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환경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확장해 다룬 책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전 세계적 위기감은 어제오늘 생긴 것은 아니다. 매일 먹는 식탁 위 먹거리에 대한 개개인의 관심은 물론 에너지 고갈에 대한 경각심도 한껏 커진 상태다.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보도도 계속되고 있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보도로 원자력발전에 대한 위험성도 많이 알려진 상태다. 여러 측면에서 환경 문제를 다루는 책 또한 최근 늘어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환경 문제를 다루는 책, 특히 청소년 분야의 환경 교양서는 대부분 환경이라는 테마를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특징이 있다. 기후변화도 에너지 문제도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도 과학적으로 그 현상을 설명하려 들고, 그 해결책 또한 과학에서 찾을 수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환경에도 정의가 필요해》는 환경 문제가 혹은 환경이라는 테마가 결코 과학 분야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데서 출발한다. 환경이 위기에 처했다는 건 단순히 물이나 땅, 공기 등이 오염됐다는 차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환경은 생명, 곧 지구와 우주 전체를 의미한다. 사람 또한 지구의 지배자가 아닌 자연의 일부이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지구라는 한 배를 탄 동료 구성원으로서, 환경 문제는 자연에서 벌어지는 일인 동시에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고 그 사람들이 모여 이루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환경이 파괴된다는 것은 사람과 사회가 파괴된다는 것이고, 뒤집어 말하면 환경을 살리는 것은 사람과 사회, 곧 이 세상을 살리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환경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련의 연구는 생태계를 포함한 자연과 사람을 구분 짓고, 생태계 파괴의 원인은 자연적 원인으로,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은 사람과 과학의 일로 따로 떼어 설명하려 든다. 하지만 지금의 자연 파괴의 절대적 원인은 결국 사람이 자연을 낭비하고 잘못 사용한 것에 연유한다는 것이 이 책의 일관적 논리이며, 이때 사람의 잘못은 결국 자본주의적 힘의 논리가 만들어 낸 매우 정의롭지 못한 행동이라고 설명한다.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이 책은 1부 숲과 물, 동식물을 포함한 생태계의 위기, 2부 지구 온난화, 3부 에너지 위기와 석유 문명의 종말, 4부 먹거리 부분에서 어떤 환경 문제가 있고 그것이 만들어진 이유를 깊숙이 파헤친다. 그리고 각 장마다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지만, 맨 마지막 5부에서는 환경정의의 눈으로 이 문제의 본질적 구조와 지속가능한 해법을 제공한다.
환경정의란 무엇이고, 왜 환경 문제의 해법인가?
환경정의는 지구 생태계가 처한 환경 위기가 지배와 억압의 세계관과 가치관, 성장 중심의 문명 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 인식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사회적으로 정의롭고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을 말한다.
다음의 질문에 답해 보자. 사람들이 피하려고 하는 쓰레기 매립장이나 소각장, 한번 사고가 터지면 재앙을 피할 수 없는 원자력발전소 같은 위험 시설은 어디에 들어설까? 대개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또 묻는다. 지구 온난화는 누가 일으켰고, 피해는 누구에게 돌아갈까? 온난화의 주범은 온실가스를 펑펑 내뿜으며 산업화와 풍요를 먼저 이룩한 서구 선진국들이다. 반면 온난화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며 고통에 시달리는 것은 온실가스를 그다지 배출한 적이 없는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들이다.
질문에 대한 답을 보면 분명 정의롭지 않고 공평하지 않은 일이 일어남을 확인할 수 있다. 민주주의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환경 파괴가 일으키는 피해는 나라든 지역이든 개인이든 마찬가지로 공평하게 나누어지지 않는다. 환경이 주는 혜택 또한 마찬가지다. 대체로 피해와 고통은 가난하고 힘없는 쪽에 집중되는 반면, 혜택과 이득은 그 반대쪽으로 돌아간다. 이 책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하여 환경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자연스럽게 그 문제를 푸는 답도 제시한다.
이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지구 온난화가 위험한 수준이고, 기후변화가 사계절의 균형을 파괴할 만큼 심각한 정도이며, 먹거리의 안전성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할 만큼 경계를 넘어섰다는 것이 아니다. 이미 그것은 새로운 정보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대체 어디서부터 온난화와 기후변화는 시작되었고 누가 그것의 주범이며, 심각한 에너지 고갈을 일으킬 만큼 에너지가 낭비되는 곳이 어디인지 그럼에도 재생 에너지에 대한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도록 방해하는 힘은 어떤 것인지 제대로 인식하는 일이다. 이러한 올바른 인식이 없이는 환경 문제를 둘러싼 중요 원인을 찾지 못할 것이며, 원인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한 지금까지 촘촘히 얽힌 환경을 둘러싼 문제의 그물망을 끊을 방법도 찾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환경 문제를 사람 문제, 사회 문제와 연결 짓고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안목을 제시한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정의와 평등, 민주주의의 눈으로 환경 문제를 바라보라고 경고한다. 왜냐하면 환경 위기의 원인과 역사, 구조와 맥락, 전망과 해법은 바로 거기에서 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때에야 자연과 생명의 가치가 꽃피어 나는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일과, 정의롭고 평등한 민주주의 세상을 만드는 일이 결국 하나임을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환경 문제를 보는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
청소년에게 필요한 환경 책은 민주주의와 정의,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쳐 주는 바로 이 책
사회 교과서에 민주주의가 나오지만 환경에 관한 정책을 논할 때 민주주의가 필수적이라 말하는 대목은 없다. 윤리 교과서에 정의롭게 살라고 나오지만, 밀양 송전탑을 저지하는 주민들의 목숨을 건 투쟁이 정의롭지 못한 권력의 힘 앞에서 무참히 꺾여 나가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시험 문제는 없다. 인권은 시험에도 논술에도 자주 등장하는 필수 단어지만, 거대 자본의 힘이 힘없는 노동자의 노동력을 착취하며 생산한 먹거리를 우리 식탁에 올려놓을 때 우리가 무참히 유린된 인권을 입안에서 다시 한 번 잘근잘근 씹어 넘겨 우리 배를 채우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문화 사회를 설명하며 민족과 국적을 떠나 더불어 살라고 가르치지만, 돈 없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가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가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는 실상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환경을 소중히 생각하라고 말하지만, 그 환경이 인간이 조종하고 이용하고 개발하는 대상일 뿐 인간인 내가 환경 안에 포함된 대상이라고 진심으로 인정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환경이 청소년에게 더는 사회 시험 문제요 과학 시험 문제로 그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와 환경은 별개가 아니요 내가 환경의 주인임은 더더욱 아니요, 내가 바로 거대한 환경이라는 법칙 안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한낱 미물임을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환경 문제를 풀어 나갈 방법은 없다. 인간이 환경 안에 있고, 그렇듯 인간 안에도 돈과 힘으로 나뉘는 계층이 없음을 깨달을 때만이 자본과 이익의 논리로 불평등하게 돌아가는 환경의 수많은 단상들이 어느 순간 쨍하고 조각조각 깨지는 불행을 막을 수 있다. 이 책은 그렇기 때문에 환경과학이라는 개별 문제를 떠나 미래라는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진 청소년이 절박하게 읽고 알고 변하고 실천할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적어도 지금의 기성세대가 저지른 과오의 피해를 우리 청소년이 지금부터라도 받지 않으려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이제 지구는 관찰이나 비판의 대상으로 있을 만큼 여유로운 상태가 아니며, 그곳에 사는 지금의 세대가 어른들이 알아서 하겠지라고 여유를 부릴 수 없을 만큼 지구는 벼랑 끝에 와 있다. 그 끝에서 어느 곳으로 탈출을 할지 현명함이 요구되는 바로 지금, 《환경에도 정의가 필요해》는 선명하게 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환경이라는 테마로 다룰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청소년부터 일반인, 전문인까지 모두 읽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느 환경 교양서에서는 볼 수 없는 사회적 시각의 분석과 해법을 제시하고 있기에 환경 책을 읽으면서도 과연 환경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고 해법은 있는 것인지 회의적이었던 독자에게 속 시원한 이론을 제시한다. 한마디로 현상에 대한 분석과 원인에 대한 파악, 현실 가능한 해법 제시까지 이 한 권 안에 명쾌하고도 간명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세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지구라는 환경 안에서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읽고 생각하고 실천할 바를 담고 있는 제대로 된 환경서라 할 수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장성익
작가. 환경과생명연구소 소장. 저술 작업을 비롯해 대중 강연, 출판 기획, 학술 연구, 시민단체 활동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오랫동안 환경 관련 잡지사와 출판사에서 편집주간을 지내는 등 환경을 비롯한 여러 주제로 글을 쓰고 책을 만들어 왔다. 인간과 자연이 어깨동무하며 생명과 삶의 가치가 꽃피는 녹색 세상을 꿈꾼다. 모두가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민주주의 사회, 모두가 고루 나누고 함께 누리는 평등과 연대의 공동체를 소망한다. 앞으로 삶과 세상을 더욱 새롭고 깊게 보는 책, ‘다른 생각’과 ‘자유로운 상상력’을 북돋우는 글을 많이 쓰려고 한다.
지은 책으로는 《젠트리피케이션 쫌 아는 10대》, 《내 이름은 공동체입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새로운 삶의 지도》, 《생명 윤리 논쟁》, 《환경 논쟁》, 《자본주의가 쓰레기를 만들어요》, 《과학이 해결해주지 않아》, 《다시 낙타를 타야 한다고?》 등이 있다.
옮긴이 : 어진선
자연스럽고 우연하게 이끌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다. 단행본, 잡지, 사보 등의 일을 주로 해 왔다. 그림책에도 관심이 있어서 아동 문학을 배우고 있다. 책을 읽고 싶게 만들고, 글을 풍성하게 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목표다.
그린 책으로 《발레 하는 남자, 권투 하는 여자》, 《김영란의 열린 법 이야기》, 《만남의 힘》, 《웃음의 과학》, 《세상은 어떻게 뉴스가 될까》, 《한 글자》 등이 있다.
목 차
들어가는 말 |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운 녹색 미래를 위하여
[1부] 병든 지구_망가지는 자연과 사라지는 생물들
1장 사람은 자연의 일부다
1. 무분별한 자원 낭비가 낳은 비극
2. 자연이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
3. 우리의 미래는 지속 가능할까?
2장 숲과 동식물이 사라진다면?
1. 갈수록 파괴되는 ‘세계의 허파’
2. 인간이 일으킨 여섯 번째 대멸종
3. 생물 다양성은 왜 중요할까?
3장 위기의 물과 바다
1. 물을 둘러싼 고통과 분쟁
2. 물은 모두의 공동 자산이다
3. 신음하는 바다
[2부] 더워지는 지구_지구 온난화의 재앙
1장 지구 온난화의 맨얼굴
1. 나라 전체가 바다에 잠기다니…
2. 자기 땅에서 쫓겨나는 사람들
2장 지구 온난화, 해결할 수 있을까?
1. 지구 온난화는 왜 일어날까?
2. 지구 온난화의 재앙
3. 지구 온난화를 막으려면?
[3부] 바닥나는 지구_에너지 위기와 석유 문명의 종말
1장 저물어 가는 ‘검은 황금’의 시대
1. 현대 문명의 엔진, 석유
2. 잔치는 끝났다
3. 석유 문명의 그늘
2장 죽음의 에너지, 원자력발전
1. 죽음과 파괴를 부르는 에너지
2. 영원히 끌 수 없는 불
3. 원전을 둘러싼 잘못된 신화
3장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려면?
1. 셰일 에너지는 대안이 될 수 없다
2. 재생 에너지를 위하여
3.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
[4부] 굶주리는 지구_먹거리를 바꿔야 세상이 바뀐다
1장 먹거리는 세상을 이해하는 열쇠다
1. 사람과 자연 사이의 연결 고리
2. 먹거리를 보면 세상이 보인다
2장 현대 먹거리의 그늘
1. 먹거리의 산업화와 세계화
2. 세계 먹거리의 지배자, 거대 다국적 기업
3. 식량은 넘치는데 왜 굶주리는 사람이 많을까?
3장 ‘좋은 먹거리’를 찾아서
1. 나쁜 먹거리의 대명사, 유전자 조작 먹거리(GMO)
2. 좋은 먹거리란 무엇일까?
[5부] 지속가능한 지구_녹색 미래를 향하여
1장 ‘지속가능한 발전’의 겉과 속
1.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2. 지속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
2장 ‘환경정의’를 위하여
1. 환경정의가 중요한 이유
2. 환경정의의 눈으로 환경 문제를 보다
[맺음말] 새로운 세상, 다른 삶을 꿈꾸며
1. 라다크와 두바이 이야기
2. 삶을 바꾸자, 세상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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