏빛 음료수 통을 걸고 있고, 연습이 끝나면 박쥐로 변해 날아가고는 한다. 같은 팀 선수들은 아무도 제리와 친해지려 하지 않는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 해도 제리는 낯설고 꺼려지는 존재, 뱀파이어이기 때문이다.
유격수 제리의 실력은 독보적이고, 만년 꼴찌였던 야구팀은 그의 활약에 힘입어 승승장구해 나간다. 그러자 관중은 제리를 향해 그동안 숨겨 왔던 혐오와 멸시의 말을 내뱉기 시작한다. 마지막 결승전에서 이런 열기는 극에 달한다. 이들은 제리를 ‘비정상’이라 부르고, 심장에 나무 말뚝을 박아 뱀파이어를 소멸시켰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뱀파이어를 죽여라!” 하고 섬뜩한 말을 쏟아 낸다. 제리는 결승전을 끝까지 뛸 수 있을까? 제리의 팀은 우승을 거머쥘 수 있을까?
“자기 모습을 봐요. 제대로, 오래오래.”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을 위해
누구보다 야구에 열성적이지만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온갖 야유와 멸시를 견뎌야 하는 제리는 사회적인 약자를 대표한다. 작가 스콧 니컬슨은 야구팀의 감독인 러틀마이어의 시선으로 제리를 바라보고 사람들의 반응을 관찰하면서 독자들 스스로 자기 모습을 돌아볼 수 있게 돕는다.
러틀마이어 감독은 대부분의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라 부모들에게서 비롯된다고 말하는 어른이다. 부모들은 야구 경기장에서 욕을 하고 감독을 위협하며, 심지어 자기 자녀한테까지 야유를 한다. 아이들의 귓가에 뱀파이어에 대한 오래된 편견을 불어넣는 것도 결국엔 부모들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가진 러틀마이어조차 제리의 곁에 다가서는 일은 두려워한다. 같은 팀 코치이자 아내인 데이나는 러틀마이어에게 “제리를 위해서 좀 더 애를 써 줬으면 좋겠”(46면)다고 말한다. 부모님이 없는 제리를 위해 아버지가 되어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제리는 어쩌면 자기 자신을 싫어하는 것 같다고 전한다. 하지만 연이은 승리에 도취되어 있는 러틀마이어는 데이나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뿐이다.
“지금도 그 애에게 자기 집에서 하룻밤 자고 가라고 초대하는 아이는 없단 말이야.”
“제리는 성격이 좀 조용할 뿐이야. 외로운 늑대랄까. 하나도 이상할 것 없어.”
나 스스로도 별로 자신 없는 말이었다.
“타율이 9할 2푼 1리나 되면 뱀파이어라 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말이지?”
“데이나, 우리는 이기고 있잖아. 중요한 건 그거야.” ―본문 49면
이러한 러틀마이어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 자신의 모습과 닮아 있다. 러틀마이어는 관중의 혐오가 극에 달하는 결승전 경기에 와서야 일이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깨닫고 뒤늦은 후회를 한다. 과연 우리는 러틀마이어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뱀파이어 유격수』는 뱀파이어와 청소년으로 은유되는 소수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통찰이 깃든 이야기로서 독자의 마음에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작가 소개
저 : 스콧 니컬슨
Scott Nicholson
스릴러와 공포소설을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작가 외에도 작사가, 목수, 화가, 초자연적인 현상을 연구하는 탐정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고, 미국 미스터리?호러 작가협회에서도 일했습니다. 「뱀파이어 유격수」로 ‘L. 론 허버드 미래작가상’을 수상했습니다. 소설가로서 언제나 더 나은 ‘거짓말쟁이’가 되려고 합니다.
그림 : 노보듀스
Novoduce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습니다.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배경 그림에 참여했고, JTBC, SK 와이번스, 소소문구, 국제 앰네스티 등 여러 기업과 작업했습니다. 2017년 KOTRA 예술인 100인에 선정되었습니다.
역 : 송경아
1971년에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4년부터 소설을 발표했으며, 지은 책으로 소설집 『성교가 두 인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학적 고찰 중 사례 연구 부분 인용』, 『책』, 장편소설 『테러리스트』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샬레인 해리스의 『죽은 자 클럽』, 『죽어 버린 기억』, 앤지 세이지의 『셉티무스 힙』, 스콧 웨스터펠드의 『프리티』와 『어글리』, 스타니스와프 렘의 『사이버리아드』, 프리츠 라이버의 『아내가 마법을 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카리브해의 미스터리』, 재스퍼 포드의 『제인 에어 납치 사건』과 『카르데니오 납치사건』, 그레고리 키스의 『철학자의 돌』 『로지 프로젝트』등 다수가 있다.
목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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