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살고 싶고, 일하고 싶고, 공부하고 싶어서…
오늘도 난민들은
낯선 나라의 문을 두드립니다
‘21세기 카라반’의 비극
_이해와 관용, 세계시민으로서의 책임감
‘카라반’이란 이름을 들어본 적 있나요? 과거 유라시아 대륙을 누비며 동서양의 산물을 교역하던 상인들의 행렬. 모험과도 같은 긴 여정에 나섰던 그들의 이름은, 지금도 인류의 기억에 낭만적인 전설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근래에 새로운 카라반이 등장했습니다. 이 21세기의 카라반은, 그러나 낭만과는 거리가 아주 멉니다. 그들의 여정은 비극에 가깝습니다. 대체 그들은 누구일까요?
바로, 미국을 향해 걷는 중남미 난민들입니다. 살길을 찾아 대장정에 나선 이 새로운 카라반은, 2018년 무렵 수많은 이야기를 낳으며 세계인에게 인류애의 가치를 되새기는 희망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그런 그들이 최근 의외의 벽을 마주했습니다. 2021년 초 미국에 새 행정부가 들어서자 유연한 외국인 정책을 기대하며 다시금 행렬이 결성됐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한 강경한 봉쇄로 첫 관문인 과테말라 국경에서부터 막힌 겁니다. 이들 난민 행렬은 어떻게 시작된 걸까요? 그들의 여정에선 어떤 일이 일어났고, 지금 그들은 무엇을 꿈꿀까요?
이 책 《난민, 멈추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은 중남미 카라반 난민 이야기를 시작으로, 전 세계 난민들의 사연을 차근차근 소개합니다. 또한 저자가 직접 취재해 전하는 세계 각지 청소년 난민들의 메시지를 통해, 우리 청소년이 그들의 삶을 간접 경험하며 그들의 희망에 공감해보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난민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불러오는 위험을 깨닫고 이해와 관용의 자세로 그들을 대하다 보면, 자연스레 세계시민으로서의 책임감과 인권 감수성을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농담처럼 말했다, 갱단에 들어오라고
_중남미 카라반 난민들의 이야기
유엔난민기구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난민은 약 7500만 명에 달합니다.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집과 고향을 떠나 다른 나라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상황. 게다가 난민의 수는 계속 늘고 있다니, 참으로 놀랍고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문명과 기술이 나날이 진보하고 있어서 인류의 삶은 점점 나아질 것만 같은데, 왜 난민은 이렇게 늘어나는 걸까요? 바로, 세계 각지에서 정정 불안과 국제분쟁, 경제난, 재난 재해가 끊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하면, 언제 어디서든, 누구든 난민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지요. 그렇다면 난민의 처지가 된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난민, 멈추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에서는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하는 여섯 가지 난민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먼저 중남미 카라반 난민들의 이야기. 이들은 경제기반이 무너지고 범죄가 들끓는 자기 나라를 떠나, ‘희망의 땅’ 미국을 향해 걷고 또 걷습니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에서 시작되는 이들의 여정은 넓디넓은 멕시코 땅을 거쳐 미국에서 끝납니다. 사실 멕시코에 주저앉는 경우가 많고, 용케 미국에 들어서더라도 금세 잡혀서 본국으로 쫓겨나는 게 현실이지요. 경제활동은커녕 기본적인 일상 유지조차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은 바로 스스로 난민이 되어 다른 나라에 삶의 기반을 잡는 것입니다. 대체 어떤 삶이었기에 고된 난민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카라반 행렬에 동참했던 온두라스 출신 청소년 난민, 사무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나는 미국으로 갈 준비를 하기 위해 친구와 함께 채소와 과일을 파는 가게에 취직했다. 갱단 조직원들이 자주 과일을 사러 왔는데, 그들은 돈을 지불하지 않고 과일을 가져갔다. 과일값을 내라고 하면 총을 들이댈 것이 뻔했기에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경찰도 갱단에 맞서는 일은 하지 않았다. 사실상 도시는 갱단이 지배하고 있었다. 갱단 무리는 과일을 가져가면서 우리한테 갱단에 들어오라고 권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나중에는 협박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그곳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_온두라스 출신 카라반 난민, 열여덟 살 사무엘의 이야기
검문소의 이스라엘 병사 대 팔레스타인 청년
_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이야기
이 책은 국제분쟁과 갈등의 대명사와도 같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리고 그곳 난민들의 이야기도 소개합니다. 하나의 땅을 놓고 고대부터 갈등과 반목을 빚어온 이스라엘 민족과 팔레스타인 민족. 그들은 2차대전 이후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채 수차례 전쟁을 치렀고, 지금도 불안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팔레스타인 난민이 발생했지요. 현재 팔레스타인 안과 밖에서 대략 500만 명에 달하는 난민이 불안정한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난민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분노와 증오를 나날이 키워갑니다.
이러한 갈등의 배경에는 주요 강대국들과 주변 아랍 국가들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가 큰 몫을 차지합니다. 쉽게 바뀌지 않는 국제정세 속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적대와 차별은 계속되고, 아울러 둘로 갈라진 팔레스타인 내부 세력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힘과 의지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탓에, 오늘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철책과 장벽으로 서로를 가둔 채 불안하고 불편한 일상을 이어갑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스라엘 출입을 통제하는 대표적인 검문소, 칼란디아 체크포인트에서 벌어진 어느 아침의 광경을 잠시 보시죠.
“거동이 불편한 팔레스타인 노인이 다가와 통과시켜달라고 간청했다. 그를 보자 왈칵 눈물이 솟았다. 나는 명령을 어기고 노인을 통과시켰다. 그러자 모두들 나에게 다가왔다. 위험에 처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을 막아야 했다. 나는 가스탄을 뽑아 던졌다. 그들은 겁에 질려 달아났다. 우리가 발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게이트를 열어주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진작 열어줬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매사가 항상 이런 식이다.” _이스라엘 병사, 스무 살 이삭의 이야기
“갈등하던 이스라엘 병사는 결국 노인을 통과시켰다. 그러자 사람들이 몰려들어 제각기 사정을 호소했다. 혼돈 그 자체. 완전무장을 한 병사는 눈물을 훔치더니 이내 가스탄을 터뜨렸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이리저리 뛰며 한동안 혼란이 계속되었다. 잠시 후 스피커에서 방송이 울려 퍼졌다. ‘모두 통과하라!’ 체크포인트를 지나면서, 아까 눈물을 훔친 병사의 얼굴을 보았다. 복잡한 심경이 비쳤다. 일터를 향하는 내내, 동갑내기로 보이던 병사의 얼굴이 떠올랐다.” _팔레스타인 노동자, 스무 살 압달라의 이야기
살기 위해 바다에 몸을 던진 이들,
그리고 인류가 잊은 대학살의 기억
_중동·북아프리카, 로힝야, 예멘 그리고 아르메니아 이야기
죽음의 위기를 피해, 일자리를 얻어 먹고살기 위해, 그리고 안전한 곳에서 공부하기 위해 목숨 걸고 바다를 건너는 난민들도 많습니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돈을 내고도 열악하기 그지없는 배에 겨우 올라타야만 하는 사람들. 끊임없는 분쟁과 그에 따른 경제 붕괴로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난민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그들은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 유럽 해안 어딘가에 무사히 닿기만을 바랍니다. 그러나 그들의 고생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여러 나라의 국경을 어렵사리 통과하여 어느 도시에 도착한 뒤에는, 언어도 통하지 않는 현지에서 일자리와 거처를 구해야 하는 난관이 기다리죠. 그다음에 이어지는 건, 고향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걱정입니다. 한 시리아 출신 난민 청소년의 사연을 들어볼까요?
유럽으로 오는 길은 지옥 같았다. 자그마한 통통배에 올라탄 인원은 무려 150명.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리자 사람들은 소리가 새어 나갈까 입을 틀어막았다. 꼼짝달싹 못 하는 배 안에서 들리는 건 파도 소리뿐이었다. (…) 난 지금 독일에서 무사히 공부하며 지내지만, 부모님과 동생들은 아직 시리아에 있다. 언제 포탄이 떨어질지 몰라 두려움에 떠는 일상. 온 가족이 하루 빨리 안전한 땅에 모여 평화롭게 사는 게 나의 가장 큰 꿈이다. _독일에 정착한 시리아 출신 난민, 열일곱 살 카심의 이야기
이 책에서는 이 밖에도, 최근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된 로힝야 난민 이야기, 그리고 한국 사회에 난민 문제를 본격적으로 환기한 예멘 난민 이야기를 다룹니다. 부록에서 다루는 아르메니아 난민들의 사연도 충격적입니다. 터키군에 의해 무려 150만 명이 학살당하며 민족 전체가 사라질 뻔한 아르메니아 사람들. 나치의 홀로코스트에 앞서 벌어진 이 놀라운 대학살 사건은, 그러나 강대국 중심의 비정한 국제관계 속에서 철저히 무시당해왔습니다. 저자 하영식 선생님이 두 차례에 걸쳐 직접 취재해 온 아르메니아 사람들의 사연은, 아마 한국의 독자들은 처음 접하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꼭 한 번 귀 기울여 그들의 사연을 들어주면 좋겠습니다.
편견 없이 난민과 마주하면,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난민들의 여정에는 쉬운 게 하나도 없습니다. 쫓기고 위협받고 막히면서도, 그들은 어떻게든 살길을 찾아 낯선 세계로의 장정에 나섭니다. 그들이 바라는 건 다만 목숨을 부지하며 일하고 공부하는 것. 우리에겐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그들에겐 일생일대 소망입니다. 그 소박하지만 절박한 희망을 찾아 낯선 나라의 문을 두드리는 난민. 그들에게 우리는 의심과 불안이 섞인 눈길을 보내며 인색하게 굴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2018년 예멘 난민이 제주도에 들어왔을 때, 우리 여론은 그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선명히 드러낸 바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앞서 말한 대로, 지구상 누구라도 언제든 난민의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요. 사실 우리도 바로 지난 세기에 전쟁의 포화 속에서 난민으로 전락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우린 여러 나라의 도움으로 복구의 불씨를 살렸고, 결국 오늘의 대한민국을 키워낼 수 있었습니다. 난민에 대한 관심과 도움은, 이처럼 소멸해가는 거대한 공동체의 운명을 뒤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해외의 온정 어린 손길로 회생의 기회를 얻었던 만큼, 우리도 인류의 미래를 위해 난민과 함께 사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편견 없이 난민과 마주하면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습니다. 그들을 혐오하거나 차별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 받아들인다면, 그들은 우리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사회 곳곳에서 제몫을 다해줄 것입니다. 모두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 우리는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난민, 멈추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이웃’ 난민과 공존하는 길을 발견해보기 바랍니다.
작가 소개
국제분쟁 전문 기자 겸 난민 전문 작가. 젊은 시절부터 세계를 여행하며 해외 각지에서 장기간 생활했다. 현지인들과 일상을 함께하는 가운데, 인류에 드리운 다양한 문제를 직접 목격하고 취재했다.
멕시코 빈민 지역 선교사, 미국 중·고등학교 교목, 폴란드 산골 영어 교사, 이스라엘 키부츠 운영위원, 아테네 대학 동양문화 강사 등으로 활동했고, 일곱 차례에 걸쳐 기차로 시베리아를 횡단했다. 아시아 언론인 최초로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 게릴라 기지를 방문해 취재했고, 중동과 근동 곳곳의 국제분쟁과 그에 따른 난민 문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대중에 알렸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등 해외 유력 매체를 비롯, <한겨레> <경향신문> <레디앙> 등에 분쟁·난민 관련 기사와 칼럼을 기고했다. 펴낸 책으로 《희망을 향한 끝없는 행진, 난민》 《세상에서 가장 슬픈 여행자, 난민》 《IS: 분쟁전문기자 하영식, IS를 말하다》 《얼음의 땅 뜨거운 기억》 《남미 인권 기행》 《세상에서 가장 느린 여행》 《굿바이 바그다드》 등이 있다.
목 차
머리말 : 난민, 나는 그들을 몰랐습니다
1. 중남미 카라반 난민
미국으로 향하는 중남미 카라반 난민
장벽이 생겨도 미국행은 계속된다
범죄 조직이 지배한 나라
멕시코에서 온 편지 : 열여덟 살 사미
2.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예루살렘의 오늘
분쟁의 시작과 충돌
국가 건설의 계획과 실패
이스라엘에서 온 편지 : 스무 살 이삭
3. 팔레스타인 난민
팔레스타인의 저항
후대로 이어지는 난민 문제
어린이들은 모두 피해자입니다
팔레스타인에서 온 편지 : 스무 살 압달라
4. 유럽행 난민
여행이 피난이 된 사람들
유럽이 가장 가까운 곳입니다
항구도시는 왜 정글이 되었나
독일에서 온 편지 1 : 열일곱 살 카심
독일에서 온 편지 2 : 스물한 살 크라시미르
5. 로힝야 난민
로힝야족은 왜 난민이 되었는가
천막에서 살아가는 100만 명의 난민들
비합법 체류자가 된 민족
미얀마에서 온 편지 : 스무 살 모하메드
6. 예멘 난민
예멘 내전
난민을 대하는 한국의 지금
단지 500명의 사람들
한국에서 온 편지 : 열아홉 살 야세르
부록 : 아르메니아 대학살, 그리고 난민
희생자 150만, 잊힌 대학살
후대가 들려주는 대학살의 기억
청소년 독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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