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지구 건너편, 고통받는 아이들의 이야기
따뜻한 잠자리와 영양가 있는 음식, 애정 어린 관심과 공부할 수 있는 기회 등등은 모든 아이들에게 당연히 주어져야 할 필수 요소들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이상적으로 굴러가는 곳이 아니라 마땅히 누려야 할 것들을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이 셀 수 없이 많다. 경제력으로 세계 몇 위를 자랑한다는 우리나라에서도 밥을 굶는 아이들은 꽤나 많은 실정이고, 기본적인 생존권을 위협받는 일도 드물지 않다. 시야를 넓혀 보면, 지구상에 빈곤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숫자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다. 확실히 빈곤은 전 지구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마에스트로』는 군부독재정권 치하에서 고통받는 남미의 작은 나라, 볼리비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구두닦이 소년 사투르니노. 엄마 아빠를 잃고 고향을 떠나온 사투르니노는 여동생 루시아, 친구 절뚝이와 함께 공항 활주로 옆 버려진 경비 초소에서 살고 있다. 가진 것이라고는 구두닦이 상자와 담요 한 장이 전부이고, 관광객들의 구두를 닦아 겨우겨우 살아간다.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부랑아들에게 세상은 위험천만한 곳이다. 거리를 떠돌다가 더 힘센 일당들에게 걸려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도 있는 데다, 특히 독재정권을 믿고 날뛰는 민병대원들은 공포의 대상이다. 시장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원숭이’들이라 일컬어지는 민병대원들은 결코 부랑아들을 고분고분 보아주지 않는 것이다.
어느 날, 사투르니노는 민병대원에게 체포될 위기에 처한다. 민병대원에게 넘겨진다면 목숨도 부지하기 어려울 것이고, 겨우 일곱 살인 루시아는 혼자 남게 될 것이다. 사투르니노는 사력을 다해 용서를 구하지만 민병대원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바로 그 절망적인 상황에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실례합니다만, 이 상황을 정리할 만한 간단한 방법이 있는 것 같은데요.” 넥타이, 양복, 모자를 갖춰 입은 노신사는 자신을 아야나스 대통령과 절친한 친구 사이라고 소개한 다음, 민병대원들에게서 사투르니노를 구해낸다. 그리고 미심쩍어하는 사투르니노 일행을 낡은 구시가지의 시립 음악 학교로 초대한다. 알고 보니, 노신사는 외국에서 활약하던 유명한 오케스트라 지휘자 로메로 비얀데스이며, 부랑아들을 모아 오케스트라를 조직하려는 참이었다. 그리고 사투르니노와 절뚝이는 그곳에서 처음 들어보는 오케스트라 음악에 홀딱 반하고 만다.
내 인생의 빛 ‘부랑아들의 오케스트라’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아이들에게, 내일보다 오늘을 어떻게 견뎌내는가가 중요한 부랑아들에게 음악이 무슨 의미를 지닐까? 비얀데스는 그저 음악을 들려주고 언제든 찾아오면 악기를 가르쳐주겠노라는 약속만으로 아이들을 불러 모은다. 아이들을 난생처음 들어보는 음악에 마법처럼 빠져든다. 음악을 듣는 순간만큼은 닦아야 할 구두와 옥수수죽과 잠자리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비참하게 죽어간 엄마 아빠도, 시시때때로 협박을 일삼는 민병대원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어쩌면 조금 살 만한 곳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음악을 듣는 동안만은.
당장의 잠자리나 일용할 양식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비얀데스의 음악은 아이들을 조금씩 변화시킨다. 먹고 사는 것 말고 몰두할 대상이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며,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도 의외로 행복한 일이다. 아이들의 삶은 변한 게 없지만 음악 학교 안에서만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늘상 으르렁대던 친구끼리 첼로를 함께 연주하며 말없이 가까워지기도 하고, 아둔하고 말을 더듬던 아이가 천상의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한다. 태어나자마자 버림을 받아 자기 이름도 까먹은 절뚝이는 음악에 반한 나머지 자신의 이름이 요한 슈트라우스라고 철석같이 믿어 버릴 정도다.
사투르니노가 부모를 잃고 거리를 떠돌게 된 것은 독재자 아야나스 대통령 때문이다. 광산 노조에서 활동하던 아빠가 정부측과 협상을 하러 가던 도중 의문의 교통사고로 죽고 위험한 작업 조에 배치받은 엄마마저 목숨을 잃게 된 것. 여기에 폭동에 휘말렸던 절뚝이가 민병대원에게 맞아 목숨을 잃자 사투르니노는 분노한다. 비얀데스 할아버지가 독재자와 친구라는 것을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사투르니노에게 할아버지는 대통령과 통화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고, 사투르니노는 말한다. “제 친구 절뚝이가 죽었어요. 대통령님 때문에 죽었어요.” 민병대원이 무서워 벌벌 떨던 사투르니노는 이제 친구의 죽음에 분노할 줄 아는 아이로 자라 있는 것이다.
『마에스트로』는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는 국가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존재들은 결국 가난한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독재자나 민병대원은 무능하고 사악한 어른들의 표본처럼 보이고, 아이들을 돌봐줘야 할 부모들은 아이들 곁에 없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마에스트로’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비얀데스 할아버지를 일컫는 말이지만 아이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상적인 어른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비얀데스 할아버지는 당장 생계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지언정 아이들이 음악을 알고 거기에서 삶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리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던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이 음악 학교의 폐허 속에서 부서진 악기들을 주워들고 연주를 시작할 때 거기에는 단순한 슬픔과 위로 이상의 감동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비참한 현실 때문에 고통받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인 한편, 예술이 가진 놀라운 힘에 대한 이야기다. 부랑아들 사이에서조차 멸시를 받던 말더듬이 타르타무도가 나중에 세계적인 성악가로 거듭나게 된 것은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겠지만, ‘부랑아들의 오케스트라’에 함께했던 기억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고향에 돌아가 광산노동자가 된 사투르니노는 물론, 결국 어른이 되지 못하고 죽었지만 자신이 요한 슈트라우스라고 믿었던 절뚝이도 음악에서 말할 수 없는 고양감을 느꼈을 테니 말이다. 고양이 아술라는 새끼를 낳아 기르고, 아이들은 자라서 어른이 되었다. 삶은 이렇게 지속되는 것. 누구는 유명한 성악가가 되었고, 누구는 한낱 이름없는 노동자가 되었지만 어쨌든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 아니겠는가!
▣ 작가 소개
저 : 자비에 로랑 쁘띠
Xavier Laurent Petit
1956년에 파리 근교에서 태어났다. 교사이자 지금은 네 자녀의 아버지인 그도 어렸을 적엔 세상의 모든 아이들처럼 미지의 세계와 위험이 도처에 있는 삶을 상상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미지의 나라에서 자신과는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어내서 들려주곤 하였으며, 추리 소설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글을 쓰고 있다. 1995년 『고래의 일 년』으로 프로메테우스 상을 받았다.
그 밖의 저서로 『오아시스』『록키 산맥의 함정』『전쟁터의 아이들』『정원의 남자』『153일의 겨울』등이 있다.
역자 : 윤예니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불문학을 공부했다. 프랑스 루앙대학교에서 문화 프로젝트 기획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번역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우리 문학을 프랑스어로, 프랑스 문학을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지구 건너편, 고통받는 아이들의 이야기
따뜻한 잠자리와 영양가 있는 음식, 애정 어린 관심과 공부할 수 있는 기회 등등은 모든 아이들에게 당연히 주어져야 할 필수 요소들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이상적으로 굴러가는 곳이 아니라 마땅히 누려야 할 것들을 누리지 못하는 아이들이 셀 수 없이 많다. 경제력으로 세계 몇 위를 자랑한다는 우리나라에서도 밥을 굶는 아이들은 꽤나 많은 실정이고, 기본적인 생존권을 위협받는 일도 드물지 않다. 시야를 넓혀 보면, 지구상에 빈곤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숫자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다. 확실히 빈곤은 전 지구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마에스트로』는 군부독재정권 치하에서 고통받는 남미의 작은 나라, 볼리비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구두닦이 소년 사투르니노. 엄마 아빠를 잃고 고향을 떠나온 사투르니노는 여동생 루시아, 친구 절뚝이와 함께 공항 활주로 옆 버려진 경비 초소에서 살고 있다. 가진 것이라고는 구두닦이 상자와 담요 한 장이 전부이고, 관광객들의 구두를 닦아 겨우겨우 살아간다.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부랑아들에게 세상은 위험천만한 곳이다. 거리를 떠돌다가 더 힘센 일당들에게 걸려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도 있는 데다, 특히 독재정권을 믿고 날뛰는 민병대원들은 공포의 대상이다. 시장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원숭이’들이라 일컬어지는 민병대원들은 결코 부랑아들을 고분고분 보아주지 않는 것이다.
어느 날, 사투르니노는 민병대원에게 체포될 위기에 처한다. 민병대원에게 넘겨진다면 목숨도 부지하기 어려울 것이고, 겨우 일곱 살인 루시아는 혼자 남게 될 것이다. 사투르니노는 사력을 다해 용서를 구하지만 민병대원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바로 그 절망적인 상황에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실례합니다만, 이 상황을 정리할 만한 간단한 방법이 있는 것 같은데요.” 넥타이, 양복, 모자를 갖춰 입은 노신사는 자신을 아야나스 대통령과 절친한 친구 사이라고 소개한 다음, 민병대원들에게서 사투르니노를 구해낸다. 그리고 미심쩍어하는 사투르니노 일행을 낡은 구시가지의 시립 음악 학교로 초대한다. 알고 보니, 노신사는 외국에서 활약하던 유명한 오케스트라 지휘자 로메로 비얀데스이며, 부랑아들을 모아 오케스트라를 조직하려는 참이었다. 그리고 사투르니노와 절뚝이는 그곳에서 처음 들어보는 오케스트라 음악에 홀딱 반하고 만다.
내 인생의 빛 ‘부랑아들의 오케스트라’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아이들에게, 내일보다 오늘을 어떻게 견뎌내는가가 중요한 부랑아들에게 음악이 무슨 의미를 지닐까? 비얀데스는 그저 음악을 들려주고 언제든 찾아오면 악기를 가르쳐주겠노라는 약속만으로 아이들을 불러 모은다. 아이들을 난생처음 들어보는 음악에 마법처럼 빠져든다. 음악을 듣는 순간만큼은 닦아야 할 구두와 옥수수죽과 잠자리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비참하게 죽어간 엄마 아빠도, 시시때때로 협박을 일삼는 민병대원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어쩌면 조금 살 만한 곳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음악을 듣는 동안만은.
당장의 잠자리나 일용할 양식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비얀데스의 음악은 아이들을 조금씩 변화시킨다. 먹고 사는 것 말고 몰두할 대상이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며,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도 의외로 행복한 일이다. 아이들의 삶은 변한 게 없지만 음악 학교 안에서만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늘상 으르렁대던 친구끼리 첼로를 함께 연주하며 말없이 가까워지기도 하고, 아둔하고 말을 더듬던 아이가 천상의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한다. 태어나자마자 버림을 받아 자기 이름도 까먹은 절뚝이는 음악에 반한 나머지 자신의 이름이 요한 슈트라우스라고 철석같이 믿어 버릴 정도다.
사투르니노가 부모를 잃고 거리를 떠돌게 된 것은 독재자 아야나스 대통령 때문이다. 광산 노조에서 활동하던 아빠가 정부측과 협상을 하러 가던 도중 의문의 교통사고로 죽고 위험한 작업 조에 배치받은 엄마마저 목숨을 잃게 된 것. 여기에 폭동에 휘말렸던 절뚝이가 민병대원에게 맞아 목숨을 잃자 사투르니노는 분노한다. 비얀데스 할아버지가 독재자와 친구라는 것을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사투르니노에게 할아버지는 대통령과 통화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고, 사투르니노는 말한다. “제 친구 절뚝이가 죽었어요. 대통령님 때문에 죽었어요.” 민병대원이 무서워 벌벌 떨던 사투르니노는 이제 친구의 죽음에 분노할 줄 아는 아이로 자라 있는 것이다.
『마에스트로』는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는 국가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존재들은 결국 가난한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독재자나 민병대원은 무능하고 사악한 어른들의 표본처럼 보이고, 아이들을 돌봐줘야 할 부모들은 아이들 곁에 없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마에스트로’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비얀데스 할아버지를 일컫는 말이지만 아이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상적인 어른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비얀데스 할아버지는 당장 생계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지언정 아이들이 음악을 알고 거기에서 삶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리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던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이 음악 학교의 폐허 속에서 부서진 악기들을 주워들고 연주를 시작할 때 거기에는 단순한 슬픔과 위로 이상의 감동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비참한 현실 때문에 고통받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인 한편, 예술이 가진 놀라운 힘에 대한 이야기다. 부랑아들 사이에서조차 멸시를 받던 말더듬이 타르타무도가 나중에 세계적인 성악가로 거듭나게 된 것은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겠지만, ‘부랑아들의 오케스트라’에 함께했던 기억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고향에 돌아가 광산노동자가 된 사투르니노는 물론, 결국 어른이 되지 못하고 죽었지만 자신이 요한 슈트라우스라고 믿었던 절뚝이도 음악에서 말할 수 없는 고양감을 느꼈을 테니 말이다. 고양이 아술라는 새끼를 낳아 기르고, 아이들은 자라서 어른이 되었다. 삶은 이렇게 지속되는 것. 누구는 유명한 성악가가 되었고, 누구는 한낱 이름없는 노동자가 되었지만 어쨌든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 아니겠는가!
▣ 작가 소개
저 : 자비에 로랑 쁘띠
Xavier Laurent Petit
1956년에 파리 근교에서 태어났다. 교사이자 지금은 네 자녀의 아버지인 그도 어렸을 적엔 세상의 모든 아이들처럼 미지의 세계와 위험이 도처에 있는 삶을 상상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미지의 나라에서 자신과는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어내서 들려주곤 하였으며, 추리 소설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글을 쓰고 있다. 1995년 『고래의 일 년』으로 프로메테우스 상을 받았다.
그 밖의 저서로 『오아시스』『록키 산맥의 함정』『전쟁터의 아이들』『정원의 남자』『153일의 겨울』등이 있다.
역자 : 윤예니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불문학을 공부했다. 프랑스 루앙대학교에서 문화 프로젝트 기획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번역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우리 문학을 프랑스어로, 프랑스 문학을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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