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조금은 다르지만, 우리는 사랑스러운 가족이랍니다!
13년 전 어느 날 버니 아줌마는 복도에서 너무나도 가여운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문을 조금 열고 내다보니, 비옷을 입은 한 젊은 여인이 진흙이 말라붙은 맨발로 포대기에 싸인 아기(태어난 지 일주일 정도 돼 보이는)를 안고 서 있었다. 그 둘이 바로 하이디와 엄마였고, 그 순간부터 버니 아줌마는 이들과 함께하며 이들을 보살폈다.
하지만 버니 아줌마는 하이디의 엄마에게 아무것도 물어볼 수 없다. 하이디의 엄마는 ‘대답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세상에서 말하는 정신지체장애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쓸 수 있는 말은 23개뿐이다. (하이디, 뎃트, 안녕, 쑤우프, 쉬, 차, 나가, 파랑, 예뻐, 따뜻해, 뽀뽀…… 이 작품의 소제목들이 바로 그녀가 쓸 수 있는 단어들이다.)
엄마는 나름대로 특별하게 나를 사랑해 주었지만 나를 돌보아 줄 수는 없었다. 엄마는 머리가 나빴던 거다.
둘을 한없이 사랑하고 챙겨 주는 버니 아줌마지만, 그녀는 집 문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그녀에게는 광장공포증이 있다. 하이디가 밖에 나갈 수 있는 나이가 되기 전까지 그녀는 필요한 일은 전화주문을 통해 해결했고, 그걸로 해결 안 되는 일은 포기하며 살았다.
- 나는 누구입니까?
하이디는 아줌마를 대신해 장을 보고, 세탁소에 있는 슬롯머신에서 딴 돈으로 물건값을 치른다. 엄마가 색칠하기에 빠져 있는 동안, 버니 아줌마는 식탁에서 책을 읽어 주고, 노래를 불러 주고, 읽기와 쓰기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기이하게도 집세와 세금은 어디선가 항상 지불된다. 학교도 다니지 않고, 친구라고는 이웃에 사는 “머리가 썩 좋은 편은 아닌”, 비만에, 발달지체장애를 지닌 잰더밖에 없는 하이디지만 그 누구보다 씩씩하게 살아가려고 한다.
아줌마는 내가 행운을 타고났다고 했다. 하지만 나를 따라다니는 행운은 아줌마가 그 문으로 들어와 우리를 발견한 바로 그날부터 시작된 것만 같다.
하지만 하이디는 자신이 누구인지, 엄마와 자신이 태어난 곳은 어디였는지, 왜 다른 가족이라곤 없는 건지, 무엇보다도 엄마가 내뱉곤 하는 쑤우프 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너무나 알고 싶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던 때부터도 확실하게 알고 있던 한 가지 사실은 나에게는 아빠가 없다는 것이다. 엄마와 버나뎃 아줌마가 있었고, 나는 두 분으로 충분했다.
- 쑤우프의 비밀을 찾아서
그러던 어느 날, 하이디는 오래된 카메라와 필름을 발견한다. 23장의 사진 속에는 임신한 엄마, 외할머니인 듯한 사람도 보이고, 뉴욕 주 리버티 힐탑 요양원이라는 간판 아래서 여럿이 찍은 사진도 있다. 그 요양원에 전화를 걸어도 그들은 담당자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하이디는 답답하다.
아줌마는 내가 알고 있는 것 대부분을 가르쳐 주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알아도 버니 아줌마는 모르는 것이 생겼다. 내가 리버티로 간다는 것 말이다.
결국 사진 속 인물들의 정체와 자신의 과거를 알기 위한 열세 살 소녀 하이디의 여행은 시작된다. 하이디는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찬, 하지만 행운과 직감을 믿으며 씩씩하게 네바다에서 뉴욕의 리버티에 이르는 버스 여행을 한다. 마침내 여행의 목적지인 힐탑 요양원에 도착해 우여곡절 끝에 엄마, 쑤우프, 그리고 자신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된다.
* 이 작품을 말한다
- 장애와 비장애, 어른과 어린이, 자아와 낯선 사람…… 세상의 대립항들을 넘어
정신지체장애인 엄마, 광장공포증을 가진 버니 아줌마, 발달지체장애인 친구 잰더, 그리고 힐탑 요양원의 사람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쉽게 얘기하면 비정상의 사람들이지만, 작가는 결코 그들을 ‘틀린’ 사람으로 그리고 있지 않다. 그 ‘다른’ 사람들을 그저 조금 낯선 존재로, 서로 화합하고 이해해 갈 수 있는 존재로 그리고 있다.
이러한 인물들의 이야기는 자칫 어둡고 괴로운 현실로만 그려질 수 있는 소재이다. 하지만 작가는,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 반드시 하이디에게 나타나는 행운을 결코 초능력이나 천재적인 확률계산능력이 아닌, 그저 일생의 어느 한 시기에 나타나는 ‘행운’으로 그리고 있는 것처럼, 조금 낯선 주인공들을 그저 ‘다른’ 사람으로,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는 인물로 자연스럽게 그리고 있다. 하이디 역시 조금은 ‘다른’ 사람일 뿐이다.
미국의 한 독자는 다음과 같이 이 책을 평하고 있다.
“이 책을 읽기로 했을 때, 책의 주제가 걱정스러웠다. 작가는 주인공인 하이디가 정신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어머니 손에서 자란다는 예민한 소재를 어떻게 풀어 나갈 수 있을까? 대답은 사라 윅스는 이를 아름답게 다루어 보였다는 것이다. 독자는 이 인물들에게 흠뻑 빠지고야 말 것이며, 동시에 연민도 느낄 것이다. 물론 주인공들은 연민 따윈 바라지 않겠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하이디가 엄마와 자신의 과거, 지난한 현실과의 만남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는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우연히 발견된 사진을 단서로 쑤우프의 비밀을 풀기 위해 떠난 하이디의 여행은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 여행중 난관을 극복하는 행운과 반전, ‘사진 속의 사람들은 누구인가?’ ‘쑤우프는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을 통해 흥미롭게 전개된다. 그리고 맞닥뜨리게 되는 진실.
- 편견과 대립을 넘어, 새로운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 주는 작품!
어쩌면 세상의 편견 앞에서 모두가 희생자였을 수도 있지만, 하이디는 당당하게 진실을 직시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버니 아줌마와 ‘함께’ 지내면서 중학교에 다니게 된다. 더 이상 슬롯머신에서 돈을 따고, 동전을 던져 어느 면인지 알아맞히는 행운이 자신을 따라다니지 않지만 하이디는 이미 ‘행운’ 없이 세상을 보듬어 살아가는 법을 알게 된 것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결코 억지로 화해를 이끌어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해자일 수도 있는 어른들이 통곡을 하며 속죄를 하고, 하이디가 그들을 용서하는 거짓 희망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가 처한 현실, 지나온 과거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서로를 인정하는 희망의 빛을 전하고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사라 윅스
미시간 주 앤아버에서 태어났다. 햄프셔 대학에서 작곡을, 뉴욕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수많은 어린이책과 그림책을 출간했다. 작곡자이자 가수로서 텔레비전 프로그램, 연극, 영화에 들어갈 수많은 노래를 만들고 불렀으며 그림책과 자신이 직접 짓고 부른 노래 시디를 세트로도 제작하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첫 번째 소설 『그렇다면, 좋다 So B. it』로 2004년 페어런츠 초이스 금상을 받았다. 어린이를 위한 유머러스한 읽기책 「보이즈는 보이즈일 것이다 Boyds Will Be Boyds」 시리즈와 월트 디즈니사에서 영화로 제작 중인 「가이 Guy」 시리즈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외 작품으로는 그림책 『내가 사자라면 If I Were a Lion』, 『악어의 미소 Crocodile Smile』가 있다. 현재 뉴욕에서 두 아들과 살며, 뉴스쿨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며 글을 쓰고 있다.
옮긴이 : 김선영
대학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한 후 1999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쳐 왔고 2016년 현재 고강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기억의 빈자리》 《프리캣》 등을 번역했으며, 《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만화 영문법 교과서》를 감수했습니다.
목 차
뎃트
안녕
쑤우프
쉬
차
나가
더
빨리 와
가
좋아
다시
파랑
예뻐
지금
따뜻해
뽀뽀
나빠
안 돼
우-어
오우
됐어
쏘 비 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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