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2018 프린츠상 수상, 2020 국내 청소년교양도서 선정 작가 니나 라쿠르 장편소설
비극을 딛고 일어섰던 우리 모두의 가슴 저린 회복기
“네가 가는 곳으로 갈래.”
그 순간 내가 너를 바라봤다면, 어쩌면 우린 달라졌을까.
케이틀린과 잉그리드는 9학년 1학기 사진 수업에서 만났다. 모든 것이 어색하고 낯선 동시에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 같은 묘한 자신감이 샘솟는 시기였다. 둘은 첫눈에 서로를 알아봤고, 그렇게 소울메이트가 되었다.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고 믿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케이틀린의 믿음은 산산이 부서지고 만다. 평소와 다름없이 실없는 얘기를 나누던 밤이었다. 대학은 어디로 가고 싶으냐는 질문에 잉그리드는 답했다. “네가 가는 곳으로 갈래.” 그러나 다음 날 잉그리드는 자살한다.
‘왜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 케이틀린은 큰 혼란에 빠진다. 잉그리드가 했던 말, 잉그리드의 몸에 남은 상처, 때때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모습, 잔상처럼 남은 기억들. 친구의 고통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후회는 비수로 날아오고, 케이틀린은 스스로를 고립시키기 시작한다. 자신을 걱정하는 부모님이 있는 집을 몇 발자국 앞에 두고, 잉그리드와 함께 사진을 찍었던 카메라를 품에 안은 채 차디찬 자동차 안으로 숨어든다. 혼자가 되어 돌아간 학교 역시 잉그리드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잉그리드가 찍은 언덕 사진은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더 이상 잉그리드가 없다는 사실만을 상기시킨다.
그러던 어느 날 잃어버린 스테레오 리모컨을 찾기 위해 침대 아래를 뒤적이던 케이틀린의 손에 무언가 딱딱한 것이 잡힌다. 그것의 정체를 확인한 순간 케이틀린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닳아서 해진 페이지, 수정액으로 하얀 새 그림을 그려 놓은 파란 표지, 잉그리드의 일기장이다. 그렇게 케이틀린은 한 장 한 장 잉그리드의 고통과 마주한다. ‘잉그리드, 네 파란 눈은 렌즈 너머로 무엇을 보고 있었던 걸까?’
《우리가 있던 자리에》는 《우린 괜찮아》로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으며, 2018 프린츠상을 수상한 뒤 평단의 인정과 대중의 인기를 동시에 얻은 작가 니나 라쿠르의 놀라운 데뷔작이다. 저자는 《우린 괜찮아》가 작년 한국에서 출간된 이후 2020 청소년 교양도서로 선정되며 국내 독자들에게도 눈도장을 찍었다.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들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문장들이 순식간에 우리를 빠져들게 만들 것이다.
비극을 딛고 일어섰던
우리 모두의 가슴 저린 회복기
아무리 발버둥 쳐도 떠오르는 잉그리드에 대한 생각 때문에 무엇이라도 해야 했던 케이틀린은 때마침 우연히 책에서 본 ‘트리하우스’에 마음을 뺏긴다. 나뭇가지 위에 지어진 집, 그 아늑하고 사적인 공간을 보는 순간 내면에서 뭔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케이틀린은 마당에 쌓인 목재를 손에 든다. 나무를 들어 올리고, 망치질을 하는 순간만큼은 마법처럼 모든 게 잊혀 진다. 매시간 물처럼 밀려오던 잉그리드에 대한 기억조차도. 그렇게 트리하우스를 만드는 하루하루가 반복되고, 어느새 시간은 잉그리드가 떠났던 여름으로부터 사계절이 지나 다시 여름이 찾아온다. 바람이 불고, 나뭇잎들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케이틀린의 몸과 마음은 점차 단단해져 간다.
깊은 슬픔을 헤쳐 나가며 점차 자기만의 트리하우스를 만들어 나가는 케이틀린은 남겨진 이가 느낄 다층적인 슬픔 속에서도 앞으로 한 뼘 더 나아가는 인간의 놀라운 모습을 그려낸다. 이 이야기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라는 거대한 비극에서 시작했지만, 상처를 딛고 일어나는 인간의 회복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희망차다. 그렇게 소설은 어떤 절망도 희망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그 과정에는 서로의 손을 맞잡아준 누군가의 존재가 있었다.
괜찮지 않은 오늘을 살아가는 아이들
그리고 또 다른 케이틀린을 위해
실제 학창시절 친구를 잃었던 저자의 경험에서 탄생한 소설은 기민하고 불안정한 십 대들의 마음을 정확히 포착해낸다. 특히나 많은 해외 독자들의 평처럼 잉그리드의 이야기는 매우 현실적이고, 잉그리드와 같이 자살을 선택한 십 대들은 우리 한국에게도 먼 이야기가 아니다. OECD 국가 중 한국의 자살률은 8년째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십 대의 사망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역시 자살이기 때문이다. 한없이 밝아야 할 아이들이 자해, 무력, 우울 등으로 삶을 버거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잉그리드의 일기장은 어른들은 미처 몰랐던, 자살을 선택한 십 대들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계기가 되어준다.
그렇다면 전부와도 같았던 단짝을 잃은 아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예고 없이 사랑하는 친구를 떠나보낸 후 느낄 상실감을 누가 감히 헤아릴 수 있을까. 남겨진 아이들 곁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줄 누군가의 존재가 필요하고, 우리에겐 그들에게 어떤 어른이 되어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여전한 숙제로 남는다. 이처럼 《우리가 있던 자리에》는 십 대 독자들에겐 공감을, 성인 독자들에겐 우리 사회가 마주해야 할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니나 라쿠르
데뷔작부터 시작해 발표하는 소설마다 최고라는 평을 받고 있다.
2012년 《더 디스인챈트먼트스The Disenchantments》가 미국 서평 잡지 <커커스 리뷰>의 베스트 청소년 도서로 선정된 이후 2018년 《우린 괜찮아》가 미국도서관협회에서 한해 가장 훌륭한 청소년 소설에 수여하는 프린츠상을 수상하며 평단의 인정을 받았고,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으며 대중의 인기를 동시에 얻었다. 국내에서는 해당 도서가 2020년 청소년 교양도서로 선정되어 한국 독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우리가 있던 자리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미묘한 감정들을 다루는 저자의 솜씨가 유감없이 드러난 작품이다. 미국도서관협회에서 수여하는 윌리엄모리스어워드 파이널리스트에 올랐으며, 저자는 이 소설로 퍼블리셔스 위클리 플라잉 스타에 선정되었다. 카메라 렌즈로 삶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십 대 ‘케이틀린’이 단짝 친구의 죽음을 겪은 후 자신만의 트리하우스를 만들어 나가는 사계절을 담았다. 2009년 출간된 이후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2019년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사랑하는 아내 크리스틴, 그리고 딸과 함께 지내고 있다.
옮긴이 : 임슬애
고려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한영번역을 공부하고 현재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숨을 참던 나날≫, ≪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습니다≫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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